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문서 번역 모임에서 2019년 1월 10일 첫 모임을 가졌다. 원격으로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감사하다. 다녀온 분들 말씀이 다들 좋았다고 하셔서 현장에서 참여하지 못한 점이 더 아쉽다.

발표를 하기 위해 슬라이드를 두 번 만들었다. 처음 만든 슬라이드는 생각보다 내용이 너무 길어져버려서 랩이라도 하듯 슬라이드를 읽어도 분량이 도무지 줄어들지 않았다. 그래서 아예 새로 만들었는데 다시 보니 도구 얘기보다 너무 겉도는 이야기만 한 것 같아 아쉽다. 연습이 필요한 부분이다!


행사 정보와 발표자 슬라이드는 기술 문서 번역 모임: 번역 도구 이야기에서 볼 수 있다.

다음 모임 공지는 현우님 트위터에서 가장 먼저 접할 수 있을 것 같다.

WRITE THE DOCS 서울이 2019년 3월 23일 오후 2시 마루180에서 있다고 한다.


다른 발표 슬라이드 보면서도 적어두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

  • 기술 용어 옮길 때의 책임: 독자가 내용을 명확히 이해, 좋은 번역 단어가 자리 잡는데 일조함
  • CAT 도구들: transifex, smartcat, OmegaT, RedPen
  • LibreOffice Writer 괜찮다고 하니 써봐야겠다.
  • 딴 생각 할 시간에 한 글자다로 더 번역하는 게 좋습니다.
  • 번역이 즐거운 이유: 간접 지식 체득, 뿌듯함
  • 성장하기 위한 번역 - 알아가는 즐거움 - 나누기 위해 내가 더 알아야
  • muchtrans.com (github)
    • 읽다보니 번역이 주는 경험이 게이미피케이션과 유사한 것 같다.
  • Django 공동 번역: GetText, Sphinx, Transifex
  • Notion 가이드 번역을 Notion으로 한 이야기. 파워 유저를 부르는 도구 너무 매력적이다.
  • 기계 번역은 아직 불완전해서 사람이 현재라고. MS Word, Google Docs, Trados, MemoQ, OmegaT
  • W3C와 Google의 문서 번역 경험. 주변에서 피드백 주는 사람 있는 것 너무 좋다.

6년간의 호주 생활이 끝났다. 여전히 멜버른에서의 커피가 그립다. 어디서 마셔도 (공항 빼고)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멜버른은 맥심 커피믹스만 알던 내 커피 취향을 완전히 바꿨다. 매일 까다로운 날씨긴 하지만 항상 깨끗한 공기에, 사람들은 친절하고, 가까이에 맛있는 카페와 식당이 많았던 멜버른은 불쑥 생각날 때가 있다.

그래도 미국으로 와서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에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동안 밀린 숙제하듯 함께 하고 싶었던 일을 했다. 소소하게 영화도 보기도 하고 주말에 함께 교회 다녀오고 카페를 가기도 한다. 그 사이 가족도 한번 다녀가서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냈다. 이곳으로 온 이후에는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정말 순식간에 연말이 왔다.

매년 성장에 대한 불안감과 스스로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것 같아 아쉽다. 단순히 기술과 지식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과거의 나보다 인격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갖추고 싶은데 이도 쉽지 않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지 작은 것에도 항상 감사하게 여겼는데 예전의 내 모습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내 모습에서 내가 원하는 모습을 찾지 못하다 보니 더 겉돌기만 한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그렇다.

Dwight typed Dwight repeatedly

올해 나는 무엇을 했지요

여전히 무슨 공부를 할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 방향을 쉽게 고르지 못하는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난 기간 동안 벗어나고 싶던 일을 계속한 탓에 경험적으로 몸을 사리는 것 아닌가 싶다. 조금이라도 더 살펴보고 경험하고 도전해야 하는데 왜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지. 작년과 올해 내내 복잡한 일이 많아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그래서 더는 스트레스받지 않아도 될 상황에도 관성적으로 불편한 마음이 계속 드는 것 같다. 이런 감정을 훌훌 털고 다시 부지런히 달리고 싶다. 달라지는 모습을 기대하고 또 그 변화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예전보다 감사하는 마음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감사하는 과정에서 지금 내 상황이 어떤지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긍정적인 인식과 방향을 만드는 데서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외부의 변화를 바꾸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나 자신이 어떻게 인식하고 반응하는가도 분명 중요하다. 새해에는 내 상황과 변화에 대해 감사하는 태도로 무장하고 싶다.

그래도 든든한 아내가 곁에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내 짐을 나눠 들어줘서 고맙고, 동시에 미안하다. 아내 곁에서 아내의 강인함을 배운다. 새해에는 아내만큼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

2019년도 기대하고 감사함으로 달리자 💪

호주 생활을 정리하게 되었다. 얼마 지낸 것 같지 않은데 날을 세보면 벌써 만 6년이 넘었다. 처음 어떤 마음으로, 어떤 생각으로 왔는지 예전 글을 읽어보면 참 멀리까지도 잘도 왔다는 기분이 든다. 도움도 응원도 많이 받았고, 많은 기도 덕분에도 잘 정착하고 지냈다. 다만 내가 받은 만큼 주변에 도움을 많이 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맘이 든다.

요즘 지내면서 호주 생활에서 얻은 점과 잃은 점을 생각해봤지만 여러 감정이 있어서 명료하게 정리하기 어려웠다. 처음 왔을 때 환율이 1달러에 1200원을 넘고 있었는데 마트에서 손을 부들부들 떨며 사먹었던 일도 기억난다. 5시면 동네 대부분 가게를 닫는 것 보고 놀라기도 했다. 네팔 아저씨네 살면서 매일 카레만 먹던 일이라든지, 멜버른의 들쑥날쑥한 날씨에 감기를 달고 살았던 일, 비 펑펑 오는 날에 아내와 끝 없는 그레이트오션로드를 운전했던 일, 가족과 함께 한 멜버른 여행, 저스틴님 댁에서 지내며 함께 한 수많은 바베큐도 생각난다. 동네 공원도 많아서 언제든 산책할 수 있고 어디 가든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이 멜버른이 많이 그리울거다.

