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클럽에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긴장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잘 정리해주셔서 다시 읽는 즐거움도 있네요. 늘 즐겁게 읽고 있었던 터라 더욱 영광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이야기클럽 인터뷰: 새로운 길을 여행하며
2023년 2월 14일
2023년 2월 14일
이야기클럽에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긴장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잘 정리해주셔서 다시 읽는 즐거움도 있네요. 늘 즐겁게 읽고 있었던 터라 더욱 영광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2023년 1월 16일
회고라고 말하기엔 그냥 이렇게 살았더라 정도가 되는 것 같아서, 회고 대신 업데이트로 제목을 붙였다.
2022년은 생각보다 더 바빴다. 아무래도 변화가 많은 해가 될 예정이라서 굵직한 계획만 있었지 세세한 일은 여유를 갖기로 마음 먹었었다. 전반에 보냈던 시간을 지금 생각하면 후반은 얼마나 치열하고 정신 없었는지, 다음 학기가 시작된 지금도 차분한 마음 갖기가 쉽지 않다. 결과만 보면 모든 일을 잘 해냈지만 여전히 내 자신을 돌보는 것에 소홀했던 것 같다.
늘 여행으로 올 때마다 살고 싶은 동네라고 노래하던 샌디에고에 이렇게 와서 살게 되었다. 학업과 업무 사이에서 아직 제대로 적응 못하고 정신없이 치여 지내고 있다. 새로운 학교에서 겪는 좋은 학습 환경과 인프라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완전 리모트로 근무하고 있는 현재 회사 이야기도, 그 외 두루두루 쓰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았는데 차분하게 앉아서 글을 적을 여유가 이렇게도 없다. 난 글 쓰면서 생각도 정리하고 그래야 하는 사람인데 글을 못쓰니까 더 정신 없이 시간이 지나버린 것만 같아 아쉽다.
일정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도되는 삶을 사는 것이 2023년 목표다. 지금도 충분히 많은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자꾸 앞서서 괴롭힐 때가 자주 있었다. 2023년에는 스스로를 못살게 구는 나와 결별하고, 칭찬과 응원 더하는 나 자신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수많은 도움 속에서 지속되 고 있다는 점을 늘 상기하게 된다. 정신없고 바쁘던 과정에서 잠깐 떨어져서 지내기도 했어야 했던 민경 씨에게 가장 미안하고 고맙다. 슬쩍 회고를 안쓰고 넘어가려는 맘도 있었는데 그래도 써야 한다고, 짧게라도 이렇게 글을 쓰니까 생각이 확실히 정돈되는 느낌이다. 나를 너무나도 잘 아는 사람과 함께하는 일은 이렇게 감사할 일의 연속이다.
2023년에는 현재를 건강하게 잘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이 도시에서 지내는 동안 별 탈 없이 즐겁고 평안했으면 좋겠다.
글을 많이 쓰지도 못하고 읽는 것도 많지 않았던 해지만 작게라도 읽고 정리하는 일은 꾸준하게 할 수 있었다. 때때로 다른 감정에서 남겨둔 메모라 서로 상충하기도 하지만, 오래 기억하고 싶은 줄글을 여기에 붙여둔다.
