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봄학기를 마지막으로 졸업했다.

기대했던 부분들

전공 공부를 하면 오랫동안 느껴온 한계를 조금이라도 넘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다. 매년 반복되는 '비전공 vs 전공' 얘기에서, 굳이 전공이 아니어도 실무는 충분하다는 말도 자주 봤다. 꼭 학교를 가지 않아도 배울 수 있기도 하고 필요할 때마다 그때그때 공부하면 된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실제로도 멋진 결과를 내는 비전공 분들도 많이 봐왔지만, 그럼에도 해보고싶단 생각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못해본 경험에 대한 궁금증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새로운 기술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이건 언제 배우지, 싶을 정도로 새로운 때가 많았다. 하지만 과거의 무언가를 재해석한 것이거나 유명한 이론의 확장인 경우도 있었다. 그런 경험이 몇 차례 반복되면서, 언제가 되었든 전공을 꼭 해보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때로는 그런 경험이 전공하지 않으면 넘을 수 없는 그런 벽처럼 느껴저서 좌절감을 느꼈던 시절도 있었다. 분야에 대해 폭넓게 알고 있으면 정말 수백 수천 걸음 앞서서 걸을 수 있구나, 그런 넓은 관점과 이해도를 갖고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빨리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싶었다.

거기에 더해 오래 학업을 이어온 분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늘 흥미롭게 들렸다. 자연스럽게 연구자/학자로의 삶에도 궁금증이 생겼다. 연구 주제를 정하고 깊이 공부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공부하고 연구한다는 것인지 배워보고 싶었다. 실제로 겪어본 적이 없다보니 그런 직업이 막연하게 느껴졌고, 그래서 가능하다면 짧게라도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다. 연구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한다는 것일까? 단순히 글이나 이야기로 듣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서 보고 체감해보고 싶었다. 학부 과정에서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는 쉽지 않겠지만 어떻게든 맛보기라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CSE 건물 곰돌이, 괜히 기분 좋아지는.

CSE 건물 지하던전, 늘 공기가 별로였다

그리고 학교 다니기 전부터 궁금했던 분야를 배울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시작하기 전에는 단순히 CS에 대한 지식을 배운다는 생각에 기대했는데 실제로는 훨씬 넓고 깊이 있는, 다양한 주제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학문이었고, 그 안에서 내가 알고 있던 것은 정말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는 것에 주눅이 들 정도였다. 특히 막연하게 배우고 싶었던 분야는 자연어 처리(NLP)와 컴파일러였다. 지금 보면 언어로 하는 것은 무엇이든 깊이 있게 배우고 싶었던 것 같다. NLP는 호주에 가기 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부분이고 컴파일러는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관심에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생긴 주제였다. 원하는 타이밍에 그 주제의 수업이 열리지 않아 비슷한 수업만 겨우 들을 수 있었는데 아쉽긴 했지만 비슷했던 수업에서 각 주제가 어떤 식으로 다뤄지는지 작게나마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호기심에서 비롯되긴 했던 공부지만 궁극적으로는 모호한 내 진로에 좀 더 분명한 방향이나 단서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동안 오래 웹개발을 해오긴 했어도 시스템 통합과 같이 비지니스에 더 가까운 일을 많이 해왔다. 그래서 내 스스로도 개발자라고는 하지만 코어가 되는 어떤 것을 만드는 일보다는 조금은 주변적이고 때로는 일이 되게 하기 위해서 하는 일들에 내적 혼란을 겪을 때도 있었다. 어떤 분야에서 무슨 일을 할지, 이런 생각은 하게되면 정말 끝이 없는 것 같다. 언젠가는 내가 정말 원하는 어떤 일을 찾게 되고 즐겁게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정말 내가 지금의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은 마치 그림자 같이 없어지질 않는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이런 고민을 계속 하게 될 줄 몰랐지만 학교에서 어떻게든 힌트가 될 만한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기를 바랐다.

기괴한 Geisel 도서관, 조용한 1층 구석에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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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오랜 궁금증과 기대를 안고 학교 생활을 시작했다. 내가 그토록 알고 싶었던 것들, 이해하고 싶었던 주제들을 정말 끝까지 따라가며 머릿속에 차곡차곡 담아 무사히 졸업까지 마칠 수 있었을까.. 🥲

얻고 배운 부분들

먼저 공부하는 방법을 많이 배웠다. 학교 생활 하기 전에도 수업 내용을 보고 배우려고 실라버스를 뒤적인 적이 꽤 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피상적인 수준에 그쳤던 것 같다. 이 수업이 어떤 의미이고 어떤 분량과 진도로 배워야 하는 주제인지, 시간을 얼마나 할애해야 하며 이 수업에서 학습은 어느 정도 깊이를 가지는지 등 실제 수업에 맞춰 따라가다보니 실라버스가 어떤 의미의 문서인지 확실하게 배웠다. 실라버스는 사전적이기도 하고 수업의 목차 역할도 하며 때론 광고지, 때로는 계약서의 역할도 했다. 학교 다니면서 모든 공부가 실라버스에서 시작되고 끝난다는 얘기가 더 와닿게 되었다. 물론 모든 실라버스가 같은 수준으로 작성되진 않지만 잘 작성된 실라버스와 체계적인 수업 틀을 몇 차례 경험할 수 있던 덕분에 그동안 중구난방 공부했던 경험들을 많이 개선할 수 있게 되었다. 단순히 보고 외우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내가 특정 주제에 대해 얼마나 시간을 써서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각을 만들어줬다. 거기에 더해 여러 수업과 다양한 교수법을 접하면서 "학습하는 나"를 더 잘 관찰할 수 있었고 어떻게 학습하면 내게 더 오래 남고 도움이 되는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었다. 학습을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구체화한 경험은 앞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CS에서 다루는 다양한 주제를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그동안 매일 업무에서 코드를 작성하고 있지만 컴퓨터라는 넓은 스펙트럼에서 얼마나 한정적인 영역에서 개발하고 있었는지 다시금 느꼈다. 개발과 연구가 진행되는 수많은 크고 작은 주제는 매우 신선했고 때로는 충격적이기도 했다. 세상은 정말 넓었다. 전통적인 주제는 전통인 이유가 있었다. 전혀 다른 문제처럼 보여도 관점을 바꾸면 전통적인 문제와 동일한 접근법으로 유려하게 해결해낼 수 있었다. 새로운 것도 앞서 접근 방법에 대한 깊은 이해도가 필요했다. 학부 과정에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간단하게 배우고 지나간다고 해서 절대 간단한 부분이 아닌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사소하게 보여도 모든 항목에 레퍼런스가 있고 현재에도 깊이 연구하는 사람들이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신기하고 놀라웠다.