크고 작은 일 많았던 첫 회사, 대학이라 특별했던 두 번째 회사, 열정적인 사람이 많았던 컨퍼런스, 밋업에 가서 에너지도 많이 받았고 Korean Developers Meetup에서 한국어로 부담 없이 기술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아는 분들과 함께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기도 했고 혼자서 이것저것 만들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내 커리어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지 못했는데 여기 와서는 기술적으로 어떤 깊이를 가져야 하는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생각해보면 이상한모임도 호주 오고나서 생긴 일이다. 멀리 있어 참여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기도 하고 작년부터 제대로 참여하지 못해서 미안한 맘도 크다.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오고 나서는 이상한모임서 온 분들과도 밤샘 코딩을 하기도 했었고, 이모콘도 참여하고 진행하기도 했었다. 한국서 참여하지 못했지만 대신 멜버른으로 오시는 분들과는 짧게라도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던 점에도 감사했다. 생활이 좀 정돈되면 각오를 다시하고 부지런히 하고 싶다. 다들 코알라로 나를 불렀는데 호주 나가도 그 닉네임 계속 가져갈 수 있을까, 다음 코알라님이 얼른 출현했음 좋겠다.

이 글도 이렇게 길게 쓸 생각이 아니었는데 또 줄줄 쓰게 되었다. 그동안 코드도 손에 잡히지 않고, 글도 뜸했던 이유가 이런 변화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거 아니었나, 핑계 대본다. 문득 내가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고 호주에 올거라고 여러가지 물어봤던 분들도 생각나고 괜스레 미안한 마음도 든다. 리로케이션 하는 과정이 모두 끝난게 아니라서 어디로 가는지는 간 이후에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월말에 떠나게 될텐데 그 전까지는 도움받은 분들과 함께 식사도 나누고 시간을 보내고 싶다.


호주 생활을 정리한 과정도 기록삼아 적는다.

  • 렌트 정리하기
  • 유틸리티 해지하기
  • 인터넷 해지하기
  • 가구/집기 정리하기
  • 각종 주소지 변경하기
  • 짐 보내기

그동안 플랫을 렌트해서 지내고 있었다. 이사 갈 때는 노티스를 보내야 하는데 주마다 샘플 양식이 있다. 간단히 양식을 찾아 내용을 작성하면 된다. 별다른 하자가 없다면 28일을 줘야 한다. 14일만 주면 되는 줄 알고 있다가 뒤늦게 노티스를 줘서 키를 반납한 후에도 돈을 조금 더 내게 되었다. 노티스를 주면 빌려준 곳에서 인스펙션을 한 차례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집주인이 집을 유지보수할 곳이 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노티스를 주면 Confirmation of vacating 을 우편으로 보내준다. 노티스를 언제 보냈는지, 얼마간 렌트했는지, 디파짓은 얼마인지, 본드(Bond)는 어떻게 지불되는지 등 내용과 함께 여러 조항이 적혀있고 본인 이름과 주소, 연락처와 서명을 해서 제출한다. 키 반납은 약속한 날에 프로퍼티를 관리하는 부동산에 가져다주면 된다. 반납이 늦으면 렌트비가 계속 나간다.

전기와 가스는 Origin energy와 계약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웹사이트에서 간편하게 해지할 수 있었다. 해지 비용으로 $40 정도 나갔고 마지막 인보이스와 함께 지불한다.

인터넷은 Engin을 사용하고 있었다. 여기는 웹페이지에서 해지할 수 없어서 상담시간에 맞춰 전화했다. 생각보다 별 문제 없이 해지할 수 있었다. 다만 원하는 날짜 대신에 결제일에 맞춰 해지 가능했다. 그래서 집에 인터넷이 예정보다 조금 일찍 끊길 예정이다.

책은 한국어 도서가 많아서 간단하게 페이지를 하나 만들어 주변 분들에게 공유했다. 직접 가져가야만 하는 책이라서 복잡하지 않게 만들어 올렸다.

가구와 집기는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정리했다. 내 경험으로는 검트리보다 훨씬 좋았다. 검트리는 연락 오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확인도 불가능하고 구입하러 온다고 하고는 오지 않는 경우도 꽤 있었다. 반면 마켓플레이스는 페이스북의 프로필이 그대로 공개되기 때문에 구매자를 적당히 스크리닝 할 수 있었다. 또한 페이스북과 연동이 되어 있어서 집 주변에 물건이 올라오면 노티피케이션이 가게 되어 있다. 덕분에 가까운 곳에서 당일날 바로 와서 가져가는 경우도 많았다. 생각보다 빨리 정리할 수 있어 좋았다.

주소지 변경이 필요한 곳은 은행과 메디케어다. 그동안 커먼웰스 뱅크를 주거래로 하고 있었다. 해외 주소로 변경하려면 방문해야 한다. 그래서 동네 지점에 방문했다. 별다른 증명 없이도 해외 주소로 변경할 수 있는데 사진이 있는 ID가 필요하다. 해외 주소는 호주와 입력하는 방식이 달라서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우편번호 란이 별도로 없기 때문에 우편번호가 중요하다면 주소란에 같이 입력해달라고 해야 한다. 변경한 후에는 account information letter를 뽑아달라고 해서 변경된 주소가 원하는 방식으로 줄바꿈 되어 표기되는지 확인하는게 좋다. 그리고 모든 statement는 이메일로 전환했다. 해외에서도 우편으로 받을 수 있지만 그 비용은 계좌에서 차감된다.

나는 그다지 우편을 별로 받지 않아서 문제가 없는데 만약 우편을 계속 받아야 한다면 mail forwarding 이나 mailbox 서비스를 신청하면 된다. 가입하면 주소를 주는데 그쪽으로 바꾸면 모아서 보내주거나 스캔해서 이미지로 받아볼 수 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라 잘 읽어봐야 한다.

