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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jazz Geek AK33 기계식 키보드 구입 및 사용기

저렴하게 구입 가능한 입문형 기계식 키보드 리뷰. 중국산이라고 놀리지 말아요 저렴해서 말도 못하고~

2016년 5월 2일

근래 화웨이나 DJI와 같이 대단한 제품을 만드는 중국 기업이 눈에 띈다. 멋진 제품으로 승부하는 이런 회사는 갑작스레 출현했다기 보다는 든든한 중국 제조업의 질적 성장으로 외연이 넓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들어나게 된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여전히 중국산 제품 중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품이 많을지 몰라도 더이상 저렴하고 질 낮은 제품과 동의어라고 쉽게 이야기하기 어려워졌다. 게다가 중국 브랜드가 새겨진 중국 키보드 하나 구입한 경험이 이 생각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 글은 Ajazz Geek AK33 기계식 키보드를 구입하고 느낀 점을 정리한 글이다.

이 키보드는 사무실에서 사용하려고 구입했다.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45.74달러(한화 52,000원 정도) 정도로 저렴하게 판매하길래 구입했다. 더 저렴한 기계식 키보드도 많이 있었지만 게이밍 키보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는지 각인이 다 이상해서 그나마 깔끔하고 무난한 이 키보드를 골랐다. 흰색과 검정 두 색상과 청축과 흑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일단 사용하고 있는 키보드가 있기 때문에 급하게 부를 필요가 없어 무료 배송으로 받았다. 1달 여 시간이 지나서 키보드를 받았다. 상자에는 키보드와 중국어로 된 품질보증서로 추정되는 용지가 들어 있다. Zorro 스위치를 사용했고 82키 레이아웃에 LED가 내장되어 있다. 여태 알리에서 구입한 물건 중에 패키지가 가장 깔끔하고 튼튼해서 마음에 들었다.

Ajazz Geek AK33

키보드 기판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부분을 하우징(housing)이라고 하는데 이 키보드는 하우징이 일반 키보드와 조금 다른 형태로 구현되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키가 쉽게 뽑힐 것 같은 모습이었는데 생각보다 잘 결합이 되어 있고 키를 뽑지 않는 이상 청소하기 어려웠던 이전 키보드와 달리 쉽게 먼지를 털어낼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Ajazz Geek AK33 LED를 켠 모습

숫자 자판이 없는 텐키리스인데다 미니 키보드 레이아웃이라서 메타키가 우측에 세로로 나열되어 있다. 처음에는 방향키 레이아웃이 마음에 드는 형태가 아니라서 구입 전에도 망설였지만 방향키 크기가 다른 키에 비해서 충분히 커서 잘못 눌리지 않아 엄청 만족스럽다. 그래도 잘못 누르면 귀찮고 맥에서 자주 사용하는 메타키도 아니라서 비활성화했다.

  • 리니어 방식이라서 눌리는 느낌이 갈축, 멤브레인 키보드와도 다르다. 키가 반발력이 있어서 입력하고 나면 손가락을 밀어 올리는데 흑축 키보드를 사용하고 나서 다른 키보드를 사용하면 키를 누르고 나서 손가락을 의도적으로 들어 올리는 기분이 든다. 특히 이 키보드 쓰고 나서 애플 키보드를 사용하면… 이상해.
  • 키를 꾹꾹 눌르면 확실히 스위치 밀어 올리는 힘이 강하다. 나는 살살 입력하는 편이라서 크게 손이 아프거나 하지 않았다.
  • 갈축 키보드 소리에 익숙해서 그런지 시끄러운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래도 일반 멤브레인이랑 비교하면 소리가 많이 다르다.
  • LED는 끌 수 있다. 맥북 에어 키보드 조명처럼 은은할 줄 알았는데 무슨 파티 조명 같다. 둠칫둠칫. 금요일에 켜놓고 일해야지.
  • 오른쪽 시프트 키를 많이 사용한다면 방향키랑 가깝고 키가 작아서 좀 불편할 수 있다.
  • 폭이 넓은 키 중에 보강 스위치? 같은게 달린 키가 있는데 키감이 아무래도 좀 다르다. 특히 엔터 키가 좀 이질감이 있다.

