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덜컥 호주행 비행기를 타고 멜버른에 도착한 그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캐리어를 밀고 백팩커에 체크인 하던 나를 기억해보면 그 때의 나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렇게 호주 생활을 시작한지 만 4년이 조금 넘은 지금, 2016년 6월, 호주 영주권을 갖게 되었다.

겁 없이 올 수 있던 이유

당시에는 엄청 준비하고 나왔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봐서는 참 도전적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많이 안일하게 준비했다. 영어도 부족했고 현지 사정에도 밝지 않았다. 현지 취업 사이트에서 취업 공고 보고 내 이력서와 맞는 자리가 얼마나 있을지 알아본 정도였다. 그래서 4년이란 불안정한 기간동안 마음 고생도 심했었다. 즐길 수 있던 시간도 있었지만 그만큼 자기 관리가 필요했다. 타지에서 오래 지낸 경험이 없어 내게 쉬운 일은 아니였다. 감사하게도 여기에서 만난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지금은 탈조선에 성공한 것을 축하한다는 인사도 받긴 하지만 내가 나올 즈음인 4년 전까지만 해도 이토록 탈조선에 대한 담론이 많지 않았다. 게다가 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한국 경험의 시간은 4년 전을 기준으로 멈춰 있다. 간접적으로 듣는 경제 사정이나 청년 계층의 취업난은 실제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게 느껴진다. 나는 엄청난 의지로 꼭 탈출하고 말리라 정도로 생각하고 나온 것이 아니라서 요즘 해외로 취업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냐는 질문에 다소 다른 온도의 답변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다니던 대학 학비는 학기에 170만원 정도 하는 지방 국립대였고 집에서 살았기 때문에 자취를 할 일도 없었다. 군 전역 후에 1년 간 회사를 다니며 모은 적금을 정리하고 호주 올 준비를 한 다음에 300만원을 환전해서 호주로 넘어왔다. 부양 가족도, 갚아야 하는 학자금 대출도 없었다. 만약 학교 학비가 더 비쌌더라면 앞에 낸 비용이 아까워서라도 학교를 끝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도 든다. 워킹홀리데이는 그나마 가장 적은 밑천으로 시작할 수 있는 선택지다. 하지만 이런 말을 어디서 쉽게 하지 않았던 이유는 이런 내 배경으로 쉽게 느끼는 것은 아닌가 고민했기 때문이다. 다녀야 할 학교도 있고 학자금 대출까지 있다면 워홀 커뮤니티에서 흔히 하는 말처럼 경험, 영어, 돈 중 하나 내지 둘 챙기는 것 외에는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물론 돈이 더 있다면 더 좋은 선택지가 많겠지만 말이다.

지금 보면 참 어린 생각이지만 프로그래밍으로 취업할 수 있을거란 자신감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재미로 만들던 웹사이트인데 이 일로 돈을 번다는 것을 군 입대 전에야 알았다. 전역하고 나서는 지방 기업이지만 웹에이전시에서 개발팀장으로 근무하면서 한참 자신감이 충만해졌다. 같은 일을 한다면 전혀 두려울 것이 없을 정도로 알게 되니 겁이 없어졌다. 한국 이 촌구석에도 이렇게 일이 있는데 호주라고 없겠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오기 전에도, 오고 나서도 흔하지 않은 케이스였고 좋은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손에 꼽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지낼 수 있었던 점에 더 감사하게 된다.

호주에 도착해서

지인이 도와줘서 미리 만들어온 커버레터와 준비해온 이력서를 들고 지원할 수 있는 모든 포지션에 지원했다. 열린 포지션이라면 어디든지 지원 했지만 리쿠르터를 거치는 경우에는 아무래도 영어가 약해서 면접까지 가는 일이 쉽지 않았다. 이런 일은 예상했지만 실제로 경험을 하고 반복하다보면 기운빠지는 일이긴 하다. 그래도 주변에서는 리쿠르터가 아예 전화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그래서 전화 오고 인터뷰가 잡힌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했다. 많은 전화 덕분에 오히려 더 빠르게 전화에 익숙해질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그러던 중에 급한 프로젝트에 투입된 적도 있었다. 2주 정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좋은 레퍼런스를 얻을 수 있었다. 이 레퍼런스를 가지고 부지런히 자리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이때 만난 저스틴님께도 조언을 많이 들을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항상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리쿠르터를 통과하는 일이 아무래도 적다보니 콜드메일도 정말 많이 보냈다. 멜번 지역에 있는 회사를 구글 맵스에서 검색해서 일일이 웹사이트를 확인했다. 채용 페이지가 없을 때는 문의 이메일로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보내기도 했다. 인터뷰도 더 많이 잡을 수 있었고 그렇게 지금 회사에 다니게 되었다.

호주에 지내는 내내 호주에서 아무 일도 못해보고 한국을 돌아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은 늘 따라다녔다. 제주에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며 씨름하고 있었을까, 서울에서 계속 웹개발을 하고 있었을까.

비자 문제

해외 체류에 있어서 비자는 늘 문제다. 물론 학력이 좋거나 많은 연봉을 받는 사람이라면 비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모셔가야 하는 사람 발목은 안잡는다. 그 외의 경우는 내 자신이 왜 비자를 받아아 하는지 설득해야 한다. 작게 보면 회사의 상사에게 그래야 하고 크게 보면 호주 정부에게 내 비자의 타당성을 서류로 검증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은 쉽지만 체류하는 사람마다 비자와 관련한 에피소드는 다들 하나는 갖고 있을 정도다.