메디케어는 국외 주소지 지정이 안되는데 거주자 대상인걸 생각하면 당연하다. 우편물을 받을 수 있는 주소가 있다면 그쪽으로 변경하면 된다. 아니면 smarttraveller.gov.au 에 들어가서 여행자로 등록하는 방법이 있다. 나는 여행자로 등록하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호주 정부서 제공하는 페이지인 myGov에 메디케어 계정을 연결했다. MyGov에 서비스를 연결해두면 모든 안내 메시지가 myGov inbox로 전달해줘서 유용하다.

짐을 보내려고 이삿짐 업체를 알아봤는데 크게 해로, 육로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며 업체마다 천차만별이다. 따져보면 거의 비슷한 가격이긴 한데 유독 저렴한 곳이라면 기본 보험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일 수 있으니 확인해야 한다. 내 경우도 저렴하다고 계산했더니 실제로 보험을 더하면 다른 곳보다 가격이 더 비싸졌다. 조급한 마음에 골라서 결정했던 점이 좀 실수였지 않나 생각한다. 짐이 적다면 fedex, dhl을 이용하는 쪽이 저렴하다. 나는 아이맥도 보내야 했었고 짐을 많이 줄였어도 책 두 박스, 옷과 잡화 세 박스가 나왔다. 직접 포장해서 full cover 보험은 안되고 restricted 보험을 들었는데 배송에 보험까지 해서 650불 가량이 나왔다. 이렇게 가져가도 택배는 내가 간 다음에 도착하게 되어 있는데 너무 빨리 가져가면 스토리지에 보관하는 비용을 추가로 낸다고 한다. 짐을 찾고 나서야 얼마나 썼는지 정확하게 나올 것 같다.


이외에도 환전이라든지 생각해야 할 부분이 좀 있다. 아직 환전은 명확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가서 지낼 동안 돈은 바꿔가고 나머지는 transferwise라든지 hifx 같은 곳으로 보낼까 생각중이다.

오늘이 마지막 출근이다.

1년 조금 넘는 기간을 다닌 이번 회사에서는 이전 다녔던 곳과는 확연히 다른 경험을 했다. 규모도 달랐고 프로세스도 갖춰져 있었다. 다른 부서와 함께 일하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PM과 BA와 함께 일하고, 아키텍트에게 리뷰도 받고, 수많은 단계를 거쳐 배포와 retrospective까지 가는 모든 과정이 배움의 연속이었다. 모두 친절하고 많이 도움 받았다.

회사 다니는 동안 크고 작은 다양한 업무를 했고 프로젝트는 대외적으로 인정도 받아 즐거웠다. 업무 프로세스가 많고 내 영어가 부족해서 지치는 면도 좀 있었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할 수 있었다. 프로젝트에서 대학에서만 볼 수 있는 그런 도메인 지식을 배운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또한 성평등과 문화 다양성이 로드맵에 들어있을 정도로 신경을 많이 쓰는 회사라서 그런지 지난 회사에서 겪었던 작은 편견조차 여기서는 볼 수 없었다. 덕분에 회사가 차별에 맞서기 위해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어떤 장치를 둬야 하는지도 업무 외적으로도 많이 배웠다.

다음은 어느 회사로 갈지 정해지지 않았다. 다음 회사에서는 다른 기술을 사용해서 일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있다. 오랜만에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상태로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도 보고, 책도 읽고, 여유도 가질 참이다. 물론 나날이 들어오던 돈이 더 이상 없다는 상상은 좀 걱정이 된다. 이런 면에서 보면 월급 중독이 심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매년 무언가 배우면서 미래를 대비하려고 했지만 조급한 마음만 앞서서 그런지 1, 2년이면 닳아버리는 지식만 반복해서 접했던 것 같다. 급함에 너무 좁은 시각으로 살지 않았나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기간을 두고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지구력도 좀 만들고, 무엇을 오래 보고 배울지 부지런히 찾아야지 싶다. 무엇이 미래에 정말 필요할까, 나는 어떤 역할로 그 기류 속에 서 있을 수 있을까.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대비하는지 고민과 함께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도 생각하게 된다. 하고싶은 일이 기술적 깊이가 있는 엔지니어링인지, 아니면 비즈니스와 더 맞닿아 있는 기술 컨설팅인지, 아니면 좀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아키텍트가 되고 싶은 건지. 이 전환 기간동안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토대를 잘 가꿔서 결정 하고싶다.

<p style=" margin:8px 0 0 0; padding:0 4px;">
  <a href="https://www.instagram.com/p/BinbuBlBUUS/" style=" color:#000; font-family:Arial,sans-serif; font-size:14px; font-style:normal; font-weight:normal; line-height:17px; text-decoration:none; word-wrap:break-word;" target="_blank">Today is my last day at Swinburne. I’ve met so many great individuals in here and I really enjoyed all collaborated work with co-workers for awesome projects. I feel grateful for all my experience!</a>
</p>

<p style=" color:#c9c8cd; font-family:Arial,sans-serif; font-size:14px; line-height:17px; margin-bottom:0; margin-top:8px; overflow:hidden; padding:8px 0 7px; text-align:center; text-overflow:ellipsis; white-space:nowrap;">
  A post shared by <a href="https://www.instagram.com/edwardykim/" style=" color:#c9c8cd; font-family:Arial,sans-serif; font-size:14px; font-style:normal; font-weight:normal; line-height:17px;" target="_blank"> 용균</a> (@edwardykim) on <time style=" font-family:Arial,sans-serif; font-size:14px; line-height:17px;" datetime="2018-05-10T23:56:14+00:00">May 10, 2018 at 4:56pm PDT</time>
</p>

벌써 멜번에서 만 6년의 시간을 보냈다. Stop and smell the roses. 고민도 많고 고생도 했던 기간이지만 몸 건강히 잘 지내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생각한다. 지금까지 지내온 시간과 받은 도움에 감사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어제는 저스틴님네 놀러가서 맛밥 맛고기도 먹었다. 오랜만에 좀 먹먹했던 기분도 풀리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감사하게 집까지 바래다 주셨고 오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마지막에 했던 이야기가 계속 생각에 걸려서 짧게라도 글로 써보고 싶어졌다.

