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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개발자, 호주에서 일하기

2015년 2월 20일

2월 한 달 휴가를 내서 한국에 들어왔고 3박 4일 일정으로 서울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만나고 싶었던,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 재미있고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많은 분이 호주에서 일하는 삶에 대해 궁금해하셔서 여러 답변을 드렸지만 다소 두서없게 얘기한 감이 있어 짧게라도 정리해 포스팅한다.

내 호주 생활은

2012년 3월에 호주 생활을 시작했으니 이번 휴가를 마무리하고 돌아가면 만 3년차가 된다. 내 호주 생활은 꼭 끝나지 않는 긴 긴 휴가처럼 느껴져서 이렇게 지내도 되는걸까 생각 들 때가 많다. 집 문만 나서면 여행인 기분은 3년을 살아도 그렇다.

한편으로 지냈던 시간을 생각해보면 택배가 엄청 느려서, 한국과 같은 대형 서점이 없어서 불편한 점보다는 언어, 문화적 차이로 인한 고독감이 더 컸다. 내가 활동적인 편도 아닌 데다 오자마자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주변에 아는 사람도 많은 편이 아니라서 더 외로움이 있었다. 게다가 이번 휴가를 지내면서 호주에서는 한국에서 온 한국 사람인데 한국에 돌아오면 한국 사람이 아닌 호주 사는 사람이 되는, 이쪽도 저쪽도 속하지 못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평생을 살아왔던 공간, 국가를 떠나 사는 것은 다른 양말을 신는 것과는 다르다. (물론 이 인식의 강도는 개인마다 다르니까, 양말 갈아 신는 정도로 느끼는 사람도 분명 있다. 선천적으로 노마드의 피가 흐르는 사람!)

하지만 그 누구도 서두름을 강요하지 않는, 여유로움이 일상 속에 가득한 호주를 경험하고 나면 이 곳을 쉽게 벗어날 수가 없다. 여행으로 호주를 다녀간 후에 호주행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사람이 많고 또 실제로 여행 후 호주행으로 오신 분이 정말 많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문화, 무엇보다 가족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가족 중심의 문화는 자연스럽게 현재의 한국과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누가 호주로 가야 할까

호주에서의 삶은 확실히 한국에서의 삶과는 다르다. 가족적이고 여유로운 분위기, 자연 친화적인 환경, 저녁 있는 삶과 같이 한국에서 쉽게 만들기 힘든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반면 호주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분들도 많다. 한국 특유의 밤 문화를 좋아하는 분이나 친구가 없어 힘들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었다.

호주에 관해 궁금하고 고민이 된다면 호주로 여행을 가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 여행에서 현지 분위기에 매료되어 호주로 오게 되는 분들도 적지 않다. 여행으로 둘러보고 현지에서 사는 많은 분께 조언을 구하는 것도 호주행 결정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호주에서 내 일자리는 얼마나 수요가 있을까

IT도 범주가 크고 호주에도 직종의 편중이 있어서 본인이 원하는 일자리와 포지션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자리 수요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seek.com.au와 같은 취업 웹사이트를 찾아보면 되는데 어떤 job description을 요구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하는데 용이하다. 다른 방법으로는 meetup.com 과 같은 사이트나 언어 사용자 모임을 찾아보고 그 커뮤니티에 물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영어는 당연히 중요하다

호주는 IELTS를 통해 영어 능력을 평가한다.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를 모두 평가하는 IELTS는 General Training과 Academic 두 가지 모듈이 있는데 자신에게 맞는 모듈을 선택해 응시하면 된다. “영어는 얼마나 가능해야 하는가”를 물어보는 경우도 엄청 많은데 자신이 구사할 수 있는 한국어를 영어로 얼마나 구사할 수 있는 지 스스로 생각해보면 어떤 부분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 지 판단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민 정보는 항상 이민성 웹사이트에서 확인

호주는 정말 다양한 방법과 경로를 통해 비자를 신청할 수 있고 개개인의 상황에 가장 맞는 방법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각 비자에 대한 정보는 한국어로 검색해서 나오는 자료보다 호주 이민성 웹사이트에서 확인하는 방법이 가장 정확하고 확실하다. 한국어로 작성된 글은 가장 최신의 정보라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더더욱이 잘못된 정보라면 시간을 낭비할 수밖에 없다. 이런 글들은 참고 용도로만 찾아보고 필요한 요건이나 서류는 꼭 이민성 웹사이트에서 확인해야 한다.

