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턱이 붓고 아프기 시작했다. 별 일 아니라 생각하고 약먹고 잤는데 다음 날 얼굴이 두 배로 불어서 아내도 출근 못하고 나를 대리고 ER로 갔다. 가자마자 무엇이 필요한지 빠르게 말해주는 아내가 고마웠다. 전문가와 같이 살며 가족 중에 자문을 구할 수 있다니 감사할 뿐이다. ER 구석에 앉아 나는 내내 아파했고 아내는 옆을 지켜줬다.

IV 넣는 동안 어쩐 일인지 식은 땀이 흘렀다. CT도 처음으로 촬영했다. 감염이 된 어금니를 뽑고 염증이 나을 수 있도록 조치를 받았다. 약도 잔뜩 받았다. 나는 걱정하는 아내 옆에서 금니가 아깝다는 얘기나 했다. 침대에 누워서 그대로 잠들고 싶었지만 환자가 밀렸다며 찬바람이 들어오는 복도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다. 풀려가는 마취에 점점 괴로웠고 어떻게 집에 왔는지도 모르겠고 빨리 샤워하고 침대에 누웠다.

의료인이 아니라서 어떤 원리인지는 잘 모르지만 염증이 빨리 낫도록 치아를 뽑은 자리에 공기가 공급될 수 있도록 빨대를 꽂았다. 처음엔 입을 벌리기 힘들 정도로 염증이 아픈 탓에, 지금은 빨대에 뭐가 들어가면 안된다는 말에 뭔가 씹어서 먹는 음식 대신 부드러운 음식만 먹고 있다. 먹는 양도 줄어서 살도 빠졌다. 안그래도 다이어트를 얘기하던 차였는데 이런 식으로 시작하게 될 줄 몰랐다. 가족이랑 앉아서 티비를 보면 온통 먹는 얘기 밖에 없어서 더 괴롭다.

그래도 모든게 감사했다. 그리고 아내에게 늘 미안하다.

웹사이트 설정

웹페이지 색상을 선택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