예전엔 뭔가 하게 되면 고민하는 단계 없이, 지체 없이 시작하는게 가능했는데 요즘은 그런 “그냥 하기”가 참 어렵다는 얘기였다. 요즘은 그게 잘 안된다. 복잡한 이유를 찾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고민 없이 하는게 쉽지 않아졌다.

생각해보면 그게 가능했던 당시에는 왜 사람들이 그냥 하지 않을까 하면 되는데 하는 오만한 얘기도 많이 했다. 하고싶은 일을 큰 고민 없이 하는 것도 얼마나 많은 부분이 조화되어야 가능한 것인지 지금 와서야 많이 느낀다. 너무 작아서 미약하게 느껴지는 시간도 의자에 앉아서 꾸역꾸역하는 일도, 주변에 물어보거나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흥미가 꺼지지 않고 계속 배우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일도. 이런 부분들을 생각하다보면 무엇 하나 시작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 지원과, 충분한 동기와 자원이 필요한 일인지 생각한다.

이런 답을 고민하기보다 그냥 하면 된다. 왜 안될까 고민하면 끝도 없고, 종이 뒤집듯 고민 없이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더 빠르다. 그냥 시작하고 나서 처음에는 좀 꾸역꾸역이라도 근육이 생길 때까지는 해야 한다. 꾸역꾸역은 단순하게 익숙하지 않다는 증거다. 그 구간만 지나면 재밌어진다. 그런데 꾸역꾸역하는 지점까지 가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박수치고 싶다.

예전에 비해서 생각해야 할 점도 많고 고민도 많은게 당연하긴 하지만 그게 뭔가를 뒤로 미루는 이유가 되는거는 스스로에게 실례라는 기분도 든다. 내 스스로에게 많은 이유를 붙여가며 안하는 것은 그냥 내 뇌가 나를 속이는 일 같다. 설거지 거리를 쌓는 일 자체는 잘못이 아니지만 언젠가는 정리해야 한다.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필요하다. 그걸 알면서도 쌓고 있지만…

예전처럼 그냥 했으면 좋겠다.

한참 미루던 블로그를 정돈했다. 새로운 도메인을 구입했는데 그쪽으로 옮길까 하다가 신경써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아서 정리만 했다.

  • 새로운 테마를 만들까 싶었지만 엄두가 안나서 기본 테마를 손질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Twenty Fifteen를 사용했다. 깔끔. 서체 크기를 좀 변경하고 헤드라인을 추가했다.
  • 본명조Freight Text Pro를 적용했다. 지금은 Typekit을 사용하고 있는데 동적으로 로딩하는 식이라 뒤죽박죽 보일 때가 종종 있다. 호주 인터넷이 느려서 그렇겠지만. 본명조도 스포카 한 산스처럼 얼른 작고 빠른 웹폰트 패키지로 나왔으면 좋겠다.
  • dns 서비스를 cloudflare로 변경했다. 덕분에 https도 손쉽게 적용했다. dns propagation이 느려서 답답했다.
  • 위젯을 바꿨다. 기존에 쓰던건 그냥 많이 조회되는 순서로 나오는 위젯이었는데 이제 직접 선정한 글만 나온다. 한땀한땀 html로 되어 있는 목록이다.
  • 헤더 이미지로 svg를 넣을 수 있게 수정했다. (플러그인 있어서 설치) OpenGraph는 svg를 지원하지 않아서 소셜 카드에서는 좀 밍밍하게 보일 것 같다.
  • 오래된 글은 메시지를 넣었다.
  • 내용이 오래된 페이지는 메뉴에서 뺐다.
  • 코드 하일라이트 색상을 바꿨다. hightlight.js에서 조금 눅눅하고 밝은 색인 Atelier Estuary Light으로 골랐다.
  • 덧글 기능을 다시 활성화했다.

보기엔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기분이 좋아졌다. 만드는 일도 즐겁지만 다듬는 일도 재미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카테고리 분류가 엉망이라 색인을 다시 만들어서 정리할 생각이다.

정리하면서 이전에 쓴 글도 읽게 되었다. 지금 내 생각과는 다른 부분도 많고 누군가 읽고 상처받을 만한 글도 보였다. 일상의 스트레스와 부정적인 감정을 블로그에 너무 많이 쏟아서 내 스스로도 이 블로그 주인은 일상에 문제가 좀 있나보군, 생각이 들 정도다. 잘 모를 때 썼거나 그냥 어리고 부족한 글도 많다. 이런 부분을 발견할 때마다 삭제 버튼을 누르고 싶어진다. 눈앞에서만 치운다고 내가 달라진다면 참 좋겠지만 과거의 경험으로 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부끄러운 글을 다시 볼 때마다 돌아보고, 반성하고, 개선하는 순환을 만들고 싶다.

앞으로는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그런 삶이 글로도 나타났으면 좋겠다.

올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계획하자는 생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너무 길어졌다. 그냥 먹고 지낸 이야기인데 다 쓰고 보니 두서없이 우울한 이야기가 많아서 올려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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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서는 가장 큰 변화가 있던 해였다. 나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는 민경 씨와 평생을 함께할 약속을 모두 앞에서 했다. 어떤 고민이라도 이 사람 앞에만 가져가면 금방이라도 해결할 자신감이 생기는데 일과 비자의 문제로 각자의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어 아직은 함께 의논하는 데 어려움이 있긴 하다. 연초에는 이 일로 한국도 두 차례나 다녀와서 정신없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양가 가족 모두 새로운 만남과 함께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 그사이에 서류 작업도 해야 했고 여러 가지 신경 쓸 부분이 알게 모르게 많았다. 그런 탓에 이 일 외에는 다른 일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다. 호주에서도 서류 작업을 기다렸던 때에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는 일이 잦았고 정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기억이 또 떠오른다. 어느 나라든 서류 절차에 앞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역시 평정심이다.