어떤 부분이든 흥미가 있다면 더 들여다 볼 부분이 있다니 생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더욱이 학교가 학부에서도 리서치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과 연구 수업을 운영하고 있는 덕분에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과정이 어떤지도 배울 수 있었다. VR의 UI/UX 수업을 들은 계기로 디자인랩에서 확장현실(XR) 관련 리서치에도 참여했고 fine-grained 복잡도에 관한 알고리즘 연구 수업에서 이론 연구 과정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학부 과정에서의 아쉬움도 분명 있었다. 대부분 수업이 "여기까지가 학부의 세계고 더 재미있는 것은 석박사에 와야 배울 수 있다"는 말로 마무리 되었다. 학부에서도 많이 배우기도 했지만 깊이 있게 안다기 보다는 여전히 겉만 더 잘 알게 된 느낌인데. 오랜 기간 학습에 대한 갈증이 있던 탓인지 더 배우고 싶다는 여운이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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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고서 아쉬운 부분들

학자금 대출과 더불어 생각하지 못한 장학금을 꽤 받은 덕분에 비용적으로 엄청 힘든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학업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일과 병행했다. 리모트로 근무하는 회사기도 했고 스케줄을 꽤 유연하게 해준 덕분에 금전적으로는 큰 걱정 없이 학교 마무리까지 할 수 있었다. 다만 회사일과 학업을 같이 하면서 가장 부족한건 시간이었다. 퇴근하면 수업과 과제 따라가는 것만 해도 빠듯해서 학교 내에서 그다지 네트워크를 꾸리지 못했다. 특히나 주중에 배운 내용을 금요일까지 과제해서 내야 하는 수업은 일하면서 듣기엔 정말 비인륜적인 것이었다. 네트워크고 뭐고 밥 먹을 시간도 없었던 그때는 어떻게 버텼는지. 엄청 재미있어 보이는 클럽도 많았는데 당연히 클럽 활동도 전혀 들여다보지 못했고 여름에도 여름학기 수업과 함께 회사일을 병행해서 인턴십 같은 것도 전혀 해보질 못한 것은 아쉽다. 금전적으로 안정을 추구한 대신에 대학 생활에서 가장 얻어볼 만한 부분을 챙기지 못한 것 같다.

그렇게 시간에 쫒기다보니 학습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부족했다. 수업 듣고 과제 끝내기에 바빴고 과제가 끝나면 또 과제가 시작되었다. 쿼터제로 운영되는 학교라서 엄청 빠르게 시간이 흐르는 기분인데 얼마나 빠르냐면 첫 주부터 과제가 밀리는 기분이 들 정도다. 다 끝난 이제서야 그나마 저장해뒀던 실라버스와 슬라이드 보면서 키워드라도 목록으로 작성했다. 목록을 적다보니 더 공부해보고 싶은 토픽이 많이 보인다.

가까이 바다가 있어 좋았다. 학교에서도 바다 내음이 날 정도.

밤에도 산책하기 좋았던 HDH 하우징

어쩌면 아쉬운게 다 시간과 관련된 것 같은데 가장 아쉬운건 역시 체력적인 부분이었다. 그룹 프로젝트 같은 게 있으면 애들은 몬스터 같은 드링크 달고서 밤새 공부하고 코딩하던데, 나는 한 줌 체력 가지고 일하며 쫒아가려니 쉽지 않았다. 체력이 없으니 집중도 안되고 더 많은 시간을 써야만 토픽이 이해되는 상황이 되니까, 악순환이었다. 커피 의지해서 겨우 수업 듣고 적으며 따라가고 있으면 눈 반짝이면서 정말 감탄이 나오는 질문을 하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부럽고 멋지더라. 여러모로 체력을 좀 더 챙겼더라면 더 즐겁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학교가 끝나고 나서도 많은 물음표가 있다. 당장 있는 것에만 집중하다보니 학교가 끝나고 나서의 무언가를 크게 계획하지 않았던 탓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실존적 고민이 쏟아졌다. 30대의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는 점에서도 자꾸 텁텁한 기분이 들지만... 그래도 더 늦기 전에 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더 이상 학사 언제하나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뭐든 정말 감사한 일이다. 지금 학업을 더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현재 일과 공부한 것 사이 괴리 때문에 더 고민이 된다. 학부 이후 학습이 단순히 내 지적인 욕심을 채우는 것에 시간과 비용을 사용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다른 진로, 다른 개발 분야에서 일할 것을 가정하고서 공부를 하려는 것인지도 고민이다.

