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동안 출퇴근에만 썼는데 500컷 가량을 찍었고, 그리고서 남기는 Ricoh GR 간단 사용기.

Ricoh GR

이렇게 생긴 Ricoh GR

출시한지 좀 지난 카메라라서 세세하게 스펙을 나열하긴 그렇고 DP Reivew 링크로 대체.

Ricoh GR의 명성은 한참 오래전부터 들어왔는데 드디어 영입했다. (왜 여태껏 주변에서 사용하는 사람이 없던건가. 왜 다들 S사 똑딱이를 사는건가!) 사실 GR 구입하기 전에 X100s와 GR 사이에서 엄청 고민했는데 (특히 뷰파인더 때문에) 6D의 서브로 X100s는 오버스펙일 것 같아서 GR로 결정했다. (가격도 그렇고. 그래 가격이 문제였지.)

(덤으로 풀 프레임 카메라인 Canon EOS 6D랑 비교하면 너무 하드코어하긴 하지만, 주력이 6D인 관계로 6D와의 짤막 비교.)


정확히 말하면 Ricoh GR Digital 5번째 버전이니까 Ricoh GRD5가 되야 하는데 브랜드 전략이 바뀌었는지 5번째 버전이 그냥 Ricoh GR이다.

디지털 카메라는 포스트 프로덕션이 가능하기 때문에 색상을 이야기하는 것은 좀 적합하지 않게 느껴지지만 기본적으로 색상이 좀 다르다. 쨍하고 현실감 있는 색상이라기보다는 좀 더 필름 룩에 가까운 색을 보인다. 결과물을 보면 필름 스캔 결과물을 보는 기분이 든다. 모노크롬도 상당히 좋다.

APC-S 크기의 센서를 탑재하고 있어서 광량이나 Depth of field에서 확실히 이득이 있다.

광각이지만 어디서든 쓰기 좋은 환산 화각 28mm. 비네팅 없이 깔끔. 그리고 선예도가 정말 좋아서 사진의 섬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다. 이거 뭔가 광고 카피 느낌이지만 정말 그렇다.

나는 노이즈를 신경쓰지 않는 쪽이라서 f/8, 1/400 맞춰두고 ISO 25600 까지 오르락 내리락 하게 두는 편이다. 컴팩트 카메라지만 야간에도 쓸 수 있다는건 대단한 성능이다. (같은 세팅으로 6D로 찍는 것보다는 센서 크기 때문인지 어둡다. 당연히 조리개를 좀 더 열면 밤에도 빠르게 찍을 수 있다. P모드로는 그냥 낮처럼 잘 찍힌다.)

컴팩트 카메라인데 모든 수동 기능이 가능하고 측면에 하나, 후면에 둘 총 세개의 커스텀 가능한 버튼이 있다. 내 경우에는 Snap/AF 전환, Snap Distance, 측면은 ISO로 지정하고 사용하고 있다. 다이얼에 자신의 세팅을 3개까지 저장할 수 있는데 무려 이 커스텀 버튼 설정까지 저장이 됨. 생각해보면 컴팩트지만 기능이 워낙 많아서 메뉴 찾기 힘든 경향이 있다. 커스텀 버튼을 만든 이유가 아닐까.

Snap Focus 기능. 특정 거리로 포커스를 고정해주는데 스트릿 촬영에 상당히 유용. AF에 약한 기기들은 이 기능을 본받았음 좋겠다. 언제든 포커싱 하느라 고생하는 일이 없다. 스냅 찍기엔 최고의 기능. (6D도 사용자 기능에서 half-press에 포커스를 꺼버리고 pre-focusing 상태로 사용하고 있다. 40mm 팬케익은 거리 표시가 없어서 불편하긴 하지만… 이건 다음에 얘기하기로 하고.)

이건 단점인데 뷰파인더가 없다. 다음엔 꼭 외계인과 거래를 해서 RF를 내장했음 좋겠다.

그래서 핫슈에 끼워서 쓰는 OVF가 있는데 고민하다가 구입했다. (Ricoh GV-1) 체감으로는 한 80cm 이내는 뷰파인더에서 보는 거랑 다르게 찍히는데 EVF가 아니니 어쩔 수 없고, 다행히 그 이상 거리에서는 별 차이 없이 찍힌다. SLR로 찍으면 미러 때문에 사실 촬영하는 순간의 모습을 볼 수가 없는데 OVF는 항상 보이니까 그게 장점. (뜬금없이 6D를 정리하고 X100s로 갈까 생각할 정도.) 다만 OVF의 가격이 깡패다. (사실 OVF는 어느 브랜드나 죄다 깡패다. 너네 왜그러니.)

작은 크기도 어마어마한 장점 중 하나. 센서도 크고 광각인데 주머니 쏙 들어간다. 작은 크기지만 그립 크기는 적절해서 편하다. 손 끝에 닿는 부분이 좀 이질감이 들어서 테이프를 붙였다. 로고도 가리는 건 덤. (참고로 그립이 불편하면 thumb grip을 구입하는 것도 괜찮다고.)

영상. 그러고보니 이걸로 영상을 안찍어봤다. DPReview에서 영상 점수가 엄청 낮은거 보니 안해봐도 될듯.

플래시 동조가 1/400 까지 가능. 저렴한 수동 스트로보 하나 있으면 야간에도 막 찍어댈 수 있다. 내 경우엔 OVF를 사용하기 때문에 핫슈를 쓸 수 없는데 그냥 광동조로도 잘된다.

참고로 적으면 내 스트로보는 Yongnuo에서 만든 YN-560-III인데 캐논의 스트로보랑 똑같이 생겼다. (물론 기능까지 같으면 좋겠지만 그럴리가 없지.) 한국어로 된 리뷰가 하나도 없지만 해외에서는 상당히 호평을 받는 스트로보. 장점은 아주 저렴한 가격, 빠른 리차지 속도. 물론 TTL 없고 고속동조 안된다. Yongnuo의 라인업은 참 풍성한데 기능 하나당 얼마씩 추가되는 수준이다. 그래도 최고 사양 모델이 캐논의 그 무지막지한 녀석보다 저렴. 물론 한국엔 Yongnuo보다 더 저렴하고 강력한 중소기업 제품들이 있다고 카더라.

덧붙이면 6D는 포컬레인 셔터이기 때문에 1/160초가 최대 속도라 그 이상의 셔터 스피드로 찍으면 검은 잔상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캐논은 고속동조를 지원하는 플래시를 써야하고 그만큼 돈을 써야 하지. 하하하. 그래서 이 부분은 GR의 승리.

총평

대박. 만족도 98%. 모양만 컴팩트, 기능은 중급기 이상.

다음 기종은 FF에 RF 뷰파인더 달아서 내줬음 좋겠다. 그렇게 내면 우주정복 가능.


샘플은 아마 제대로 된 사용기를 작성하면 그때 쯤 넣게 될 것 같다. 6D는 제대로 된 리뷰할 생각조차 안한 이유가 기능이 없는게 자꾸 보여서 불평만 궁시렁 궁시렁 쓰게 될 것 같아서 못쓰고 있었는데…


Ricoh GR을 동생에게 주고 왔는데 아쉬움을 담아 사진 블로그에 간단한 리뷰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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