직접 하는 게 번거롭다면 이민 대행사, 법무 대행사 등에 비용을 내고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위 이민성 웹사이트에서 각각의 내용을 상세하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행은 어디까지나 대행이라 잘못된 내용으로 진행하다 문제가 생겨도 책임을 지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꼭 웹사이트에서 교차로 검증을 해야 한다.

비자와 영주권

호주에서 거주의 제한 없이 일을 하며 지내기 위해서는 영주 비자를 취득해야 한다. 비자는 각각 개인의 학력, 경력 등에 따라 취득할 수 있는 종류와 방법이 다 다르다. 학교를 다니며 비자를 준비할 수도 있고 미리 영주권을 받아서 오는 경우도 있다. 상황에 맞게 비자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내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 워킹 홀리데이로 와 정착하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치는데 시간이 많이 들고 고용주에 따라 불확실성이 좌우되는 경향이 있어서 비록 내가 이 과정으로 영주권을 받으려고 하고 있지만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과정이다. ENS는 3가지 stream을 지원하고 있는데 만약 다른 stream에 조건이 맞으면 임시 취업 비자 없이도 바로 영주 취업 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독립기술이민 Skilled Independent visa (subclass 189) 비자를 통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안정적으로 비자를 취득할 수 있어서 많은 분들이 이 비자로 호주에 들어오고 있다. 예전에는 독립기술이민 요건만 맞으면 바로 영주권을 줬는데 이제는 SkillSelect 라는 제도로 변경되어 직업군에 따라 발급해주는 양을 조절하고 있다.

독립기술이민은 경력, 학력, 영어점수, 나이 등을 제공되는 점수표에 따라 환산해 60점 이상이 나왔을 때 신청할 수 있다. 점수표는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점수표는 학력, 경력이 있다면 그렇게 까다로운 편은 아니다. 예를 들면 학사 학력이 있고 3~5년 경력, 만 32세라면 점수가 충족된다.

나이 30점 + 경력 5점 + 학력 15점 + 영어 10점 = 60점

점수가 되면 신청 자격이 생기지만 그 외 직업군이나 기타 확인해야 할 사항이 많다. 신청 가능한 Skilled Occupation List (SOL)을 확인해보는 등 체크 리스트를 확인해봐야 한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여기서 이야기한 비자는 극히 일부다. 이민성 웹사이트를 통해 모든 비자를 확인해보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비자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서 없는 이야기를 두서없게 정리했다… 만약 부족한 부분이나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덧글을!)

나에게 있어서도 삶의 터전을 옮기기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결정하고 나서 실행하는 것 하나하나도 큰 도전이었다. 그 과정 모두 엄청난 경험이었고 그사이 만나게 된 사람들에게 받은 도움이 너무나도 감사하다. 이 결정을 내릴 때 심각하게 고민했던 일들은 정말 사소한 일들이었고 지금은 그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넓은 눈으로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

내 짧은 3년의 경험이 지금 고민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 읽을 거리

기한이 좀 지난 글이긴 하지만 지금 내가 느끼는 호주와 크게 다르지 않아 링크를 남긴다.

내 글인데 워킹 홀리데이로 온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링크를 붙였다.

세금 정정 신청 Amendment requests 후기

2014년 12월 10일

한국의 의료보험과 같이 호주에서도 국가에서 제공하는, Medicare라는 의료보험이 있다. 이 비용을 세금을 환급받는 과정에서 공제하는 형태로 납부하게 되는데 호주 영주권자 혹은 시민권자가 아닌 경우에는 해당이 없는 부분이다. 그래서 세금 환급 양식을 작성할 때 Medicare levy exemption 항목을 작성해 납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회계사를 통해서 세금 환급을 하면 이런 부분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없겠지만 내 경우에는 크게 복잡한 부분이 없으니 내 스스로 신청했다. 그러던 중 지난 회계년도에 myTax를 통해서 세금 환급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양식을 임시로 저장하려다가 제출해버려서 Medicare levy exemption이 반영되지 않고 환급이 진행되었다.

