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바쁜 일상에서도 기분이 나는 날이면 언제든 꺼내서 쓸 카메라가 있었으면 했다. 물론 스마트폰으로도 쨍한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카메라로 남기고 싶은 날도 있는 법이니까. 이 작은 카메라는 가방에 넣었다가 잊어도 배터리가 닳는 일이 없다. 엄청난 기능이 있는 카메라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디 하나 크게 모자라지도 않다.
Canon ELPH 300 HS (IXUS 220 HS)
12.1 MP, 1/2.3인치 BSI-CMOS
5x, f2.7-5.9, 24-120mm (35mm equiv.)
141g, 92 x 56 x 20mm
Auto 100, 200, 400, 800, 1600, 3200
최대 1/2000s
jpg로도 충분하지만 CHDK를 설치하면 raw로도 촬영 가능하다. 다만 작은 크기 탓인지 jpg는 보정이 엄청 적용되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raw에서 왜곡이 많이 보이고 그 나름대로 또 즐거운 느낌이 난다. 굳이 이 작은 카메라에서 왜 raw가 필요한가 싶은데 또 이리 저리 슬라이더를 옮겨가며 보정하는 재미는 여전히 있다.
예전에 비해 사진기를 드는 횟수가 훨씬 적어졌다. 사진에 흥미가 떨어지거나 한 것은 아니다. 다만 환경이 달라져서 무엇을 촬영해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이 컸었다. 삶도 바쁘게 돌아가서 그런 고민 자체를 할 여유가 없었기도 했다.
그런 중에 작년 초에 교양 과목으로 필름 사진 수업을 듣게 되었다. 계획하고 촬영하고 최종 편집하는 과제를 몇 번 반복하다보니 아 내가 이래서 사진 찍는걸 좋아했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수업이 도움이 되었던 건 미국에서 활동하는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다채롭게 접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사진에 관심이 많아서 책도 보고 다큐멘터리도 보고 그랬지만 수업에서 얻을 수 있는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수업을 듣고 난 이후에 사진을 더 꾸준히, 일상적으로 더 많이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Sony A7R2는 초기에 구입해서 중요한 사진을 촬영해야 하는 상황에 잘 활용하고 있다. 다만 카메라 무게도 무겁고 부피도 큰 편이라서 항상 가방에 들고 다니기는 부담스러웠다. 이미 E 마운트 렌즈가 있으니 동일 렌즈 마운트를 사용하면서도 작은 부피의 카메라가 필요했다.
부피 작을 것
수동 렌즈 많이 사용해서 AF가 빠를 필요 없음
대신 wifi로 접속해서 사진 즉석에서 꺼낼 수 있어야 함
적당한 화소 (적어도 지금 쓰는 폰보다는 나을 것)
A7R2와 호환되는 배터리
한참 비교하다가 Sony a5000 중고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게 되었다. 예전에 a6000 쓸 때는 만족 못해서 후회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결과는 대만족이다.
RAW+JPG로 촬영하긴 하지만 후보정 최대한 안하도록 설정에 신경을 썼다. 암부에서 나타나는 노이즈가 필름과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마음에 든다. 후보정 하게 되면 채널 커브에서 Black 부분만 올려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정착한 설정은 아래와 같다.
별도로 렌즈가 적히지 않은 사진은 Voigtlander Nokton Classic 35mm F1.4 I SC로 촬영했다.
가끔 화이트밸런스를 제대로 못잡는 경우가 있는데 그 자체도 약간 주광 필름을 안맞는 조명에서 쓰는 느낌처럼 보여서. 약간 엉성한 화이트밸런스라 덜 기계적인 사진이 나온다. 그리고 예전엔 ISO를 AUTO로 놓고 쓰는 편이었는데 ISO 400에 놓으니 적당히 필름 그레인 정도로 입자가 보여 좋다. 예전엔 불편하다고 생각했을 법한데 선호하는 미감이 달라진 것도 분명하다.
일주일 동안 출퇴근에만 썼는데 500컷 가량을 찍었고, 그리고서 남기는 Ricoh GR 간단 사용기.
이렇게 생긴 Ricoh GR
출시한지 좀 지난 카메라라서 세세하게 스펙을 나열하긴 그렇고 DP Reivew 링크로 대체.
Ricoh GR의 명성은 한참 오래전부터 들어왔는데 드디어 영입했다. (왜 여태껏 주변에서 사용하는 사람이 없던건가. 왜 다들 S사 똑딱이를 사는건가!) 사실 GR 구입하기 전에 X100s와 GR 사이에서 엄청 고민했는데 (특히 뷰파인더 때문에) 6D의 서브로 X100s는 오버스펙일 것 같아서 GR로 결정했다. (가격도 그렇고. 그래 가격이 문제였지.)