큰 변화를 기다리면서 올 한 해는 정말 새로운 일을 하나도 하지 않았고 기존에 하던 일에서도 착실함을 잃었었다. 그만큼 회고를 쓰자고 마음 먹었을 때 내 부끄러운 부분을 얼마나 들춰내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내 삶을 부지런히 측정하지도 않았으니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고민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무슨 일을 했는지도 기억도 잘 나질 않았다. 한 해 동안 개발도 블로그도, 심지어 트위터도 열심히 하지 않았고 글을 쓰는 일에 거리감마저 생겨서 무엇 하나 적어둔 일이 별로 없었다. 항상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민했지만, 어느 하나 행동으로 연결되는 일이 없었다. 이상한모임 활동에서도 이런 내 개인적인 상황이 자꾸 영향을 줘 모두에게 피해가 되는구나 하는 마음이 자꾸 들어 피곤했다. 이런 기분이 시작부터 마지막 12월까지 들었고 슬랙을 포함한 커뮤니티 활동 모두 너무 힘들었다. 괴로운 나머지 흥미를 잃어버리는 것만큼 두려운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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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오랜 기간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새 회사로 옮기는 것으로 시작했고 대학에서 1년을 채웠다. 이전 글에서도 쓴 것처럼 대학 내 부서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다양한 업무를 접하고 있다. 큰 기업에서의 프로세스를 경험해보지 못했던 터라 사소한 것 하나도 서류 작업부터 시작하는 일은 한 해 꼬박하고도 어색하다. 합류 후 할 예정이던 첫 프로젝트는 내 코드 리뷰 후 비지니스 분석과 괴리가 지나치게 큰 상태라고 진단했는데 이미 예산을 많이 쓴 상태라서 그대로 접혀버렸다. 그렇게 프로젝트를 엎은 후에 반년 가까이 business as usual 만 했다. 그래서 연초에 들어왔는데 9월이나 되어서야 첫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다. Business Analyst와 Project Manager를 두고 일해본 경험은 처음이었고 정말 이렇게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도 즐거웠다. 후반부에는 비지니스가 요구사항을 구현 이후에야 바꾸는 등의 문제가 있어서 모두를 답답하게 만들긴 했지만 11월 말에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실제 사용자에게 상당히 좋은 피드백도 받게 되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기존 프로덕트에서의 사용성과 성능 문제를 대폭 해소한 덕분에 내년 로드맵에는 상용화에 대한 디스커버리 프로젝트도 잡혔다. 결과적으로는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었지만, 이 과정 자체에서는 비지니스 탓에 스트레스가 좀 있어서 마냥 좋지만은 않은, 그런 복잡한 감정의 프로젝트였다.

그리고 중간에 대규모 조직개편이 있어서 팀이 변경되었고 기존에 있던 많은 사람이 일을 정리했다. 나야 컨트랙터로 일하고 있으니 이런 정치적인 문제에 휩쓸릴 필요는 없긴 했지만 사람 일이 그렇게 영향 안 받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개편 이후에 소속된 팀에서는 전에서의 팀과는 다르게 영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나와 같은 스택으로 일하던 사람도 그만둬버려서 PHP 개발자로는 유일하다. 모두가 자바 얘기하는데 혼자만 PHP하고 있으니 알게 모르게 소외감 같은 게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팀 바뀌고 나서야 알았는데 PHP는 미니 앱이라며 FTP로 배포하라 해놓곤 자기네는 젠킨스고 뭐고 리소스 펑펑 쓰고 있어서 분한 기분마저 들었다. 나는 이 회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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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당시에는 프론트엔드가 75%고 25%는 PHP를 하게 될 것이라 했지만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었다. 얼마 전 끝낸 그 프로젝트에서는 그래도 ng1을 사용하고 있었다. 사내에서 프론트엔드 비중이 상당히 낮아서 요즘 버전으로 올리려는데도 말이 많았다. 말 많은 건 안 좋은 신호다. 일단 ng1도 제대로 된 코드로 작성되어 있지 않아 ng1 레퍼런스 프로젝트를 만든다 생각하고 개발했었다. 그런데 내년 초까지 하게 될 프로젝트는 순수하게 PHP인 데다 흔히 PHP로는 만들지 않는 그런 도구라서 별로 맡고 싶지 않은 프로젝트였다. 다른 개발자가 그만두지 않았다면 그 사람이 이 프로젝트를 했을 텐데 나 혼자만 남았으니 다 떠안게 된 케이스다. 이렇게 쓰고 나면 그냥 이직하면 되는 시점이긴 한데 이 프로젝트를 12월에 맡게 되었다. 방학이 시작되니 학교엔 사람 없고 사무실엔 대부분 휴가를 떠나 절반만 있고 나머지도 긴 긴 점심 먹으러 사라졌다. 업무를 물어볼 사람도, 그만둔다 만다 얘기할 사람까지도 다 휴가를 갔다. 12월은 없는 달이나 마찬가지였다.