세금 환급 중 내용을 잘못 기재해서 수정해야 하거나 추가해야 하는 경우에는 내용 정정 신청 (Amendment request)를 하면 된다. 정정 신청은 요청 양식을 출력해 각 항목을 작성한 후 ATO로 우편으로 발송하거나 팩스로 보내면 된다.

양식을 작성할 때 다른 부분은 개인 정보 적는 난이라 복잡한 부분이 없고 8번 왜 정정을 요청하는가에 대해서는 구구절절 쓰면 되고 10번 항목 정도가 막막한 부분이다. Qustion number from tax return, Alpha label on tax return 두 항목은 종이 양식에 나온 레이블을 참고해서 작성하면 된다. 내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작성했다.

Tax Amendment Request

글씨가… 아하하하하핳

세금 환급 메뉴얼에는 자국민이 아닌 사람의 Medicare levy exemption에는 추가적인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데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 VEVO Entitlement Check를 출력해 위에서 작성한 양식과 같이 우편으로 보냈다.

소요되는 시간은 How we process your amendment request 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내가 잘못 작성했음 && 메일 접수에 해당해서 50일이 걸린다고 나왔고 실제로 추가 부분을 환급 받는데 그 정도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위 과정에서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ATO에 전화해서 물어보면 되고 번거로운 분들은 회계사 분들께 연락해서 해결하면 되겠다. 요즘은 개인 세금 환급도 저렴하게 해주는 회계사 분들도 많은데 다음엔 그 분들 통해서 일을 처리해야겠다고 느꼈다.

멜번 영사관에서 운전면허증 공증 받기

2014년 9월 15일

멜번에 영사관이 생겨 영사 업무를 시작했는데 한국 운전면허증 공증도 받을 수 있다고 하길래 다녀왔다. 1949년 제네바에서 체결된 「도로교통에 관한 협약」에 따라 제네바 협약국 간 운전면허를 인정해준다. 한국 호주 모두 협약국이기 때문에 한국 운전면허증과 공증 서류를 가지고 호주 운전면허증을 대신해 사용할 수 있다.

공증에 필요한 준비물은 다음과 같다.

공증 절차도 영사관 웹사이트에 잘 설명되어 있다.

멜번 영사관은 Level 10, 636 St Kilda Rd, Melbourne VIC 3004에 위치하고 있다. St kilda Rd 끝자락에 있어 시티 반대 방향 3번, 5번, 16번 트램을 타고 Union St/St Kilda Rd에서 내리면 된다. 지도에서는 St Kilda Junction 정거장이 가까운데 길 건너는 것이 불편하다. 트램 정거장에서 5분 정도 걸으면 되는 거리라 크게 멀지 않다.

멜번 영사관이 있는 636 St Kilda Rd

멜번 영사관 입구

멜번 영사관

위에서 준비해 간 양식을 제출하면 담당 공무원이 검사를 하고서(?) 인지 붙이고 도장을 찍어준다. 웹사이트에 올라온 예제대로 작성하면 담당 공무원이 틀렸다고 다시 작성하라고 얘기할 것이다. 다행히 민원용 컴퓨터가 비치되어 있어 바로 출력할 수 있지만 그래도 미리 서류를 준비하고자 하려 한다면 다음 방식으로 작성하면 된다.

  • 항목은 모두 영어로 적는다. (예제 양식에 속지 말자.)
  • 주소는 영어로 적되 영어 주소처럼 역순으로 적는다.
  • 모든 일자는 일월년 순으로 적는다. (02-11-2014)
  • 만료일은 적성검사 기간을 적는다.
  • 면허 번호의 지역명도 영어로 적는다.
  • 서명칸은 검사 다 받고 서명해야 하므로 공란으로 둔다.

잘못 작성했다고 갈구는 한국식 친절(?)을 오랜만에 경험할 수 있었고 덕분에 빠르게 문서를 발급 받을 수 있었다.

