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비가 거의 오지 않는 동네에 살고 있다. 그래도 겨울이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비가 왔었는데 올해는 유독 비 없이 추운 날씨만 연속이다. 지나치게 건조한 탓에 목이 까끌까끌해질 정도였고 M 컨디션에도 영향이 있어서 가습기와 작은 습도계도 장만했다. 밤새 돌아가는 습도계 소리가 마치 비 오는 소리처럼 들렸다. 습도가 필요했구나, 아침에 일어나서 서로 목이 어떤지 물어보고는 구입 잘했다고 얘기했다.
올해는 어쩌다 보니 트리도 꺼내지 못하고 크리스마스 코앞까지 와버렸다. 머릿속이 계속 복잡한 탓에 아무 일이 없어도 바쁘게만 느껴지고 해만 넘어가면 빨리 침대와 이불 사이에 껴있고 싶어진다. 학기 시작하기 전에 들을 온라인 수업도 하나 골라뒀는데 그건 언제 듣지. 그동안 못 읽던 책은 언제 읽고 보고 싶던 영화와 드라마는 언제 보게 될지. 플래너에 또 정리해서 하나씩 해야겠지, 그렇게 이불 속에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