만약 여기서 평생 다닐 생각이라면 (그게 목표라면) 정말 좋은 회사다. 성장에 대한 욕심도 별로 없고 최우선 고객은 대학이니 별로 경쟁도 없다. 가끔하는 구조조정에만 버텨내면, 즉 관리자 포지션으로 올라가지만 않는다면 나갈 일은 없을 것 같다. 15년, 20년 다닌 사람도 많은 것 보면 왠지 이해가 되는 환경이다. 게다가 학교는 다양한 시스템이 얽혀 있어서 도메인 지식을 많이 필요로 하더라. 게다가 수십 년의 데이터도 누적되어야 하기 때문에 끝없는 마이그레이션과 인티그레이션이 필요한 곳이라 한번 필수 인력이 되면 정말 나갈 일이 없다. 자체 데이터 센터에 모든 아카데믹 스태프의 이메일 아카이브만 몇 페타 저장되어 있단다. 쉽게 보일지 몰라도 그간 아이덴디티 체계도 여러 번 변경되었고 이메일 서버의 아키텍처도 여러 차례 변경되었으니 쉽게 열어볼 수 없는 그런 아카이브인데 근 몇 년 데이터에 대해서만 o365로 접근 가능한 상태란다. 이런 역사를 모르면 영영 알 수 없는 환경이다. 이런 환경에서 지난 구조조정에서 패키지 받고 우르르 나간 탓에 업무 공백이 상당히 많았는데 이런 배경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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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 다니던 회사는 하루에도 여러 웹사이트/웹서비스를 봐야 할 정도로 바쁘고 CS도 직간접적으로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 정말 바빴었다. 그래서 다음에 일하고 싶었던 곳은 웹서비스를 운영하는 그런 회사였다, 여기는 생각하던 그런 서비스 회사는 아니지만 오래 유지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정말 크게 배우고 있다. 이런 대규모의 환경에서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도입한 수많은 프로세스도 이해가 간다. 매번 서류에 치이고 있더라도 말이다. 게다가 수많은 이해 관계 속에서 어떻게 비지니스를 끌고 나가는가, 하나의 프로젝트에 수많은 stakeholder를 두고 business engaging을 하고, 요구사항을 분석하고 프로젝트로 꾸리는 거하며, 서비스 제공자인 비지니스 입장에서 개발하다가도 노조와의 협약을 위반하지 않았는지 수시로 점검하는 부분들(새로운 기능은 물론 새로운 버튼을 넣는 것까지 문제가 될 수 있다는데), 그 와중에도 프로토타이핑으로 요구사항과 프로덕트의 괴리를 줄이려는 노력이라든지, 최종 사용자를 모셔놓고 사용자 경험이 어떤지 테스트를 하는 등의 작업은 짧은 호흡의 회사에서는 전혀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긴 스코프로 일을 하다 보니 버퍼로 주는 시간도 상당히 많았다. 게다가 대학이니 자유롭게 도서관도 사용할 수 있고 논문도 열람할 수 있었다. 궁금한 부분은 구글링으로도 해소할 수 있지만, 아카데믹 자료를 아무 때나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은 정말 매력적이다. 대학에 학적 있을 때는 논문 검색을 몇 번이나 이용했나 싶었는데 역시 필요가 앞서야 한다. 게다가 논문이란 단어가 주는 벽이 좀 허물어졌다. 블로그에나 쓸 만한 글을 논문으로 낸 경우도 많이 봤는데 리뷰가 된 글이라 그런지 몰라도 하나를 읽어도 이건 이렇구나, 저건 저렇구나 이해하기 좋았다. 그렇게 읽고 PoC도 짜보고 하면서 버퍼를 나름 알차게 쓰려고 노력했다.

이직할 생각이 문득 들어서 연락도 여럿 해보고 인터뷰도 봤다. 하지만 오래 다니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하니까 이직할 동인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게 문제였다. 적극적으로 알아보지도 않았던 데다가 다른 스택으로 알아보다 보니 아무래도 지금 받는 것보다 적었다. 그리고 학교 다니면 어떤 스택으로 더 하고 싶을지 모르는데 지금 덜컥 다른 경력 만들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학비를 모은다고 생각하면 많이 받는 곳에서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낫지 않나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별로 건강하지 못한 결정을 한 것 같다.

그렇게 회사에서 바쁘게 페이퍼나 서류 읽고 미팅 갔다 서류하고 코딩 조금 하면 퇴근할 시간이 되었다. 퇴근하면 녹초가 될 수밖에 없었다. 퇴근하고는 저녁 차려 먹고 넷플릭스 몇 편 보고 게임(Dota 2랑 인서전시) 한두 판 하면 잘 시간이 되었다.

지난해 낸 역서는 번역이 엉망이란 피드백을 몇 차례 들으니 출판사에도 죄송하고 원저자에게도, 구입한 분들에게도 미안했다. 그런 탓에 번역 자체도 잘 안하게 되어 번역글도 별로 올리지 않았다. 블로그에도 뭐라고 글을 써야 할지 막막해서 아무런 글을 올리지 못했다. 분기 회고를 쓰고 좀 열심히 해봐야지 했는데 하나도 하질 않았다. 페이스북에도 글을 거의 안 올렸고 트위터에도 별로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새로운 글도 책도 안 읽었다. 공부도 안했다. 리액트도 보겠다고 하곤 하나도 보지 않았고 한다고 했던 자격증 공부도 전혀 하질 않았다. 주말엔 자고 밀린 집안일 하기 바빴다. 가끔 텀블러에 짧은 글 쓰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안 했다. 사진도 재미없었고 영화도 지루했다. 토이프로젝트도 전혀 안 했고 이상한모임 활동도 열심히 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 미안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커뮤니티에서, 트위터에서 별 사소한 말에 다 상처받고 우울한 기분이 늘 반복되었다. 기분이 우울하면 트위터에서 맛있는 음식 먹는 사진만 봐도 와 나는 맛있는 것도 안먹고 뭐하고 사나 더 깊은 우울감이 생기고 그랬다. 아무런 활동도 하고 싶지 않았다면서도 실제로 하지 않아서 스트레스받았다. (쓰고보니 이상한데 정말 그랬다.) 그래도 매일 속으로는 이렇게 펑펑 시간 보내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계속 놀았다. 계속 이렇게 지내면 안 된다 생각하니 아무것도 안 하면서도 스트레스는 계속 받았던 것 같다. 장작이 없으니 불은 점점 사그라졌고 일상이 참 피곤하게만 느껴졌다. 그냥 열심히 지내면 되는데, 쉽게 생각할 순 있지만 그게 행동으로 옮겨지질 않았다. 번아웃이라고 말하긴 싫지만 그런 비슷한 상태로 올 한 해를 보냈다. 이런 바닥인 모습을 쓰고 싶지 않지만 돌아보니 올해 내가 그랬다. 그래도 이번 달에는 좀 신경 써서 덜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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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민경 씨가 와서 지낸 시간, 함께 여행을 다닌 시간이 가장 위로가 되었다. 처음으로 가본 시드니에서 오페라하우스를 다녀오기도 했고, 멜번에서도 같이 지낸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고 고마웠는지. 폰에 저장된 사진을 다시 열어보면 함께 보낸 시간이 너무 감사하기만 하다. 이렇게 고마운 사람을 위해서라도 다시 힘내고 열정있는 삶을 되찾아야 할 텐데. 함께 보낼 내년이 더 기대되는 이유기도 하다.