방문하지 않고도 우편으로도 가능한데 절차는 영사관 웹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이트에 게시된 내용과 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화로 문의하자.)

주소 : Level 10, 636 St Kilda Rd, Melbourne VIC 3004

업무시간 : 9:00 am – 12:00am, 1:00 pm – 5:00 pm (월-금)

전화번호 : (61 3) 9533 – 3800

영사민원전화 : (61 3) 9533 – 3803/3804

기업지원담당관 : (61 3) 9533-3813

팩스번호 : (61 3) 9533 – 3801

웹사이트 : http://mel.mofa.go.kr/

2013년 회고

2013년 12월 8일

연초에 커다란 계획은 세우진 않았지만 자잘하게 꾸준히 해야 할 목록 정도는 적어 뒀었는데 연말에 돌아보니 더 명확하고 체계적으로 적었어야 하는 후회가 참 크다. 계획을 해야 측정이 가능하고 평가를 할 수 있다는,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멍청한 짓을 하고 말았다. 😛

올해를 복기해 반면교사로 삼아 계획을 잘 세우고, 내년을 더 보람차게 보내자는 취지로 올해를 회고해본다.

직장생활

작년 6월부터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열심히 지내고 있다. 보스, 나, 그리고 신입까지 세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인하우스 팀이 구성되지 않은 상태라서 디자인은 외주를 주는 상황인데 간혹 내가 디자인에, 프로그래밍에, 이것저것 다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호주에 와서는 개발자로만 커리어 패스를 만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말이 여기에서도 적용되더라.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과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이 현재의 일을 좌우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많은 노력과 약간의 희생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못바꾼다는 고정관념도 그 관성에 일조하는 것 같다.)

직장에서의 영어. 노출이 자주 되어서 늘고 있는 것인지 어쩐건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다행인 것은 익숙해져서 그런지 동료가 하는 말은 귀에 쏙쏙 들린다. 예전엔 정확히 안들려서 되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생판 뜬금없는 이야기만 아니면 무슨 말 하는지 이해도 되고 제법 꿍짝에 맞춰 이야기도 할 정도가 되었다. 업무에 있어서는 의사소통 때문에 문제되는 부분은 많이 작아진 편인데, 물론 옆 회사 직원이나 클라이언트랑 얘기 해보면 아직 한참 멀었음을 느낀다. 특히 어려운 것은 잡담을 할 때랑 의견을 이야기해야 할 때인데 자리에 앉아서 “이렇게 얘기할껄” 하고 후회할 때가 많다. 갈 길이 참 멀다.

이전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포스트하긴 했지만, 여기 와서는 한국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환경들, 예를 들어 MS Access를 Front-End로 사용하고, VBScript로 태스크를 만든다거나, WordPress, joomla 등의 CMS를 다루게 된다거나 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재미있게 참여하고 있다. 지금 하는 일들이 내가 가지고 싶은 스킬셋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서 아쉬운 기분이 들 때가 많지만, 이 작은 경험들이 수많은 상황과 조건에 맞게 폭 넓고 유연한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는 통찰을 습득하도록 도와주리란 확신이 있고, 또 한 해를 돌아보면 그렇게 성장해가고 있는 기분이다.

회사를 다니다보면 내가 잘 하고 있는지, 남들만큼 열심히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1년 여 가까이 2인 회사 체제로 지내다보니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다른 한 명이 보스이자 인사담당자이자 대표인데 물어보기가… 이걸 어려워 하는 것도 한국적인 정서에서 그런걸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호주에서는 일반적으로 1년에 한번씩 퍼포먼스 리뷰를 통해 업무 평가 및 임금 조정을 진행한다. 나도 올해 6월 경에 퍼포먼스 리뷰를 했었다. 살짝은 불안한 마음에 리뷰에 임했는데 고맙게도 업무에 있어서는 좋은 평가를 잘 받았다. (끝나고 나서는 칭찬 받은 만큼 더 어필했으면 연봉을 좀 더 올릴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도… 하하;)

회사 업무에 있어서 내 자신에게 아쉬웠던 점을 생각해보면, 10월 쯤 이후로 내 스스로의 퍼포먼스가 많이 떨어지고 있는 기분인데, 웹에이전시 특성상 잡무가 많아 컨텐츠 로딩이나 간단한 수정에 시간을 쓰다보면 좀 괴로워진다. 자동화 할 수 있는 배치 작업들은 코드를 만들어 해소하긴 하는데 어쩔 수 없이 손을 써야 하는 경우가 좀 많은 편이다. 뭔가 좋은 방법이 떠올라서 내년에는 이런 부분에서 스트레스 좀 덜 받았음 좋겠다.