Ajazz Geek AK33 흑축 스위치

레오폴드 FC700RT 갈축을 구입해서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스위치 매커니즘이 달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겠지만 레오폴드와 함께 봐도 별로 뒤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더군다나 시중 기계식 키보드보다 1/3 가격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저렴한 가격의 입문용 기계식 키보드를 찾고 있다면 이 키보드로 시작해도 좋을 것이다.

맥에서 몇가지 키를 수정해서 사용하고 있다. 이 설정은 Karabiner를 사용했다. 이 키보드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입할 수 있고 내가 구입한 링크는 요기다.

Dell Inspiron 11 3000 한 달 사용기

2016년 3월 27일

지난 달 노트북을 구입하고 매일 들고 다니면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어 간단하게 사용기를 남겨본다. 4월이면 애플이 새로운 맥북을 내놓을 거라는 이야기가 계속 있어서 노트북을 구입하지 말고 기다려야 하나 고민했었다. 하지만 당장에 해야 할 일이 워낙에 많았던 터라 노트북이 필요했었는데 그렇다고 큰 돈 안쓰고 저렴한 노트북으로 알아보다가 구입하게 된 것이 Dell Inspiron 11 3000이다.

장점

배터리가 엄청 오래간다. 들고 다니면서 하루 1시간 정도 사용하는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충전한다. 사양이 낮은 것인지 배터리 효율이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소음이 없다. 이건 팬이 달려 있지도 않을 뿐더러 스토리지가 메모리타입이기 때문에 별도의 팬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좀 과하게 사용하면(= 파이어폭스 창 2개 켜고 터미널 열면) 발열이 좀 있는 편이다. 팜레스트나 키보드보다는 노트북의 하판이 뜨거워지는 편이라서 그렇게 뜨거운걸 느끼진 못하지만 아마 더 많은 연산을 하면 키보드쪽도 뜨거워질 것 같다.

키보드가 준수한 편이다. 키감도 괜찮은 편이고 실제 키보드보다 사이즈가 작아지면 의례 레이아웃을 이상하게 만들거나 키 배치를 어색하게 만들어서 불편하기 마련인데 작은 사이즈에도 불편함이 거의 없는 편이고 방향키 레이아웃도 여유가 있어서 편하다. 키감은 펜타그래프 치고는 좀 얕게 느껴지지만 질이 꽤 좋다. 이런 키보드에서는 메타키를 Fn 조합으로 많이 제공하는데 Delete나 Insert는 일반 키로 설정되어 있어서 특히 마음에 들었다.

단점

모니터 시야각이 좀 심하다. 이건 TN 패널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하는데 충분히 밝은 곳이 아니면 이상하게 눈이 쉽게 피곤해지는 느낌이다. 이 노트북에서 하는 작업이 코드를 작성하거나 이미지를 봐야 하는 작업이 아니라 대부분 터미널에서 글쓰고 일기쓰는 정도 일만 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진 않지만 만약 그런 작업이 필요하다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아쉽게도 이 가격대의 노트북에서 TN 안쓰는 경우를 찾기가 힘들다.

흰지가 조금 불안한 편이다. 무릎에 놓고 사용하기에는 모니터 각도가 충분하게 젖혀지지 않는데다가 약간 힘을 주면 흰지와 모니터 사이가 벌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출퇴근하면서 사용할 때 다른 사람이 내리다가 가방 같은 것으로 모니터를 치면 이게 부러지거나 할 것 같아 불안하다. 그렇다고 아주 헐렁하거나 톡 쳐도 부서질 것 같은 내구성인 것은 아니다.