비자 발급 비용도 적지 않다. 나는 고맙게도 모든 비용을 회사에서 처리해줘 부담없이 잘 받을 수 있었다. 준비해야 할 서류가 크게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아 대리인을 고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호주 이민성에서 제공하는 체크리스트를 보며 준비 서류를 챙겼다. 그렇게 워킹홀리데이 비자에서 Subclass 457 비자로 전환 후 2년 반을 지내고 영주 비자인 ENS 비자를 신청했다.

비자를 신청하기 전에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 1차 관문이고 비자를 신청하고 처리되기까지 기다리는 일이 2차, 담당자가 배정되어 통과되는 일이 마지막 관문이다. 처리를 기다리는 기간이 기본적으로 5개월 이상인데 이 기간 동안 별 생각이 다 든다. 게다가 까탈스러운 담당자를 만난다면 정말 정신을 붙잡기가 쉽지 않다. 내 경우에도 꼼꼼한 담당자를 만나서 번거로운 일이 있었지만 다행히 큰 문제가 되진 않아 감사했던 기억이 난다.

영주권은 끝이 아니라 시작

마치 고등학생 때 수능 보고 대학만 가면 모든 일이 끝날 것 같지만 더 많은 선택지와 삶의 방향 앞에서 혼란을 겪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영주권을 받고 나서 기쁜 마음도 분명 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내 비자 상태를 탓하며 아무 일도 안하며 손놓고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괜스레 부담감도 생긴다. 그런 부담감도 있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 지 뚜렷하게 생각해보지 않고 당장 앞에 있는 일에만 바쁘게 지냈는데 막상 그 날이 와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할까. 그래도 기쁨과 감사함으로 앞으로 시간을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호주에서의 삶부터 지금까지 지내온 시간은 나에게 너무나도 새로운 경험이었고 평생 가지고 갈 내 인생의 밑천이 되었다. 호주에서 어떤 일이 있었든지 또 다시 다른 나라를 알아보고 도전해보지 않았을까.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털고 또 새롭게 시작해보겠냐 그러면 그럴꺼라 대답할 것이다. 그 인생의 충격은 또 다시 경험해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다행인지 삶은 여기에 끝이 아니라 도전의 연속이다. 영주권이 큰 고비라고 생각했지만 앞으로도 등정하고 싶은 산도, 올라야 하는 산도 많이 보인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내 자신에게서 부족한 부분을 많이 보게 된다.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결여를 부정하거나 괴로워하거나 덮어두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자연스럽게 받아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삶에서 갚아야 할 감사가 더 많아졌다. 부지런히 살고 열심히 지내서 도움 주신 모든 분들에게 보답하고 싶고 다른 사람에게 그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앞으로 어떤 삶을 마주하게 될 지 기대된다.


다음은 호주 생활과 관련해서 썼던 글이다.

호주에 온지 벌써 5년차에 접어들었다. 아직도 시내를 돌아다가 멜번 온 첫 날에 잠을 청했던 백팩커 숙소 앞을 지나면 그 날이 자연스럽게 생각난다. 받은 카드로 문을 열지 못해서 이걸 어떻게 말해야하나, 우물쭈물 한참을 고민하다가 카운터에 카드를 들고가서 “카드 이스 낫 워킹”을 외치니 “The card is broken, right? no worries mate” 이라고 답하던 그 호주 억양이 아직도 생생하다.

6인실이었던 내 도미토리는 모두가 장기체류였고 그런 탓에 온갖 빨래며 물건들이 널려있었다. 그렇게 짐을 내려놓고 샤워하러 갔을 때 그 소독약 냄새도 아직도 기억 난다. 그때 바깥 네온사인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던 기억도, 무얼 어떻게 사먹어야할지, 환율을 매번 계산하면서(그땐 무려 1달러에 1200원 남짓) 한참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크고 작은 일들도 있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가 하면 오래 알던 사람을 떠나 보내기도 했다. 호주에 온 이후로 온라인을 통해 만난 사람들을 찾아가 직접 만나기도 했고 가족이 나를 보러 호주에 찾아오기도 했다. 여기서 일자리를 찾게 되어 자리를 잡고, 못할 것만 같던 이런 저런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고, 무엇보다 작년에 집을 렌트해서 혼자 살게 된 이후로는 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느낌이다.

타지 생활을 하면서 때로는 가족에게 걱정 끼칠까 쉽게 말할 수 없는 것도 있었고 주변 사람들 각자 자신의 삶에서 고군분투 하는데 짐을 더해주는 것은 아닐까 하고 선뜻 내 어려움을 토로할 수 없었다. 그래도 주변에서 심적으로나 물적으로,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도와준 많은 분들 덕분에 호주에 잘 정착해서 지금까지 지내올 수 있어서 너무나도 감사하다. 그 고마움을 보답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런 도움을 주변에 줄 수 있도록 더 성장하고 싶다.

여전히 영어도 쉽지 않고 미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올해에는 고민보다 행동이 우선되는 삶을 살자 다짐했던 것처럼, 고민을 하기 전에 먼저 작게 시작하는 것이 내 삶에 더 필요하다. 호주에 도착했던 그 날을 다시 생각하면서, 무모하게만 보였던 그 도전과 자신감을 오늘 다시 세워본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가장 꾸준하게 인기 있는 글은 단연 호주에서 일하는 이야기다. 이 글 덕분인지 이메일로 질문을 자주 받는 편인데 아무래도 질문에 공통점이 많은 편이다. 답장이 거의 비슷한데도 시간을 너무 많이 쓰게 되는 것 같아 이전에 보냈던 메일을 정리해서 올려본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거주하는 ***라고 합니다.

먼저 갑작스레 메일 드려 죄송하고, 읽어보시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을 보내주실 수 있다면 매우 감사드리겠습니다.