올해 회사 일에서 하고 싶었던 이른 VBScript로 작성된 태스크를 C#으로 작성해 유닛 테스트, 빌드 & 디플로이 환경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12월까지 와서도 제대로 공부하지 못해서 시작조차 못했다. 지금 닷넷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는데 부지런히 배워 실무에도 적용하는 착한 개발자(?)가 되도록 해야겠다.

잡다하게 공부하고 있는 프로그래밍

현재 PHP 개발자로 일하고 있지만 다른 언어를 배워두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서 이런 저런 언어를 공부했고 나름 성과가 있었다. 가장 많이 공부했던 것은 파이썬인데 아직 제대로 된 프로젝트는 진행 못해봤지만 요즘 혼자서 만들어보는 프로토타이핑은 파이썬으로 진행하고 있다. 회사에서도 가끔 필요한 노가다성 업무는 모두 파이썬 스크립트로 해결하고 있다. (이 편한 것을 이제서야…) 아직 함수형 프로그래밍에 익숙하지 않아 Java스럽거나 PHP스러운(뭔가 최악의 느낌) 코드를 작성하게 될 때가 많은 편인데 앞으로도 꾸준히 공부해서 오픈소스 쪽에도 기여하고 프로젝트도 진행했으면 좋겠다.

업무상 필요로 인해 javascript를 사용하긴 하지만 jQuery 만으로도 충분히 잘 쓰고 있어서 다른걸 배우질 않았었는데 근래 AngularJS를 사용해보고 참 편리한 도구를 안쓰고 있었구나 하고 후회했다. 최근 간단한 프로젝트 하나를 AngularJS를 사용해 진행했고 모두가 대만족했다. 아직 수박 겉핥기 식으로만 봐서 근 시일 내에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보려고 한다. 이외에도 backbone.js나 knockout이나 유명한 오픈소스도 많고, 서버 사이드에서의 node.js 등 살펴볼 것이 아주 쌓여 있어 어느걸 먼저 봐야 할지도 고민이다.

PHP는 사실 따로 공부한 적이 없었는데 최신 버전에서 추가된 기능들을 최근에 살펴보고 있다. 5.3.0, 5.5.x 등에서 추가된 부분도 많은데다 PHP Framework Interop Group에서 진행하는 PSR 같은 표준 문서작업 등이 한참 진행중인데 한국어로 소개되질 않아 빨리 보고서 소개글을 쓰려는데 이것도 계획을 잘 세워서 진행해봐야겠다.

Coursera에서 Startup Engineering 이라는 수업을 들었다. Startup에서 사용할 만한 기술들을 배우고 수많은 아티클을 읽으며 Startup으로 연결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수업이었는데 수업 자체에서 얻은 지식보다는 함께 들었던 #세러데이스벅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 더 좋았다. (이게 Srinivasan 교수님의 깊은 뜻이었을까.) 수업이 끝난 이후에도 많은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하게 되었었다…. 물론 수업은 완주를 못했다. 하하하.

iTunesU에서 제공하는 [CS 193P iPhone Application Development] 강의도 들었는데 2011년 강의를 듣다가 iOS7를 갑자기 진행하시길래 멈췄다. (핑계도 좋아.) 연초에 이 강의를 제대로 들어보고 앱도 만들어보려고 한다.

그리고 오프라인에서 스터디 두군데에 참여하고 있다. 하나는 매주 월요일에 하둡을 이용한 빅데이터 스터디, 수요일에 닷넷 C#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다. 하둡 스터디는 한두번 한 이후 사정이 있어 쭉… 쉬다가 내년부터 다시 시작할 예정이고, 닷넷 스터디는 현재 진행중인데 윈도우 개발 환경이 아직 없어서 나 혼자만 부진한 진도를 내고 있다. 사야 하는 기기들을 얼른 사서 제대로 공부를 시작해야겠다.

