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장인어른께서 야속하게도 소천하셨다.

장인어른은 정말 평생 일만 하셨다. 차량정비를 하셨는데, 주6일 출근하시고도 주말엔 교회 이웃들 차를 봐주셨다. 덕분에 주말엔 교회처럼 붐볐고 장인어른의 유일한 휴일도 출근한 날과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수 십 년 일하셨으니까, 은퇴 후에는 좀 편히 쉬고 즐겁게 시간 보내시길 온가족이 바랐다. 여행도 다니시고, 맛있는 것 찾아 드시고, 은퇴하고 시간을 그렇게 보내는 주변 사람들을 보며 그런 은퇴를 꿈꿨다.

은퇴 직후에 암 진단을 받으셨었다. 장모님도 암으로 오래 투병하셨지만 이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잘 지내고 계시니까, 우리도 모두 소망을 갖고서 치료를 이어갔다. 항암치료 후엔 경과가 좋을 때도 있고 하루 종일 누워계실 때도 있었다. 장기를 떼어 낸 이후에 투석도 시작했다. 점점 더 힘들어 하셨다. 음식도 도통 드시지 못했다.

우리 삶의 우선 순위도 당연히 달라졌다. 왕복 세 시간 거리를 매주 한 두 차례 다녀왔다. 나도 모든 걸 다 붙잡고 있을 수 없었다. 회사도 정리했고, 마지막 순간에는 학업도 잠시 미뤘다. 마음이 복잡했다. 내 일상을 잠시 미루는 것이 다시 건강해질 거라는 믿음을 놓는 기분이 들어서.

조금이라도 나아질 기미가 보일 때마다 모두가 기뻐했다. 잠시 나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했다. 그러다 병원에 입원하셨고, 기쁜 날보다 눈물 고이는 날이 점점 많아지다가, 더이상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 집으로 모셨다. 그러고 얼마 지난 후에 집에서 눈을 감으셨다.

추모예배는 장모님 다니시던 교회에서 해주셨다. 장모님은 본당에서 하면 큰 공간에 너무 빈 자리가 많을까 걱정하셨는데, 걱정이 무색하게도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셨다. 아픔 없는 하늘나라 가셨으니까, 우리도 다시 만날 날 기약하자는 말씀이 유난히 모난 돌처럼 느껴졌다. 신앙인으로 당연한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계실 때 잘해드리지 못한 순간들이 왈칵 쏟아졌다.

장인어른은 처제네가 있는 텍사스로 모셨다. 미국식이라서, 하관 전에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는 시간이 있었다. 한동안 아프고 힘든 모습만 봐서 그런지 평온한 모습이 낯설었다. 처제네 친정과 함께 말씀과 기도를 나누며 하관식을 마무리했다. 그러고서 모두 밥먹으러 근처 순두부집을 갔다. 모든 게 끝나고 나니 뭐가 그리 급하셨나 화도 나고, 본인이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나는 뭘 원망하나, 하는 앞뒤 없이 복잡한 생각 속에서 하얀 순두부를 떠 먹었다.

나조차도 문득문득 생각나는 장인어른 모습에 가슴이 답답했다. 울다가 자는 날도 많았다. 아내나 처제나 장모님은 어느 정도일지 짐작도 할 수가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 좀 괜찮아지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것 말고는 감정을 추스릴 방법이 없었다. 몇 달이 지났고 조금은 나아졌을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여전히 가슴이 죄어오는 기분이 들지만, 괜찮아지겠지. 민경씨는 회사에 바빴고 나는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장모님은 처제네와 우리집을 오가며 계시다가 처제네 둘째 출산으로 당분간은 거기서 지내시기로 했다.

이 어려운 순간에도 고마운 손길이 많았다. 힘든 시간 위로해주신 분들께 너무나도 감사하고. 이웃과 공동체를 돌보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아직도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날은 멀거나 아니면 다시는 예전같아 질 수 없을거란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괜찮을 거란 용기를 얻어간다. 우린 서로가 있고 서로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 줄 수 있으니까. 이웃이든 가족이든.

Father’s day라서 장인어른 보러 가는 길이다. 매년 숯불에 갈비 구웠었는데, 거기서도 좋아하시는 것 잘 드시고 계셨으면 좋겠다.

3월 27일부터 30일까지 3박 4일 (+1 레드아이) 일정으로 뉴욕 여행을 다녀왔다. 그동안 가정사에 큼직한 일이 줄줄이 있어서 어딜 가지 못하다가 조금은 갑작스럽게 리프레시 여행을 결정하게 됐다. 뉴욕은 민경 씨와 처음 만난 곳이라서 더욱 추억할 거리가 많았다.

오랜만에 하는 여행이라서 기대하는 마음보다도 얼떨떨함에 걱정이 조금 앞서기도 했었다. 둘 다 체력도 조금 유리인데다 잘 체하기도 해서 꽉 체운 일정을 우리가 잘 지킬 수 있을까 했는데 잘 짜인 계획 덕분에 유연한 대처도 가능했던 것 같다.

생각보다 사진을 많이 못찍었는데, 다음 스마트폰으로 교체하고 나면 더이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카메라 즐겁긴 하지만 점점 번거롭게 느껴지는게 아쉽다. 예전에 비해 또 사진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지기도 했고.

계획할 때는 이게 마지막 뉴욕 여행이 될 것이란 얘길 하면서 일정을 짰는데 여행 후에는 우리 결국 못 본 곳들 많아서 적어도 다시 한 번은 와야겠다는 얘기를 했다.

Apartment Building from the TV Show Friends

커피

큰 기대 없던 곳까지도 커피가 맛있다니, 집에 와서도 뉴욕서 마신 커피 얘기한다.

  • %Arabica NY 30 Rock: 이곳저곳에 매장이 많길래 늘 궁금했는데 숙소 바로 옆이라서 들렸다. 레드아이 직후에 마신 커피라서 기억이 좀 가물가물한데 무난한 편이었다.
  • WatchHouse 5th Ave: 여기도 숙소 근처여서 MoMA 갔다가 들렸는데 아마 여행 중 간 곳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다. 가격대가 높긴 했지만, 브루커피 마저도 산미가 좋아 만족스러웠다.
  • Pavé NYC: 숙소 근처였는데 아침 식사 겸 들렸다. 페이스트리도 꽤 괜찮고 커피는 산미가 강하진 않았지만 제공되는 음식과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말차 까눌레 처음이었는데 정말 좋았다.
  • Variety Coffee Roasters Upper east side: 이곳저곳 있는데 구겐하임 갔다가 들렸다. 고소함 정말 강하고 끝에 좋은 산미가 있었다. 춥다 못해 비가 온 날이었는데 카페인으로 센트럴 파크를 씩씩하게 걸었다.
  • Bar Pisellino: 인스타그램에서 이뻐 보이길래 간단하게 아침 먹을 겸 들렸다. 이탈리아풍으로 꾸며둔, 조그맣고 귀여운 공간이었다. 점심 전부터 칵테일 마시는 사람도 꽤 있었지만 우린 크로아상이랑 샌드위치, 커피 다 깔끔하고 좋았다. 우린 언제 이탈리아 가보지 얘기 하면서.
  • OSLO Coffee West Village: 사실 웨스트 빌리지에서 Pisellino에 갈 지 이 곳에 갈 지 고민하다가 지나가는 길 근처라서. 조그맣고 귀여웠다. 바디감 있는 쪽이긴 했지만 균형있는 맛이 좋았다.
  • Drip Coffee Makers in Clark Street Station: 덤보에서 브루클린 다리 구경하고 동네 구경 삼아 걸어간 곳이다. 정말 지하철 역사 안에 있는 카페였다. 푸어 오버 해달라고 하니 몇 가지 선택지도 있었고, 역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커피 내리는 걸 기다렸다. 뉴욕 지하철 답게 너저분한 분위기인데 이런 곳에서 카페를 한다니 너무나도 신기했고, 커피 내리는 사이에도 에스프레소 사가는 사람도 있고. 그렇게 내린 커피는 여행 내내 다시 얘기할 정도로 맛있었다.
  • Birch Coffee Upper East: 메트로폴리탄 보고 나와서 마지막으로 마신 커피. 고소하고도 베리류 산미가 있어서 너무 좋았다. 게다가 카페에 레밍턴 케이크를 팔고 있어서 너무 신기했다.

