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개발에 관해서 많이 쓰다보니 마치 개발 블로그처럼 되어버려서, 개발 아닌 것을 쓰는데 이상한 죄책감 비스무리한 게 종종 괴롭혔다. 그래서 그동안 포스트를 쓰지 않는 대신에 이런저런 부수적인 페이지를 많이 늘리고 있었다. 텀블러처럼 작은 글을 올릴 공간을 부스러기라고 붙여놓고 올리기도 했다. 페이지가 옆으로만 늘어나고 관리되지 않는 기분이 들어서 모두 블로그 포스트로 변환했다. 모든 기록을 포스트로 남기고 분류를 잘 하는 쪽으로 바꾸기로 했다. 분류 태그도 정리했다. 차분한 분위기를 내고 싶어서 서체도, 색상도 잔잔하게 선택했다. 조금 정돈된 느낌도 들고.
다른 플랫폼도 많고 도구도 많은데 직접 쓰는 블로그에는 유독 집착 내지는 애착이 간다. 이렇게 가끔 페이지를 다듬으면서 또 열심히 써보자 다짐한다.
그렇다고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닐 뿐더러 나중에 다시 보면 부끄러운 글도 분명 많다. 예전엔 부끄러운 글 많다고 폭파하는 일도 잦았는데 그런 모습도 결국 다 내 모습이었다. 되고싶은 모습이 있는 것도 좋고 그런 모습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의 나를 가릴 필요는 없었다. 그런 마음가짐 이후에는 조금은 홀가분한 기분으로 글을 쓴다. 아무렴 뭐 어때, 그런 태도로 산다. 태도가 달라지니까 예전보다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물론 어려운 마음이 쏟아지는 일이 아예 없어진 것은 아니다. 어디서 숨어 있다가 피곤함이 몰려오는 날에는 함께 뛰쳐나와서 온 정신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예전 같으면 그런 감정 충돌에 심하게 휘말렸다. 지금은 그 때와는 다른 나와 산다. 아무렴 뭐 어때, 그냥 그런 날도 있는 것이다.
잔잔하게 더 많은 글을 쓰면서 지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