그래서 새해에는 무엇보다 욕심을 좀 버리고 성취 가능한 수준에서 계획을 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늘 과하게 계획을 짜기도 했었고 매년 그냥 적고 보는 계획이 많았으니 이번엔 딱 세 가지만 해야지 생각했다.

책을 많이 읽기로 했다. 새해 전부터 시작하려고 리디북스에 사놓고 안 읽은 책부터 하나둘 읽어가고 있다. 여전히 읽으면서도 한쪽엔 트위터 열어 새로고침 하면서 괜히 우울한 기분을 유지하게 되는 것 같다. 왜 트위터만 보는데도 우울한 것일까. 그리고 멀티태스킹 그만해야 한다 정말.

글을 꾸준히 쓴다. 대신 블로그는 정리할까 고민하고 있다. 블로그도 있으면 좋긴 한데 블로그라는 양식에 이상하게 에너지를 많이 빼앗기는 느낌이다. 예를 들면 조회 수라든지 댓글이라든지 신경 안쓴다 해도 쓰이는 것 같다. 그래서 블로그와는 다른 환경으로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 게다가 매달 나가는 고정비도 좀 줄이고 싶어서 좀 더 가볍거나 정적 사이트와 같은 형태로 바꿀까 생각하고 있다. 연말에 go 공부하고서 정적 페이지를 만드는 도구를 간단하게 만들어보고 있는데 아마 이걸 쓰지 않을까 고민한다. 연휴 동안 만들어서 적용해야지 했는데 붙여놓고 안 하니 좀 시큰둥해지긴 했다. 새로 만들면 좀 침울한 기분도 가시지 않을까. 뭐 이런 건 다 부수적인 부분이고 생각도 감정도 정리할 겸 글을 부지런히 쓰는 것에 중점을 뒀다. 책을 읽고서도 글로 정리하는 습관을 지니려고 한다.

이제 학교 갈 준비를 해야 하니까 영어 공부를 또 제대로 해야 한다. 그냥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토플 준비할까 생각하고 있다. 클래스만 들어도 문제없긴 하지만 뭔가 명확한 목표를 갖고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시험 대비를 하는 편이 낫지 않나 싶었다. 구체적으로는 차차 정해볼 생각이다.

개발에는 딱히 새로운 목표를 세우지 않기로 했다. 정서적인 충전을 좀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내년에는 생활 공간도 달라질 예정인데 이 변화를 자연스럽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열심히 생활했으면 좋겠다. 그 전까지는 지금 회사에서 계속 있을 생각인데 더 힘들다 느껴지면 아마 정리하고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좀 쉴 것 같다. 이직도 생각하긴 했지만 새로운 직장에 적응될 차에 또 그만두는 건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한 해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힘내자.

지난 월요일에 새로운 곳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멜버른 소재 S대학의 IT 부서에서 PHP/Frontend Developer로 일하게 되었다. 회사를 그만 둬야겠다는 생각을 결심하고 인터뷰 보고 합격하기까지 일주일도 안되는 사이에 모두 이뤄졌다. 전 직장을 너무 오래 다녀서 그런지 새 직장에서 첫 주를 다니고 나서야 좀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Hawthorn, Victoria
새 사무실 계단에서 기차역이 보인다

호주에서 처음으로 다닌 회사는 저스틴님을 만난 B사가 가장 먼저였지만 거기서는 2주 정도의 계약직이였고 이 레퍼런스로 취업하고 지난 달까지 다녔던 회사는 K사로 4년 10개월을 다녔다. 호주에서 와서 처음으로 제대로 다니기도 했고 지금까지 호주에 있을 수 있도록 비자도 모두 해준 고마운 회사라서 그만 두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전사적으로 여러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하고 직접 스크래치한 솔루션도 있어서 내 회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기억과 감정이 깃든 회사였다.

하지만 적은 인원으로 운용되는 에이전시에 운영/유지보수까지 양이 많아지다보니 본연의 업무보다 “급한” 일을 많이 하게 되서 점점 심적으로 힘들어졌었다. 그래도 작년에는 스스로 어떻게 해결해보려고 오랜 기간 노력을 해봤는데 내 스스로도 퍼포먼스가 떨어지고 집중도 안되는게 느껴져서 너무 괴로웠다. “급한” 일은 이상하게 “급한” 일을 이미 하고 있는데 더 “급한” 일이 나타나서 끝맺지 못한 일만 늘어나게 되는 것 같다. 그랬던 탓에 코드를 만드는 일 자체가 재미없게 느껴질 정도가 되었다. 평소에는 퇴근하고 나면 이런 저런 코드도 만들고 그랬는데 어느 날부터 그냥 넷플릭스 보고 게임만 하고 그랬던 것 같다. 벌여놓은 일도 있었는데 제대로 하지 못한 기분도 들고, 블로그도 꾸준히 못했다. 그렇게 놀고도 다음날 출근하기 싫어서 일찍 자지도 않은 날이 반복되었다.

so sad
너무나 내 기분이라서 저장했던 짤

지금 생각해보면 회사 내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고만 해서 이렇게 되지 않았나 생각들기도 한다. 하지만 회사는 작았고 모두 바쁘기도 하고 누구 붙잡아 얘기하기에는 너무 민감한 이야기기도 했다. 그래서 멜버른 지인들을 커피와 점심/저녁을 핑계 삼아 만나 내 어려움을 늘 토로했는데 맨날 같은 말 하는 나를 만나 잘 챙겨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 이전에 너무 죄송하기만 하다.