간략한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컴퓨터 전공으로 학사,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2009년부터 지금까지 모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영상처리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업무를 주로 진행하다가 최근 솔루션화를 위한 si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개발언어는 *\*고 **등의 라이브러리를 주로 이용합니다.

제 꿈은 외국에서 살아보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호주, 유럽, 캐나다, 미국 등 여행과 삶을 접목시켜 각 대륙에서 직장을 구하고 여행을 하는, 허황될 수 있는 큰 꿈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 꿈을 이루고자 웹을 통해 제 목표와 가까이 계신 분들을 모니터링하고 어떻게 현재의 위치까지 도달하셨는지 조언을 구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조언을 구하는 이메일을 처음 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혹 무례하거나 잘못된 모습이 있더라고 넓게 이해하여 주시고 지적하여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인터넷에서 잘 구할 수 없는 궁금한 점을 질문드리고자 합니다.

  1. 블로그의 글을 읽어보니 워홀로 입국하셔서 직업을 구하셨던데, 이런 케이스를 웹에서 더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면 쉽지 않은 길인 것 같습니다. 워홀비자의 제약조건하에서도 개발자로 취업한 케이스가 종종 있는지 궁금합니다.

1.1 만약 가능하다면 구인공고가 올라오는 홈페이지 등을 소개해주신다면 어느 분야가 수요가 많은지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2 저는 영상처리 관련 기술에 경험이 있지만, 이는 너무 한정된 분야에서 사용되므로 관련직종으로 직업을 구하기는 어려울듯 합니다만, 이런 상황에 조언해 주실 수 있는 내용이 있는지요?

  1. 보통 외국에서 일하시는 개발자분들은 본인의 이력서를 웹에 게시해두던데, 이렇게 항상 일자리를 구할만큼 고용이 불안정한가요?

  2. 한국과 비교해 근무환경, 업무강도, 일처리의 합리성 등의 면에서 (즉, 삶의 질에서) 향후에도 호주에서 계속 거주하실 생각이 있으신지요?

저는 호주에서 개발자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무엇을 모르는지부터 알아가는 중입니다.

짧은 답변 하나로도 충분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울에서, *** 드림


안녕하세요. 김용균입니다.

메일 잘 받았고 감사하게 잘 읽었습니다. 한국은 많이 덥다던데, 호주는 이제 완전한 겨울이라 많이 춥네요. ^^

  1. 사실 제 경우가 예로서 적합한 케이스는 솔직히 되질 못해서 좋은 답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학력도 전혀 관련 없는 학과(사회교육과 지리교육전공)에 졸업도 하지 않은 휴학생인데다가 겨우 3년 남짓한 경력이 전부였습니다. 포스트에서 보셨겠지만 영어 한마디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준비도 안된 상태였고, 사실 지금 생각하면 많이 무모하게 도전한 경우입니다. 저는 오기 전에 호주 취업 사이트(seek.com.au 등)에서 어떤 사람을 많이 찾는지 많이 검색해봤고, 한국서 커버레터와 이력서를 미리 준비해왔습니다.

호주에 오기 전에 여러 커뮤니티에 가입해 이리저리 수소문도 해보고, 여기 와서 지낸 기간 동안에 알게 된 사람들 안에서는 워홀로 입국해 IT직종에 취업, 스폰서 비자를 받은 케이스는 주변에서는 저밖에 없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해당 비자의 취지에 맞게 오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사례가 좀 적지 않나 싶습니다.

호주는 이민국가이기 때문에 다른 서구권에 비해 해외 취업에 대해 상당히 개방된 편입니다. 여기서 만난 한국 개발자분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컴퓨터 전공에 몇 년 경력을 가지고 독립기술이민을 통해 온 분들이 절대적으로 많습니다. 워홀은 한 회사에서 6개월 이상 일 할 수 없는 조항도 있고 여러 까다로운 부분이 있어 특히 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반면 독립기술이민은 영주권 비자이고 또한 여기서의 생활에 대해 복지 지원(학비나 가족 수당, 실업급여)이 있는 등의 장점을 보시고 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참고로, 영주권 비자는 한국 국적과 동시에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1. 1 호주의 경우, 구인 공고는 대표적으로 seek.com.au 등이 있습니다. 한국에 비해서 리크루트 업체를 통해 중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2 영상 처리는 제가 어떤 분야인지 잘 모르겠네요. 제가 여기서 처음으로 일했던 곳이 ***이란 곳이었는데 혹시 이런 분야이신지. 전혀 없지는 않을겁니다만 좀 드물지도 모르겠습니다. 위 리쿠르트 사이트에서 한번 경력과 맞는 곳이 있는지 살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네요.

  3. 고용이 불안정하다기보다 고용-피고용의 관계가 상당히 유연합니다. 서구권의 직업관은 한국과 많이 달라서, 문화적인 차이에 의해 그런듯 합니다.

  4. 한국에 있을 때 제주 소재의 웹에이전시에서 웹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했었는데 근무환경, 업무강도, 일처리 합리성은 이곳이 훨씬 낫습니다. 월등한 대신 영어가 절대적으로 중요해집니다. 영어를 못하면 한국에서 가지던 포지션보다 낮은 자리에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제 경우에도 개발팀장으로 있었지만 discussion은 커녕 communication이 어렵다보니 이곳에서는 주니어 개발자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주니어라 하더라도 급여수준이나 환경은 훨씬 나은 편입니다.

향후 호주 거주는… 일단 드문 기회를 얻은 상황이니 부지런히 지내고 있습니다. 아직 못한 공부도 더 하고 싶기도 한데 호주에서의 International student 학비는 1년에 3만~4만불 가량 되는데 영주권을 취득한 경우 1년에 4,000불 내외로 저렴하게 가능하기 때문에 영주권을 먼저 취득하고 대학교를 다니려고 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면 독립기술이민으로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오셔서 석사, 박사 과정 하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1. 서구권임에도 저렴한 조건으로 와서 공부할 수 있고 2) 비자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이 오신다고 합니다. 예전엔 환율 사정도 좋았다고 하는데 요즘 환율이 많이 올라 이 메리트는 없어진 것 같네요.