그림이든, 운동이든, 산책이든, 노래부르기든, 춤추기든. 잘 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장인이 되려는 게 아니다. 우리는 살려고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 너무 참고 절제해도 좋지 않아. 너의 두뇌를 위해서
케이크 한 조각을 서로 아끼며 잘라 먹다 보니 어찌어찌 버텨지고, 버텨지니까 열정이 생기고 노력을 하는 거예요. 케이크 한 조각 놓고 쪼개 먹는 건 그만하고 홀케이크 굽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많은 업계에 그 연습이 안 돼 있는 것 같아요. — 문명특급 홍민지 PD 인터뷰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발명하는 것입니다. — 미래를 예견하기
좋지 않은 프로그래머는 “코드”에 대해 걱정하고 좋은 프로그래머는 “데이터 구조”와 그것 들의 관계를 걱정한다. — 리누스 토발즈가 말하는 좋은 프로그래머
좋은 PR을 만드는 건 결국 좋은 리뷰입니다. — 오픈소스 프로젝트에서 배운 코드리뷰
일을 하다보면 뭔가 적당히 이야기 되지 않고 어딘가에 찝찝함이 남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 찝찝함을 명쾌하게 가시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그게 정말 힘들거든요. 이런 부분을 매끄럽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 그때 저는 제가 성장했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 무엇을 만들어도 제대로 만드는 사람
프로그래밍 언어를 둘러싼 종교들에 빠지지 말고, 언어의 참 목적은 재밌는 일을 하는 도구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 — 오랜 프로그래머로부터의 조언
사람이 자신을 연민하기 시작하면 어른의 성장이 더뎌져요. 그 시절은 끝났고 저는 거기서 나왔어요. 현재에 집중하지 않으면 그때를 복구하는 삶밖에 되지 않고 어린 시절의 손해를 어른이 갚아야 해요. — 정지음 작가의 위로법
대충 1일 1시간은 공부해야 일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을 얻을 수 있고, 2시간은 써야 현재 트렌드 내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구할 수 있고, 3시간은 써야 남들이 안하는 창의적인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아주 두리뭉실하게 하는 얘기. — 어엉부엉님 트윗
어떤 분야에서 깊이를 가져 본 사람은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 던져져 새로운 일을 하더라도 답을 찾아내고, 누구의 도움이 필요한지를 포착하기를 더 빠르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여전히 진로고민 : 확신은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요?
Skepticism should also apply to yourself. You are also fallible, and you should acknowledge this. Be your number one critic. Spotting your mistakes first is extremely beneficial for your personal growth, and it also gives others less chance to criticise you. — Lessons Learned After 20 Years of Software Engineering
고개 쳐박고 오랫동안 공부한다고 성장하지 않는다. 자기객관화, 인정, 수용적인 태도가 깔려있어야 비로소 성장할 준비가 된다. 피드백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성장할 수 없고, 성장하지 않으면 그 끝은 도태됨이다. — minieetea님 트윗
자아와 자기인식은 많은 문제를 낳으며 우리 삶을 필요 이상으로 힘들고 불행하게 만듭니다. 자기 생각 자체를 줄여야 해요.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할 때만 하는 겁니다. — 나는 왜 내가 힘들까
기술의 너머와 선택의 이유에 호기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무엇을 위해 코드를 써내려가고 있는지 잊지 않기. 나를 위해 정리하고 기록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ㅡ 듣되 맹신 않기
재능은 선택할 수 없지만 꾸준함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꾸준히 출석하는 애는 어김없이 실력이 늘었다. 계속 쓰는데 나아지지 않는 애는 없었다. — 재능과 반복
조급함을 다스리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꾸준히 노력을 하면 언젠간 찬찬히 빛을 발할 거라는 믿음과 중심을 잃지 말고, 내 커리어랑 인생을 길-게 보자. 오늘 내일하고 그만 둘 거 아니니까. — 네트워킹, 커피 챗 중 가장 자주 들었던 조언들
2022년 7월 7일
아무래도 개발에 관해서 많이 쓰다보니 마치 개발 블로그처럼 되어버려서, 개발 아닌 것을 쓰는데 이상한 죄책감 비스무리한 게 종종 괴롭 혔다. 그래서 그동안 포스트를 쓰지 않는 대신에 이런저런 부수적인 페이지를 많이 늘리고 있었다. 텀블러처럼 작은 글을 올릴 공간을 부스러기라고 붙여놓고 올리기도 했다. 페이지가 옆으로만 늘어나고 관리되지 않는 기분이 들어서 모두 블로그 포스트로 변환했다. 모든 기록을 포스트로 남기고 분류를 잘 하는 쪽으로 바꾸기로 했다. 분류 태그도 정리했다. 차분한 분위기를 내고 싶어서 서체도, 색상도 잔잔하게 선택했다. 조금 정돈된 느낌도 들고.
다른 플랫폼도 많고 도구도 많은데 직접 쓰는 블로그에는 유독 집착 내지는 애착이 간다. 이렇게 가끔 페이지를 다듬으면서 또 열심히 써보자 다짐한다.