집중 없이 이것저것 산발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탓에 깊이가 없는 지식만 쌓이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연초에 언어 위주의 학습보다 이론, 개념 위주의 학습을 해야겠다는 방향을 잡았었는데 여전히 언어 위주로만 보고 있어서 내년에는 iTunesU나 Coursera를 활용해 제대로 된 강의를 수강해 더 심도있는 공부를 할 계획이다.

전혀 안하고 있는 운동

매년 계획 중 가장 안지켜지는 것 중 하나인데, 역시 올해도 지키지 못했다. 다행히 이사오고 나서 운동하기가 예전에 비해 더 좋아졌기도 했고, 건강 상태의 심각성을 깨닫아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하려고 애쓰고 있다. 내년에도 어김없이 실천 목록에 올려놓고 운동을 하려고 하는데 더 계획적으로 잘 세워 운동을 해야겠다.

끝 없는 영어

호주에서 사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 영어인데 올 한해를 되돌아보면 가장 시간투자를 안한 부분이라 아쉽다. 매일 영어 공부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실제로는 책도 잘 안펴보고 있다. 작년에는 시험이라도 봤으니 한참 책도 들춰보고, 열심히 단어도 외우려고 노력하고 그랬는데 올해는 전혀 그런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한국에서 그저 있는 것 보다야 더 영어에 노출되고 간단한 소통이라도 영어로 하고 있으니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자기위안을 매일매일 하고 있는 상황에 와 버렸다. (이사하고 나서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해야지 했는데 열심히 놀고있다. 하하…)

나름 영어 문서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소일거리를 공부 핑계로 하고 있는데 영어 실력도 깊지 않은데다 번역은 한국어 실력이 더 좋아야 한다는 얘기가 어떤 뜻인지 깊게 알 수 있었다.

여튼, 얼른 시험도 신청하고 부지런히 공부해서 시험 점수도 만들고 해야겠다.

항상 욕심내는 글쓰기

블로그에 대한 욕심이 늘 많아서 일주일에 포스트 두개 쓰기라는 거창한 목표가 있었는데 현재 43개 포스트를 남겼다. 번역글 아니면 리뷰, 신변잡기 가득한 블로그로 나날이 진화중이다. 사실 쓰고 싶은 글은 그런 글이 아니었는데 이미 되돌리기 늦은 상황일까. 일기도 쓰겠다고 하고 연초에 좀 쓰다가 말았다. 대신 트위터는 참 많이 쓰고 있는데 12월 2일 현재까지 6256개의 트윗을 남겼다.

페이스북도 간간히 하고 있다. 몰래 텀블러도 하고 있다. 짧은 글이나 생각들은 다 텀블러에 적고 있어서 텀블러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로 페이스북이나 블로그를 상대적으로 덜 하고 있다.

글을 쉽게 쓰지 못하는 이유가 예전에 비해 책 읽는 양이 절대적으로 줄어서 그렇다고 생각이 들어 좋은 글을 찾아 읽겠다 마음먹고 연초에 rss나 블로그를 열심히 찾아다니면서 읽었었다. 특히 각각의 블로그에 있는 글을 모두 살펴보고, 좋은 자극을 주는 글을 목록으로 만들기도 했다. 또 오프라인 환경에서 쉽게 읽기 위해서 이메일로 수집해주는 북마클릿도 만들어 썼었다. (요번 서버 이전한 이후로는 동작하지 않고 있어 그냥 pocket을 활용하고 있다.) 도중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클리핑한 글을 기준으로 rss 피드를 만들어 리더로 구독하기 시작했다.

내년엔 책도 많이 읽고 생각도 꾸준히 정리하며 블로그를 꾸려나가야겠다는 막연한 목표를 세웠다.

두번의 휴가, 한국과 미국

한국은 올해 2월에, 미국은 올해 10월에 다녀왔다.