정리하자면, **님은 저보다 훨씬, 훨씬 좋은 상황이라 무얼 하셔도 저보다 더 잘 될 것 같습니다. 학력도 경력도 있기 때문에 생각하신 것처럼 한국 외 어느 국가에서도 충분히 일할 수 있을겁니다. 중요한건 자신이 원하는 포지션에 걸맞는 영어실력입니다. 메일에서 느껴지는 인상으론 엄청 잘하실 것 같습니다만 영어 잘 준비하셔서 좋은 곳에서 일하시길 기대합니다. 호주에만 국한하지 않고 두루두루 살펴보시다보면 좋은 자리 찾으실 수 있을겁니다.

아래는 해외 취업과 관련해 두루두루 참고할만한 글과 커뮤니티입니다.

더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메일 주시기 바랍니다.

김용균 드림.


안녕하세요. **포럼에 질문을 올린 ***입니다.

***님하고는 메일로 간단히 몇가지를 물어봤는데요. 어학을 계획으로 오셨다가, 정착한 케이스라 다소 귀감이 되더라구요.

제가 궁금한 것은 어떻게 일자리를 구하셨는지 인데요. www.seek.com.au 이곳에 CV를 올려서 구하셨는지, 아니면 다른 경로로 구하셨는지 알고 싶구요.

그리고 멜버른하고 시드니가 아무래도 일자리가 많은 것 같은데, 멜번 쪽으로 가신이유가 혹시 따로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아, 영어는 필리핀등에서 2개월 정도 회화와 IELTS를 공부하고 갈까 생각중입니다.(현지로 바로가는 것은 아무래도 비용때문에…)

아무래도 처음 가는 곳이라 불안함이 많다보니, 이런 질문들을 하게되네요~

시간 되실때 천천히 답변 부탁드리며, 향후 호주로 가게되면 제가 맛있는 식사라도 한번 대접하도록 하겠습니다 🙂

그럼, 즐거운 한주 되시기 바라며 겨울로 아는데, 건강 유의 하세요.


안녕하세요. 김용균 입니다.

저도 seek.com.au를 통해서 컨택 많이 해봤는데 일단 대부분 거기에 올라오는 곳이 리쿠르트에서 하는 부분이라 리쿠르트를 통해 면접을 보고 통과가 되면 회사에 면접보는 식이라 영어로 자기어필만 강하게 할 수 있으면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습니다.

멜번보다는 시드니가 훨씬 자리 많은 편이라고 하더라구요. 제가 멜번을 선택한 이유는… 크게 이유는 없는데 멜번이 왠지 좋아서 선택했습니다.

저는 아직 대졸도 아니고 경력도 얼마 안되는지라 독립기술이민을 진행하긴 어려워 여기서 스폰서 비자를 통해 계속 지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여기 일들이 6달, 12달 이런 프로젝트가 많은데 워홀 비자는 한 회사에서 6개월이란 제한 때문에 그런 프로젝트를 수행하기가 사실상 불가능이기도 하고… 여기도 영주권자 이상을 풀타임으로 많이 채용하는 편이라서 말입니다. 스폰서비자의 경우 사실상 해당 회사에 종속되어 급여가 오르거나 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흔히 노예비자라고도 합니다. 실직하면 28일 내에 해당 스폰이 가능한 회사를 찾아야 비자가 취소가 안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으니까요.

일단은 워킹으로 오셔서 한번 보시면 어떤 상황인지 아실 수 있으실 겁니다. 영어만 잘 되시면 아무 문제없이 잘 일 하실 수 있을거에요.

저는 영어가 많이 안되서 인터뷰만 두달동안 이곳저곳 보러 다녔거든요. 영어 많이 준비해오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 입니다.

저는 퇴사후 호주 취업을 준비중인 게임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입니다. 어학원도 다니고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도 보내고 있지만, 답장도 너무 늦고(답장에 2주 정도 소요가 되네요.) 해서 직접 호주로 가서 구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호주쪽 게임 회사 실정도 모르고 워홀 비자로 어느 정도 일을 구할수 있는지, 또 어떻게 구할수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1. 워홀 비자로 직장을 구하는 사람을 잘 뽑는지
  2. 워홀로는 한 직장에 6개월이 한계라는데 그럼 매번 옮기거나 하는지
  3. 회자입장에서도 당장 호주에 거주중인(워홀 비자로라도) 사람에게 더 기회를 주는지
  4. 제가 국내에서 경력은 있지만 호주쪽 클라이언트 트랜드라던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기술을 준비하는 것이 좋은지.

일단은 이렇게 4개이지만 조금 더 여쭤보고 싶은게 생길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용균입니다.

저는 호주에서 웹개발자로 일하고 있어서 게임과는 다소 다른 영역이라 게임 산업 쪽 고용 시장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네요. 게임 클라이언트 쪽이면 MO나 MMO 일 것 같은데 호주에서 그런 쪽 개발하는 스튜디오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서 호주에 맞는 자리가 있을지는 잘 알아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게임코디 눈팅해온 걸로는 게임 개발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북미나 유럽에 가시는 편으로 알고 있어서요.

