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화웨이나 DJI와 같이 대단한 제품을 만드는 중국 기업이 눈에 띈다. 멋진 제품으로 승부하는 이런 회사는 갑작스레 출현했다기 보다는 든든한 중국 제조업의 질적 성장으로 외연이 넓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들어나게 된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여전히 중국산 제품 중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품이 많을지 몰라도 더이상 저렴하고 질 낮은 제품과 동의어라고 쉽게 이야기하기 어려워졌다. 게다가 중국 브랜드가 새겨진 중국 키보드 하나 구입한 경험이 이 생각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 글은 Ajazz Geek AK33 기계식 키보드를 구입하고 느낀 점을 정리한 글이다.
이 키보드는 사무실에서 사용하려고 구입했다.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45.74달러(한화 52,000원 정도) 정도로 저렴하게 판매하길래 구입했다. 더 저렴한 기계식 키보드도 많이 있었지만 게이밍 키보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는지 각인이 다 이상해서 그나마 깔끔하고 무난한 이 키보드를 골랐다. 흰색과 검정 두 색상과 청축과 흑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일단 사용하고 있는 키보드가 있기 때문에 급하게 부를 필요가 없어 무료 배송으로 받았다. 1달 여 시간이 지나서 키보드를 받았다. 상자에는 키보드와 중국어로 된 품질보증서로 추정되는 용지가 들어 있다. Zorro 스위치를 사용했고 82키 레이아웃에 LED가 내장되어 있다. 여태 알리에서 구입한 물건 중에 패키지가 가장 깔끔하고 튼튼해서 마음에 들었다.
키보드 기판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부분을 하우징(housing)이라고 하는데 이 키보드는 하우징이 일반 키보드와 조금 다른 형태로 구현되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키가 쉽게 뽑힐 것 같은 모습이었는데 생각보다 잘 결합이 되어 있고 키를 뽑지 않는 이상 청소하기 어려웠던 이전 키보드와 달리 쉽게 먼지를 털어낼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숫자 자판이 없는 텐키리스인데다 미니 키보드 레이아웃이라서 메타키가 우측에 세로로 나열되어 있다. 처음에는 방향키 레이아웃이 마음에 드는 형태가 아니라서 구입 전에도 망설였지만 방향키 크기가 다른 키에 비해서 충분히 커서 잘못 눌리지 않아 엄청 만족스럽다. 그래도 잘못 누르면 귀찮고 맥에서 자주 사용하는 메타키도 아니라서 비활성화했다.
- 리니어 방식이라서 눌리는 느낌이 갈축, 멤브레인 키보드와도 다르다. 키가 반발력이 있어서 입력하고 나면 손가락을 밀어 올리는데 흑축 키보드를 사용하고 나서 다른 키보드를 사용하면 키를 누르고 나서 손가락을 의도적으로 들어 올리는 기분이 든다. 특히 이 키보드 쓰고 나서 애플 키보드를 사용하면… 이상해.
- 키를 꾹꾹 눌르면 확실히 스위치 밀어 올리는 힘이 강하다. 나는 살살 입력하는 편이라서 크게 손이 아프거나 하지 않았다.
- 갈축 키보드 소리에 익숙해서 그런지 시끄러운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래도 일반 멤브레인이랑 비교하면 소리가 많이 다르다.
- LED는 끌 수 있다. 맥북 에어 키보드 조명처럼 은은할 줄 알았는데 무슨 파티 조명 같다. 둠칫둠칫. 금요일에 켜놓고 일해야지.
- 오른쪽 시프트 키를 많이 사용한다면 방향키랑 가깝고 키가 작아서 좀 불편할 수 있다.
- 폭이 넓은 키 중에 보강 스위치? 같은게 달린 키가 있는데 키감이 아무래도 좀 다르다. 특히 엔터 키가 좀 이질감이 있다.
레오폴드 FC700RT 갈축을 구입해서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스위치 매커니즘이 달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겠지만 레오폴드와 함께 봐도 별로 뒤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더군다나 시중 기계식 키보드보다 1/3 가격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저렴한 가격의 입문용 기계식 키보드를 찾고 있다면 이 키보드로 시작해도 좋을 것이다.
맥에서 몇가지 키를 수정해서 사용하고 있다. 이 설정은 Karabiner를 사용했다. 이 키보드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입할 수 있고 내가 구입한 링크는 요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