오랜 기간 집떠나 살다가 1년만에 집을 다녀 온 것인데 오히려 호주에 돌아오는 비행기가 더 집으로 가는 느낌이 났으니, 진짜 집은 어디인가 싶었었다. 그만큼 잘 적응하고 있다는 이야기인지, 그런데 벌써 1년 가까이 지나서 길게 회고하기엔 기억이 너무 가물가물하다. (진작에 적어놓을 걸 그랬다)

그리고 미국 동부지역 여행을 2주 가량 다녀왔는데 가고싶던 갤러리도 다녀오고 사람들도 만나고 좋은 시간을 가지고 돌아왔다. 정리해야지 하면서도 벌써 2달이나 지나가고 있으니 잊기 전에 빨리 정리를 해야 하는데 조만간 적어나가야겠다. (특히 동부라서 기대도 안했던 부분들인데 의외로 많이 마주하게 되어 인상적이었던 점도 많았다.)

긴 비행을 동반한 휴가를 다녀올 때마다 그 다음의 휴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워낙 비행이 길어 별 생각을 다 하지만.) 휴가를 가면 항상 많이 배워오고 자극 받고 와야 한다는 생각에 말도 안되는 일정을 만들게 되고, 막상 가서 골골거려 제대로 일정을 따라가지 못하고서 돌아오고 있다. 내년 휴가는 아직 막연하지만 pycon 같은 컨퍼런스에 가보고 싶다.

학업의 시작은 언제?

아직도 학적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한데 현재에도 제주대학교 사회교육과에 이름이 있다. 호주에서 친구나 지인들과 연락하다 보면 빈번히 듣는 이야기가 언제 다시 학교를 가는가에 대한 질문인데 갈 때가 되면 가야죠 식의 애매한 답을 늘 해왔다. 지금 마음으로는 호주에서 학업을 시작하고 싶은데 재정적 여력이 아직 없기도 하고 영주권 이상을 취득하면 학비가 아주 저렴해지기 때문에 일단 학업은 영주권 이후에 생각하자고 결정해두고 있었다. (시간을 체우면 자연히 받게 될거라는 다소 수동적인 생각이 삶을 생산적으로 만드는데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기분이지만.)

일단은 당장에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좋은 질의 강의도 무료로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책과 얻을 수 있는 경험이 도처에 있었고, 내년에는 제대로 계획 세워 하나씩 들어야겠다.

할 말이 더 많지만, 2013년 안녕

돌이켜 보면 아쉬운 점도 많고, 힘들었던 일도 많았다. 하지만 받은 복을 세다보면 감사해야 할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던 해였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붙잡을 말씀이 있었고, 좋은 관계 속에서 회복할 수 있었다. 내색하지 않지만 타지 생활에서 연고가 없어 힘들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좋은 사람들을 통해 잘 회복하고 다시 힘낼 수 있어서 너무나도 감사하다. 좋은 비전을 품고, 내년을 더 기대하며, 하나씩 계획 준비해 2014년을 시작해야겠다.

MPUG 9월 모임 후기

2013년 9월 6일

멜버른에도 많은 개발자 모임이 활성화되어 있고 세션이 운영되고 있는데 그 중 MPUG(Melbourne Python Users Group)에서 매월 첫주 월요일에 열리는 meetup에 처음으로 다녀왔다. 장소는 협업 공간인 Inspire9이고 Richmond역에서 3분 정도 거리에 있다.

Don’t do this! — Richard Jones

어떤 방식으로 파이썬 코드를 작성해야 하는가에 대한 세션으로 동일한 내용을 PythonAU 2013에서 진행했었다고. 많은 코드 예제들과 함께 어떤 방식으로 작성하면 좋은지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해줬다. 디버깅을 위한 q4와 Java와 같은 방식으로 overload할 수 있게 도와주는 Overload5에 대한 이야기6가 인상적이었다.

Show and Tell: The Great Language Game — Lars Yencken

근래 여러번 트윗에 남겼던, Great Language Game에 대한 세션. 멜버른 대학교에서 개발한 langid.py를 이용하면 해당 문자열이 어떤 언어로 작성되었는지 알 수 있는데 그걸 음성 데이터를 불러와 어떤 언어인지 판단하도록 만들었다고. 슬라이드에 개략적인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다.