저가형 노트북 답게 트랙패드가 좋지 않다. 염가 노트북에서 투 핑거 휠까지 지원한다는 것이 놀랍긴 하지만 작은 키보드를 사용해서 입력하다보면 손뼘에 닿아 커서가 이동해버릴 때가 있다. linux에서 키보드 입력 중에 트랙패드 입력 차단하는 설정이 있어서 설정을 해뒀었는데 막상 커서를 사용하게 될 때는 불편함이 있어서 그냥 익숙해지기로 했다. 필요할 때는 민감하게 반응 안하고 필요하지 않을 때는 너무 민감해서 참 친해지기 어렵다.

그 외에는

그 외 짧은 코멘트는 다음과 같다.

  • Windows 10은 생각보다 무거워서 lubuntu를 설치했는데 만족하고 있다.
  • 무게는 적당하다. 무겁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 플라스틱이라 모서리가 깨질까 걱정이 되긴 한다.
  • HDMI 포트가 있는데 쓸 일이 아직 없어서 잘 모르겠다.
  • 마이크로SD를 지원한다. dropbox가 안되는 상황에서 백업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추천한다면

  • 리눅스 설치해서 터미널만 써도 상관 없는 사람
  • 간단한 웹서핑, 글만 쓰면 되는 사람
  • 300불 예산 언저리에서 구입해야 하는 사람
  • 노트북 소음이 싫은 사람
  • 충전 자주 하는 귀찮음이 싫은 사람
  • 데스크탑이나 다른 중요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가 있는 사람
  • 심심한 사람

추천 안한다면

  • 조금 사양 높은 게임 해야하는 사람 (에뮬 게임이라면 뭐…)
  • 메인 노트북으로 사용해야 하는 사람
  • 탭 3개 이상 켜고 인터넷 하는 사람
  • 윈도만 써야 하는 사람 (XP 같은거 설치하면 빠를지도)
  • 좋은 디스플레이가 필요한 사람
  • 예산을 늘릴 수 있는 사람

지금까지 사용한 경험으로는 충분히 본전을 뽑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터미널에도 점점 친해지고 있고 웹브라우저 없이도 사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뭔가 이상하지만) 새 맥북이 나오더라도 당분간은 이 노트북으로 계속 지내게 될 것 같다.

Dell Inspiron 11 3000 구입기

2016년 2월 25일

그간 사용하던 맥북 에어를 보내고 집에 있던 넷북으로 간간히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넷북 디스플레이가 나가버렸다. SSD까지 교체해서 그나마 빨라졌나 했더니 더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새 맥북이 조만간 나온다길래 기다리려 했는데 해야 할 일이 많아 더이상 미룰 수 없어 맥북 나오기 전까지 사용할 용도로 저렴한 노트북을 하나 구입하게 되었다.

터미널 구동할 정도만 되면 충분하다는 생각에 11인치 정도 선에서 가장 저렴한 노트북을 알아봤다. 작은 사이즈를 고르려니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았다. 후보로 Lenovo ideapad 100s(한국서는 i-slim어쩌고), HP Stream 11, Dell inspiron 11 3000 을 골랐다. Lenovo 제품은 Officeworks에서 행사중이라서 250불 가량이고 HP와 Dell은 300불 정도였다. 스펙은 셋 다 비슷해서 가서 만져보고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키보드는 Lenovo가 마음에 들었지만 Dell 키보드도 괜찮았고 크기도 적당해서 Dell로 구입했다. 사진으로는 HP Stream가 가장 괜찮아 보였는데 실제로 보니 키보드도 그렇고 생각보다 별로였다. Dell inspiron 11 3000을 JB HiFi에서 워런티 포함 AUD305 주고 구입했다. 친구랑 빨간색 사야한다 얘기하면서 갔는데 흰색만 있어서 흰색을 구입했다.


