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회고

비행기가 터뷸런스에 요동친다. 2년 반 만에 가는 한국행인데 도무지 잠을 잘 수 없어서 자신 없는 회고를 쓴다. 예전에는 자신 있게 이런 이런 삶을 살았다고 회고도 힘차게 적어갈 수 있었는데 올해는 좀 자신이 없다. 잘한 일도 있고 못 한 일도 있었다. 좋았던 일과 잘한 일에 감사하고 아쉬운 점을 반성하고 내년에는 개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좋았던 일

올해 학교에 등록해서 첫 학기를 보냈다. 영어로 듣는 수업은 처음이라 걱정이 컸다. 학기 내내 잘 할 수 있을까, 잘하고 있는가 고민을 계속 할 수밖에 없었다. 영어 작문 수업에서 누구보다도 유창한 언변으로 의견 내는 학생이라든지, 캘큘러스에서 교수님께 진도 나가지 않은 내용을 질문한다든지, 기초 스페인어에서 교수님과 스페인어로 대화하는 학생이라든지, 나 자신과 비교하게 되는 대상이 너무 많아서 불안함이 더 컸던 것 같다. 다행히 경제 수업엔 그런 학생은 없었고 고등학교에서 들었던 수업도 있고 내용도 재미있어서 의외로 힘이 되는 수업이었다. 캘큘러스는 수리용어를 영어로 잘 몰라서 다른 애들이 하는 질문을 몰래 적어두고는 집에 와서 찾아보기도 했다. 영어 에세이 쓰는 데 정말 오래도록 고민하고도 간신히 낼 때도 있었지만 재미있었다. 난 늘 영어 작문을 못 한다고 생각했는데 매번 써서 낼 때마다 돌아오는 피드백에 자신감이 붙었다. 그런 고민과 자잘한 노력이 통했는지 다행히 괜찮은 성적으로 첫 학기를 마무리했다.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해서 잘 안다는 의미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여전히 티끌만큼 아는 기분이다.

첫 학기를 끝내고 나서 학교에 다녀야겠다는 결정은 정말 잘 내렸다 싶었다. 물론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긴 하겠지만 수업에 명확한 목표가 제시되고, 학습 내용을 물어볼 교수님이 있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많은 과제와 자료를 제공해주는 환경이 너무 행복하다. 학교 가지 않아도 충분히 혼자 할 수 있다는 말을 전공자/비전공자 얘기 나올 때마다 들었는데 그런 얘기에 혼자 해보려다 제대로 끝내지 못했던 경험도, 그래서 스트레스받았던 일도 생각났다. 혼자서 모든 것을 준비하고 배우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을 알아서 그런지 이런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오히려 제공되는 부분을 100% 활용하지 못하는 기분이 들 정도인데 다음 학기엔 더 체계적으로 시간을 관리할 필요를 느낀다. 아직 컴퓨터 관련 수업은 듣지 않았지만 벌써 기대가 된다.

타이머 앱을 출시했다. 만드는 과정에서 주변의 도움도 많이 받았고 출시 이후에도 좋은 사용자도 만날 수 있었다. “앱을 만든다”는 말에 정말 많은 프로세스가 녹아 있었고 이 작은 앱을 만들고 알리는 과정에서도 많은 부분을 배웠다. 앱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만들며 생각했던 목표는 애플 개발자 프로그램 비용만큼 수익 만들기, 다운로드 1만 건이었다. 이번 2019년 12월 30일이 프로그램 만료였고 앱으로 만든 수익으로 연장할 수 있었다. 이 앱에 쓴 시간만큼 외주했으면 훨씬 나은 사정이 되었겠지만… 내년에도 계속 다듬고 업데이트를 진행하게 될 텐데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야겠다.

아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서로 각자 바쁜 삶을 살다가도 저녁이면 함께 마주하고 음식도 만들고 시간도 보낸다는 그 삶 자체가 내게 많은 위로와 힘이 되었다. 지금도 조급함과 불안감이 불쑥 나와서 나를 괴롭게 할 때가 간혹 있지만, 예전보다 많은 안정을 찾았다. 곁에서 보며, 함께 지내며 배우는 것이 많다. 누구보다도 나에게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주는 아내에게 너무나도 고맙다.

아쉬운 점

운동을 완전 않았다. 매달 운동한다고 돈을 내지만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결국 연말에 해지했다.

기록을 별로 남기지 않았다. 트위터에도 그렇고 블로그도 그렇고 많이 뜸해졌다. 그래서 회고하려고 보니 은근 얼렁뚱땅 보낸 해처럼 느껴졌다. 더 많이 기록해서 반성과 개선의 주기를 만들자.

앱 만든다는 핑계로 오픈소스 활동이나 커뮤니티 활동이 거의 없었다. 시간을 좀 더 관리했더라면 이런저런 일을 더 할 수 있을 텐데 결과적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예전보다 큰 시차 탓인지 대화도 어려운 것 같고 감정을 오해하는 일도 잦은 것 같다. 도움이 되지 못하는데 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다. 쇄신이 필요하다!

내년엔,

  • 독서하기
  • 운동량 늘리기
  • 회고 주기적으로 하기
  • 시간 관리하기

매년 책을 더 읽고 싶다고 하지만 제대로 소화하는 책이 거의 없다시피 한다. 책은 계속 사면서도 몇 장 읽지 않고 침대 옆 책장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올해는 어떻게든 일간 독서 할당량을 만들어서 읽어야겠다.

운동 부족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데 식습관도 개선할 필요가 있고 살도 빼야 한다. 너무 뻔한 신년 계획인데 늘 여행을 하고 싶어 하면서도 막상 가면 체력 부족으로 아무것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내 모습이 너무 싫다. 등산도 자주 가고 더 많이 걸어야겠다.

예전엔 그래도 어떻게 지내는지도 글로 쓰고 개선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과제와 시험 홍수에 빠져서 살다 보니 정말 앞에 놓인 일에만 급급하게 되는 것 같다. 회고라고 하니 거창한 것 같지만 짧게라도 주마다, 월마다 정리하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싶다. 이 노력에는 기록도 포함된다. 좀 부지런히 글로 남기고 읽고 복기하고 개선해야겠다.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좀 더 시간을 밀도 있게 쓰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되돌아보면 제대로 계획을 세우지 않아서 낭비한 시간도 적잖은 것 같다. 잦은 회고로 계획을 자주 리뷰하고 개선할 수 있어야겠다.

나에게

누구보다도 내 편이어야 하는 내가 나를 공격하게 두지 말자. 나는 나를 너무 잘 알아서 가장 아픈 부분만 골라서 찌른다. 나에게 친절하게 대하자. 바쁘다는 이유로 주변에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도록 조심하자.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한 전투를 하고 있음을 알고 서로에게 위로하고 힘이 되어주자. 선한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자.


다음 학기는 랩도 있고 시간도 늦게 끝나는 수업이 있어서 저번 학기보다 더 체력 관리가 절실하다. 연계 과목이라 더 중요한 수업도 많은데 좀 더 차분하게 시간을 잘 관리해서 학기를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가을 학기와 봄 학기 사이는 너무 짧다. 짧은 한국 방문이더라도 좋은 에너지로 무장하고 다시 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