  1. 대부분 영주권자 이상을 선호하는 편인데 호주는 고용 유연성이 상당히 높아서 3개월, 6개월, 1년 계약직 같은 자리도 많습니다. 이런 자리의 경우는 비자랑 크게 상관 없이 뽑는 경우가 많은 편입니다. 직장을 구하시려면 1) 영어가 잘되거나 2) 기술적으로 뛰어나거나 둘 중 하나인데 (둘 다 되면 당연히 좋구요) 일반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걸 요구하는 편입니다. 적어도 기술적으로 뛰어난 걸 증명하려면 자신이 한 일을 말로 설명할 정도는 되야겠죠.

저는 영어를 잘 못하는 상태에서 와서 인터뷰는 많이 봤지만 결과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영어를 어느 정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은 저도 가지고 있었는데요. 한국어로 대화하는 걸 영어로 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저는 듣기는 대충 들렸는데 말하는데 겁도 나고 문법 틀릴까 우물우물 하는 상태를 벗어나는게 힘들었습니다.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문법적으로 완벽하게 말하는건 의미하는게 아니었습니다. 잘 못 알아들었으면 다시 말해달라고 얘기하고 이해가 되었다 안되었다 이 부분 의견은 동의한다 이 부분은 이렇게 생각한다 얘기할 수 있는게 중요합니다.

  1. 워킹홀리데이 비자로는 한 회사에서 6개월까지만 가능합니다. 제 경우는 6개월 때 스폰서 비자로 변경했습니다. 이 경우는 직장을 어떻게 구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부분이겠네요.

  2. 1번에서 답변드린 바와 같이 영주권자 이상만 뽑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도 포지션에 자신이 잘 맞는다 생각하면 지원해보는게 좋겠죠. 해당 회사서 정말 필요로 하면 비자를 지원해줄 겁니다.

  3. 저도 게임 산업 쪽에 관해서는 들어본 바가 없어 어떤 인재를 요구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기술 요구사항은 일반적으로 구인 공고에서 확인해볼 수 있는데요. seek.com.au 같은 사이트에서 해당 직종을 검색해보시고 어떤 포지션 디테일을 가지고 뽑는지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겁니다.

만약 관련 대학 졸업하셨고 경력이 있는 상황이라면 워킹홀리데이보다 독립기술이민과 같은 영주권을 바로 받을 수 있는 비자를 신청해서 오시는게 낫습니다. 스폰서 비자는 회사에서 지원해줘야 하는 경우라서 쉽게 내주지 않는 경우도 많고 이걸 가지고 장난하는 회사도 많습니다. IT로 호주에 오시는 분들 대부분이 독립기술이민으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주권자 이상은 학비에 대한 혜택이 좋아서 여기와서 석사 받고 그 학력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맨 처음 워킹홀리데이로 와서 힘든 부분은 현지 경력이 없는 부분입니다. 여기는 레퍼런스 체크라는게 있는데 이 사람이 정말 괜찮은 사람인지 이전에 일한 사람에게 물어보는 문화가 있습니다. 제 경우는 호주 오자마자 한 2주짜리 단기 프로젝트를 한 경력이 있고 거기서 꽤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실제 취업 때 레퍼런스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기왕 나오기로 하셨으면 여러가지 옵션을 고민해보시고 그리고 궁금한 점이 있다면 immi.gov.au 같은 정부 사이트에서 자세한 내용을 꼭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인터넷에 있는 자료는 out of date인 경우가 많아서 그런 자료 믿다가 비자 취소되고 돌아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만약 북미쪽 취업이 궁금하시다면 포프님 북미취업가이드를 살펴보시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밖에 나오면 생각보다 힘든데 그래도 좋은게 많습니다. 그리고 나와서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드니 꼭 호주가 아니더라도 어느 영어권 국가라도 가서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네요. 심사숙고해서 어디로 갈 지 잘 결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더 궁금한 부분이 있다면 답장 남겨주시고요. 🙂

김용균 드림.


안녕하세요. 현재 HW/SW관련 개발을 공부하고있는 **대학교 4학년 ***라고합니다.

호주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었고, 개발자로 살아가는데 해외취업을 목표를 두고있습니다. 제 주 전문분야는 web이 아닌 firware, Embedded, Linux 분야이고 현재 S사 소프트웨어멤버십 이라고 해서 S사에서 학생개발자들을 키워내는 프로그램에서 2년째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꿈은 해외에서 살아가는것입니다. 워킹홀리데이 생활을 하면서 꼭 해외에서 살고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궁금한점이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1. 해외 IT회사를 지원하게 된 계기
  2. 한국에서 일하는것과의 차이점/장단점
  3. 학사학위로도 해외취업에 가능한지. 영어실력은 영어로 면접 볼 정도의 실력에 조금 못미칩니다. 직접 영어를 쓰는 환경에서 일을 안해봐서 많이 부족합니다.

답장 드립니다.

저는 오랫동안 웹에 관심을 갖고 공부해왔었습니다. 호주에 오기 전엔 웹에이전시에서 개발팀장으로 근무해 웹사이트 구축에 필요한 실무적 역량을 많이 키울 수 있었습니다. 저는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에 오면서 한국서 하던 경력대로 일을 할 계획을 세워 영문 이력서 등을 준비해 호주로 넘어왔습니다.

오기 전에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서 개발 직군에 취업한 후기를 많이 검색해봤지만 인터넷이든 워킹홀리데이 책이든 대부분 농장 가서 주천불 버는 얘기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몇 분 워홀로 와서 일하던 분도 알음알을 알게 되서 조언도 받아서 큰 문제는 없겠다 싶어 호주로 와서 여러 회사에 지원했고 현재 회사에 입사해 지금까지 지내고 있습니다.