SD 맛있는 카페는 거의 다 가본 것 같다. 카페인 연료 삼아.

바다 보고 힘내고 과제하고 반복 반복

이제 갚아 나가야 할 학자금 대출하며, 취업 문제, 그 외에 현실적인 문제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긴 과정을 잘 끝냈다는 것에 얼마나 감사한지, 만감이 섞인다. 졸업만 하면 모두 해피엔딩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끝나고 나서도 이토록 양가적인 감정이 들 일인가. 집 이사도 있고 이런저런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아서 이 글도 얼마나 오래 걸려 썼는지 모른다. 그래도 무엇보다도 후련하다. 학업과 회사일 사이에서 늘 시간과 싸움했고 그 외에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 긴 과정을 끝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이 모든 과정에 늘 곁에서 항상 위로 주고 힘이 되어 준 민경 씨에게 너무나도 고맙다. 부지런히 일상을 다시 챙기고 공허한 기분 털어내고 방향을 잘 잡고 걸어갈 일만 남았다. 앞으로 계획하고 도전한 일들에 더 기대가 된다.

2019년 가을에 커뮤니티 컬리지를 다니기 시작해서 2021년 가을 학기를 마지막으로 졸업하고 편입을 하게 되었다. 여름 학기를 꽉 채워 들었던 덕분에 학기 하나를 빨리 끝내고 학기 시작 전까지 쉬게 되었다. 편입하게 되는 학교는 쿼터제로 운영되는 곳이라서 생각보다 학업이 비는 기간이 길어진 것이 조금 걱정이긴 하지만. 커뮤니티 컬리지와 편입 과정을 거치면서 알게 된 부분을 기록 삼아 남긴다.

첫 학기 시작. 늘 풀냄새 났다.
날 좋으면 멀리까지 보이는 계단에서. 항상 저 밑 주차장 밖에 자리가 없었다.
학교 뒤가 바로 산이라 겨울에 구경도 할 수 있었다.

학생으로 돌아가기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학기마다 수업을 듣고 학점을 쌓아서 전문 학사 학위 associate degree를 받거나 학과에 연계된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4년제 대학에 편입하는 것으로 졸업하게 된다. 학교에 가게 되면 자신의 목표에 따라서 어드바이저랑 함께 학업 계획서를 짜게 된다. 앞서 말한 목표들은 서로 겹치는 부분도 많지만 미묘하게 안맞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 이런 부분도 어드바이저가 모두 설명해준다. 나는 UC 계열 학교로 편입해서 학부 졸업을 하는 것을 목표로 커뮤니티 컬리지에 등록했다.

미국에서 학교를 다닌 적이 없어서 기초 과목부터 다 들어야 했고 편입 대비로 들어야 할 수업도 많았다. 학교 다닐 때야 학점 챙기느라 바빴고 그렇게 다니던 중에 판데믹이 시작됐다. 온라인으로 전환된 수업은 어색하긴 했지만 막히는 퇴근길에 껴있는 일이 없어서 오히려 시간 여유는 더 많았던 것 같다. 편입 기간에는 에세이랑 원서 준비하는 일에 바빴다. 원서를 모두 다 내고 나니까… 싱숭생숭하는 마음에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질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건 여름학기까지 꽉꽉 넣어 들은 덕분에 편입 결과 기다리는 동안은 조금 여유있게 지낼 수 있었다.

난 캘리포니아에서 다니긴 했지만 캘리포니아 내에서도 지역마다 (school district마다) 학교마다 다른 부분이 많다. 내가 경험한 부분에 대해서만 쓰는 것이라서 정책이 언제든 달라질 수 있고 지역/학교마다 전혀 다른 정책을 갖고 있을 수 있다. 대략적으로 참고만 하고 자세한건 학교 어드바이저와 꼭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에는 정말 도움 줄 사람이 많다. 편입 센터나 카운슬링 가서 궁금한건 꼭 물어보자.

비용

내 경우에는 비자 및 거주 문제가 해결된 상황이었고 in-state tuition으로 다닐 수 있었다. 그래서 학비는 정말 저렴한 편이었고 판데믹 동안 특별 지원금과 백신 지원금, 전 학생 대상으로 학교 스토어 지원금이 나오기도 했다. 따로 기록한 것은 아니라서 교보재나 교통, 생활비는 얼마나 들었는지 알 수 없는데 학교 웹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이력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Term Charges Units
Tuition - 2019 Fall $ 693.00 14
Tuition - 2020 Spring $ 879.00 18
Tuition - 2020 Summer $ 307.00 6
Tuition - 2020 Fall $ 784.00 16
Tuition - 2021 Spring $ 922.00 19
Tuition - 2021 Summer $ 358.00 7
Tuition - 2021 Fall $ 738.00 15
Parking - 2019 Fall $ 50.00
Parking - 2020 Spring $ 25.00
Campus Store grant - 2020 Spring $ (75.00)
Campus Store grant - 2021 Spring $ (100.00)
Campus Store grant - 2021 Fall $ (500.00)
Higher Education Emergency Relief Fund $ (1,500.00)
Vaccine Incentive Program $ (300.00)
Total $ 2,281.00