그렇다고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닐 뿐더러 나중에 다시 보면 부끄러운 글도 분명 많다. 예전엔 부끄러운 글 많다고 폭파하는 일도 잦았는데 그런 모습도 결국 다 내 모습이었다. 되고싶은 모습이 있는 것도 좋고 그런 모습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의 나를 가릴 필요는 없었다. 그런 마음가짐 이후에는 조금은 홀가분한 기분으로 글을 쓴다. 아무렴 뭐 어때, 그런 태도로 산다. 태도가 달라지니까 예전보다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물론 어려운 마음이 쏟아지는 일이 아예 없어진 것은 아니다. 어디서 숨어 있다가 피곤함이 몰려오는 날에는 함께 뛰쳐나와서 온 정신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예전 같으면 그런 감정 충돌에 심하게 휘말렸다. 지금은 그 때와는 다른 나와 산다. 아무렴 뭐 어때, 그냥 그런 날도 있는 것이다.
잔잔하게 더 많은 글을 쓰면서 지내고 싶다.
2022년 1월 5일
정말 바쁘게 2021년을 보냈다. 수업 하나가 정말 힘들었는데 기말까지 다 끝내고 나서도 점수 걱정에 스트레스가 많았다. 1월이야 돼서야 해가 지나간 것이 조금씩 실감나기 시작했다. 이런 저런 일이 많았고 심적으로 쉽지 않았던 해였지만 잘 끝낸 것에 감사하다.
학교에 등록하는 순간부터 한 고민인데 수첩에 적어놓고 항상 생각했던 질문이다.
어느 하나에 매몰되어 다른 항목에서 균형을 잃어버리지 않는 일이 너무 중요하다. 이 질문으로 계속 돌아갈 수 밖에 없던건 깨진 균형을 자꾸 보게 된 탓이 크다. 새해에는 무너지지 않기로.
계획을 세세하게 정하고 싶지만 아직 학기 후에 밀려오는 감정적 소요가 커서 좀 여유를 갖기로 했다. 올해는 많은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편입 결과에 따라 다음 회고는 어디서 쓰게 될지 달라질 것 같다. 그동안 열심히 했는데 좋은 결과로 잘 이어졌으면 좋겠다.
당장은 힘들어도 정상에 오르면 내려다 볼 계단 중 하나일 뿐이고 🏔
2020년 12월 18일
학기말 시험이 끝나고 그간 공부한 자료를 스토리지 박스에 넣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작은 일이 그사이 받았던 스트레스를 조금은 평탄하게 해주지 않을까 하고, 배우면 배울수록 부족함을 더 확인했던 시간, 거기에 따라오던 수많은 상념도 담아서 보내버린다, 보내버리겠다는 생각으로 작은 의식을 치른다. 박스가 엄청 무거운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들리진 않는다. 그래도 뭘 하긴 했구나.
아무리 좋은 점수를 받아도 1년을 긴 학기 둘, 짧은 학기 하나로 보내면 내가 여기에서 시간을 이렇게 보내고 있는 것이 맞나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남 생각 안 하고 내 삶만 보자, 내 성장만 보자,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나를 생각하자면서도 어느 사이에 주변을 보고서는 나 자신을 평가하기 바빠진다. 잠깐 기분 전환한다고 소셜 미디어에 가까워질 때마다 결국 이런 비교와 평가가 나를 갉아먹는다. 내게 도움이 되는 부분과 빼앗아가는 것을 늘 저울질하면서, 로그아웃, 로그인, 로그아웃. 이런 지난한 싸움이 매일 로그인 화면 앞에서 반복된다. 체류 시간을 높이기 위해 디자인된 수많은 도구와의 싸움은 지루하게 끝이 나질 않는다. 어찌 됐든 자신을 깎는 고민을 안 하려면 결국 지금 앞에 있는 것만 보고 집중하는 것 말고는 큰 대안이 없다. 그런데도 왜 문제의 답이 가까이 있으면서도 나는 왜 그 답에 쉽게 설득되지 않을까. 꼭 멀리에서 들리는 큰 목소리만 답처럼 들리는 것일까. 아는 답을 듣기 위해서 또 로그인, 로그아웃.
