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크고 작은 화면을 본다. 특별한 내용이 없더라도 화면을 스크롤 하는 일이 일상이다. 누군가와 함께 앉아 있더라도 잠시나마 서로 화면을 보느라 조용해지는 시간도 종종 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는 것을 나도 잘 알지만, 장점이 있다고만 생각해왔었다. 새로운 정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든지, 잠깐 물 뜨러 가면서도 비는 시간 없이 무언가를 볼 수 있다는 점에 내가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기분도 들었다.

그래서 디지털 미니멀리즘이라는 제목만 보고도 대충 덮어놓고 지냈던 내 습관을 마주해야 했다. 가끔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들여다보면 며칠 쉬어보기도 했지만, 순간뿐이었다. 스크린 타임을 설정하고도 15분 제한 무시를 수시로 누르다가 결국은 기능을 꺼버린다. 나는 어째서 절제하지 못하는가, 그런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또다시 수시로 화면을 봤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에서는 이런 중독에 가까운 증상이 주의력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기업을 문제로 삼았다. 프로덕트나 서비스에 오래 체류할수록 수익이 느는 기업은 어떤 방식을 사용해서든 그 시간을 늘리려고 한다. 마치 슬롯머신을 돌리는 것처럼 스크롤을 돌리면 새로 고침과 함께 내가 원하는 정보가 튀어나올 것처럼 디자인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비약이라고 하기에는 내 행동을 돌아봤을 때 그렇게 사실이 아니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려웠다. 나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스크롤을 손으로 당겼으니까. 당길 때마다 달라지는 타임라인과 뉴스피드를 보기 바빴으니까. 내 주의력을 내어주고 쓸 만큼 나에게 도움이 되는가 생각해보면 솔직히 부끄러운 마음만 든다.

책에서는 철저하게 멀어진 후에 다시 각 도구와 서비스의 가치를 세심히 평가하고 삶에 도입하는 방식을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트위터는 일주일 또는 하루 중 정해진 시간만 확인한다. 그리고 정말로 필요한 정보만 볼 수 있도록 세세한 필터를 지정한다. 이런 방식은 이렇게 해야 한다고 정해진 것이 아니라 정말 자신에게 필요한 것인가를 심사숙고하는 과정에서 결정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책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접근 방식을 설명하고 있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고를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이런 책 한 권 보고 짠! 하고 바뀌진 않았다. 나도 책에서 제안하듯 단호하게 끊지 못했다. 책을 덮고 나서도 여러 차례 시도했는데 잠깐의 틈이라도 생기면 화면을 보는 내 모습에 좀 더 심각성을 느꼈다. 내 산만함을 정돈할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디지털 미니멀리즘: 딥 워크를 뛰어넘는 삶의 원칙. 칼뉴포트 저, 김태훈 역. 세종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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