IGETC와 assist.org

캘리포니아에서 편입을 염두하고 커뮤니티 컬리지를 간다면 IGETC에 맞춰 학업 계획을 세우게 된다. IGETC는 Intersegmental General Education Transfer Curriculum의 줄임말로 교양 커리큘럼이다. 이 커리큘럼에 맞춰 수업을 들으면 IGETC Certificate을 받을 수 있는데 이 자격으로 편입 학교에 교양 수강 요건을 면제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것도 학교/학과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느 곳으로 편입하게 되는가가 중요하다. 일부만 해도 인정해주는 곳도 있고, 아예 인정 안해주는 곳도 있고, 인정 해주지만 추가로 더 들어야 할 수업이 있는 경우도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부분은 지원하려는 학과의 요구 과목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이런 부분은 각 편입 학교의 어드미션 페이지를 찾아보면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캘리포니아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캘리포니아 내 대학으로 편입할 때 요구되는 수업이 무엇인지, 자신의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전공 학점으로 인정 되는 수업(articulated)은 어떤 수업인지 등 정보는 assist.org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웹페이지에서 연계된 과목으로 표시되어 있다면 전공이든 교양이든 편입되는 학교에서 별다른 문제 없이 해당 과목을 수강한 것으로 처리된다. 다니게 될 커뮤니티 컬리지를 정할 때 편입하려는 학교 학과에 최대한 연계 과목이 많은 곳을 고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적으로 편입하려는 학교와 같은 지역에 있는 커뮤니티 컬리지가 이 연계 과목이 많다고 하는데 정확한 정보는 저 웹사이트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

교양과목 선택

IGETC를 채우기 위해서 이런 저런 교양을 듣게 되는데 어떤 수업을 들어야 할지 고민된다면 다른 대학에 articulation이 존재하는 수업을 듣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IGETC를 받는 것에는 어느 수업을 들어도 큰 문제가 없겠지만 articulated 된 수업은 후속 강의를 듣는데 편리하다. 만약 연계가 되어있지 않다면 청원을 통해서 수업을 들은 것으로 인정 받아야 하는데 커리큘럼, 과제, 시험 본 것 등을 제출해야 하며 결과도 꽤 오래 걸릴 수도 있다.

특히 추가적인 GE 요구사항이 있는 학교에서는 연계된 과목을 자신의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찾을 수 있다면 그 수업을 듣는 것이 좋다. 연계된 과목은 교양도 모두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양으로 경제 수업을 듣는다면 assist.org에서 경제학과 요강을 찾아보는 식으로 연계 과목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UC San Diego에서는 학부 졸업 요건 중에 American History and Institutions (AHI)가 있는데 여기에 해당하는 수업이 무엇인지 찾아서 이 과목과 연계된 과목이 커뮤니티 컬리지에 있는지 찾아 듣는 것이다. 그러면 IGETC도 채우면서 편입 이후에 졸업 요건 준비에도 도움이 된다.

전문학사 학위

편입한다면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순 있지만 하다보면 학위 취득 요건이 채워질 때도 있다. 예를 들면 편입하는 학과에서 요구하는 수학 수업이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가르치는 모든 수학 강의인 경우도 있다. 순차적으로 들어야 하는 수업도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런 저런 수업을 섞어서 들어야 하고 그러다보면 요건 채우게 돼서 학위를 받게 될 수도 있다.

내 경우에는 컴퓨터과학 편입하려고 준비하다보니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제공하는 모든 물리와 수학 강의를 들었어야 했었다. 그래서 졸업할 때 컴퓨터, 물리학, 수학 전문 학사를 받았다... 어디 가서 쓸 일은 없겠지만 처음 받아봐서 그래도 뭔가 수고한 기분이다!

마지막 학기는 마스크 쓰고 오프라인 수업해서 덥고 피곤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느낀건 결국 나에게 가장 도움 되는 결정은 내 스스로 내려야 한다는 부분이다. 연계 수업을 미리 확인하고 학교를 골랐더라면 편입에 더 도움이 되었을까, IGETC가 필수가 아니었던 곳을 먼저 지원했어야 했을까, 선택의 기로에 서서 했던 결정이 옳은 결정이었는지. 그런 지나간 고민들은 편입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나를 많이 흔들었는데 이제 모두 끝났으니까 뭐 어쩌겠어, 앞으로 올 것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미드 커뮤니티를 모니터 닳도록 봤기 때문에 커뮤니티가 얼마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 확인할 기회였다. 😏 물론 현실은... 그냥 공부하기 바빴다. 그나마 와닿는 것은 오프닝 가사 마지막 소절인데 One by one they all just fade away. 나도 그렇게 fade away 되었다.


학업에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는 민경 씨에게 늘 미안하고 고맙다. 열심히 해서 좋은 결실 맺었으면 좋겠다.

집에 산다는 것은 걱정 없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안정감과 동시에 어디선가 말없이 자라나는 잡초를 제거해야 한다는 의무가 생긴다. 어느 잡초나 그렇듯 뽑고 돌아서면 다시 솟아나는데 비도 잘 오지 않아 건조한 이 동네서도 잡초가 순식간에 자라난다. 더군다나 잡초들이 습기를 찾아 길게 뿌리를 뻗는 탓에 쉽게 잘 제거도 되지 않아서 계속 골치였다. 뒷마당은 길에서 보이지 않으니까 그렇다 쳐도 앞마당은 늘 오가면서 잡초가 빠르게 자라는 게 보여서 집에 들어오기 전부터 일거리의 압박을 받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텍스 리턴을 조금 받은 것으로 차라리 조경을 맡겨서 해결하자 결론에 닿았고 앞마당 조경을 문의했다. 그렇게 눈엣가시였던 앞마당 조경이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에 정리되었다.