음식

  • Blue Willow: 맛있게 매운 사천 음식점. 예약 없이 갔다가 자리가 없길래 주문하고 픽업해서 숙소에서 먹었다. 우리 매운 음식 잘 먹지도 못하면서 너무 많이 시킨 거 아닌가 했는데 세상 깔끔하게 먹었다. 사천식 오이샐러드, 마파두부 등등 다 맛있었다!
  • Gallaghers Steakhouse: 그래도 뉴욕이니까 스테이크하우스를 가봐야지 싶어서 유명하다는 곳으로 예약했는데...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 Magnolia Bakery: 민경 씨가 지난 번 왔을 때 분명 먹었다고 하는 바나나 푸딩인데 난 먹은 기억이 없다고 맨날 투닥거리던 곳. 그래서 이제 제대로 먹고 제대로 기억하기로 했다. 맛있었다! 푸딩이란 게 젤로 같은거 생각했는데 그건 또 아니구나 신기했다.
  • Agi's Counter: 가까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멀어서 놀랐다. 브루클린 어딘가 있는데. 메뉴 너무 다 생소하고도 맛있었다. 멸치 얹은 데빌드 에그도 맛있었고 보보 치킨, 알감자 튀김에 올리브유 얹은 블루베리 치즈케익도. 모든 음식이 낯설 정도로 달랐는데 요즘도 자기 전에 이때 먹은 것 얘기한다.
  • Corrado Bread & Pastry on Lex 90th: 메트로폴리탄 가기 전에 아침으로 먹었는데, 뉴욕집밥(?) 분위기로 오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전시/공연

  • MoMA: 첫 뉴욕 방문 때에도 왔었는데, 그때보다도 훨씬 많은 인파가 있었다. 어느 공간에나 사람이 많아서 좀 정신 없이 구경하고 나왔다. 대신 스토어에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책 살펴보는데 더 시간을 썼다.
  • Guggenheim: 예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는데 상설 전시가 아닌 특별전을 하고 있어서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잘 보지 못하던 작품도 많아서 인상적이었다.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 정말 방대했다. 이번이 마지막 뉴욕 여행이다 했는데 메트로폴리탄 때문에 또 와야겠다고 얘기했다.
  • Wicked - Gershwin Theatre: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보는 게 지난 뉴욕 여행 때 마음에 걸렸다고 해서. 공연 본다고 줄 서 있는데 투덜거리던 사람들이 많아서 덩달아 짜증났는데 막상 들어가서 너무 즐겁게 봤다. 정말 모든게 초록초록했다! 초록색 덕후인 민경 씨는 에메랄드 시티로 이사가자며 초록색 꿈을 꿨다.
  • Mahler Chamber Orchestra: Mitsuko Uchida - Carnegie Hall: 오케는 정말 오랜만이라서, 예전에 관악 부지런히 하던 것도 생각이 나고. 가슴뛰는 공연이었고 신선하고 재밌었다.

이곳저곳 이것저것

  • Three Lives & Company Bookstore: 우연히 들어간 책방인데 사고 싶은 책을 또 잔뜩 살펴보다 왔다. 언제 다시 책 읽는 삶으로 돌아가지? 그것보다도 이것저것 사서 꽂아둘 공간을 갖고 싶은 마음도 컸다. 조그마한 책방인데 마음에 드는 책은 어찌도 그리 많았는지.
  • Apartment Building from the TV Show Friends: 정말 프렌즈를 촬영하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매 에피소드마다 나오던 그 건물을 보고 왔다. 우리 말고도 사람 많았고 사진 찍는 사람도 많더라. 웨스트 빌리지 귀여웠고 정말 프렌즈 주인공들이 살고 있을 것 같은 동네였다.
  • Brooklyn Bridge, Dumbo, Jane's Carousel: Past Lives를 재밌게 보기도 했어서 다녀왔다. 사람이 정말 많았지만 영화 내용도 또 새록새록 나고. 가기 전에 지하철을 반대 방향으로 타서 한 번 낼 돈을 두 번 내는 에피소드도, 나중에 생각하면 웃길 거야, 했는데.
  • LEGO Store at Rockefeller center: 둘이 처음 뉴욕 왔을 때 들렸던 겸 해서 다녀왔다. 디자인만 하면 피겨 블럭에 출력해주는 서비스는 신기하고 재밌었다.
  • MUJI: 산타모니카에 갈 때마다 종종 들렸는데 아쉽게도 폐점되어서 추억 삼아 숙소 근처에 있던 무지에 다녀왔다. 소소하게 잠옷과 이것 저것 구입. 그러고 나오니 뉴욕의 찍찍이를 잔뜩 봤다.
  • Mure + Grand™: 귀엽고 핑크했던 스토어.
  • Bounce: 짐 맡겨주는 서비스인데 덕분에 숙소로 다시 돌아가는 동선을 줄일 수 있었다. 우리 숙소에 불만이 많았던 탓에 짜증이 많이 나 있던 상태였는데. 여행 중 최고 유용했던 서비스.

이야기클럽에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긴장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잘 정리해주셔서 다시 읽는 즐거움도 있네요. 늘 즐겁게 읽고 있었던 터라 더욱 영광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회고라고 말하기엔 그냥 이렇게 살았더라 정도가 되는 것 같아서, 회고 대신 업데이트로 제목을 붙였다.

2022년은 생각보다 더 바빴다. 아무래도 변화가 많은 해가 될 예정이라서 굵직한 계획만 있었지 세세한 일은 여유를 갖기로 마음 먹었었다. 전반에 보냈던 시간을 지금 생각하면 후반은 얼마나 치열하고 정신 없었는지, 다음 학기가 시작된 지금도 차분한 마음 갖기가 쉽지 않다. 결과만 보면 모든 일을 잘 해냈지만 여전히 내 자신을 돌보는 것에 소홀했던 것 같다.

늘 여행으로 올 때마다 살고 싶은 동네라고 노래하던 샌디에고에 이렇게 와서 살게 되었다. 학업과 업무 사이에서 아직 제대로 적응 못하고 정신없이 치여 지내고 있다. 새로운 학교에서 겪는 좋은 학습 환경과 인프라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완전 리모트로 근무하고 있는 현재 회사 이야기도, 그 외 두루두루 쓰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았는데 차분하게 앉아서 글을 적을 여유가 이렇게도 없다. 난 글 쓰면서 생각도 정리하고 그래야 하는 사람인데 글을 못쓰니까 더 정신 없이 시간이 지나버린 것만 같아 아쉽다.

일정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도되는 삶을 사는 것이 2023년 목표다. 지금도 충분히 많은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자꾸 앞서서 괴롭힐 때가 자주 있었다. 2023년에는 스스로를 못살게 구는 나와 결별하고, 칭찬과 응원 더하는 나 자신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수많은 도움 속에서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늘 상기하게 된다. 정신없고 바쁘던 과정에서 잠깐 떨어져서 지내기도 했어야 했던 민경 씨에게 가장 미안하고 고맙다. 슬쩍 회고를 안쓰고 넘어가려는 맘도 있었는데 그래도 써야 한다고, 짧게라도 이렇게 글을 쓰니까 생각이 확실히 정돈되는 느낌이다. 나를 너무나도 잘 아는 사람과 함께하는 일은 이렇게 감사할 일의 연속이다.

2023년에는 현재를 건강하게 잘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이 도시에서 지내는 동안 별 탈 없이 즐겁고 평안했으면 좋겠다.

월별 있던 일

  • 1~2월: 편입 서류 지원, 결과를 기다리는 삶. 빠듯하게 들은 수업 덕분에 한 학기 여유가 생겼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 3~4월: 뒷마당 조경 공사, 트럼펫 연습
  • 5월: 커뮤니티 컬리지 졸업
  • 6월: 취업, 리모트로 업무 시작.
  • 7~9월: 일, 샌디에고 이사 준비 및 이사.
  • 10월: 편입한 학교에서 첫 학기 시작. 토이 프로젝트로 안드로이드 런처 만들기도 진행.
  • 11~12월: 바쁜 삶으로 2022년 마무리. 쿼터제로 운영되는 학교라서 학기가 훨씬 정신 없이 지나갔고 이제 좀 정신 차리니 1월 중순이 되어버렸다.