  1. 해외 IT회사를 지원하게된 계기
기회가 되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개발직군에서 일하면 누구나 생각해보는 일이기도 하고요. 또 영어는 개발 직군에서 일하면서 최신 트랜드를 보려면 필수적이니까요. 이건 지원한 계기라기보다 해외에 나온 계기가 될 것 같네요. 해외에서 사는 것 자체가 목표라면 돈 많이 벌어서 노년에 나와 사는게 편하고 좋지 않을까 합니다.</p> 
  1. 한국에서 일하는것과의 차이점. 장단점
일하는 것은 큰 차이 없습니다만 인건비가 비싸서 야근을 거의 안시켜주는 편입니다. 업무 환경은 회사에 따라 다를테고 그 외 생활에서의 차이는 제 블로그 포스트를 읽어보는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1. 학사학위로도 해외취업에 가능한지. 영어실력은 영어로 면접볼정도의 실력에 조금 못미칩니다. 직접 영어를 쓰는 환경에서 일을 안해봐서 많이 부족합니다.

저는 대학 휴학중이라 학사 학위로 취업을 물어보는건 어떻게 대답 드려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이미 쓰셨으면 호주 유학 후 영주권 취득이나 한국서 경력과 영어 점수를 만들어 영주권을 받아서 오는 두가지 방법이 있는데 여기에 학사 학위는 도움이 될겁니다. 이 이야기도 제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어를 잘해야 하는건 당연합니다. 저는 영어 준비를 잘 하고 오지 않아 정말 고생했고 지금도 한참 부족한 편입니다. 업무는 지금까지 해온 것도 있고 경험이 있고 개발쪽은 대부분의 키워드가 영어니 큰 문제가 없었지만 세세한 디테일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어도 중요합니다. 한국에서 하는 취업 수준에 한국어 수준으로 영어를 써야 한다고 말씀 드리면 감이 좀 올까요? 직군에 따라 많이 다르겠지만 영어는 잘할수록 좋습니다. 기술적으로 뛰어나도 본인이 얼마나 잘하는지는 영어로 어필해야 하기 때문이고요.

저는 워홀로 오기도 했고 영어를 어짜피 못하니까 괜찮다는 생각도 좀 있었는데 영어를 잘했으면 더 좋은 포지션에서 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워홀로 올게 아니라 위 말한 다른 방법으로 오신다면 일반적인 의사소통에 지장 없을 정도로는 준비하셔야 합니다. 한국 벗어나면 외국인이고 대화 안되면 당연히 시장에서 배제됩니다. IELTS 점수도 필요할테니 공부하셔야 할테고요.

영어로 일하는 업무 환경이 필요하시다면 github에서 컨트리뷰션할 오픈소스를 찾아 참여하시거나 메일링 리스트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유튜브 등으로 올라오는 컨퍼런스도 찾아보시고요. 펌웨어, 임베드면 요즘 IoT로 한창 핫한 오픈소스도 많을테니 참여할 곳도 많을 것 같네요.

저도 많이 부족해서 이렇게 조언 드릴 입장이 아니라 이렇게 적는게 좀 부끄럽습니다. 목표와 계획 잘 세우셔서 좋은 결실 맺길 기대합니다.


이전에 쓴 다른 글은 아래서 볼 수 있다.

2월 한 달 휴가를 내서 한국에 들어왔고 3박 4일 일정으로 서울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만나고 싶었던,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 재미있고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많은 분이 호주에서 일하는 삶에 대해 궁금해하셔서 여러 답변을 드렸지만 다소 두서없게 얘기한 감이 있어 짧게라도 정리해 포스팅한다.

내 호주 생활은

2012년 3월에 호주 생활을 시작했으니 이번 휴가를 마무리하고 돌아가면 만 3년차가 된다. 내 호주 생활은 꼭 끝나지 않는 긴 긴 휴가처럼 느껴져서 이렇게 지내도 되는걸까 생각 들 때가 많다. 집 문만 나서면 여행인 기분은 3년을 살아도 그렇다.

한편으로 지냈던 시간을 생각해보면 택배가 엄청 느려서, 한국과 같은 대형 서점이 없어서 불편한 점보다는 언어, 문화적 차이로 인한 고독감이 더 컸다. 내가 활동적인 편도 아닌 데다 오자마자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주변에 아는 사람도 많은 편이 아니라서 더 외로움이 있었다. 게다가 이번 휴가를 지내면서 호주에서는 한국에서 온 한국 사람인데 한국에 돌아오면 한국 사람이 아닌 호주 사는 사람이 되는, 이쪽도 저쪽도 속하지 못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평생을 살아왔던 공간, 국가를 떠나 사는 것은 다른 양말을 신는 것과는 다르다. (물론 이 인식의 강도는 개인마다 다르니까, 양말 갈아 신는 정도로 느끼는 사람도 분명 있다. 선천적으로 노마드의 피가 흐르는 사람!)

하지만 그 누구도 서두름을 강요하지 않는, 여유로움이 일상 속에 가득한 호주를 경험하고 나면 이 곳을 쉽게 벗어날 수가 없다. 여행으로 호주를 다녀간 후에 호주행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사람이 많고 또 실제로 여행 후 호주행으로 오신 분이 정말 많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문화, 무엇보다 가족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가족 중심의 문화는 자연스럽게 현재의 한국과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누가 호주로 가야 할까

호주에서의 삶은 확실히 한국에서의 삶과는 다르다. 가족적이고 여유로운 분위기, 자연 친화적인 환경, 저녁 있는 삶과 같이 한국에서 쉽게 만들기 힘든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반면 호주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분들도 많다. 한국 특유의 밤 문화를 좋아하는 분이나 친구가 없어 힘들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었다.