깨끗한 앞마당을 갖게 된 이후로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었지만, 뒷마당은 여전히 난장판이었다. 절반은 민들레 같은 잡다한 풀이고 나머지는 씨가 날려서 이곳저곳 마구 자라난 부추였다. 부추는 가끔 먹기도 해서 살림에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전혀 관리가 되는 상태가 아니었다. 내가 심지 않는 것은 먹을 수 있어도 잡초다. 우리는 직접 뒷마당을 다 정리하고 돌을 깔아서 잡초 없는 뒷마당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앞마당 정리 과정에서 보고 배운 것도 있고 유튜브도 몇 편 봤다고 무엇을 어떻게 할 지 감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착각이었음.) 어찌 되었든 일단 뒷마당 잡초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

계획

필요/사용했던 도구:

  • 손수레 (wheelbarrow)
  • 삽 (둥근 것 digging, 각진 것 spade)
  • 갈퀴 (rake)
  • 예초기 (트리머, String timmer)
  • 경운기 (틸러, tiller)
  • 캔버스 천 또는 방수포 (자갈 받을 때 바닥에 까는 용도)

중간에 바뀐 계획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게 진행됐다. 작업 과정에서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인 것을 알게 돼서 기왕 자갈을 사용하는 김에 타공 배수관으로 설치하기로 계획했다.

  1. 잡초 제거 및 땅 정리
    • 예초기로 지표면에 있는 잡초를 제거
    • 경운기로 3 인치 깊이의 흙을 뒤집어 지표면 밑 잡초 뿌리 제거
    • 갈퀴, 삽 등 사용해서 잡초 뿌리 등 모아서 버림
    • 기존에 설치한 급수 시설 정리하기 (1/2' cap 구입해서 막음)
  2. 배수관 설치: 기존 배수관을 제거하고 타공 배수관(프렌치 드레인, french drainage)을 설치
    • 기존 배관 제거
    • 타공 배수관 규격에 맞게 땅 파기
    • 배수관용 부직포(filter fabric) 설치
    • 타공관(corrugated pipe)와 배수구(catch basin) 설치
    • 자갈 채우기
    • 부직포를 감싸고 조경용 핀(staple) 사용해서 고정하기
  3. 땅 준비하기
    • 잡초 약(weed preventer)과 진딧물, 개미 문제로 인한 벌레약 처리
    • 배수관을 통해 물이 잘 흘러가도록 땅 정지 작업 (leveling)
    • 조경용 천(landscape fabric) 깔고 핀으로 고정하기
  4. 조경 자갈 주문 및 깔기
    • 땅 넓이 측정해서 얼마나 주문해야 하는지 계산
    • 인근 조경원 방문해서 설치할 자갈 고르고 주문
    • 약속된 날, 집 앞에 쏟아놓은 돌을 부지런히 나르기
  5. 화분 정리
    • 웃자란 화분은 나눠서 심고 부족한 흙 보충하기
    • 화분 위치를 배수구가 있는 쪽으로 옮겨 깔끔하게 정리
  6. 조명 설치

대부분의 재료, 공구는 홈디포에서 구입했다. 조경용 핀은 아마존에서, 배수관용 부직포는 Landscape Discount에서 구입했다. 조경 자갈은 Sunshine Growers Nursery에서 배달 받았다. 홈디포에서도 자갈을 판매하기는 하지만 대량으로 구매할 때는 로컬에서 구입하는게 훨씬 저렴했다.

계산

가장 중요한 게 절대 부족하거나 남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었는데 다행스럽게 조금 남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용적 계산이 번거로웠던 것은 인치, 피트, 야드 변환이 계속 되었던 부분이다. 특히 미터로 살아온 사람이라서 미터 단위 용적이라면 대충 감이라도 올텐데 매번 변환해서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쉽지 않았다.

  • 조경 자갈 (땅 넓이 x 두께, 자갈 같은 경우는 판매처에 문의하면 알아서 잘 계산해서 얼마나 필요한지 알려줌)
  • 조경 천 (땅 넓이, 곂치는 부분 염두)
  • 배수로 자갈 (길이 x 폭 x 깊이 - 배수관 길이 x 단면 넓이)
  • 배수로 천

천은 겹치는 부분을 사전에 잘 계산하면 설치할 때 편하다. 특히 중간에 나무가 있거나 하면 나무에 맞게 잘라줘야 하는 부분도 있는데 여유분이 있으면 유용하다.

비용

최종적으로 $2200 정도 사용했다. 사용한 장비는 이미 집에 있었던 것들이라서 비용 대부분이 재료 및 자재에 사용되었다.

  • 조경석: $1379 (리버락 $932, 라바락 $447 5 cu. yd., 배달비 포함)
  • 배수로 관련: $400 가량 (배수관 100ft $109, 부직포 $150 등)
  • 조경 관련: $400 가량 (조경 천 4ft x 300ft $87, 조명, 잡초 약 등)

기간

총 기간은 34일(3월 14일부터 4월 17일까지) 정도 된다. 체력적 문제😅로 중간에 쉰 날도 많기 때문에 실제 일한 시간만 따지면 3주 정도 되는 것 같다.