이번에도 얇은 플래너 하나로 학기를 보냈다. 마음에 드는 적당한 규격과 양식의 플래너를 찾지 못했다. 연초에 한국서 큰마음 먹고 사 온 플래너도 결국 흐지부지됐다. 작년에 간단하게 만들었던 서식을 또 출력해서 작은 플래너를 만들었다. 내가 과목마다 얼마나 시간을 써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학기 초에는 플래너에 많이 의존하게 된다. 학기가 절반쯤 지나면 플래너는 체크리스트 역할만 정도지 무슨 요일엔 수학이랑 물리, 무슨 요일에는 무엇, 대략적인 감각이 생기는데 그렇게 루틴에 익숙해지는 순간이 몰입을 돕는 것 같다. 주제에 흥미가 더 붙고 더 알고 싶어졌다. 가끔 달라지는 일정을 플래너에 적고 시간을 조정하다 보면 모든 걸 다 끝낸 것도 아닌데 만족감이 든다.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부담도 적고 적당히 유연한 서식도 한몫한다. 플래너에 적으면 어떻게든 결과를 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단순한 시스템을 갖추고 유지하는 일은 코드 밖에서도 적용된다. 끝난 일은 색칠하고, 못 한 일은 긋고 옮긴다. 그렇게 날마다 펼쳐두던 플래너를 접어서 박스에 같이 넣으면 보람찬 기분과 함께 약간은 헛헛한 기분도 든다.
일상과는 거리가 먼 2020년이고 매일 현실감 없는 뉴스에 절망감을 느낀다. 주변은 건강해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것도 너무 이기적이다 싶을 정도로 매일 올라가는 숫자들에 마음이 아리다. 복잡한 세상에 비춰보면 일상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납작하고 단편적으로 변했다. 불안한 마음에 장 보러 가는 일을 최소로 줄였고 외식하는 일은 전혀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단단히 마음먹고 살다가도 운전하다가 창밖으로 마스크를 안 쓸 자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흔드는 모습을 보고는 망연해진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 전쟁을 치르는 이 땅의 모습은 도무지 익숙해질 것 같지 않다. 나는 이런 사회에서 무엇을,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그런 욕심 내지는 바람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도구와 서비스를 만드는 일에서 효능감이 높다. 그래서 회사 생활에 만족도가 높았었고 공부를 계속 미루던 이유에도 한몫했었다. (다달이 들어오는 월급의 유혹도.)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수업 잘 듣고 과제 잘해서 지적 성장을 도모하고 그 와중에 학점도 잘 챙기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효능감을 느끼는 영역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 되려 괜찮은 점수를 받아도 조금 부족하거나 실수한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더 받는 편이다. 내가 이런 부분에서 스트레스받는다는 점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은 거의 잊다시피 하고 지내고 있었다. 학교 다니면서 다시 코피가 나기 시작했다. 어릴 때도 늘 하루걸러 코피가 나고 그랬는데 인제야 이게 스트레스 지표나 마찬가지였구나, 깨달았다. 이해가 안되는 내용을 이해하려고 시간을 쓰고, 코피가 나서 그걸 막고 있다 보면 자괴감 비슷한 것이 밀려와서 심란해진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이 길을 어떻게든 걸어야 해,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어떻게 만든 기회인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렇다고 그게 쉽게 되는 일은 아니다. 어떤 이유를 만들어서든 매몰되지 않도록 눈을 가리고 가볍게 지나야 한다는 점은 알지만 어렵다. 3학기가 지나고 나니 나름 시스템이 생겼는지 대략 어떻게 준비하고 공부하면 되는지 감각이 생겼다. 그리고 큰 덩어리를 잘게 쪼개서 조금씩 해결하고 성취에 기뻐하고 작은 보상을 계속 준비하는 것만 어려움을 덜어내는 방법인 것 같다. 어쩌면 당연한 말이고 듣기도 많이 들었지만 겪고 체득하기 전까지는 내 것이 아니란 걸 또 배우게 되었다. 아는 것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것도 능력이고 연습을 통해 근육을 쌓아야만 써먹을 수 있다는 것. 부지런히 근육을 만들어야겠다.
비주얼 타이머는 방학이 될 때마다 작더라도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 처음 만들고 나서는 에너지를 너무 많이 쏟아서 기대보다 낮은 성장에 실망했는데 시간이 지나 약간 거리를 두고 보니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학업에 집중하다 보니 이 프로젝트도 조금 더 관망할 수 있어서 마음이 아주 홀가분해졌다. 여전히 엄청나게 많은 사용자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사용하는 분도 꽤 있고 앱이 좋다며 장문의 리뷰와 피드백을 보내주는 분도 있다. 내게는 직장 생활 당시의 감각을 깨워주는 느낌도 있는 데다 내가 원하는 것처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줍는다. 후원으로 받은 소중한 돈으로 내년 애플 개발자 프로그램 비용도 지출했다. 처음 계획했던 범위에서는 앱을 다 만들었기 때문에 무얼 어떻게 개선할지 방향이 고민이다. 안드로이드로도 출시해보고 싶어서 코틀린 강의도 틈틈이 봤는데 다음 업데이트에 안드로이드도 포함되면 좋겠다.