HN에 뜬 이후 방문자에 엄청 몰렸는데 geventflask로 문제 없이 잘 버티고 있다는 후기를 메일링 리스트에 남겼다.

PyPy.js: towards a fast and compliant python shell for your browser — Ryan Kelly

이 날 가장 핫한 주제였던 PyPy.js는 주제도 흥미로웠고 내용도 재미있었다. 발표자는 현재 모질라에서 일하고 있다고. asm.js이라는 low-level subset이 있는데 슬라이드에서처럼 asm.js + PyPy = PyPy.js의 아이디어로 시작했다고 한다. 시연에서 실제로 구동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Python 표준 라이브러리를 포함해 275MB 크기(…)의 js가 나오고 그걸 구동하는데 FF가 스피너마저 굳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신기하게 잘 동작했다.

JIT에 대한 설명도 있었는데 내가 JIT에 대해 잘 몰라서… 이렇게 깊은 얘기까지 할 줄 몰랐다.

나도 처음 들었을 때 똑같은 의문이 들었는데 역시나 사람들이 물어봤다. 이거 완전 멋지다. 근데 왜만듬ㅋ? 답변도 역시, 브라우저에서 되면 쿨하잖아? (쿨문쿨답)

일단 구현이 완료되고 실용적으로 쓸만큼 안정적인 환경이 된다면 Python을 웹으로 바로 포팅도 가능한데다 Firefox OS에서의 Python app까지 고려할 수 있을 만큼 재미있는 아이디어라고. 앞으로 가능성도, 수효도 분명 많을 프로젝트라는 설명.

생각 조각들

  • 처음이라 어색했지만 꾸준히 와야겠다는 생각. 그래도 분위기가 딱딱하지 않아서 좋았다.
  • 연령대가 상당히 다양했다.
  • 첫 세션에서 C API 부분까지 내려가서 이야기 하는 것을 보고, Python을 잘 하려면 C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겠구나 싶었다.
  • 다녀오기 전까지는 메일링 리스트에 가입되어 있어도 별 관심이 없었는데 다녀오니 내용도 재밌고 관심도 더 생겼다. 좋은 자극.

  1. q — pypi
  2. overload — pypi
  3. 딜리게이터를 이용해 overload를 할 수 있도록 구현해줬는데 다들 왜 이런게 필요하지? 식의 반응. Python 커뮤니티 답다.

오랜만에 비가 온다

2013년 3월 17일

한국에 다녀온 이후로 삶의 중심이 잘 회복되질 않아 불규칙적이고 즉흥적인 패턴으로 지내고 있다. 여태껏 이제 본격적으로 무언가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 오니 그 중압감에 손을 놓고 아예 방황하는 모양이다. 시험이 다가오면 창의적 아이디어가 샘솓는 것과 유사하게 평소에 생각도 하지 않던 딴짓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앱개발 같은 일이다.

지난주 내내 아이폰앱과 안드로이드앱 개발과 관련해 환경을 만들고 문서를 읽었다. 내가 만드는 서비스에 정말 필요해진다면 그때 배워야겠다는 핑계로 손도 안대고 있었는데 사람 마음이란게 하루 아침에도 뒤집힐 수 있구나 하고, 일주일이 지난 어제야 깨달았다.

한국서 돌아오고 나서 sns에 시간을 너무 많이 쓰길래 한동안 sns도 절제했었다. 그러다 휴대폰이 잘 안터져 이통사를 변경하면서부터 데이터용량이 엄청나게 많아져 써야만 한다는 모종의 강박관념으로 다시 sns를 부지런히 새로고침 하는 내 모습을 보자니 또 다시 한심해졌다.

삶에 집중하는 일, 자신이 목표한 것을 성취하기 위해 일련의 과정에 중점을 두고 움직이는 일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목표가 흔들리거나 여려지는 것보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줄세워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 목표와 방향은 명확한데도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딱 그런 경우다.

오랜만에 비가 내린다. 비 보면서 복잡한 마음을 내려놓고 차분한 마음가짐으로 생각을 정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