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작업이 끝난 이후로 먼지 수집기 역할을 하던 Dell XPS 13을 어제 중고 거래로 정리했다. 검트리에 올렸더니 온갖 사람들이 700불 800불을 깎으려 들어서 한동안 스트레스였는데 한 달 만에 올린 가격에 산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XPS 13도 좋은 노트북이다. 16GB 램도 올릴 수 있고 리눅스를 설치해도 전혀 문제 없이 구동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정을 붙여보려고 애썼는데 몇 가지 거슬리는 부분이 있어서 영 적응을 못했다.
- 키보드가 좀 이상하다. 키감이 얇은 것 이상으로 뭔가 이상하다. 처음 받았을 때는 몇몇 키가 눌리는 느낌이 없어서 키보드 교체를 받았었다. 눌리지 않은 증상은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어색했다.
- 터치패드. 마우스 연결하기 위해 블루투스 켜는 용으로 달아놓은 수준. 물론 마우스를 들고 다니면 되겠지만…
- 고주파음이 상당히 거슬렸다. 이전 글에서도 썼지만 조용한 곳에서는 너무 잘 들린다. 노트북은 자기 전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데 일정한 고주파음도 아니고 스크롤 할 때마다 노래하듯 나는 소리는 참기 힘들었다.
- 발열이 상당히 거슬린다. 게다가 펜이 돌기 시작하면 컴퓨터 끄기 전까지는 펜이 멈추지 않는다. 겨울에는 덕분에 따뜻했다.
- 베터리 인디케이터가 지나치게 들쑥날쑥하다. 이건 하드웨어 문제인지 윈도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남은 퍼센트나 시간 표시만 믿었다가는 들고 나가서 켜자마자 죽는 것을 볼 수 있다.
- 노트북 무게중심이 잘못된 것인지 한 손으로 뚜껑을 들어올릴 수가 없다.
- 충전하면 어뎁터에 빛이 들어오는데 상당히 거슬릴 정도로 빛이 밝다. 불 끄면 거의 무드등 수준.
적고 보니 엄청 까탈스러운 사람이 된 기분이다. 물론 좋은 부분도 있었다. 디스플레이도 엄청 좋았고, 화면 터치도 가능했고(거의 쓰진 않았지만), 무엇보다 가격대비 스펙은 상당히 높다. 애써 친해지려고 노력했던 그간의 노력 때문인지 물건 건내주고 돌아오는 동안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속도 시원하긴 하지만.
한동안은 크게 노트북 쓸 일이 없으니 이직한 후에 교직원 할인 받아서 애플 제품을 사던지 할 생각이다. 맥북 에어를 사용할 때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도 불편하다고 느껴보지도 못한 부분에서 너무 시달린 터라 그냥 맥북을 사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