Dell Inspirion 11 3000

Dell inspiron 11 3000 작년 모델은 2-in-1 인데 2016 모델은 그냥 랩탑으로 나왔다. 모델도 두 종류인데 하나는 셀러론 모델이고 하나는 펜티엄 모델이다. 구입한 셀러론 모델의 스펙은 다음과 같다.

  • Intel® Celeron® Processor N3050 (2M Cache, up to 2.16 GHz)
  • Windows 10 Home with OneDrive 64-bit English
  • 2GB Single Channel DDR3L 1600MHz
  • 32GB eMMC Storage
  • Intel® HD Graphics
  • 11.6-inch HD (1366 x 768) Anti-Glare LED-Backlit Display
  • Wireless 802.11ac + Bluetooth 4.0, Dual Band 2.4&5 GHz, 1×1
  • 32 WHr, 2-Cell Battery (Integrated)
  • Integrated Widescreen HD (720p) Webcam with Digital Microphone
  • 45 Watt AC Adapter
  • Height: 18.45-19.88mm (0.73-0.78″) x Width: 292mm (11.5″) x Depth: 196mm (7.72″)
  • Starting at weight 1.18Kg (2.6lbs)
  • up to 9 hours 34 mins
  • HDMI v1.4a, USB 3.0 x 1, USB 2.0 x 1
  • Noble lock security slot, Micro SD card reader (SD/SDHC/SDXC), Headphone/Mic

이 가격대는 브랜드를 불문하고 같은 스펙이라서 사실 큰 의미는 없었다.

Dell Inspirion 11 3000 keyboard

외관은 구 맥북의 미니어처 버전 정도 되는 인상을 받았다. 뚜껑도 반들반들해서 먼지 잘 붙을 것 같지만 흰색이라 티가 잘 안난다. 키보드는 검정이라 괜찮지만 팜래스트는 흰색이라서 때가 좀 탈 것 같다. 디스플레이도 저가형을 감안하고 화면이 나온다는 데에 의의를 둔다면 그럭저럭 이해 할 만 하지만 시야각이 좀 많이 좁은 편이다. 액정도 살짝 어두워서 밝은 곳에서는 조금 침침하게 느껴진다. 스피커 음량은 적당한 편이다.

하드웨어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전원이 켜졌거나 충전중임을 표시하는 인디케이터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메모리타입이라 그런지 fan도 들어있지 않아 소리가 전혀 나지 않는다. 이게 장점인지 단점인지 미묘한데 가볍게 사용하면 크게 발열은 나지 않는데 발열이 조금 나기 시작하면 잘 식지 않는 것 같다.

Dell Inspirion 11 3000

기본적으로 Windows 10이 설치되어 있는데 Dell 제품이 다 그런지 몰라도 McAfee 한 달 이용권이랑 Dropbox 20GB 1년 이용권이 있었다. 켜자마자 맥아피 제품이 구동되며 컴퓨터가 멈춰서 버벅임을 뚫고 바로 McAfee를 삭제했다. 환경 구성하는데 시간을 딱히 사용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windows로 사용하려고 했었는데 OEM이라 그런지 설치되어 있는 기본 프로그램이 너무 많아 상당히 무거워서 lubuntu를 설치했다.


장점은 저렴한 가격과 휴대성이고 단점은 성능 정도 될 것 같다. 구 맥북 디자인을 좋아한다면 디자인도 장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할 일이 많은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Fuji Xerox 레이저 프린터 구입기

지름은 늘 뜬금 없이 찾아온다. Fuji Xerox DocuPrint P265DW

2016년 1월 30일

예전부터 장만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프린터였다. 급한 것은 사무실에서 출력하면 되긴 하지만 집에서 개인적인 용도로 쓰는 것과는 확실히 기분이 다르니까. 물론 부피가 있어 공간도 필요하고 자칫 먼지 수집기로 전락 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에 고민을 오래 했었다. 특히 무거운 프린터를 구입해서 어떻게 집에 들고 올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였다. 고민만 계속 하고 있었는데 지난 휴가에 차를 빌린 동안 이참에 장만하자는 생각이 들어 레이저 프린터를 구입했다.