호주에 관해 궁금하고 고민이 된다면 호주로 여행을 가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 여행에서 현지 분위기에 매료되어 호주로 오게 되는 분들도 적지 않다. 여행으로 둘러보고 현지에서 사는 많은 분께 조언을 구하는 것도 호주행 결정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호주에서 내 일자리는 얼마나 수요가 있을까

IT도 범주가 크고 호주에도 직종의 편중이 있어서 본인이 원하는 일자리와 포지션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자리 수요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seek.com.au와 같은 취업 웹사이트를 찾아보면 되는데 어떤 job description을 요구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하는데 용이하다. 다른 방법으로는 meetup.com 과 같은 사이트나 언어 사용자 모임을 찾아보고 그 커뮤니티에 물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영어는 당연히 중요하다

호주는 IELTS를 통해 영어 능력을 평가한다.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를 모두 평가하는 IELTS는 General Training과 Academic 두 가지 모듈이 있는데 자신에게 맞는 모듈을 선택해 응시하면 된다. “영어는 얼마나 가능해야 하는가”를 물어보는 경우도 엄청 많은데 자신이 구사할 수 있는 한국어를 영어로 얼마나 구사할 수 있는 지 스스로 생각해보면 어떤 부분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 지 판단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민 정보는 항상 이민성 웹사이트에서 확인

호주는 정말 다양한 방법과 경로를 통해 비자를 신청할 수 있고 개개인의 상황에 가장 맞는 방법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각 비자에 대한 정보는 한국어로 검색해서 나오는 자료보다 호주 이민성 웹사이트에서 확인하는 방법이 가장 정확하고 확실하다. 한국어로 작성된 글은 가장 최신의 정보라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더더욱이 잘못된 정보라면 시간을 낭비할 수밖에 없다. 이런 글들은 참고 용도로만 찾아보고 필요한 요건이나 서류는 꼭 이민성 웹사이트에서 확인해야 한다.

직접 하는 게 번거롭다면 이민 대행사, 법무 대행사 등에 비용을 내고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위 이민성 웹사이트에서 각각의 내용을 상세하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행은 어디까지나 대행이라 잘못된 내용으로 진행하다 문제가 생겨도 책임을 지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꼭 웹사이트에서 교차로 검증을 해야 한다.

비자와 영주권

호주에서 거주의 제한 없이 일을 하며 지내기 위해서는 영주 비자를 취득해야 한다. 비자는 각각 개인의 학력, 경력 등에 따라 취득할 수 있는 종류와 방법이 다 다르다. 학교를 다니며 비자를 준비할 수도 있고 미리 영주권을 받아서 오는 경우도 있다. 상황에 맞게 비자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내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 워킹 홀리데이로 와 정착하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치는데 시간이 많이 들고 고용주에 따라 불확실성이 좌우되는 경향이 있어서 비록 내가 이 과정으로 영주권을 받으려고 하고 있지만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과정이다. ENS는 3가지 stream을 지원하고 있는데 만약 다른 stream에 조건이 맞으면 임시 취업 비자 없이도 바로 영주 취업 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독립기술이민 Skilled Independent visa (subclass 189) 비자를 통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안정적으로 비자를 취득할 수 있어서 많은 분들이 이 비자로 호주에 들어오고 있다. 예전에는 독립기술이민 요건만 맞으면 바로 영주권을 줬는데 이제는 SkillSelect 라는 제도로 변경되어 직업군에 따라 발급해주는 양을 조절하고 있다.

독립기술이민은 경력, 학력, 영어점수, 나이 등을 제공되는 점수표에 따라 환산해 60점 이상이 나왔을 때 신청할 수 있다. 점수표는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점수표는 학력, 경력이 있다면 그렇게 까다로운 편은 아니다. 예를 들면 학사 학력이 있고 3~5년 경력, 만 32세라면 점수가 충족된다.

나이 30점 + 경력 5점 + 학력 15점 + 영어 10점 = 60점

점수가 되면 신청 자격이 생기지만 그 외 직업군이나 기타 확인해야 할 사항이 많다. 신청 가능한 Skilled Occupation List (SOL)을 확인해보는 등 체크 리스트를 확인해봐야 한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여기서 이야기한 비자는 극히 일부다. 이민성 웹사이트를 통해 모든 비자를 확인해보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비자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서 없는 이야기를 두서없게 정리했다… 만약 부족한 부분이나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덧글을!)

나에게 있어서도 삶의 터전을 옮기기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결정하고 나서 실행하는 것 하나하나도 큰 도전이었다. 그 과정 모두 엄청난 경험이었고 그사이 만나게 된 사람들에게 받은 도움이 너무나도 감사하다. 이 결정을 내릴 때 심각하게 고민했던 일들은 정말 사소한 일들이었고 지금은 그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넓은 눈으로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

내 짧은 3년의 경험이 지금 고민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 읽을 거리

기한이 좀 지난 글이긴 하지만 지금 내가 느끼는 호주와 크게 다르지 않아 링크를 남긴다.

내 글인데 워킹 홀리데이로 온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링크를 붙였다.

Sydney Ticket

2012년 2월, 갑작스레 결정하고 멜번행 티켓을 발권, 한달 후에 호주 땅을 밟았다. 뭔가 쿨해 보이지만 나 또한 파랑이라 불리는 해커스 토익책 앞 열 페이지를 넘겨보지 못한 사람이었고 어떻게 아프리카나 남미행 비행기가 아닌 호주행을 제대로 타고 왔는지 신기한 수준이다. 영어 실력은 없었지만 나에게는 개발팀장의 경력과 고민할 것 없이 하면 된다는 긍정적 추진력을 가졌던 대표가 준 영감이 있었다. 결정적으로 나는 아직 젊다는 생각이 나를 떠나게 했다. 호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젊음이 가장 큰 밑천이라고 내내 생각하면서 내가 이 광야의 과정을 극복함으로 얻을 일들과 관계를 기대했다.

