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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e Selection

2022년 3월 11일

Creative Selection 표지

Ken Kocienda, Creative Selection, St. Martin's Press, 2018

애플에 일하며 진행한 프로젝트를 일화처럼 이야기하며 애플 내에서 어떤 방식으로 개발 프로세스가 진행되는지 풀어간 책. 프로그래밍을 깊게 알지 못하더라도 일상적인 용어로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단순하게 애플의 문화를 설명하는 것 이외에도 프로덕트를 개발하는 과정이 어떤 흐름에서 이뤄지는지 설명하고 있어서 IT 직군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iOS 기기 개발 초기는 어땠나도 세세하게 나와서 재미있었지만 Safari가 어떤 과정으로 나타난 프로덕트인지도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글에서는 간단하고 흥미롭게만 쓰였지만 분명 지나간 일이라 이렇게 아름답게 쓸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도 들고. 중간 중간에 어떤 결단들이 이 사람의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도 인상적이다.

학생으로 돌아온 이후로 실무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결과를 내는 즐거움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자잘한 코드를 만들긴 하지만... 함께 만들고 누군가에 도움이 되는 그런 즐거움이 그립다.

Hard work is hard. Inspiration does not pay off without diligence. We collaborated to get through the drudgery. -- p.88

I think if you do something and it turns out pretty good, then you should go do something else wonderful, not dwell on it for too long. Just figure out what's next. -- p.133

I described empathy as trying to see the world from other people's perspectives and creating work that fits into their lives and adapts to their needs. Empathy is a crucial part of making great products. -- p.182

Taste is developing a refined sense of judgement and finding the balance that produces a pleasing and integrated whole. -- p.183

Our goal was to orchestrate a progression of algorithms and heuristics to create great products that would put smiles on people's faces and would function well without fuss. Design is, after all, how it works. -- p.245

게이미피케이션: 웹과 모바일 앱에 게임 기법 불어넣기

2022년 1월 11일

게이미피케이션 책 표지

게이미피케이션의 대략적인 개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이 책에서는 게임의 재미가 메커니즘에서 오며 도전과 성취, 보상의 순환 구조 속에서 매력을 느낀다고 설명한다. 어떻게 참가자가 플레이어로 변화하고 시스템 내에서 장기적으로 존재하기 위해서 어떤 기법과 역학을 활용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게이미피케이션에서 사용하는 기법을 이야기하는데 각 기법에 대해 깊은 설명보다 사례 위주로 정리하는 편이다. 소셜 몰입 루프, 게임 요소 목록, 텅 빈 주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엔 실습 부분도 있지만 거기서도 구현에만 치중되어 있고 디자인에서 왜 그런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대부분 섹션에서 상세한 내용은 자신의 웹페이지를 인용하는데 그 웹사이트가 없어진 탓에 반쪽짜리 책이 되었다. 아무래도 오래된 책이긴 하더라도 얇은 책인데 더 얇게 느껴졌다. 그래도 핵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다 다루고 있기 때문에 간단하게 보기에는 좋은 책이다.

책 내에서 추천한 책: Jesse Schell 의 The Art of Game Design: A book of lenses (Amazon, 알라딘)

게임 메커니즘

  • 점수
  • 레벨
  • 리더보드: 집계 방식이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도록 유의
  • 배지
  • 온보딩 (초보자 적응 프로그램)
  • 도전과제와 퀘스트
  • 소셜 몰입 루프
    • 가시적인 성장과 보상 -> 감성적인 자극 -> 소셜 행동 요구 -> 플레이어의 재몰입 -> (가시적인 성장과 보상) -> (...)
  • 맞춤화: 최소 요구 사항만 만족하기
  • 대시보드
  • 피드백과 강화: 흐름 범위 내에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요소

  • 패턴인식: 퍼즐, 카드 뒤집기
  • 수집: 흔한 아이템에서 한정 아이템까지
  • 놀라움과 의외의 즐거움: 슬롯머신
  • 정리하고 질서 잡기: 심시티
  • 선물하기: 애니팡 하트
  • 집적대기와 로맨스: 찔러보기 (페이스북)
  • 성과 인정: 배지, 트로피
  • 리더십: 팀 과제
  • 명성 얻기와 주목 받기: 리더보드
  • 영웅 되기: 도와주세요 메시지, 제한된 시간
  • 지위 얻기: 배지, 트로피 (공개된 프로필)
  • 육성, 성장: 다마고치

(게이브 지커맨, 크리스토퍼 커닝햄 지음, 정진영, 송준호, 김지원 옮김, 한빛미디어,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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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13일

완벽주의는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완벽주의는 완벽하게 살고, 꾸미고, 행동하는 것으로 비난과 비판, 망신의 부끄러움을 최소화하거나 피할 수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마치 방패와도 같습니다. 나를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20톤의 방패를 둘러치고 있는 것이죠. 실제로는 그 방패가 우리의 비상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Perfectionism is not the same thing has striving to be your best. Perfectionism is the belief that if we live perfect, look perfect, and act perfect, we can minimize or avoid the pain of blame, judgement, and shame. It’s a shield. It’s a twenty-ton shield that we lug around thinking it will protect us when, in fact, it’s the thing that’s really preventing us from flight.