새로 만난 기기

  • Gaggia Classic Pro: 정말 오랜 기간 노래를 부르던 에스프레소 머신을 드디어 구입했다. 정말 매일 사용하다시피 하는데 가끔 커피에 밤잠 설치는 날도 생겼다. 기계도, 그라인더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신선한 원두였다!
  • Apple AirPods (3세대): 선물로 받았다. 무선이 이렇게 좋구나 🎵
  • Amazon All-new Kindle (2022): 기존에 갖고 있던 1세대 페이퍼화이트를 반납하고 할인 받아 교체했다. 정말 가볍고 작아서 어디 다녀도 꼭 들고 다닌다. 읽을/읽고 싶은 책은 늘 많은데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부족하다.
  • Amazon Fire HD 8 Plus (2020):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으로 구입했고 집에서 미디어 소비용으로, 사용하지 않을 때는 시계로 사용되고 있다.

수집한 메모들

글을 많이 쓰지도 못하고 읽는 것도 많지 않았던 해지만 작게라도 읽고 정리하는 일은 꾸준하게 할 수 있었다. 때때로 다른 감정에서 남겨둔 메모라 서로 상충하기도 하지만, 오래 기억하고 싶은 줄글을 여기에 붙여둔다.

그림이든, 운동이든, 산책이든, 노래부르기든, 춤추기든. 잘 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장인이 되려는 게 아니다. 우리는 살려고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 너무 참고 절제해도 좋지 않아. 너의 두뇌를 위해서

케이크 한 조각을 서로 아끼며 잘라 먹다 보니 어찌어찌 버텨지고, 버텨지니까 열정이 생기고 노력을 하는 거예요. 케이크 한 조각 놓고 쪼개 먹는 건 그만하고 홀케이크 굽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많은 업계에 그 연습이 안 돼 있는 것 같아요. — 문명특급 홍민지 PD 인터뷰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발명하는 것입니다. — 미래를 예견하기

좋지 않은 프로그래머는 “코드”에 대해 걱정하고 좋은 프로그래머는 “데이터 구조”와 그것들의 관계를 걱정한다. — 리누스 토발즈가 말하는 좋은 프로그래머

좋은 PR을 만드는 건 결국 좋은 리뷰입니다. — 오픈소스 프로젝트에서 배운 코드리뷰

일을 하다보면 뭔가 적당히 이야기 되지 않고 어딘가에 찝찝함이 남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 찝찝함을 명쾌하게 가시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그게 정말 힘들거든요. 이런 부분을 매끄럽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 그때 저는 제가 성장했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 무엇을 만들어도 제대로 만드는 사람

프로그래밍 언어를 둘러싼 종교들에 빠지지 말고, 언어의 참 목적은 재밌는 일을 하는 도구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 — 오랜 프로그래머로부터의 조언

사람이 자신을 연민하기 시작하면 어른의 성장이 더뎌져요. 그 시절은 끝났고 저는 거기서 나왔어요. 현재에 집중하지 않으면 그때를 복구하는 삶밖에 되지 않고 어린 시절의 손해를 어른이 갚아야 해요. — 정지음 작가의 위로법

대충 1일 1시간은 공부해야 일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을 얻을 수 있고, 2시간은 써야 현재 트렌드 내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구할 수 있고, 3시간은 써야 남들이 안하는 창의적인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아주 두리뭉실하게 하는 얘기. — 어엉부엉님 트윗

어떤 분야에서 깊이를 가져 본 사람은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 던져져 새로운 일을 하더라도 답을 찾아내고, 누구의 도움이 필요한지를 포착하기를 더 빠르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여전히 진로고민 : 확신은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요?

Skepticism should also apply to yourself. You are also fallible, and you should acknowledge this. Be your number one critic. Spotting your mistakes first is extremely beneficial for your personal growth, and it also gives others less chance to criticise you. — Lessons Learned After 20 Years of Software Engineering

고개 쳐박고 오랫동안 공부한다고 성장하지 않는다. 자기객관화, 인정, 수용적인 태도가 깔려있어야 비로소 성장할 준비가 된다. 피드백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성장할 수 없고, 성장하지 않으면 그 끝은 도태됨이다. — minieetea님 트윗

자아와 자기인식은 많은 문제를 낳으며 우리 삶을 필요 이상으로 힘들고 불행하게 만듭니다. 자기 생각 자체를 줄여야 해요.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할 때만 하는 겁니다. — 나는 왜 내가 힘들까

기술의 너머와 선택의 이유에 호기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무엇을 위해 코드를 써내려가고 있는지 잊지 않기. 나를 위해 정리하고 기록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ㅡ 듣되 맹신 않기

재능은 선택할 수 없지만 꾸준함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꾸준히 출석하는 애는 어김없이 실력이 늘었다. 계속 쓰는데 나아지지 않는 애는 없었다. — 재능과 반복

조급함을 다스리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꾸준히 노력을 하면 언젠간 찬찬히 빛을 발할 거라는 믿음과 중심을 잃지 말고, 내 커리어랑 인생을 길-게 보자. 오늘 내일하고 그만 둘 거 아니니까. — 네트워킹, 커피 챗 중 가장 자주 들었던 조언들

아무래도 개발에 관해서 많이 쓰다보니 마치 개발 블로그처럼 되어버려서, 개발 아닌 것을 쓰는데 이상한 죄책감 비스무리한 게 종종 괴롭혔다. 그래서 그동안 포스트를 쓰지 않는 대신에 이런저런 부수적인 페이지를 많이 늘리고 있었다. 텀블러처럼 작은 글을 올릴 공간을 부스러기라고 붙여놓고 올리기도 했다. 페이지가 옆으로만 늘어나고 관리되지 않는 기분이 들어서 모두 블로그 포스트로 변환했다. 모든 기록을 포스트로 남기고 분류를 잘 하는 쪽으로 바꾸기로 했다. 분류 태그도 정리했다. 차분한 분위기를 내고 싶어서 서체도, 색상도 잔잔하게 선택했다. 조금 정돈된 느낌도 들고.

다른 플랫폼도 많고 도구도 많은데 직접 쓰는 블로그에는 유독 집착 내지는 애착이 간다. 이렇게 가끔 페이지를 다듬으면서 또 열심히 써보자 다짐한다.

그렇다고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닐 뿐더러 나중에 다시 보면 부끄러운 글도 분명 많다. 예전엔 부끄러운 글 많다고 폭파하는 일도 잦았는데 그런 모습도 결국 다 내 모습이었다. 되고싶은 모습이 있는 것도 좋고 그런 모습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의 나를 가릴 필요는 없었다. 그런 마음가짐 이후에는 조금은 홀가분한 기분으로 글을 쓴다. 아무렴 뭐 어때, 그런 태도로 산다. 태도가 달라지니까 예전보다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물론 어려운 마음이 쏟아지는 일이 아예 없어진 것은 아니다. 어디서 숨어 있다가 피곤함이 몰려오는 날에는 함께 뛰쳐나와서 온 정신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예전 같으면 그런 감정 충돌에 심하게 휘말렸다. 지금은 그 때와는 다른 나와 산다. 아무렴 뭐 어때, 그냥 그런 날도 있는 것이다.

잔잔하게 더 많은 글을 쓰면서 지내고 싶다.

정말 바쁘게 2021년을 보냈다. 수업 하나가 정말 힘들었는데 기말까지 다 끝내고 나서도 점수 걱정에 스트레스가 많았다. 1월이야 돼서야 해가 지나간 것이 조금씩 실감나기 시작했다. 이런 저런 일이 많았고 심적으로 쉽지 않았던 해였지만 잘 끝낸 것에 감사하다.

학업

  • 커뮤니티 컬리지 3학기 (봄, 여름, 가을) 수강
    • 가을 학기가 이 학교에서 마지막 학기였다. 2019년 가을부터 총 95유닛을 수강했다.
    • 이제 편입 지원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 지원이 다 끝난 것 아니라서 당분간 편입 서류에 바쁠 예정이다.
    • 마지막까지 높은 GPA를 유지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편입도 좋은 결과로 이어졌음 좋겠다.
    • IGETC를 마무리했다! (CS, Math, Physics AS-T)
  • 온라인/하이브리드 수업
    • 벌써 온라인으로 전환된지 2년차인데 이번 가을 학기는 하이브리드로 일부 출석 수업이 있었다. 학교 나가는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 온라인 오프라인 수업 모두 잘 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그냥 유튜브 링크만 올려주는 수업도 있었다. 점수를 잘받는 것과 무언가를 배워 가는 것 사이에서의 괴리.
  • 수학이랑 물리에서 재미 찾기
    • 과목이 재밌다고 느끼는건 결국 어떻게 가르치냐 너무 중요한 것 같다.
    • 봄학기엔 수학 너무 힘들었고 가을학기엔 물리가 참 힘들었다.