연초에 목표로 했던 것을 적어보면,
내년 내 모습을 생각해보면 여전히 학교에서 씨름하고 있을 예정이다. 수업도 좀 더 어려워질 예정이고 시간도 많이 쓸 일이 생겨서 긴장되지만 지금 해온 것만큼 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상도 빨리 되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운동이나 글 쓰기, 책 읽기는 매년 목표지만 이번에도 또 다이어리 앞 장에 적어본다. 가족과 함께 집에 있는 시간은 판데믹 탓에 많아졌지만 온라인으로 전환된 수업이 대중없이 시간을 쓰게 만들어서 몸만 같이 있고 정신은 저 멀리 떠나있던 적도 많았다. 밖에서는 추억을 만들기 어렵더라도 집에서 무엇이든 재미있는 일을 더 꾸며봐야겠다. 제주에 있는 가족들도 많이 보고 싶지만 한국에는 언제 가게 될지 몰라서 좀 아쉽다.
올해도 수고가 많았다. Stop and smell the roses 🌹🌹🌹.
2020년 1월 2일
비행기가 터뷸런스에 요동친다. 2년 반 만에 가는 한국행인데 도무지 잠을 잘 수 없어서 자신 없는 회고를 쓴다. 예전에는 자신 있게 이런 이런 삶을 살았다고 회고도 힘차게 적어갈 수 있었는데 올해는 좀 자신이 없다. 잘한 일도 있고 못 한 일도 있었다. 좋았던 일과 잘한 일에 감사하고 아쉬운 점을 반성하고 내년에는 개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올해 학교에 등록해서 첫 학기를 보냈다. 영어로 듣는 수업은 처음이라 걱정이 컸다. 학기 내내 잘 할 수 있을까, 잘하고 있는가 고민을 계속 할 수밖에 없었다. 영어 작문 수업에서 누구보다도 유창한 언변으로 의견 내는 학생이라든지, 캘큘러스에서 교수님께 진도 나가지 않은 내용을 질문한다든지, 기초 스페인어에서 교수님과 스페인어로 대화하는 학생이라든지, 나 자신과 비교하게 되는 대상이 너무 많아서 불안함이 더 컸던 것 같다. 다행히 경제 수업엔 그런 학생은 없었고 고등학교에서 들었던 수업도 있고 내용도 재미있어서 의외로 힘이 되는 수업이었다. 캘큘러스는 수리용어를 영어로 잘 몰라서 다른 애들이 하는 질문을 몰래 적어두고는 집에 와서 찾아보기도 했다. 영어 에세이 쓰는 데 정말 오래도록 고민하고도 간신히 낼 때도 있었지만 재미있었다. 난 늘 영어 작문을 못 한다고 생각했는데 매번 써서 낼 때마다 돌아오는 피드백에 자신감이 붙었다. 그런 고민과 자잘한 노력이 통했는지 다행히 괜찮은 성적으로 첫 학기를 마무리했다.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해서 잘 안다는 의미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여전히 티끌만큼 아는 기분이다.
첫 학기를 끝내고 나서 학교에 다녀야겠다는 결정은 정말 잘 내렸다 싶었다. 물론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긴 하겠지만 수업에 명확한 목표가 제시되고, 학습 내용을 물어볼 교수님이 있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많은 과제와 자료를 제공해주는 환경이 너무 행복하다. 학교 가지 않아도 충분히 혼자 할 수 있다는 말을 전공자/비전공자 얘기 나올 때마다 들었는데 그런 얘기에 혼자 해보려다 제대로 끝내지 못했던 경험도, 그래서 스트레스받았던 일도 생각났다. 혼자서 모든 것을 준비하고 배우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을 알아서 그런지 이런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오히려 제공되는 부분을 100% 활용하지 못하는 기분이 들 정도인데 다음 학기엔 더 체계적으로 시간을 관리할 필요를 느낀다. 아직 컴퓨터 관련 수업은 듣지 않았지만 벌써 기대가 된다.
