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의 호주 생활이 끝났다. 여전히 멜버른에서의 커피가 그립다. 어디서 마셔도 (공항 빼고)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멜버른은 맥심 커피믹스만 알던 내 커피 취향을 완전히 바꿨다. 매일 까다로운 날씨긴 하지만 항상 깨끗한 공기에, 사람들은 친절하고, 가까이에 맛있는 카페와 식당이 많았던 멜버른은 불쑥 생각날 때가 있다.
그래도 미국으로 와서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에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동안 밀린 숙제하듯 함께 하고 싶었던 일을 했다. 소소하게 영화도 보기도 하고 주말에 함께 교회 다녀오고 카페를 가기도 한다. 그 사이 가족도 한번 다녀가서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냈다. 이곳으로 온 이후에는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정말 순식간에 연말이 왔다.
매년 성장에 대한 불안감과 스스로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것 같아 아쉽다. 단순히 기술과 지식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과거의 나보다 인격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갖추고 싶은데 이도 쉽지 않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지 작은 것에도 항상 감사하게 여겼는데 예전의 내 모습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내 모습에서 내가 원하는 모습을 찾지 못하다 보니 더 겉돌기만 한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그렇다.
여전히 무슨 공부를 할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 방향을 쉽게 고르지 못하는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난 기간 동안 벗어나고 싶던 일을 계속한 탓에 경험적으로 몸을 사리는 것 아닌가 싶다. 조금이라도 더 살펴보고 경험하고 도전해야 하는데 왜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지. 작년과 올해 내내 복잡한 일이 많아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그래서 더는 스트레스받지 않아도 될 상황에도 관성적으로 불편한 마음이 계속 드는 것 같다. 이런 감정을 훌훌 털고 다시 부지런히 달리고 싶다. 달라지는 모습을 기대하고 또 그 변화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예전보다 감사하는 마음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감사하는 과정에서 지금 내 상황이 어떤지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긍정적인 인식과 방향을 만드는 데서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외부의 변화를 바꾸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나 자신이 어떻게 인식하고 반응하는가도 분명 중요하다. 새해에는 내 상황과 변화에 대해 감사하는 태도로 무장하고 싶다.
그래도 든든한 아내가 곁에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내 짐을 나눠 들어줘서 고맙고, 동시에 미안하다. 아내 곁에서 아내의 강인함을 배운다. 새해에는 아내만큼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
2019년도 기대하고 감사함으로 달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