잉크젯 프린터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지만(캐논 프린터는 15불부터 시작한다.) 잉크 가격이나 헤더 막힘 등 여러 문제를 겪은 기억이 있어서 구입 목록에서 아예 제외했다. 레이저 프린터 중 69불에 wifi 되는 Brother HL-1210W 프린터가 괜찮아 보여 구입하려 했었는데 실물로 보니 안예뻐서 (프린터는 가전이니까 이뻐야) 한참을 망설였다. 그러던 중 Fuji Xerox가 동급 기능의 브라더 프린터에 비해 저렴하고 특히 토너도 저렴하길래 결국 Fuji Xerox DocuPrint P265DW 로 정하게 됐고 Officeworks 매장에서 98불에 구입했다.

Fuji Xerox DocuPrint P265DW

종이를 담을 수 있는 트레이가 있고 wifi 기능도 내장되어 있다. 디스플레이도 한 줄 짜리지만 있어서 간단하게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얼마나 쓸 지 모르지만 양면인쇄도 가능하다. 전원 넣고 wifi를 검색해 비밀번호를 넣으니 바로 AirPrint 네트워크 프린터로 잡혀서 사용할 수 있었다. 프린트를 위해 SCSI 케이블을 찾던 시절은 이미 지나간지 오래고 USB도 필요 없고 wifi로 내 네트워크에 접속해서 자동으로 프린터로 잡히니 내가 구석기인이 된 기분이 들었다.

코드를 꼽아두면 전기를 많이 먹을 것 같아 사용할 때만 전원을 연결했는데 전원 연결하고 wifi까지 자동으로 연결된 후 wifi 버튼에 불이 켜지기 까지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슬립과 딥슬립의 차이는 뭐지

스마트폰을 비롯해 디지털 기기가 일상화되고 그 위에 좋은 오피스 앱/서비스, 클라우드가 자리 잡은 덕분에 Paperless 환경을 쉽게 구축할 수 있지만 나에겐 아직도 손에 잡히고 펜으로 밑 줄 그을 수 있는 종이가 편하게 느껴진다. 요즘 세대가 저장 버튼에 있는 디스켓 아이콘의 맥락을 이해하기 힘든 것처럼 어릴 때부터 종이가 아닌 디바이스를 먼저 접한 세대라면 디바이스보다 종이가 편하다는 그 감각도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아이콘은 무슨 뜻이죠?” 처럼 “왜 종이에 출력한걸 보죠? 그냥 화면으로 보면 되는데.” 라고 반문할 날을 상상하게 된다. 그래도 종이는 오래가지 않을까 얘기하지만 그렇게 생각했던 코닥도, 아그파도 무너진 것을 보면 의외로 그 시대가 가까이 있는 것 같다.

영어 맞춤법, 문법 검사 서비스 grammarly 사용기

2015년 7월 30일

회사에서 동료나 클라이언트와 메일을 주고 받을 때가 많다. Gmail에도 내장된 철자 검사기가 있긴 하지만 철자만 고쳐주지 문법적인 부분을 고쳐주는 것은 아니라서 몇번이고 읽어보고 보내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문법적으로 맞지 않거나 익숙한 단어를 계속 반복적으로 쓰게 되는 경향이 있다. 사내에서 주고 받는 메일이야 괜찮지만 클라이언트에게 보내는 메일이나 중요한 내용의 메일은 그렇게 보내게 될까봐 늘 민망해 하다가 grammarly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서비스를 결제하기 전에 ChattingCat과 grammarly 중 어느 서비스를 할 지 한참 고민했는데 ChattingCat은 건 당 지불하는 구조에 실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불편할 것 같아 조금 퀄리티는 떨어지더라도 grammarly를 쓰기로 결정했다. (사실 이 결정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70% 할인 이벤트였다.)