타이머 앱을 출시했다. 만드는 과정에서 주변의 도움도 많이 받았고 출시 이후에도 좋은 사용자도 만날 수 있었다. “앱을 만든다”는 말에 정말 많은 프로세스가 녹아 있었고 이 작은 앱을 만들고 알리는 과정에서도 많은 부분을 배웠다. 앱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만들며 생각했던 목표는 애플 개발자 프로그램 비용만큼 수익 만들기, 다운로드 1만 건이었다. 이번 2019년 12월 30일이 프로그램 만료였고 앱으로 만든 수익으로 연장할 수 있었다. 이 앱에 쓴 시간만큼 외주했으면 훨씬 나은 사정이 되었겠지만... 내년에도 계속 다듬고 업데이트를 진행하게 될 텐데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야겠다.
아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서로 각자 바쁜 삶을 살다가도 저녁이면 함께 마주하고 음식도 만들고 시간도 보낸다는 그 삶 자체가 내게 많은 위로와 힘이 되었다. 지금도 조급함과 불안감이 불쑥 나와서 나를 괴롭게 할 때가 간혹 있지만, 예전보다 많은 안정을 찾았다. 곁에서 보며, 함께 지내며 배우는 것이 많다. 누구보다도 나에게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주는 아내에게 너무나도 고맙다.
운동을 완전 않았다. 매달 운동한다고 돈을 내지만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결국 연말에 해지했다.
기록을 별로 남기지 않았다. 트위터에도 그렇고 블로그도 그렇고 많이 뜸해졌다. 그래서 회고하려고 보니 은근 얼렁뚱땅 보낸 해처럼 느껴졌다. 더 많이 기록해서 반성과 개선의 주기를 만들자.
앱 만든다는 핑계로 오픈소스 활동이나 커뮤니티 활동이 거의 없었다. 시간을 좀 더 관리했더라면 이런저런 일을 더 할 수 있을 텐데 결과적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예전보다 큰 시차 탓인지 대화도 어려운 것 같고 감정을 오해하는 일도 잦은 것 같다. 도움이 되지 못하는데 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다. 쇄신이 필요하다!
매년 책을 더 읽고 싶다고 하지만 제대로 소화하는 책이 거의 없다시피 한다. 책은 계속 사면서도 몇 장 읽지 않고 침대 옆 책장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올해는 어떻게든 일간 독서 할당량을 만들어서 읽어야겠다.
운동 부족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데 식습관도 개선할 필요가 있고 살도 빼야 한다. 너무 뻔한 신년 계획인데 늘 여행을 하고 싶어 하면서도 막상 가면 체력 부족으로 아무것도 제대로 즐 기지 못하는 내 모습이 너무 싫다. 등산도 자주 가고 더 많이 걸어야겠다.
예전엔 그래도 어떻게 지내는지도 글로 쓰고 개선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과제와 시험 홍수에 빠져서 살다 보니 정말 앞에 놓인 일에만 급급하게 되는 것 같다. 회고라고 하니 거창한 것 같지만 짧게라도 주마다, 월마다 정리하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싶다. 이 노력에는 기록도 포함된다. 좀 부지런히 글로 남기고 읽고 복기하고 개선해야겠다.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좀 더 시간을 밀도 있게 쓰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되돌아보면 제대로 계획을 세우지 않아서 낭비한 시간도 적잖은 것 같다. 잦은 회고로 계획을 자주 리뷰하고 개선할 수 있어야겠다.
누구보다도 내 편이어야 하는 내가 나를 공격하게 두지 말자. 나는 나를 너무 잘 알아서 가장 아픈 부분만 골라서 찌른다. 나에게 친절하게 대하자. 바쁘다는 이유로 주변에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도록 조심하자.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한 전투를 하고 있음을 알고 서로에게 위로하고 힘이 되어주자. 선한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자.
다음 학기는 랩도 있고 시간도 늦게 끝나는 수업이 있어서 저번 학기보다 더 체력 관리가 절실하다. 연계 과목이라 더 중요한 수업도 많은데 좀 더 차분하게 시간을 잘 관리해서 학기를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가을 학기와 봄 학기 사이는 너무 짧다. 짧은 한국 방문이더라도 좋은 에너지로 무장하고 다시 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