프로젝트

  • 웹사이트 수정
    • 이번엔 이론 수업이 많아서 학기 내에 코드를 작성할 일이 거의 없었다. 뭔가 프로젝트로 만들기에는 들어야 할 수업과 과제가 쏟아지는데 잠깐 코드를 할 만한 그런건 결국 웹사이트 만지는 정도.
    •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 타이머 업데이트
    • 학기가 끝나고 나서 타이머를 업데이트했다. 그동안 라이브러리가 많이 달라진 탓에 수정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 이제 앞으로 방향을 어떻게 잡고 기능을 추가할지 고민하고 있다.

여행

  • 시애틀
    • 코비드 걱정이 커서 여행은 커녕 외출도 잘 안하고 있었는데 민경씨와 나 둘 다 너무 스트레스 받고 있어서 짧게나마 시애틀을 다녀왔다.
    • 비가 연중 내리지 않는 동네에 살아서 여행 내내 비도 오고 그랬지만 너무 좋았다.
    • 기대한 것보다 더 아기자기하고 귀여웠던 동네.
    • 커피 맛있었다. 지나치게 많은 카페인을 섭취했지만 여행이니까 괜찮다고 서로 얘기하면서 또 커피를 마셨다.
    • 반가운 사람들 봐서 좋았다. 처음 봐도 오래 본 것 같은 기분.
    • UW도 둘러봤다. 너무 이쁜 캠퍼스, 분위기에 반했다.
  • 텍사스
    • 처제네 방문이 잦아져서 텍사스는 자주 가게 되었다.
    • 매일 조카 크는 것 보는 재미에 온 가족이 즐거워하고 있다.
    • UT Austin도 둘러봤다. 도서관이 인상적이었다.

건강

  • 염증으로 치아 제거 및 임플란트
    • 갑자기 얼굴이 2배가 될 만큼 부어올라서 급하게 ER을 가게 되었다.
    • 발치 이후에도 밥도 잘 못먹을 정도로 아파서 몇주 고생했다.
    • 민경씨가 이 시기에 특히 고생해서 많이 미안했다.
  • 코비드 백신 3차까지
    • 백신 맞았지만 여전히 외출은 자제하고 있다.
  • 운동 거의 못함
    • 연초에는 저스트 댄스 부지런히 했는데
    • 체력이 부족해서 그런지 스트레스에 더 무력했던 것 같다.
  • 새 양치 방법
    • 박창진 치과의사님 영상을 본 이후로 양치 방법도 바꾸고 치간칫솔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 여기에 이걸 왜 적냐면... 대만족해서 그렇습니다.

취미

  • 목공
    • 이사를 갈 가능성이 높아져서 짐을 줄여야 할 상황이라 더 만들지 않고 있다.
  • 트럼펫
    • 처음에는 전혀 소리도 나지 않아서 답답했는데 결국 꾸준하게 연습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 레슨은 온라인으로 두 차례 정도 가졌는데 연습 루틴을 짜고 그 루틴 따라서 연습하고 있다.
    • 롱톤, 롱톤, 롱톤. 모든 관악기의 운명일까.
  • 식물 키우기
    • 식물 잘 죽이는 편이라서... 쉽게 잘 자라는 애들만 키우고 있다.
    • 스트레스 받는다고 트윗멍하면 스트레스 더 받는 얘기가 많아서. 학기 중에 식물멍 하는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
  • 사진
    • 예전에 비해 피사체가 많이 달라졌다. 2021년엔 가족행사 사진을 정말 많이 찍었다.
    • 그동안 큰 렌즈를 쓸 일 없어서 안샀는데 행사용으로 Sigma 35mm 장만하고 조명킷도 마련하게 되었다.
    • 봄학기에 사진 수업을 들어서 Canon AE-1 구입했다. 전자식이라서 베터리가 필수지만 그래도 갖고 있던 FD 렌즈를 다 활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
  • 일상에서 간단하게 들고 다니면서 사용하기 위해 Sony a5000 구입했다.
    • a7r2는 아무래도 부피가 커서 그냥 가방에 넣어놓고 다니기엔 부담스러웠다. 그렇다고 폰으로 찍자니 화질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가 많아서...
    • 소니 렌즈를 다 활용할 수 있는 기종 중 저렴해서 막 쓰기 좋은 기종을 고민하다가 결정했는데 만족스럽다.

감정

  • 학업 스트레스가 컸음
    • 봄학기도 가을학기에도 수업 하나씩 정말 괴롭게 만드는 일이 있었다.
    • 편입 경쟁률 높은 학과 들어가려면 내가 쓸 수 있는 전략이야 점수 높게 받는 것 외에는 크게 없는 것 같았다.
      • 자연스럽게 점수 하나에 일희일비 하게 되었는데. 여유가 없어서 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다.
    • 현업에서 벗어난 순간부터 공부를 하는게 맞나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데 나만 제자리에 있는 기분은 정말 괴롭다.
    • 당면한 수업과 과제가 내 진로와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과 내가 기대하는 것과의 괴리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컸다.
      • 내가 시간을 제대로 쓰고 있는 것일까.
  • 조각모음
    • 회고 사이클을 짧게 해서 방향을 계속 바로잡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 생각보다 매월 정리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 일상은 반복되는 구석이 많아서 쓸 내용이 고민이었다.
      • 아무래도 학교를 다니고 있으니 수업 듣고 과제 몇 차례 하면 한 달은 금방이었다.
    • 써야지 생각은 하면서도 그 조금 시간 내기가 힘들어서 2, 3달 몰아서 하기도 했다.
    • 연말엔 편입 서류 준비와 수업에 정신 없이 보내서 적지 못했는데 아쉽다.
    • 2달마다 하면 적당할 것 같은데 양식을 더 다듬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 수첩 사용
    • 플래너도 쓰고 앱도 쓰고 그랬는데 올해는 처음부터 수첩 하나에 모든 것 적고 관리하기로 마음 먹고 시작했다.
    • 무선 노트라서 내가 쓰는 것이 양식이 되서 편했다. 필요하면 더하고 안쓰면 빼고. 물론 매번 양식을 적는 일은 귀찮다.
    • 색인이 어렵지만 스티커 탭 붙이면 별 문제 없었다.
    • 그동안 모든 기록을 앱이나 컴퓨터에 했는데 종이에 적는건 무엇보다도 양식 없이 자유롭게 쓸 수 있어서 새로운 경험이었고 만족스럽다.
    • 다른 장점은 폰을 멀리 둬도 문제 없다는 점. 사소한 것 확인한다고 폰을 켜면 유혹이 너무 많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라면 게으름 부릴 틈을 안주는 것도 할 일 먼저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 차라리 제대로 쉴 때 보는게 낫다. 중간 중간 단순한 충동으로 나중에 봐도 상관 없는 것 찾아보는 일, 별로 쉼도 안되고 건강하지 못한 행동 같아서.

고민

학교에 등록하는 순간부터 한 고민인데 수첩에 적어놓고 항상 생각했던 질문이다.

  • 아래 항목이 같은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는가?
    • 지금 하는 일 (하고 있는 공부, 시간 사용하고 있는 일)
    • 가까운 미래에 하는/할 일 (취미, 직업, 활동)
    • 장기적으로 바라보는 내 모습/상태/상황 (가정, 성취, 직함, 명성/명예)

어느 하나에 매몰되어 다른 항목에서 균형을 잃어버리지 않는 일이 너무 중요하다. 이 질문으로 계속 돌아갈 수 밖에 없던건 깨진 균형을 자꾸 보게 된 탓이 크다. 새해에는 무너지지 않기로.