고려사항

  • 체력을 맹신하거나 과신하지 말자. 생각보다 힘들다.
  • 일기예보를 잘 보고 계획을 세울 것. 작업하던 기간에 엄청 더운 주간이 있어서 더 쉽지 않았다.
  • 흙을 손으로 정지 작업 하는 일은 쉽지 않다.
    • 시간을 더 많이 배정하거나 좋은 레벨링 도구를 쓰면 좀 도움 된다.
    • 사실 이것만 전문적으로 하는 장비가 있다. 내 생각엔 30 ft 정도는 손으로 해도 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그 이상이면 전문가에게...
  • 대부분 방법은 유튜브에 답이 많이 있는데 사람마다 말이 다른 부분도 있다. 예를 들면 french drain 찾아보면 사람마다 말이 다른데 자신이 사는 지역과 작업하는 공간이 유사한지 비교해보면 도움이 된다.

과정

잡초 제거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잡초 제거 후 모습. 이후 틸러로 땅을 뒤집었다.

경계석도 꼼꼼하게 닦아준다. 한 톨의 흙이라도 있으면 잡초가 다시 생긴다고.

처음 배송받은 5 cu. yd.의 Arizona River Rock. 배수로와 일부 구역 조경에 사용했다.

기존 배수관을 제거하고 배수로를 정비했다.

배수로에 천을 설치한 후 자갈을 놓고 천을 김밥처럼 말아서 핀을 꽂았다.

두 번째 배달. Lava rock도 5 cu. yd.를 주문했는데 리버락보다 훨씬 적게 느껴졌고 나르기도 수월했다.

조경 천을 놓은 후에 돌을 깔기 시작.

돌도 정돈하고 부직포도 길에 맞게 잘라서 정리

처마 밑에 있던 화분도 한 쪽으로 모았다.

태양광으로 충전되는 조명을 설치했다. 구멍난 잔디에는 씨를 잔뜩 뿌렸다.

결과가 좋으면 고생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정리된 후에는 뒷마당에 나와서 저녁 먹기도 하고 차도 마시고 걷기도 하면서 공간을 더 자주 활용하고 있다. 아직도 작업 후유증으로 손을 매일 주물러야 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다. 편입 결과를 기다리면서 계속 정처 없이 웹페이지를 떠돌던 시간이 연속되고 있었는데 땅을 파면서 심적 안정감을 많이 되찾은 기분이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조경 내내 함께한 가족들에게도 고맙다.

많이 배웠고 보람찬 경험이었다고 겁 없이 적으면 또 이런 일을 하게 될까 걱정이 앞선다. 이런 조경을 또 할 일이 있을까 싶긴 하지만. 앞으로 몇 년은 화분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살 것 같다.

동네가 그렇게 치안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가끔 동네 페이스북 그룹이나 넥스트도어 같은 곳에서 접하게 되는 크고 작은 사건 탓에 집을 비울 때 조금 걱정이 있었다. 그나마 보안 카메라를 설치하고 나서는 불안감은 줄어들긴 했지만 누가 봐도 집에 있는지 없는지 밖에서 판단할 수 없었으면 싶었다. 이전에 코스트코에서 구입한 WeMo 플러그로 조명을 켜고 끌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연결하는 조명이 스탠드 정도라서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래서 기존 벽 스위치를 교체하는 방법을 알아보다가 wifi 스위치를 구입해서 설치하게 되었다.

물론 고민하고 찾아볼 필요 없이 기술자를 부르면 금방 끝날 일이다! 전기 공사는 정말 위험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무슨 작업이 어떻게 필요한지 정확히 모른다면 전문가를 찾는 것이 맞습니다.

자격과 규정 확인하기

캘리포니아도 전기 공사를 하려면 자격이 필요하다. 다만 프로젝트의 크기가 자재와 인건비 포함 $500 미만인 경우에는 CA B&P Section 7048 (Small Operations)에 따라서 자격 없이도 가능하다. 스위치 4개 교체하는 수준이고 유튜브 영상 보고 크게 시간 걸리는 작업도 아닌 것 같아서 직접 해야겠다고 판단했다.

미국은 National Electrical Code(NEC)를 주기적으로 발행하고 그 NEC를 기준으로 각 주마다 전기 공사 규정(electrical code)이 존재한다. 각 주, 지역마다 적용되는 전기 공사 규정이 다르고 규모에 따라 허가(permit)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전기 기술자를 통해 설치한다면 이 부분도 확인해달라고 하면 된다. 나는 내가 설치하려고 했기 때문에 시청에 문의했고 단순 스위치 교환에는 별도의 허가 없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중성선 확인하기

한국과 미국은 전력 공급 방식이 다르다. 한국은 주로 단상 2선식으로 220V만 공급되는 것에 비해 미국은 단상 3선식으로 110V와 240V가 공급된다. 일반적으로 벽 플러그는 110V만 쓸 수 있지만 전기 오븐과 같이 전력을 많이 쓰는 가전은 240V로 연결되어 있다.

스위치도 어떤 스위치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Wifi 단일 스위치라면 일반적으로 다음 4개의 선을 연결해야 한다.

  • Line/Hot wire (주로 빨강 또는 검정): 전력 공급 선
  • Load wire (주로 검정): 설치된 기기(전등)에 연결된 선
  • Ground wire (주로 노출된 구리선 또는 녹색): 접지선
  • Neutral wire (주로 흰색): 중성선, 회로를 완료할 수 있도록 배전반에 연결된 선

스위치의 역할은 공급되는 전력을 전등에 연결하거나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스위치가 전기를 연결하게 되면 전기가 전등을 거쳐 다시 전력이 공급되는 곳으로 돌아간다. 회로가 연결되는 것으로 전력은 공급되고 전등은 불이 켜진다.