grammarly는 맞춤법 및 문법 검사를 돕는 서비스로 크롬 플러그인이 잘되어 있어 어디든 글을 입력하는 곳이라면 grammarly의 로고와 함께 맞춤법과 문법을 빠르게 검사할 수 있게 해준다. 기본적인 철자 검사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서 몇 달 무료로 사용했었다. 무료로 사용할 때는 Critical Error와 Advanced 두가지로 첨삭해주고 Advanced 항목은 유료로 결제해야 보여준다. 유료로 결제해서 사용한 것은 최근 한 달 정도 지났는데 결제한 이후로는 Critical 또는 Advanced로 표시하지 않고 일괄로 처리해줘서 어떤 항목이 advanced로 지적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미묘한 단점이 있다. 그래도 동어를 반복하면 동의어 추천도 해주고 쉼표나 마침표 위치를 조정해주는 등 쉽게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잘 챙겨주는 편이다.

영어 실력이 정말 느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 대신 빠르게 점수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서 겁없이 작성해보기에는 도움이 되는 기분이다. 하지만 기계 검사라서 그런지 가끔 어색한 표현을 맞다고 할 때가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맞는 표현으로 안고쳐도, 고쳐도 100점으로 나온다.

사용하면서 특별하다고 느낀 점은 매주 리포트를 보내주는 부분인데 지난 주에 비해 얼마나 풍부한 어휘를 사용했는지, 잘못된 단어를 몇개 사용했는지 등 수치적인 피드백을 제공한다. 상세한 데이터도, 성장 지표로 삼기에도 아직 부족한 수준이긴 하지만 수치가 높아진다는 것은 그래도 기분이 좋은 일이다. 그로스 해킹으로 사용자 경험을 돕는 예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언어와 관련된 서비스를 사용하다보면 자국어만 구사해도 문제 없을 정도로 소통의 저변이 확장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기계학습, 빅데이터 연구로 많은 혜택을 보게 될 분야기도 하고, 구글이 인덱싱한 자료로 타 언어 자료까지 연관 검색을 한다거나, 구글 번역을 제공하는 모습만 봐도 멀지 않은 기분이 든다.

마크다운 에디터 Typed 리뷰

Typed 리뷰와 생산성 도구 이야기

2015년 4월 12일

생산성 도구를 안 쓰는 사람은 있어도 하나만 써보는 사람은 없다는 얘기가 있다. 생산성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거기서 거기인 앱이 계속 나오는 기분이 들겠지만 하나씩 사용해보면 각자가 독특한 개성을 보여주고 있어 자신에게 가장 맞는 도구를 찾기 위해 여럿을 사용하게 된다는 얘기다. 그만큼 생산성 도구는 개인화 경향이 강한 분야다.

나는 무료로 제공되는 마크다운 에디터를 쓰다가 Ulysses 추천을 받고 Ulysses를 구입해 한동안 사용했다. 강력한 기능을 많이 지원하는 도구지만 md 파일로 바로 저장되는 식이 아니라 자체 라이브러리에서 관리되는 형태에서 불편함을 느꼈고 그 이후로는 만능 에디터 Sublime Text를 사용하고 있었다. Sublime Text를 쓰면서 사실 큰 불편은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Typewriter 모드가 없었다. 1

Typed

Typed는 지난번 9to5mac에서 Screenflow와 Things2 등과 번들을 구입할 때 같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번들이 Things2를 단일로 구입하는 것보다 저렴하길래 구입했었다. 매년 GTD를 새해 선물처럼 구입하는데 한 달을 못간다. 아무튼 기대하고 구입한 Things2 보다는 Typed를 더 열심히 사용하고 있다. (No strings attached.)