2022년 목표

  • 심적 여유 찾기: 조급함 내려놓고 고민보다 행동으로 옮기는 삶 살자. 긍정적으로 말하고 행동하자.
  • 책읽기: 반려자님과 독서 계획을 세웠다. 저녁에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이 많아서 서로 걱정하던 차였는데 함께 많이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 운동: 올해는 꾸준히 습관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애플 워치 목표를 꾸준히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 여름학기를 가득 들은 덕분에 편입 전 한 학기를 벌었다. 이 기간에 무엇을 할지 오래 고민했는데 결국 그 시간이 될 때까지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했다. 잠깐이라도 일을 구해서 하고 여행도 가고 할 생각이었는데 막상 코비드에 바쁜 삶 살다보니. 이번 달에 좀 주변 정리와 함께 결정하고 싶다.
  • 월간 조각모음을 좀 더 잘 해보고 싶다. 올해도 매월 밀리지 않고 했으면 좋겠다.
  • 수첩에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만들고 싶다. 생각 없이 인터넷, 소셜 들여보는 시간을 좀 줄이는 것으로 이어졌음 좋겠다.

계획을 세세하게 정하고 싶지만 아직 학기 후에 밀려오는 감정적 소요가 커서 좀 여유를 갖기로 했다. 올해는 많은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편입 결과에 따라 다음 회고는 어디서 쓰게 될지 달라질 것 같다. 그동안 열심히 했는데 좋은 결과로 잘 이어졌으면 좋겠다.

학기말 시험이 끝나고 그간 공부한 자료를 스토리지 박스에 넣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작은 일이 그사이 받았던 스트레스를 조금은 평탄하게 해주지 않을까 하고, 배우면 배울수록 부족함을 더 확인했던 시간, 거기에 따라오던 수많은 상념도 담아서 보내버린다, 보내버리겠다는 생각으로 작은 의식을 치른다. 박스가 엄청 무거운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들리진 않는다. 그래도 뭘 하긴 했구나.

아무리 좋은 점수를 받아도 1년을 긴 학기 둘, 짧은 학기 하나로 보내면 내가 여기에서 시간을 이렇게 보내고 있는 것이 맞나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남 생각 안 하고 내 삶만 보자, 내 성장만 보자,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나를 생각하자면서도 어느 사이에 주변을 보고서는 나 자신을 평가하기 바빠진다. 잠깐 기분 전환한다고 소셜 미디어에 가까워질 때마다 결국 이런 비교와 평가가 나를 갉아먹는다. 내게 도움이 되는 부분과 빼앗아가는 것을 늘 저울질하면서, 로그아웃, 로그인, 로그아웃. 이런 지난한 싸움이 매일 로그인 화면 앞에서 반복된다. 체류 시간을 높이기 위해 디자인된 수많은 도구와의 싸움은 지루하게 끝이 나질 않는다. 어찌 됐든 자신을 깎는 고민을 안 하려면 결국 지금 앞에 있는 것만 보고 집중하는 것 말고는 큰 대안이 없다. 그런데도 왜 문제의 답이 가까이 있으면서도 나는 왜 그 답에 쉽게 설득되지 않을까. 꼭 멀리에서 들리는 큰 목소리만 답처럼 들리는 것일까. 아는 답을 듣기 위해서 또 로그인, 로그아웃.

이번에도 얇은 플래너 하나로 학기를 보냈다. 마음에 드는 적당한 규격과 양식의 플래너를 찾지 못했다. 연초에 한국서 큰마음 먹고 사 온 플래너도 결국 흐지부지됐다. 작년에 간단하게 만들었던 서식을 또 출력해서 작은 플래너를 만들었다. 내가 과목마다 얼마나 시간을 써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학기 초에는 플래너에 많이 의존하게 된다. 학기가 절반쯤 지나면 플래너는 체크리스트 역할만 정도지 무슨 요일엔 수학이랑 물리, 무슨 요일에는 무엇, 대략적인 감각이 생기는데 그렇게 루틴에 익숙해지는 순간이 몰입을 돕는 것 같다. 주제에 흥미가 더 붙고 더 알고 싶어졌다. 가끔 달라지는 일정을 플래너에 적고 시간을 조정하다 보면 모든 걸 다 끝낸 것도 아닌데 만족감이 든다.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부담도 적고 적당히 유연한 서식도 한몫한다. 플래너에 적으면 어떻게든 결과를 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단순한 시스템을 갖추고 유지하는 일은 코드 밖에서도 적용된다. 끝난 일은 색칠하고, 못 한 일은 긋고 옮긴다. 그렇게 날마다 펼쳐두던 플래너를 접어서 박스에 같이 넣으면 보람찬 기분과 함께 약간은 헛헛한 기분도 든다.

일상과는 거리가 먼 2020년이고 매일 현실감 없는 뉴스에 절망감을 느낀다. 주변은 건강해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것도 너무 이기적이다 싶을 정도로 매일 올라가는 숫자들에 마음이 아리다. 복잡한 세상에 비춰보면 일상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납작하고 단편적으로 변했다. 불안한 마음에 장 보러 가는 일을 최소로 줄였고 외식하는 일은 전혀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단단히 마음먹고 살다가도 운전하다가 창밖으로 마스크를 안 쓸 자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흔드는 모습을 보고는 망연해진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 전쟁을 치르는 이 땅의 모습은 도무지 익숙해질 것 같지 않다. 나는 이런 사회에서 무엇을,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그런 욕심 내지는 바람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도구와 서비스를 만드는 일에서 효능감이 높다. 그래서 회사 생활에 만족도가 높았었고 공부를 계속 미루던 이유에도 한몫했었다. (다달이 들어오는 월급의 유혹도.)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수업 잘 듣고 과제 잘해서 지적 성장을 도모하고 그 와중에 학점도 잘 챙기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효능감을 느끼는 영역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 되려 괜찮은 점수를 받아도 조금 부족하거나 실수한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더 받는 편이다. 내가 이런 부분에서 스트레스받는다는 점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은 거의 잊다시피 하고 지내고 있었다. 학교 다니면서 다시 코피가 나기 시작했다. 어릴 때도 늘 하루걸러 코피가 나고 그랬는데 인제야 이게 스트레스 지표나 마찬가지였구나, 깨달았다. 이해가 안되는 내용을 이해하려고 시간을 쓰고, 코피가 나서 그걸 막고 있다 보면 자괴감 비슷한 것이 밀려와서 심란해진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이 길을 어떻게든 걸어야 해,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어떻게 만든 기회인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렇다고 그게 쉽게 되는 일은 아니다. 어떤 이유를 만들어서든 매몰되지 않도록 눈을 가리고 가볍게 지나야 한다는 점은 알지만 어렵다. 3학기가 지나고 나니 나름 시스템이 생겼는지 대략 어떻게 준비하고 공부하면 되는지 감각이 생겼다. 그리고 큰 덩어리를 잘게 쪼개서 조금씩 해결하고 성취에 기뻐하고 작은 보상을 계속 준비하는 것만 어려움을 덜어내는 방법인 것 같다. 어쩌면 당연한 말이고 듣기도 많이 들었지만 겪고 체득하기 전까지는 내 것이 아니란 걸 또 배우게 되었다. 아는 것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것도 능력이고 연습을 통해 근육을 쌓아야만 써먹을 수 있다는 것. 부지런히 근육을 만들어야겠다.

비주얼 타이머는 방학이 될 때마다 작더라도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 처음 만들고 나서는 에너지를 너무 많이 쏟아서 기대보다 낮은 성장에 실망했는데 시간이 지나 약간 거리를 두고 보니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학업에 집중하다 보니 이 프로젝트도 조금 더 관망할 수 있어서 마음이 아주 홀가분해졌다. 여전히 엄청나게 많은 사용자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사용하는 분도 꽤 있고 앱이 좋다며 장문의 리뷰와 피드백을 보내주는 분도 있다. 내게는 직장 생활 당시의 감각을 깨워주는 느낌도 있는 데다 내가 원하는 것처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줍는다. 후원으로 받은 소중한 돈으로 내년 애플 개발자 프로그램 비용도 지출했다. 처음 계획했던 범위에서는 앱을 다 만들었기 때문에 무얼 어떻게 개선할지 방향이 고민이다. 안드로이드로도 출시해보고 싶어서 코틀린 강의도 틈틈이 봤는데 다음 업데이트에 안드로이드도 포함되면 좋겠다.

