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산다는 것은 걱정 없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안정감과 동시에 어디선가 말없이 자라나는 잡초를 제거해야 한다는 의무가 생긴다. 어느 잡초나 그렇듯 뽑고 돌아서면 다시 솟아나는데 비도 잘 오지 않아 건조한 이 동네서도 잡초가 순식간에 자라난다. 더군다나 잡초들이 습기를 찾아 길게 뿌리를 뻗는 탓에 쉽게 잘 제거도 되지 않아서 계속 골치였다. 뒷마당은 길에서 보이지 않으니까 그렇다 쳐도 앞마당은 늘 오가면서 잡초가 빠르게 자라는 게 보여서 집에 들어오기 전부터 일거리의 압박을 받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텍스 리턴을 조금 받은 것으로 차라리 조경을 맡겨서 해결하자 결론에 닿았고 앞마당 조경을 문의했다. 그렇게 눈엣가시였던 앞마당 조경이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에 정리되었다.

깨끗한 앞마당을 갖게 된 이후로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었지만, 뒷마당은 여전히 난장판이었다. 절반은 민들레 같은 잡다한 풀이고 나머지는 씨가 날려서 이곳저곳 마구 자라난 부추였다. 부추는 가끔 먹기도 해서 살림에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전혀 관리가 되는 상태가 아니었다. 내가 심지 않는 것은 먹을 수 있어도 잡초다. 우리는 직접 뒷마당을 다 정리하고 돌을 깔아서 잡초 없는 뒷마당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앞마당 정리 과정에서 보고 배운 것도 있고 유튜브도 몇 편 봤다고 무엇을 어떻게 할 지 감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착각이었음.) 어찌 되었든 일단 뒷마당 잡초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

계획

필요/사용했던 도구:

중간에 바뀐 계획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게 진행됐다. 작업 과정에서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인 것을 알게 돼서 기왕 자갈을 사용하는 김에 타공 배수관으로 설치하기로 계획했다.

  1. 잡초 제거 및 땅 정리
    • 예초기로 지표면에 있는 잡초를 제거
    • 경운기로 3 인치 깊이의 흙을 뒤집어 지표면 밑 잡초 뿌리 제거
    • 갈퀴, 삽 등 사용해서 잡초 뿌리 등 모아서 버림
    • 기존에 설치한 급수 시설 정리하기 (1/2' cap 구입해서 막음)
  2. 배수관 설치: 기존 배수관을 제거하고 타공 배수관(프렌치 드레인, french drainage)을 설치
    • 기존 배관 제거
    • 타공 배수관 규격에 맞게 땅 파기
    • 배수관용 부직포(filter fabric) 설치
    • 타공관(corrugated pipe)와 배수구(catch basin) 설치
    • 자갈 채우기
    • 부직포를 감싸고 조경용 핀(staple) 사용해서 고정하기
  3. 땅 준비하기
    • 잡초 약(weed preventer)과 진딧물, 개미 문제로 인한 벌레약 처리
    • 배수관을 통해 물이 잘 흘러가도록 땅 정지 작업 (leveling)
    • 조경용 천(landscape fabric) 깔고 핀으로 고정하기
  4. 조경 자갈 주문 및 깔기
    • 땅 넓이 측정해서 얼마나 주문해야 하는지 계산
    • 인근 조경원 방문해서 설치할 자갈 고르고 주문
    • 약속된 날, 집 앞에 쏟아놓은 돌을 부지런히 나르기
  5. 화분 정리
    • 웃자란 화분은 나눠서 심고 부족한 흙 보충하기
    • 화분 위치를 배수구가 있는 쪽으로 옮겨 깔끔하게 정리
  6. 조명 설치

대부분의 재료, 공구는 홈디포에서 구입했다. 조경용 핀은 아마존에서, 배수관용 부직포는 Landscape Discount에서 구입했다. 조경 자갈은 Sunshine Growers Nursery에서 배달 받았다. 홈디포에서도 자갈을 판매하기는 하지만 대량으로 구매할 때는 로컬에서 구입하는게 훨씬 저렴했다.

계산

가장 중요한 게 절대 부족하거나 남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었는데 다행스럽게 조금 남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용적 계산이 번거로웠던 것은 인치, 피트, 야드 변환이 계속 되었던 부분이다. 특히 미터로 살아온 사람이라서 미터 단위 용적이라면 대충 감이라도 올텐데 매번 변환해서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쉽지 않았다.

천은 겹치는 부분을 사전에 잘 계산하면 설치할 때 편하다. 특히 중간에 나무가 있거나 하면 나무에 맞게 잘라줘야 하는 부분도 있는데 여유분이 있으면 유용하다.

비용

최종적으로 $2200 정도 사용했다. 사용한 장비는 이미 집에 있었던 것들이라서 비용 대부분이 재료 및 자재에 사용되었다.

기간

총 기간은 34일(3월 14일부터 4월 17일까지) 정도 된다. 체력적 문제😅로 중간에 쉰 날도 많기 때문에 실제 일한 시간만 따지면 3주 정도 되는 것 같다.

고려사항

과정

잡초 제거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잡초 제거 후 모습. 이후 틸러로 땅을 뒤집었다.

경계석도 꼼꼼하게 닦아준다. 한 톨의 흙이라도 있으면 잡초가 다시 생긴다고.

처음 배송받은 5 cu. yd.의 Arizona River Rock. 배수로와 일부 구역 조경에 사용했다.

기존 배수관을 제거하고 배수로를 정비했다.

배수로에 천을 설치한 후 자갈을 놓고 천을 김밥처럼 말아서 핀을 꽂았다.

두 번째 배달. Lava rock도 5 cu. yd.를 주문했는데 리버락보다 훨씬 적게 느껴졌고 나르기도 수월했다.

조경 천을 놓은 후에 돌을 깔기 시작.

돌도 정돈하고 부직포도 길에 맞게 잘라서 정리

처마 밑에 있던 화분도 한 쪽으로 모았다.

태양광으로 충전되는 조명을 설치했다. 구멍난 잔디에는 씨를 잔뜩 뿌렸다.

결과가 좋으면 고생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정리된 후에는 뒷마당에 나와서 저녁 먹기도 하고 차도 마시고 걷기도 하면서 공간을 더 자주 활용하고 있다. 아직도 작업 후유증으로 손을 매일 주물러야 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다. 편입 결과를 기다리면서 계속 정처 없이 웹페이지를 떠돌던 시간이 연속되고 있었는데 땅을 파면서 심적 안정감을 많이 되찾은 기분이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조경 내내 함께한 가족들에게도 고맙다.

많이 배웠고 보람찬 경험이었다고 겁 없이 적으면 또 이런 일을 하게 될까 걱정이 앞선다. 이런 조경을 또 할 일이 있을까 싶긴 하지만. 앞으로 몇 년은 화분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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