오기 전에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던 것이 인터넷 검색이었다. 하지만 내가 여기 와서 개발자로 일을 구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영어로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준비하고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 틈에 CI포럼에서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서 개발일을 하는 분의 얘기를 짧게나마 들을 수 있었고 그에 힘을 얻기도 했다.

오자마자 예약했던 백팩커에 짐을 풀었고 계좌도 만들고 휴대폰도 등록했다. 모두 한국에서 준비해온 부분이라 영어 한마디 없이 준비할 수 있었고 둘째날부터 백팩커 인터넷을 통해 열심히 이력서를 보냈다. 감사하게도 하루에 한두번씩은 연락이 계속 왔는데 준비를 하질 않았으니 당연히 들릴 턱이 없었다. 아직도 기억나는게 빅토리아 마켓에 구경가려고 시티순환 트램을 탔었는데 그때 헤드헌터한테 전화가 왔었다. 다짜고짜 첫 질문을 던지던데 뭐라는지 몰라서 Sorry? 이랬는데 똑같은 질문을 몇번이고 하길래 잘 들어봤더니 무슨 account situation 을 물어보더라. 뭐 여튼 여차저차 넘어갔고 당연히 나중에 연락 준다고 하고 연락 안줬다. 그때 녹음한걸 들어보니 질문은 What is your current situation? 이었다.

초기에 묵었던 그린하우스 백팩커. 방 쓰던 사람들이 다 장기체류라서 보안 걱정(?)이 좀 덜했다.

하루에도 한 두통씩 전화가 오니 인터뷰에 무얼 물어보는지 명확하진 않더라도 단어로라도 대답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을 때 2주 일하는 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급하게 사람이 필요한 곳이어서 내가 영어가 상당히 모자라다는 것도 알면서 채용을 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곳에서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었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할 수 있어서 너무나도 즐거웠다. 여기서의 일이 나에게 좋은 레퍼런스가 되었다.

호주에서의 취업은 레퍼런스를 요구하는데 구직자에 대한 보증을 전 직장의 상사에게 구한다. 한국에서는 생각해보기 힘들지만 호주에서는 직업관이 한국과 달리 상당히 유연하다고 생각해서인지 전에 다니던 직장에 전화해서 얘 일할 때 어땠어? 이런 질문을 한다고. 답변도 그에 따라 공정하고 쿨하게 해주는 모양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레퍼런스가 없으면 호주에서의 취업은 거의 어려워서 레퍼런스 때문에 무급 인턴을 하기도 한단다.

기상의 규모가 확실히 다른 편. 여름의 하늘도 한국의 가을만큼 높다.

그리고나서 또 다시 이력서를 열심히 보내면서 자리를 찾으려고 애썼는데 영어가 안되는게 너무나도 힘들었다. 이거 무슨 일인지 아는데,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아는데, 일만 시켜주면 잘 할 자신이 있는데 이걸 영어로 어필하기는 커녕 내가 무얼 할 수 있는지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감사하게도 매 인터뷰마다 짧은 영어도 경청해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렇게 지금의 회사에 다니게 되었다.

긍정적이었던 부분은 인터뷰가 떨어질 때마다 좌절감을 맛보기는 했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생각으로 계속 문을 두드렸다는 점이다. 어쩔 수 없이 영어를 써야만 하는 상황을 계속적으로 마주하게 됨으로 짧은 영어라도 어떻게 구사해보려고 계속 노력할 수 있었고 수많은 인터뷰들이 마지막 인터뷰를 위한 준비과정이라 생각하며 지속적으로 도전했다.

회사 앞 공원 풍경. 회사 앞인데도 한번 밖에 못가봤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경력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삼성과 같은 회사에서의 경력이라면야 당연히 인정해 주겠지만 앞서 말했듯 레퍼런스 체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거의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글이 훨씬 많았다. 내가 마주한 상황에서는 한국에서 어떤 일을 담당하고 어떻게 진행했는지 어필이 잘 안되서 그랬다 뿐이지 경력 자체를 부정하거나 하진 않더라. 뭐, 결국에 중요한 것은 영어다.

아쉬웠던 점은 역시 영어를 미리 준비해오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하다못해 동네 회화학원이라도 다니다 왔으면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오자마자 묵었던 백팩커에서 받은 카드키가 되질 않아서 바꿔달라고 말하려고 얼마나 땀을 흘렸던가. 인터뷰마다 물어보는 질문에 제대로 답해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 때도 참 많았다.

또 다른 언어에 대한 경험이 적었던 것이 아쉬웠다. 한국에서는 자바나 php에 대해 많이 편중되어 있는데 이곳은 닷넷이나 파이썬, 펄 등 다양한 개발자를 요구하고 있었다. 만약 내가 다른 개발 언어에 대한 경험이 있었더라면 좀 더 이전과 다른 새로운 환경에서 일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또한 php라도 한국에서는 여전히 모델1 방식을 많이 사용하는 반면 모델2로 이야기 되는 mvc 방식을 많이 사용하며 프레임워크도 상당히 많이 쓰이는 편이다. 줌라나 드루팔, 워드프레스 각각의 cms도 많이 쓰이는 편인데 각 cms도 나름의 객체지향적으로 구조가 짜여져 있어 동일한 php 임에도 한국과는 확연히 다른 코딩 스타일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내 경우에는 codeigniter 한국포럼에서 나름 부지런히 활동하고 했던 점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개발을 한다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하기 때문에, 또한 분야의 특성상 해외에서 일해보는 것을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보게 되는데 도전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무조건 도전하라는 말보다는 무엇을 할 지 리서치도 해보고 자료도 정리하며 회화학원도 다녀서 준비하는 시간까지도 아깝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새해에는 열정적으로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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