연초에 목표로 했던 것을 적어보면,

  • 책 읽기: 거의 꽝 (< 5권), 대신에 읽기 과제가 많은 수업을 여럿 들었으니까...
  • 운동량 늘리기: 꽝. 애플워치가 생긴 이후로 조금 하긴 했지만.
  • 회고 주기적으로 하기: 꽝. 과제에 치여서 글을 거의 못 씀.
  • 시간 관리하기: 조금 성공. 조금은 더 철저할 필요가 있지 않았나.

내년 내 모습을 생각해보면 여전히 학교에서 씨름하고 있을 예정이다. 수업도 좀 더 어려워질 예정이고 시간도 많이 쓸 일이 생겨서 긴장되지만 지금 해온 것만큼 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상도 빨리 되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운동이나 글 쓰기, 책 읽기는 매년 목표지만 이번에도 또 다이어리 앞 장에 적어본다. 가족과 함께 집에 있는 시간은 판데믹 탓에 많아졌지만 온라인으로 전환된 수업이 대중없이 시간을 쓰게 만들어서 몸만 같이 있고 정신은 저 멀리 떠나있던 적도 많았다. 밖에서는 추억을 만들기 어렵더라도 집에서 무엇이든 재미있는 일을 더 꾸며봐야겠다. 제주에 있는 가족들도 많이 보고 싶지만 한국에는 언제 가게 될지 몰라서 좀 아쉽다.

올해도 수고가 많았다. Stop and smell the roses 🌹🌹🌹.

비행기가 터뷸런스에 요동친다. 2년 반 만에 가는 한국행인데 도무지 잠을 잘 수 없어서 자신 없는 회고를 쓴다. 예전에는 자신 있게 이런 이런 삶을 살았다고 회고도 힘차게 적어갈 수 있었는데 올해는 좀 자신이 없다. 잘한 일도 있고 못 한 일도 있었다. 좋았던 일과 잘한 일에 감사하고 아쉬운 점을 반성하고 내년에는 개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좋았던 일

올해 학교에 등록해서 첫 학기를 보냈다. 영어로 듣는 수업은 처음이라 걱정이 컸다. 학기 내내 잘 할 수 있을까, 잘하고 있는가 고민을 계속 할 수밖에 없었다. 영어 작문 수업에서 누구보다도 유창한 언변으로 의견 내는 학생이라든지, 캘큘러스에서 교수님께 진도 나가지 않은 내용을 질문한다든지, 기초 스페인어에서 교수님과 스페인어로 대화하는 학생이라든지, 나 자신과 비교하게 되는 대상이 너무 많아서 불안함이 더 컸던 것 같다. 다행히 경제 수업엔 그런 학생은 없었고 고등학교에서 들었던 수업도 있고 내용도 재미있어서 의외로 힘이 되는 수업이었다. 캘큘러스는 수리용어를 영어로 잘 몰라서 다른 애들이 하는 질문을 몰래 적어두고는 집에 와서 찾아보기도 했다. 영어 에세이 쓰는 데 정말 오래도록 고민하고도 간신히 낼 때도 있었지만 재미있었다. 난 늘 영어 작문을 못 한다고 생각했는데 매번 써서 낼 때마다 돌아오는 피드백에 자신감이 붙었다. 그런 고민과 자잘한 노력이 통했는지 다행히 괜찮은 성적으로 첫 학기를 마무리했다.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해서 잘 안다는 의미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여전히 티끌만큼 아는 기분이다.

첫 학기를 끝내고 나서 학교에 다녀야겠다는 결정은 정말 잘 내렸다 싶었다. 물론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긴 하겠지만 수업에 명확한 목표가 제시되고, 학습 내용을 물어볼 교수님이 있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많은 과제와 자료를 제공해주는 환경이 너무 행복하다. 학교 가지 않아도 충분히 혼자 할 수 있다는 말을 전공자/비전공자 얘기 나올 때마다 들었는데 그런 얘기에 혼자 해보려다 제대로 끝내지 못했던 경험도, 그래서 스트레스받았던 일도 생각났다. 혼자서 모든 것을 준비하고 배우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을 알아서 그런지 이런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오히려 제공되는 부분을 100% 활용하지 못하는 기분이 들 정도인데 다음 학기엔 더 체계적으로 시간을 관리할 필요를 느낀다. 아직 컴퓨터 관련 수업은 듣지 않았지만 벌써 기대가 된다.

타이머 앱을 출시했다. 만드는 과정에서 주변의 도움도 많이 받았고 출시 이후에도 좋은 사용자도 만날 수 있었다. “앱을 만든다”는 말에 정말 많은 프로세스가 녹아 있었고 이 작은 앱을 만들고 알리는 과정에서도 많은 부분을 배웠다. 앱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만들며 생각했던 목표는 애플 개발자 프로그램 비용만큼 수익 만들기, 다운로드 1만 건이었다. 이번 2019년 12월 30일이 프로그램 만료였고 앱으로 만든 수익으로 연장할 수 있었다. 이 앱에 쓴 시간만큼 외주했으면 훨씬 나은 사정이 되었겠지만... 내년에도 계속 다듬고 업데이트를 진행하게 될 텐데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야겠다.

아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서로 각자 바쁜 삶을 살다가도 저녁이면 함께 마주하고 음식도 만들고 시간도 보낸다는 그 삶 자체가 내게 많은 위로와 힘이 되었다. 지금도 조급함과 불안감이 불쑥 나와서 나를 괴롭게 할 때가 간혹 있지만, 예전보다 많은 안정을 찾았다. 곁에서 보며, 함께 지내며 배우는 것이 많다. 누구보다도 나에게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주는 아내에게 너무나도 고맙다.

아쉬운 점

운동을 완전 않았다. 매달 운동한다고 돈을 내지만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결국 연말에 해지했다.

기록을 별로 남기지 않았다. 트위터에도 그렇고 블로그도 그렇고 많이 뜸해졌다. 그래서 회고하려고 보니 은근 얼렁뚱땅 보낸 해처럼 느껴졌다. 더 많이 기록해서 반성과 개선의 주기를 만들자.

앱 만든다는 핑계로 오픈소스 활동이나 커뮤니티 활동이 거의 없었다. 시간을 좀 더 관리했더라면 이런저런 일을 더 할 수 있을 텐데 결과적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예전보다 큰 시차 탓인지 대화도 어려운 것 같고 감정을 오해하는 일도 잦은 것 같다. 도움이 되지 못하는데 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다. 쇄신이 필요하다!

내년엔,

  • 독서하기
  • 운동량 늘리기
  • 회고 주기적으로 하기
  • 시간 관리하기

매년 책을 더 읽고 싶다고 하지만 제대로 소화하는 책이 거의 없다시피 한다. 책은 계속 사면서도 몇 장 읽지 않고 침대 옆 책장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올해는 어떻게든 일간 독서 할당량을 만들어서 읽어야겠다.

운동 부족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데 식습관도 개선할 필요가 있고 살도 빼야 한다. 너무 뻔한 신년 계획인데 늘 여행을 하고 싶어 하면서도 막상 가면 체력 부족으로 아무것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내 모습이 너무 싫다. 등산도 자주 가고 더 많이 걸어야겠다.

예전엔 그래도 어떻게 지내는지도 글로 쓰고 개선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과제와 시험 홍수에 빠져서 살다 보니 정말 앞에 놓인 일에만 급급하게 되는 것 같다. 회고라고 하니 거창한 것 같지만 짧게라도 주마다, 월마다 정리하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싶다. 이 노력에는 기록도 포함된다. 좀 부지런히 글로 남기고 읽고 복기하고 개선해야겠다.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좀 더 시간을 밀도 있게 쓰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되돌아보면 제대로 계획을 세우지 않아서 낭비한 시간도 적잖은 것 같다. 잦은 회고로 계획을 자주 리뷰하고 개선할 수 있어야겠다.

나에게

누구보다도 내 편이어야 하는 내가 나를 공격하게 두지 말자. 나는 나를 너무 잘 알아서 가장 아픈 부분만 골라서 찌른다. 나에게 친절하게 대하자. 바쁘다는 이유로 주변에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도록 조심하자.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한 전투를 하고 있음을 알고 서로에게 위로하고 힘이 되어주자. 선한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자.