사운드 트랙 내장

에디터 리뷰에서 이 얘기를 맨 처음 하는게 웃기긴 한데 에디터에 8가지 사운드 트랙이 내장되어 있다. 들어보면 차분해질 만 한 음악을 끊임 없이 반복적으로 틀어준다. 같은 노래를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듣는 편이라서 알게 모르게 흥얼거리고 그러다보면 다른 생각에 빠지게 되는데 이 사운드 트랙은 흥얼거릴 거리도 없는 조용한 음악을 반복해서 들려준다. 그러다 보니 심지어 이 에디터를 코딩할 때도 켜놓고 그 음악을 틀어놓기도 한다.

Typewriter 모드

Typed도 Typewriter 모드를 지원해서 타자기처럼 글이 작성되는 위치를 중앙에 고정해놓고 사용할 수 있다. 에디터에서 글을 길게 작성하면 입력하는 커서 위치가 화면 가장 밑에 있게 되는데 이걸 방지해준다. 커서 밑에 공간이 없으면 답답한 기분도 들고 계속 글을 작성하는게 어색한 느낌이 드는데 Typewriter 모드로 그 공간을 만들어줄 수 있다.

사실 이 기능은 대부분의 마크다운 에디터에서 지원하고 있다. 게다가 Ulysses에서는 이 기능에 더 많은 옵션을 지원하고 있는데도 Typed에서의 구현이 더 마음에 든다. 많은 옵션을 제공하는 것 보다 딱 맞는 옵션으로 하나만 지원하는 것은 사용자의 입장에서 더 배려받는 기분을 들게 한다.

Little big things

문단/문장 강조 기능도 편리하다. 기본적으로 문장 강조 기능을 사용하고 있는데 현재 커서가 위치한 문장 외에는 옅은 색상으로 변경해준다. 글을 다 작성하고서 문장 또는 문단 단위로 리뷰할 때 편리하다.

글자, 단어 수 표시도 깔끔하다. 우측 상단에 글자 수, 단어 수 표시가 있는데 눈에 거슬리지 않고 단순하다.


Typed Main

생산성 관련 서비스/앱을 개발하는 것이 힘들다는 얘기를 듣게 된 이후 생산성과 관련된 앱을 하나씩 사용하게 될 때마다 작은 부분까지도 유심히 살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안쓰는 사람은 안쓰고 쓰는 사람은 여럿을 사용한다는 생산성 앱에서 자신에게 딱 맞는 앱을 찾는다. 반대로 개발하는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좁은 마켓에 있는 더 작은 타겟을 대상으로 딱 맞는 앱을 만들어야 하는데 사용자층이 좁을 수록 freemium이 아닌 이상 가격을 산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 사용자층을 넓히기 위해서 세세하게 제어 가능한 옵션을 제공할 수도 있겠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세세한 옵션이 사용자에게 편의를 준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대로 너무 많은 옵션에 혼란이 올 수 있다. 그건 마치 칫솔 회사의 상황과도 비슷하다. 사용자가 칫솔모를 자신의 구강 구조에 맞게 다듬어서 사용하는 킷을 파는게 아니라 사용자에게 미리 최적화 된, 잘 닦일 수 있는 칫솔을 디자인해서 팔아야 하는 것이다. 사용자는 앱을 칫솔처럼 구입해서 사용한다. 본인이 직접 설정을 잘못해놓고는 앱이 불편하다고 여기고 떠날 수도 있다. 사용자에게 “모든 설정을 제공하고 스스로 trial & error을 통해 자신에게 최적의 환경을 만든다” 가정은 유니콘 찾기일 수도 있다. 최고의 설정은 개발사가 정해서 제공해야 한다. 물론 개발사가 타겟한 사용자 층에 대해 전문가가 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앞으로도 나에게 잘 맞는 생산성 앱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 비싸더라도 구입할 수 있도록 열심히 잔고를 늘려놔야겠다.

  • 왠지 플러그인으로 있을 법도 한데 설치하고 코딩, 글쓰기 스위칭 할 때마다 끄고 켜야 한다면 없는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