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가 아닌 개발자

얼마 전에 okky에 웹 개발자도 개발자라고 할 수 있나요라는 글이 올라왔었다. 원문을 보기 전에 수많은 분들의 반응을 먼저 봐서 그랬는지 몰라도 가볍게 읽고 지나갔다. 이직으로 인한 인수인계에, 책 마무리 작업에, 이상한모임까지 겹쳐 자는 시간 외에는 정말 정신이 없었던 탓이다. 사실 코더랑 프로그래머를 분리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도 종종 봐왔기 때문에 이런 글은 그렇게 특별하지 않았지만 바쁜 와중에도 이 글이 계속 생각이 났다.

의외로 복사 붙여넣기 코드가 저평가 받는다. 붙여 넣어도 돌아갈 만큼 발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정이 수반되었는지 생각해야 한다. 3분 카레를 데워 먹는다고 그게 음식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하는 포장 기술도, 가열 도구의 발전도 저변에 깔려 있다. 그리고 공개된 조리법을 사용한다고 요리사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파인 다이닝에서 요리하는 셰프가 스스로 레시피를 개발해서 요리한다 한들 그 사실을 동네 중국집 요리사를 요리사가 아니라고 말할 근거로 사용해서도 안된다. 솔직히 이런 부분은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구차하게 느껴진다.

불편하게 느꼈던 부분은 억대 연봉자, 부당 대우에 관한 이야기다. 이 부분은 개인의 능력과는 별개로 산업 전반에서 필요한, 필수적인 논의다. 그 분야에서 대가가 되어야만 발언권을 갖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시장을 저해하는 요소다. 억대 연봉자가 늘어나면 지금 시작하는 사람들도 더 좋은 연봉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설령 잘 못하는 사람이 좋은 대우를 받는다면 잘하는 사람은 지금보다도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나는 낙수효과고 다른 하나는 분수효과에 대한 이야기로 어느 쪽이든 오늘의 환경을 개선하는데 일조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부당한건 이야기하고 논의하고 연대해야 한다. 게임개발자연대와 같은 활동이 더 많아져야 한다. 적어도 엉뚱한 전제로 사다리를 걷어차지 말아야 한다.

오늘 점심은 풀스택 음식점 김밥천국에서 먹고 싶다.

김용균

안녕하세요, 김용균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고 단단한 코드를 작성하는 일을 합니다. 웹의 자유로운 접근성을 좋아합니다. 프로그래밍 언어,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커뮤니티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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