기계식 스위치는 끄면 물리적으로 전등에 전달되는 전기를 끊게 된다. Wifi 스위치는 끈 상태에서도 전력이 계속 있어야 하기 때문에 스위치를 켜지 않은 상태에서도 회로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그 회로를 완료하는 역할을 중성선이 수행하게 된다. 그래서 중성선 여부가 중요하다.

중성선은 2009년 NEC 이후에 필수가 되었기 때문에 최근에 지어진 건물이라면 중성선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중성선이 없다면 중성선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 경우는 기술자가 필요하고 이런 추가 작업은 대부분 허가가 요구된다. 대안이라면 중성선을 필요로 하지 않는 wifi 스위치를 찾아야 하는데 그런 제품은 자체 베터리를 사용하며 UL 인증 제품이 아닐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스위치 결정하기

시중에 나와있는 스위치가 상당히 많고 리뷰도 다양하다. 저렴한 제품도 많지만 대부분 저렴한 이유가 있다. UL 인증을 받은 제품인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인증이 없다면 집 보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UL listed인지 구입 전에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저렴한 제품 중에는 UL listed라면서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하니 주의해야 한다.

UL listed

어떤 네트워크를 사용하는지도 염두해야 한다. Wifi 외에도 Z-Wave, Zigbee 등 다양한 규격이 존재한다. 만약 Ring 등 보안 시스템이 있고 거기에 연결해서 쓴다면 호환 여부도 확인해봐야 한다. 스위치 설치할 곳의 wifi 신호도 염두해야 한다. 신호가 약하면 당연히 잘 동작하지 않는다.

구글 홈이나 아마존 에코 연동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사용하는 제품이 있다면 연동을 지원하는지 확인한다.

어떤 스위치를 교체할지도 미리 고민해야 한다. 스위치 종류는 단일 스위치, 여러 위치에서 끄고 켤 수 있는 3 way 혹은 4 way 스위치,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디머 스위치(dimmer) 정도로 구분된다.

Lutron, GE, TP-Link를 후보로 두고 리뷰를 보다가 TP-Link를 골랐다. Lutron도 유명하다는데 처음 들어봤고 GE 제품은 Z-wave에 더 중점을 두고 있었다. TP-Link는 wifi 기반이고 리뷰도 크게 나쁘지 않은 데다 앱도 괜찮았다. tplink-smarthome-api 같은 라이브러리도 있어서 나중에 필요에 따라 제어하는데 더 편리할 것으로 보고 결정했다.

필요에 맞게 TP-Link Kasa HS200, HS220 v2 제품을 구입했다.

설치하기

설치에는 다음 도구가 필요했다.

  • 스크류 드라이버
  • 와이어 넛 (wire nuts): 결선에 필요한데 TP-Link 제품에 포함되어 있었음
  • 전기 테스터(electrical tester): 비접촉식 제품이나 멀티미터를 사용
  • 다용도 칼: 스위치 패널과 페인트가 붙어 페인트가 흉하게 뜯어질 수 있어서 분리 전에 패널과 벽 사이를 칼로 그어준다.
  • 스위치

구입한 스위치. 별도 설명서는 없고 TP Link 웹사이트에서 제공한다.

먼저 전력 차단기를 내려야 한다. 차단기에 어느 구역 차단기인지 표시가 되어 있다면 확인하고 내린다. 없다면 전등 스위치를 켜놓고 차단기를 내려 전등이 꺼지는지 확인한다.

드라이버로 나사를 풀고 스위치 패널을 연다. 전기 테스터로 아직도 전력이 흐르는지 확인한다. 스위치를 분리하고 wifi 스위치를 연결한다.

페인트 때문에 잘 안보이지만 중성선이 안쪽에 있다. 오른쪽 스위치도 할 수 없이 분리했다.

선은 끝을 맞춰 나란히 잡고 와이어 넛을 끼워 돌린다. line/load은 구분 없이 꽂으면 된다. 와이어 넛이 더이상 돌아가지 않을 때까지 돌리면 된다. 연결한 후에 선의 노출 부분이 밖에서 보이지 않아야 한다.

연결된 모습

선을 잘 정리해서 스위치를 제자리에 부착한다. 선이 접히지는 않았는지, 닿으면 안되는 선에 닿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고 잘 넣는다. 차단기를 올리고 제대로 동작하는지 확인한다.

디머 스위치는 line/load 구분이 필요하다. 기존 연결된 스위치를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일반 스위치와 동일하게 차단기를 내리고 테스터로 확인하고 작업을 시작한다.

기존 디머 스위치에 어떤 선인지 표시되어 있어서 쉽게 교체했다.

설치 완료

TP Link 앱을 설치하고 wifi에 등록하면 끝난다.

활용

TP Link 앱도 생각보다 깔끔하고 큰 문제 없이 잘 동작했다. 기존 사용하던 WeMo는 앱이 정말 불안정하고 wifi가 오락가락할 때가 자주 있었는데 TP Link는 훨씬 깔끔하고 잘 동작한다. 게다가 집에서 구글 홈을 사용하고 있고 WeMo를 가끔 못찾을 때가 있어서 답답했는데 스위치는 잘 동작해서 좋다.

집에 연결된 모든 장비는 slack에도 hubot으로 제어할 수 있는데 새 스위치도 쉽게 연결할 수 있었다.