다음 학기는 랩도 있고 시간도 늦게 끝나는 수업이 있어서 저번 학기보다 더 체력 관리가 절실하다. 연계 과목이라 더 중요한 수업도 많은데 좀 더 차분하게 시간을 잘 관리해서 학기를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가을 학기와 봄 학기 사이는 너무 짧다. 짧은 한국 방문이더라도 좋은 에너지로 무장하고 다시 달려야겠다.

노동절 주말에 처제네 보러 텍사스에 다녀왔다. 텍사스는 처음으로 가보기도 하고 처제네도 오랜만에 보는 터였다. 계획을 멋지게 만들어준 덕분에 좋은 시간 함께 보내서 즐거웠다. 짧게라도 사진과 함께 정리했다.

여행 내내 텍사스로 이사를 오는 것은 어떨까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었다. 지진을 피할 수 있다든지, 집값이 저렴하다든지 이런 저런 이야기도 했고. 사람 사는 곳이야 다 장단점이 있고 즐거운 일이야 찾으면 있을테니 난 큰 걱정은 없다. 하지만 이제는 가족이 있으니 혼자서 결정하던 그런 시절처럼 막 결정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권이고, 지나치게 스트레스 받지 말고 감사해야 하는 것이 분명하다.

노동절이라고 학교가 쉬기는 하지만 그런 이유로 과제를 더 내주셔서 여행가기 직전까지 엄청나게 바빴다. 늘 여행 가기 전에 여행지를 엄청 알아보고 공부하고 가는 편인데 전혀 그러지도 않고. 다녀와서도 바뻐야 하는데 지금 사진 정리한다고 이렇게 시간을 쓰고 있어서 글 올리고 다시 과제의 세계로 들어가야 하는 운명... 😇😇

이번 여행에는 카메라를 들고 가지 않고 스마트폰으로만 사진을 찍었다. 결과물에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가볍게 다닐 수 있어서 좋았다. 아쉬움 49%, 편함 51%. 앱은 모먼트로, raw 촬영했고, 라이트룸으로 편집했다.

LAX는 올 때마다 복잡하다!
그런데 Urth 카페도 생기고 🥰
처음 겪은 출발 지연. 지루했지만 잘 이겨냈다! 다만 같이 탄 아이들이 다 울어서 잠도 못자고.
새벽에 도착했는데 지연 탓인지 공항에 아무도 없었다. 다들 청소중이고.
숙소로 가자마자 쓰러졌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숙소도 독특했다
아침부터 라면 먹는 것 여행 모먼트
밖에 나와서 깜짝 놀랐다. 아침 일찍부터 습하고 찜질방.

날씨 생각보다 엄청 후끈했다. 더운 것 자체보다는 습도에 놀랐는데 조금만 걸어도 체력이 바로 바닥이 되는 기분이었다. 바베큐로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서도 어떤 프로에서 와서 촬영했다는, 바베큐로 유명한 곳.

이렇게 더운데 어떻게 바베큐를 만드는 것이지? 정답은 빵빵한 에어컨 틀어놓고 실내에서 만든다. 현대 문명 최고다.

고기 굽는 곳은 너무 비현실적이고 징그러워서 좀 놀랐는데.
바베큐, 브리스킷, 소세지, 빵, 콘슬로까지 전부 다 대박, 정말 배부르게 먹었다. 최고였고 왜 다들 바베큐 노래를 부르는지 배웠다.

고기를 먹었으니 이제 알콜로 소화를 돕는 곳으로 왔다.

배부르게 먹고 양조장으로 향했다.
같이 투어한 멍뭉이
영화에서나 봤던 그런 분위기
양조 과정을 설명해줘서 재미있었다. 위스키와 진의 차이라든지, 숙성 과정이라든지, 등등.
아 네, 칵테일과 샷 몇 잔에 얼굴이 시뻘개졌습니다. 심지어 빨간 티셔츠 입고 갔는데 진정 홍인이 되었다.
너무 평화롭고.

술 만드는 과정이야 다 비슷하겠지만 들어가는 재료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주고 살펴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술 잘 못마셔서 늘 숙취가 있는데 고급 알콜이라 숙취도 없었나 싶다. 하하하... 발효실은 더워서 땀이 났는데 그 사이 모기도 엄청 물리고. 여행 내내 모기와의 전쟁이었는데.

호수 옆에 있던 귀여운 카페인데 호수는 정작 사진도 안남겼다.
학생이 많은 것 같아서 물어봤더니 근처에 학교가 있다고. 연휴에 다들 이렇게 폭풍 공부하는데 저는 놀러왔습니다. 흑흐겋그흑..
커피 굿, 브라우니 굿, 분위기 너무 좋고, 여기서 공부하면 만점 나오겠다.

그러고 오스틴에 도착했다. 크게 구경하진 않고 그냥 차타고 돌았는데 창 밖에 보이는 풍경도 좋았고.

벽화 있는 곳에서 사진 찍으려고 잠시 내렸는데 동네 분위기 너무 평화롭고 좋았다.
샌안토니오로 다시 이동

오스틴 구경 슬쩍하고 다시 돌아가는데, 오스틴도 힙한 카페도 많고 또 시간 내서 오기로 약속했다. 텍사스는 땅이 커서 그런지 동네 동네 이동하는 것도 일이다. 캘리도 꽤 멀리 이동한다고 생각했는데 텍사스는 더 멀고.

왼쪽엔 비가 오고 오른쪽은 맑은 날씨.
다음 날.
주일 아침 예배. 화에 대해서.
점심 타코... 택사스 타코랑 캘리포니아 타코랑 너무 다르다. 그리고 너무 맛있다. 울면서 먹었네.
다들 코스트코 간 사이에 아내와 데이트했다. 식물 많은 카페 너무 이쁘다. 커피도 맛있고.
온실처럼 꾸며놔서 조금 덥긴 했다 😅 커피 맛있었고, 분위기도 좋았고.
대체로 맑고 구름 많고 습한 날씨.
샌 안토니오 여행 오면 꼭 가야 한다는 리버워크인데, 귀여운데 사람 엄청 많고... 모기 엄청 물렸다.
예전에 브루어리였던 곳을 꾸민 곳인데 너무 이뻤다.
브루어리였던 건물은 호텔로, 주변에 먹을 곳도 많고, 우린 더워서 서둘러 보고 나왔다.

집에 오면서 사천 음식 사와서 함께 먹었다. 가족 만나는 일은 시간이 얼마나 되었든 항상 짧은 것 같다. 이런 저런 이야기하고 저녁 먹고.

다음 날은 새벽 일찍 나와서 공항으로 향했다.

한참 잠자다가 일어났는데 옆에서 엄청 공부하고 있어서 좀 뜨끔했고
아침 LAX는 복잡했다. 빨리 집으로.

오랜만에 글을 쓴다고 자리에 앉았다. 작년에 미국으로 넘어 온 이후로 지금까지 많은 일이 있었는데 기록을 제대로 남기지 않았던 탓에 블로그도 휑하고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올해 7월도 조금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래서 그동안 있던 일이라도 간단하게 정리해보고 싶었다.

왜 글을 잘 안 쓰게 되었나

미국으로 이사 온 이후로 안전에 대한 감각이 많이 달라졌다. 미국 밖에 있을 때는 총기 사건에 대한 뉴스를 드문드문 듣는 정도였지만 그렇게 외신으로 보도되는 사건은 매우 큰 사건에 한해서고 그보다 작은 사건도 꽤 빈번했다. 한국이나 호주라면 사소할 만한 사건에도 여기는 총기 문제가 늘 엮여서 사람 다치는 일이 흔했다. 바로 TV만 켜면 나오는 뉴스에도 그렇게 겁이 생기는데 오가면서 들은 뉴스나 사건에도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결정적으로 집 앞에 멀쩡하게 세워져 있던 차량을 도난당하는 일이 있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끝내 찾을 수 없었다. 이 사건으로 동네 페이스북 커뮤니티와 Nextdoor에 가입하게 되었다. 이런 서비스를 통해 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를 알고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장점이지만, 한편으로는 이 지역에 산다면 내가 어디 사는지 명확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세세한 정보를 서비스에 제공하게 된다는 점이 걸렸다.