(덤으로 풀 프레임 카메라인 Canon EOS 6D랑 비교하면 너무 하드코어하긴 하지만, 주력이 6D인 관계로 6D와의 짤막 비교.)
정확히 말하면 Ricoh GR Digital 5번째 버전이니까 Ricoh GRD5가 되야 하는데 브랜드 전략이 바뀌었는지 5번째 버전이 그냥 Ricoh GR이다.
디지털 카메라는 포스트 프로덕션이 가능하기 때문에 색상을 이야기하는 것은 좀 적합하지 않게 느껴지지만 기본적으로 색상이 좀 다르다. 쨍하고 현실감 있는 색상이라기보다는 좀 더 필름 룩에 가까운 색을 보인다. 결과물을 보면 필름 스캔 결과물을 보는 기분이 든다. 모노크롬도 상당히 좋다.
APC-S 크기의 센서를 탑재하고 있어서 광량이나 Depth of field에서 확실히 이득이 있다.
광각이지만 어디서든 쓰기 좋은 환산 화각 28mm. 비네팅 없이 깔끔. 그리고 선예도가 정말 좋아서 사진의 섬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다. 이거 뭔가 광고 카피 느낌이지만 정말 그렇다.
나는 노이즈를 신경쓰지 않는 쪽이라서 f/8, 1/400 맞춰두고 ISO 25600 까지 오르락 내리락 하게 두는 편이다. 컴팩트 카메라지만 야간에도 쓸 수 있다는건 대단한 성능이다. (같은 세팅으로 6D로 찍는 것보다는 센서 크기 때문인지 어둡다. 당연히 조리개를 좀 더 열면 밤에도 빠르게 찍을 수 있다. P모드로는 그냥 낮처럼 잘 찍힌다.)
컴팩트 카메라인데 모든 수동 기능이 가능하고 측면에 하나, 후면에 둘 총 세개의 커스텀 가능한 버튼이 있다. 내 경우에는 Snap/AF 전환, Snap Distance, 측면은 ISO로 지정하고 사용하고 있다. 다이얼에 자신의 세팅을 3개까지 저장할 수 있는데 무려 이 커스텀 버튼 설정까지 저장이 됨. 생각해보면 컴팩트지만 기능이 워낙 많아서 메뉴 찾기 힘든 경향이 있다. 커스텀 버튼을 만든 이유가 아닐까.
Snap Focus 기능. 특정 거리로 포커스를 고정해주는데 스트릿 촬영에 상당히 유용. AF에 약한 기기들은 이 기능을 본받았음 좋겠다. 언제든 포커싱 하느라 고생하는 일이 없다. 스냅 찍기엔 최고의 기능. (6D도 사용자 기능에서 half-press에 포커스를 꺼버리고 pre-focusing 상태로 사용하고 있다. 40mm 팬케익은 거리 표시가 없어서 불편하긴 하지만… 이건 다음에 얘기하기로 하고.)
이건 단점인데 뷰파인더가 없다. 다음엔 꼭 외계인과 거래를 해서 RF를 내장했음 좋겠다.
그래서 핫슈에 끼워서 쓰는 OVF가 있는데 고민하다가 구입했다. (Ricoh GV-1) 체감으로는 한 80cm 이내는 뷰파인더에서 보는 거랑 다르게 찍히는데 EVF가 아니니 어쩔 수 없고, 다행히 그 이상 거리에서는 별 차이 없이 찍힌다. SLR로 찍으면 미러 때문에 사실 촬영하는 순간의 모습을 볼 수가 없는데 OVF는 항상 보이니까 그게 장점. (뜬금없이 6D를 정리하고 X100s로 갈까 생각할 정도.) 다만 OVF의 가격이 깡패다. (사실 OVF는 어느 브랜드나 죄다 깡패다. 너네 왜그러니.)
작은 크기도 어마어마한 장점 중 하나. 센서도 크고 광각인데 주머니 쏙 들어간다. 작은 크기지만 그립 크기는 적절해서 편하다. 손 끝에 닿는 부분이 좀 이질감이 들어서 테이프를 붙였다. 로고도 가리는 건 덤. (참고로 그립이 불편하면 thumb grip을 구입하는 것도 괜찮다고.)
영상. 그러고보니 이걸로 영상을 안찍어봤다. DPReview에서 영상 점수가 엄청 낮은거 보니 안해봐도 될듯.
플래시 동조가 1/400 까지 가능. 저렴한 수동 스트로보 하나 있으면 야간에도 막 찍어댈 수 있다. 내 경우엔 OVF를 사용하기 때문에 핫슈를 쓸 수 없는데 그냥 광동조로도 잘된다.
