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 여러 일이 있었다.

텍사스를 다녀왔다. 조카 E가 많이 컸다. 한국어로 단어도 곧잘 말하는 것이 너무 귀엽다. 고집도 많이 늘었다. 작은 풀을 사서 뒷마당서 실컷 물놀이를 했다. 찌는 듯 더운 날씨였지만 그마저도 좋았다. 이제 처제네도 월말에 댈러스로 이사가게 되고 우리도 샌디애고로 갈 예정이라 이런 저런 할 얘기가 많았다. 생각치 못한 일이 있어서 조금은 복잡하게 되었지만 모든 것 다 잘 인도해주시라고 기도하는 일만 남았다.

일을 시작했다. 중부에 있는 회사여서 대부분 중부 시간대로 근무한다. 나는 서부 기준으로 일해도 된다고는 하는데 리모트 근무니까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면 오히려 여유가 생기니까 이른 시간부터 근무하겠다고 그랬다. 지금까지 일해본 회사와는 또 사뭇 다른 문화라서. 주변에 어떻게 일하는지 분위기는 어떤지 읽고 내 속도를 맞춰가야 하는데 아무래도 리모트라서 그런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잘 적응해서 좋은 결과 만들고 싶다.

일을 오랜만에 해서 걱정이 많았다. 뒷마당 정리한 이후로 손이 부실해졌다. 줬다 피는 동작이 잘 안될 때가 종종 있는데 그나마 타이핑 할 때는 괜찮다. 재활 운동을 계속 해야하는데 그냥 운동이랑 다르게 지루해서, 이렇게 생각하면 더 안하겠네. 열심히 하자.

회사서 보내준 랩탑에 개발 환경도 부지런히 구축했다. 오랜만에 뭔가 설치하는 화면을 멍하니 보고 있으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코딩도 걱정이다. 그 사이 뭔가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일을 쉰 것이 몇 년인데 다 기억하고 있을까, 기억이 날까. 내 경력이 헛경력 안될려면 좋은 결과 만들어야 할텐데. 그러면서도 막상 프로젝트를 시작하니까 걱정과 다르게 손이 움직였다. 돈 받고 한 일은 잘 안까먹는다는 얘기도 생각나고. 그렇게 첫 주 보냈다.

내 우선 순위는 학교니까 만약 일이랑 학교 중에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학교를 선택하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나는 일 중독인지 일이 너무 좋다. 할 일을 적어두고 혼자 몰두하거나 동료와 함께 하나씩 해결하는 과정이 너무 즐겁다. 학교 시작하면 둘 다 병행할 예정이라서 벌써 걱정이 앞선다. 무엇보다도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을까 염려스러운데. 체력도 만들어야 하고... 할 일이 많다.

늘 할 일이 많다.

책 읽는 것 기록하고 싶어서 작게 트래킹 페이지를 만들었다. 짧게 읽은 부분 기록하고 읽은 것 정리도 하고. 작은 목표로 잦은 작은 성공을 만들자, 스몰빅에서 얻은 팁이다.

여기 부스러기도 자주 생각도 정리하고 글쓰려고 만든 공간인데 자주 써야지 마음 먹으니까 더 쉽지 않은 것 같다. 좀 더 마음을 편하게 먹어야지! 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도 별로 편한 마음가짐 아닌 것 같은데. 이율배반의 삶을 살고 있다.

잘하자,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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