가장 큰 불안감은 내 온라인 활동이 사회공학(Social engineering)의 타겟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예를 들어, 어딘가 여행을 가서 사진을 올린다면 집에 나 또는 가족이 없는 것을 알고 주거지에 침입할 수도 있다. 내 일상적인 동선을 파악해서 범죄 행위를 저지를 수도 있다. 내가 올린 사진에 걸린 태그를 보고 어느 지역에 사는지 알아낼 수도 있다. 소셜 네트워크의 사소한 요소조차도 내 불안함을 자극했다.

그래서 글도, 사진도 올리기 전에 여러 차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공유하고 싶을 때는 다녀온 지 한참 지나서야 올리기도 했다. 불안해서 어디인지 태그도 잘 하지 않았다. 이렇게 올린 글이나 사진은 적시성이 떨어져서 올리는 재미도 덜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아무것도 올리지 않는 쪽이 되었는데 늘 일상을 공유하던 습관 탓인지 고스란히 일상의 스트레스가 되었다.

최근 들어서 조금씩 올리긴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마음이 크다. 아마 이 글을 쓴 이후로는 다시 자제할 것이다. 내가 심은 꽃을 보세요! 하고 올리지만, 앞마당에 있는 꽃을 찍어 올린 것 보고 우리 집인걸 알면 어떡하지 걱정된다. 여전히 동네에 크고 작은 사건이 있는 것을 온갖 소셜 서비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날아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마 정말 기술적인 이야기 외에는 거의 쓰지 않을 것 같다.

코드, 코드, 코드

지난번에 팁 계산기 이후로도 여러 앱을 만들어서 올렸다. 지난 팁 계산기는 ionic을 사용했지만, 그 이후로는 모두 react-native를 사용했다. 리액트를 공부해도 실무에서 제대로 사용해본 적 없으니 리액트를 사용한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팁 계산기 이후로 웹과는 다른 맥락에 재미를 느껴서 앱을 계속 만들고 싶었는데 리액트 네이티브가 좋은 선택지가 되었다.

현재 안드로이드 기기가 없어서 다 iOS로만 출시되어 있다. 매년 내는 애플세를 내고 나서 무얼 살 정도로 수익이 있으면 🤞 그때쯤 기기도 구입하고 안드로이드로도 낼 수 있지 않을까.

비주얼 타이머

비주얼 타이머는 리액트 네이티브로 가장 먼저 만들어본 앱이다. 남은 시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타이머로 다양한 설정을 통해 자신만의 타이머를 만들 수 있다.

  • 계획했던 기능을 5% 정도 빼고는 모두 구현했다.
  • 개발 기간 중간에 다른 많은 일정이 있었는데 끝을 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
  • 출시 전에 베타 테스트로 좋은 피드백을 많이 받아서 개선할 수 있었다.
  • 설정 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혼란을 느끼는 사용자가 많았다. 다음엔 정말 필요한 기능만.
  • 어린이를 위한 종료 이미지와 효과음을 인앱으로 넣었는데 생각보다 인기가 있었다!
비주얼 타이머

팁 계산기

팁 계산기는 지난번에 만든 앱을 개선한 리액트 네이티브 앱이다. 한꺼번에 여러 팁 퍼센트를 확인하고 선택할 수 있다. 이전 버전과 다르게 계산 결과가 저장되며 메모를 남길 수 있다.

  • 기존 팁 계산기는 ionic에 angular였지만 중요 연산 로직은 대부분 재활용할 수 있었다.
  • JavaScriptCore의 처리 속도 지연을 처음 경험했다. 네이티브 코드로 넘겨서 연산하면 좋겠지만 memoize 하는 정도로 그쳤다.
  • 처음으로 admob을 달았는데 간단했다. 그런데 광고 붙인 이후로 앱이 영 안 이쁘다.

온도 변환 퀴즈

온도 변환 퀴즈는 화씨와 섭씨온도를 빠르게 바꿔서 선택하는 퀴즈 앱이다. 간단하게 하루 만에 끝내는 앱을 생각하다가 만들었다.

  • 늘 잘써보고 싶다고 했던 Animated를 가장 많이 썼다.
  • 간단한 게임은 리액트 네이티브도 정말 넘치는 수준이었다.
  • 광고 보면 체력을 하나 더 주는 리워드를 붙여봤는데... 광고 시청 바랍니다 😎

매일 투두

매일 투두는 시작 시각에 할 일을 적고 완료 시각에 할 일을 체크하는 앱이었다. 다른 앱과 다른 점이라면 하루가 지났을 때 모든 목록이 히스토리로 옮겨진다는 점이었다. 투두가 쌓이는 스트레스를 없애주는 신개념 투두앱🤔이었는데 만들어서 공유하니까 반응이 신통하지 않아서 침몰한 앱이다. (결국엔 나도 잘 안 썼고...)

블로그

내 블로그도 디자인을 변경했다. 전 디자인은 아이맥 기준처럼 만들어져서 작은 스크린에서는 답답하고 큰 스크린에서는 지나치게 글이 크게 보였다. 다시 마음을 다잡는 겸 블로그도 새로 정리했는데 깔끔해서 마음에 든다.

  • vw와 rem을 많이 사용했다. 그래도 픽셀 단위로 미디어쿼리 쓸 부분이 조금씩 있긴 했다.
  • 리액트 네이티브를 쓰며 익숙해진 flex를 많이 썼다.
  • 늘 제목의 계층을 서체 크기로 하는 게 불편하다고 생각했는데 css counter를 적용해서 책처럼 표시했다. 좀 더 명확한 것 같다.
  • 제목에 링크 붙여주는 플러그인을 넣었다.
  • 구조를 바꿔서 그리드 밖으로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요소를 넣을 수 있게 되었고 (이 포스트에 이미지처럼) 이쁘게 잘 적용된 것 같다.
  • 배경색을 약간 어둡게 바꿔서 흰색을 강조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 전체적으로 색을 부드럽게 조정했다. 너무 발색이 심한 웹페이지에 피로해서 내 자신도 블로그에 자주 안 들어왔나 싶다.

다녀온 곳

그동안 길고 짧게 다녀온 곳이 많았다. 아내와 가족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 사진은 생략하고 간단하게 정리했다.

  • LA: 갈 때마다 잘 놀고 오면서 복잡한 마음 생기는 곳.
  • 샌프란시스코 & 산호세: 분위기는 갈 때마다 좋지만, 여기서 살 수 있을까 깊은 고민.
  • 새크라멘토: Fire Wings 꼭 드세요.
  • 요세미티: 애플 배경화면을 눈으로 보니까 기분 이상했다. 기회가 있다면 또.
  • 그랜드캐니언 & 엔탈로프캐니언: 진짜 비현실적이고, 기회가 있다면 2.
  • 라스베가스: 오션스일레븐 생각하고 갔지만, 현실은 행오버랑 더 비슷한 분위기.
  • 플로리다: 4월인데도 제주의 여름처럼 후덥지근했다.
  • 샌디에고: 늘 좋은 기억 만든다.

그동안 있던 일들

순서 없이 목록으로 적어봤다.

  • 걱정을 많이 했던 영주권이 잘 나왔다.
  • 책을 많이 읽어야지 하고 잔뜩 샀는데 역시나 읽은 양이 너무 적다... 요즘 읽는 책은 The Shallows: What the Internet Is Doing to Our Brains.
  • Triplebyte를 통해서 인터뷰를 진행했었다. 프로세스도 좋았고 연결된 회사도 마음에 들었지만 리로케이션은 아무래도 힘들어서 다음을 기약했다.
  • 살쪘다. 운동이 절실하다.
  • 콘텍트렌즈를 맞췄다. 안경 없는 삶 어색하지만 매우 편하다.
  • 식물과 친해졌다. 씨를 뿌려 수확하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그래도 나름 주기가 짧은 것 하는데도 기다림은 지루하다.
  • 오버워치를 하는데 맨날 비슷한 점수만 오간다. (팀 탓) 역할 고정 기능 기대하고 있다.
  • Friends를 다 봤다. 결말 너무 맘에 들지 않는다. 계속 보는 최근 드라마는 The 100.
  •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 학교에 등록해서 조만간 신학기가 시작될 예정이다.

목록으로 적으니까 금방 적는다 👏

나에게

나는 항상 지나치게 걱정하는 편이라서 걱정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학교에서의 생활에도 잡다한 고민은 치우고, 알고 싶었던 분야를 공부한다는 즐거움에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록하는 습관을 잃어버린 것 같아 아쉽다. 글쓰기도 꾸준히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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