― 브레네 브라운 (Brené Brown). The Gifts of Imperfection.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2020년 10월 5일

(허지원 저, 홍익출판사, 2018)

자신을 괴롭히지 않으려면 자신을 어떻게 대하고 다가가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뇌과학과 임상심리학 관점에서 나눠서 풀어간다. 각각의 챕터에서 내 일부를 마주하게 된다. 폭넓게 다루다 보니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을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나에게 꽤 집요하다 할 정도로 지독한 편인데 이 책을 읽으며 많이 반성했다. 나 스스로에 매몰되지 않고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디지털 미니멀리즘

2020년 7월 5일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크고 작은 화면을 본다. 특별한 내용이 없더라도 화면을 스크롤 하는 일이 일상이다. 누군가와 함께 앉아 있더라도 잠시나마 서로 화면을 보느라 조용해지는 시간도 종종 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는 것을 나도 잘 알지만, 장점이 있다고만 생각해왔었다. 새로운 정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든지, 잠깐 물 뜨러 가면서도 비는 시간 없이 무언가를 볼 수 있다는 점에 내가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기분도 들었다.

그래서 디지털 미니멀리즘이라는 제목만 보고도 대충 덮어놓고 지냈던 내 습관을 마주해야 했다. 가끔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들여다보면 며칠 쉬어보기도 했지만, 순간뿐이었다. 스크린 타임을 설정하고도 15분 제한 무시를 수시로 누르다가 결국은 기능을 꺼버린다. 나는 어째서 절제하지 못하는가, 그런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또다시 수시로 화면을 봤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에서는 이런 중독에 가까운 증상이 주의력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기업을 문제로 삼았다. 프로덕트나 서비스에 오래 체류할수록 수익이 느는 기업은 어떤 방식을 사용해서든 그 시간을 늘리려고 한다. 마치 슬롯머신을 돌리는 것처럼 스크롤을 돌리면 새로 고침과 함께 내가 원하는 정보가 튀어나올 것처럼 디자인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비약이라고 하기에는 내 행동을 돌아봤을 때 그렇게 사실이 아니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려웠다. 나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스크롤을 손으로 당겼으니까. 당길 때마다 달라지는 타임라인과 뉴스피드를 보기 바빴으니까. 내 주의력을 내어주고 쓸 만큼 나에게 도움이 되는가 생각해보면 솔직히 부끄러운 마음만 든다.

책에서는 철저하게 멀어진 후에 다시 각 도구와 서비스의 가치를 세심히 평가하고 삶에 도입하는 방식을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트위터는 일주일 또는 하루 중 정해진 시간만 확인한다. 그리고 정말로 필요한 정보만 볼 수 있도록 세세한 필터를 지정한다. 이런 방식은 이렇게 해야 한다고 정해진 것이 아니라 정말 자신에게 필요한 것인가를 심사숙고하는 과정에서 결정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책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접근 방식을 설명하고 있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고를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이런 책 한 권 보고 짠! 하고 바뀌진 않았다. 나도 책에서 제안하듯 단호하게 끊지 못했다. 책을 덮고 나서도 여러 차례 시도했는데 잠깐의 틈이라도 생기면 화면을 보는 내 모습에 좀 더 심각성을 느꼈다. 내 산만함을 정돈할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디지털 미니멀리즘: 딥 워크를 뛰어넘는 삶의 원칙. 칼뉴포트 저, 김태훈 역. 세종서적.

번역가 되는 법

2018년 12월 5일

번역가 되는 법이란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와서 집었다. 내 번역 끈은 짧지만 조금씩이나마 글을 번역해서 올리는 입장에서 좀 더 전문성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제목만 보고 그런 생각을 하며 이 책을 구입했다.

그동안 접했던 번역 도서는 번역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는데 이 책은 실무적 이야기가 중심이다. 출판 시장에서 번역가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업무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전반적인 그림을 보는데 도움이 된다. 얇은 책에 판형도 작아서 읽는데 전혀 부담이 없는 분량이지만 업계에 오랜 기간 다양한 위치에서 경험을 쌓은 분답게 깊이가 느껴졌다.

잘 읽히지 않는 책에서만 번역가의 존재가 들어난다는 이야기부터, 번역가가 되기 위해서 어떤 배경과 자질을 갖춰야 하는지, 삶을 잘 배분해 규칙적으로 번역하는 번역가의 일상, 원서와 저작권, 출판사와 편집자의 역학 관계를 세세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의역과 직역에 대한 고민도 빼놓지 않았다. 번역을 하고 싶은 사람이든 하고 있는 사람이든 공감하고 읽을 부분이 참 많다.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떤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지 지극히 현실적인 부분부터 그래도 번역에서 자유를 느낀다는 이야기는 내 스스로도 무슨 일을 할 때 이런 자유함을 느끼고 있는지 생각하게 했다.

저의 과거와 현재의 삶 그리고 그 삶 속에서 실천해 온 노력으로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며 자유의 희열을 느끼게 해 주는 이 작업이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 128쪽

무엇을 만들어내는 감각은 분야를 막론하고 사람을 일에 빠지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