참고로 적으면 내 스트로보는 Yongnuo에서 만든 YN-560-III인데 캐논의 스트로보랑 똑같이 생겼다. (물론 기능까지 같으면 좋겠지만 그럴리가 없지.) 한국어로 된 리뷰가 하나도 없지만 해외에서는 상당히 호평을 받는 스트로보. 장점은 아주 저렴한 가격, 빠른 리차지 속도. 물론 TTL 없고 고속동조 안된다. Yongnuo의 라인업은 참 풍성한데 기능 하나당 얼마씩 추가되는 수준이다. 그래도 최고 사양 모델이 캐논의 그 무지막지한 녀석보다 저렴. 물론 한국엔 Yongnuo보다 더 저렴하고 강력한 중소기업 제품들이 있다고 카더라.
덧붙이면 6D는 포컬레인 셔터이기 때문에 1/160초가 최대 속도라 그 이상의 셔터 스피드로 찍으면 검은 잔상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캐논은 고속동조를 지원하는 플래시를 써야하고 그만큼 돈을 써야 하지. 하하하. 그래서 이 부분은 GR의 승리.
총평
대박. 만족도 98%. 모양만 컴팩트, 기능은 중급기 이상.
다음 기종은 FF에 RF 뷰파인더 달아서 내줬음 좋겠다. 그렇게 내면 우주정복 가능.
샘플은 아마 제대로 된 사용기를 작성하면 그때 쯤 넣게 될 것 같다. 6D는 제대로 된 리뷰할 생각조차 안한 이유가 기능이 없는게 자꾸 보여서 불평만 궁시렁 궁시렁 쓰게 될 것 같아서 못쓰고 있었는데…
어릴 때부터 사진에 대한 관심이 많았지만 카메라는 커녕 필름이 비싸서, 정말 특별한 날에 일회용 카메라로 만나는 사진이 전부였다. (그것도 너무나도 행복했는데.) 덕분에 카메라 이론 서적들을 오랜 기간 카메라 없이 탐독해왔는데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면서 여러 디지털 카메라와 마주 할 수 있었다. Kodak LS420을 시작으로 쿨이오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Nikon Coolpix 2500, 밝은 렌즈와 코닥 특유의 색감이 돋보였던 Kodak DX6340, 고질적인 기판 문제가 있던 DX6340을 교환판매 받아 구입한 하이엔드 카메라 Kodak P880까지. 카메라와 함께 한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디지털의 혜택을 정말 많이 누렸다는 생각이 든다.
코닥 카메라랑은 긴긴 인연이 있었는데 덕분에 코닥동인 코닥포유에서도 많은 활동도 했었다. 코닥에서 더이상 카메라를 생산하지 않게 되면서 여러가지 안타깝게 되었지만. 생각해보면 셀빅이나, 아이비, 자우르스, 코닥 카메라까지 내가 깊게 손댄 것들은 어째 현대에 남아나질 않았다. 내가 마이너스의 손이라도 되는건가.
오랫동안 개인적으로 촬영해 왔지만 전문적인 시야는 군생활에서 생겼다. 공군 40710 전자광학정비 1특기를 받아 정훈계통에서 사진병으로 근무하면서 많이 배우게 되었고 더 많이 촬영해 볼 수 있던 좋은 기간이었다. 군생활동안 5D mark2와 D300를 사용했었는데 전역 후에 DSLR을 구입해야지 계속 생각만 하다가 절대 저렴하지 않는 비용에 계속 미뤄왔었다. 호주에 오면서도 사고 싶었지만 DSLR 대신 Olympus XZ-1를 구입했었다. 나름 요긴하게 사용해오긴 했지만 고민을 계속하다가 결국 상대적으로 저렴한(절대치는 여전히 비싸긴 한) 캐논 EOS 6D를 구입하게 되었다.
바디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는데 대신 렌즈를 많이 고민했다. 24-70mm 같은 렌즈를 사용하기엔 크기도 가격도 부담이라서 단렌즈를 두개 구입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50mm 1.4를 구입할지 40mm 2.8 팬케익을 구입할지 한참 고민하다 결국 팬케익 렌즈를 구입, 그리고 80mm 1.8을 구입했다. 액정커버도 구입해서 붙였고 핸드스트랩도 불렀고(해링본이 국산 브랜드인줄 처음 알았다) 이제 카메라 가방만 사면 마음껏 출사를 나갈 수 있을듯 싶다.
안드로이드 어플로 사용할 수 있는 wifi 무선 릴리즈라든가, DSLR 같지 않은 가벼움이라든가 여러가지 만족중이다. 여태 촬영하지 못했던, 더 많은 것들 촬영할 수 있음 좋겠다.
Footnotes
지금은 병사도 정훈 특기가 신설되었고 40710은 전자계통으로 통합되어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특기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