매우 잘 동작 ✨

그동안 AT&T의 DirectTV를 인터넷과 함께 번들로 사용하고 있었다. 한국 채널도 나오고 집에서도 한국 방송을 꽤 보고 있기 때문에 이 케이블 TV를 계속 유지했었는데 번들 할인도 끝나더니 최근에 기본 요금도 올랐다. 작년에 크롬캐스트를 사용하면서 대부분 방송은 온디맨드코리아(사랑해요)랑 넷플릭스, 유튜브로 보고 있고 케이블 TV는 정말 가끔 야구나 보는 정도였다.

남 캘리포니아 지역에는 한국 방송을 송출하는 공중파 방송국도 있고 공중파는 처음에 설치하는 장비 값만 들면 계속 무료로 시청할 수 있어서 DirectTV를 해지하고 공중파(OTA; Over-the-air)로 전환하기로 했다.

수신 가능 채널 확인

먼저 집에서 DTV 신호를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아래 웹사이트에서 채널을 얼마나 수신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 DTV Reception Maps 미연방통신위원회에서 제공하는 페이지, 수신 채널 수 확인 가능
  • DTV Gov Maps 수신 감도, 방향, 채널 수 확인 가능

이 지도에서 몇 마일이나 떨어진 거리인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거리가 멀수록 좋은 안테나가 필요하고 가격도 올라간다. 내 경우는 35마일에서 40마일 내외에 모든 채널이 있었다.

안테나 선택

안테나는 수신 거리와 송출 방향에 따라 어떤 종류를 사야하는지 달라진다.

안테나는 크게 설치 위치에 따라 실내용과 실외용으로 나뉜다. 실외는 수신이 잘 되긴 하지만 전문 장비가 없으면 설치하기가 어렵고 새가 집을 만든다거나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거나 여러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실내는 그런 문제가 덜한 대신 수신은 잘 안될 가능성도 있다는데 신호가 약할 만큼 먼 거리가 아니라서 실내로 설치하기로 했다.

그리고 안테나는 수신 방향에 따라 지향성과 무지향성으로 구분된다. 지향성은 특정 각도에만 수신이 가능한 대신 약한 신호도 더 잘 잡고, 무지향성은 넓은 각도에서 수신할 수 있는 대신 신호가 약하면 잘 수신하지 못한다고 한다. 우리집은 위 지도에서 봤을 때 거의 대부분 송출국이 몰려 있어서 지향성 안테나로 골랐다.

만약 모든 송출국과 거리가 멀고 신호가 약하다면 지향성 안테나를 여러 방향으로 설치해서 신호를 합치는 방법도 있다. 이럴 때는 여러 안테나와 함께 컴바이너(Combiner)를 구입하면 된다. 이 장비는 분배기(Divider)랑 똑같이 생겼고 통합, 분배 둘 다 역할을 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구입 장비

집에는 이미 케이블 TV가 설치되어 있었고 이 케이블 TV의 셋톱박스도 안테나 케이블(Coaxial cable)이고 모든 선이 단자함에 연결되어 있었다. 총 3개 방에 연결되어 있었는데 손님 방에도 케이블 연결을 추가하기로 해서 안테나 선을 방 4개로 분배해야 했다. 손님 방 케이블은 아예 케이블 끝에 연결부도 작업되어 있지 않았다.

전에 IP 카메라를 설치하면서 다락에서 단자함으로 내린 Cat5e 케이블이 있었다. 그래서 안테나를 다락 내에 설치한 후에 안테나 케이블을 Cat5e 케이블을 따라서 단자함으로 끌어오기로 했다.

그래서 구입한 장비는 이렇다.

설치

모든 장비에 설명서가 있어서 막히면 찾아보고 따라하면 된다.

  1. 기존에 연결되어 있지 않았던 단자함 내 안테나 케이블에서 손님 방과 연결된 선을 찾아 컨넥터를 부착했다.
  2. 안테나는 미리 조립해 다락에 올려 설치했다.
  3. 안테나 케이블을 연결한 후에 단자함으로 내렸고 새로 구입한 분배기에 연결했다.
  4. 케이블TV 분배기에 연결되어 있던 케이블을 모두 빼서 새 분배기에 연결했다.
  5. 새로 만든 손님방 케이블도 분배기에 연결했다.
  6. 각 티비에 연결된 DirectTV 중계기에서 안테나 케이블을 빼서 티비에 직접 연결했다.
  7. 각 티비마다 안테나 신호를 사용하도록 채널 검색을 수행했다.
  8. 티비에서 가장 자주 보는 채널과 가장 안나오는 채널을 틀어놓고 안테나의 방향을 조금씩 조절해서 가장 잘 나오는 방향으로 맞췄다.

다락에 설치한 안테나

다락에 설치한 안테나. 지주에 못질하고 싶지 않아서 나무판에 고정했다.

문제 해결

단자함 내에 연결되지 않은 안테나 케이블이 많았다. 어느 케이블이 손님 방과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했었는데 별 장비도 없고 그래서 일단 손님 방에 티비를 벽에 있는 케이블 단자와 연결했다. 안테나도 미리 조립했기 때문에 안테나에 케이블을 연결한 후, 케이블 끝을 단자함에 있는 모든 케이블에 하나씩 가져다 대보고 티비 화면에 간섭이 나타나는지 확인했다. 티비는 신호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지직거리는 화면이 출력되고 있었다. 다행히 10개 케이블 중 하나에서 깜빡이는 간섭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연결해서 확인해보니 손님 방에 연결된 케이블이 맞았다.


이전에 IP 카메라를 설치하면서 익숙해졌던 것도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손쉽게 설치할 수 있었다. 지출이 줄어든 만큼 다른 구독 서비스도 덜한 죄책감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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