작년 말에 이직을 결정하고 주변 분들에게 이직을 생각한다고 말을 꺼내기 시작했었다. 그러던 중 저스틴님이 한 리쿠르터를 레퍼런스 해주셨는데 이력서를 보내고 하루 지나 인터뷰가 잡히게 되었다. 잔뜩 긴장하고 인터뷰를 갔고 php와 php security, angular, database, linux 기본적인 것들을 물어봤다. 다 일반적인 질문들이라 크게 어렵진 않았는데 데이터베이스 질문에 생각보다 막혀서 좀 조바심이 났다. 리쿠르터 분이 인터뷰 전에 “인터뷰이로 가는게 아니라 비지니스 클라이언트를 만나러 간다고 생각하고 대하라”는 얘기를 해줬는데 그런 각오로 인터뷰에 임했더니 좀 더 자신감이 붙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인터뷰 끝에 질문할 때 프로젝트 요구사항이라든지 코드의 질이나 개발 환경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는데 좋은 인상을 남겼던 것 같다.

호주는 연말에 크리스마스에서 신년 사이 사무실 전체가 휴가를 내는 경우가 많은데 내 인터뷰가 크리스마스 바로 전날이었다. 그날 오후에 리쿠르터한테 붙었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도 아직 정식 오퍼가 오지 않아서 혹시나 싶어 조용히 지내다가 연휴가 끝나고 제대로 오퍼레터를 받을 수 있었다. (레퍼런스를 해주신 저스틴님과 지만님께 또 감사드린다.)

계약서를 확인해보니 일한 기간에 따라 노티스를 주게 되어 있어서 내 경우는 3주 노티스를 줘야 했다. 처음으로 사직서도 작성했다. Resignation letter template을 한참 검색하고 고민해서 썼다. (짜집기했다의 다른 표현.) 그렇게 써서 제출했더니 너무 갑작스럽다고 바로 수리되지 않았다. 그러고 3일 가량을 설득하려 했다. 그런 후 카운트 오퍼를 줬는데 그 사이 한참 흔들리긴 했지만 작년 한 해 힘들었던 기억도 있고 어짜피 한번 말하고 나면 이전과 같은 관계가 될 수 없다는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오퍼를 거절하고 다시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렇게 3주 정리 기간동안 인수인계 기간을 거쳤다. 마지막 날은 오랜 기간 다녀서 기분이 먹먹하긴 했지만 마지막이란 생각에 너무 행복했고 퇴근 후에도 너무 행복했고 다음 월요일 출근 안해서 너무 행복했다. 그래서 잘 그만 뒀구나 생각이 들었다. 잠시 쉬고 새 회사에 출근하게 되었다.

대학교로 출근하는 기분도 신선하고 동네 분위기도 사뭇 달라서 아직 어색하지만 팀원도 좋고 좀 더 체계적인 환경에서 개발하게 되어 기분이 좋다. (대학가라서 점심 먹을 곳이 참 많다!) 첫 주라서 기존 코드를 읽고 업무 파악하고 부트스트랩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조만간 프로젝트가 시작될 예정이라 기대와 걱정이 뒤섞여있다. 이전 조직에 비해 커뮤니케이션과 문서화가 월등히 많아서 개발 자체보다는 영어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이제 차근차근 준비해나가야겠다.

얼마 전에 okky에 웹 개발자도 개발자라고 할 수 있나요라는 글이 올라왔었다. 원문을 보기 전에 수많은 분들의 반응을 먼저 봐서 그랬는지 몰라도 가볍게 읽고 지나갔다. 이직으로 인한 인수인계에, 책 마무리 작업에, 이상한모임까지 겹쳐 자는 시간 외에는 정말 정신이 없었던 탓이다. 사실 코더랑 프로그래머를 분리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도 종종 봐왔기 때문에 이런 글은 그렇게 특별하지 않았지만 바쁜 와중에도 이 글이 계속 생각이 났다.

의외로 복사 붙여넣기 코드가 저평가 받는다. 붙여 넣어도 돌아갈 만큼 발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정이 수반되었는지 생각해야 한다. 3분 카레를 데워 먹는다고 그게 음식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하는 포장 기술도, 가열 도구의 발전도 저변에 깔려 있다. 그리고 공개된 조리법을 사용한다고 요리사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파인 다이닝에서 요리하는 셰프가 스스로 레시피를 개발해서 요리한다 한들 그 사실을 동네 중국집 요리사를 요리사가 아니라고 말할 근거로 사용해서도 안된다. 솔직히 이런 부분은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구차하게 느껴진다.

불편하게 느꼈던 부분은 억대 연봉자, 부당 대우에 관한 이야기다. 이 부분은 개인의 능력과는 별개로 산업 전반에서 필요한, 필수적인 논의다. 그 분야에서 대가가 되어야만 발언권을 갖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시장을 저해하는 요소다. 억대 연봉자가 늘어나면 지금 시작하는 사람들도 더 좋은 연봉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설령 잘 못하는 사람이 좋은 대우를 받는다면 잘하는 사람은 지금보다도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나는 낙수효과고 다른 하나는 분수효과에 대한 이야기로 어느 쪽이든 오늘의 환경을 개선하는데 일조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부당한건 이야기하고 논의하고 연대해야 한다. 게임개발자연대와 같은 활동이 더 많아져야 한다. 적어도 엉뚱한 전제로 사다리를 걷어차지 말아야 한다.

오늘 점심은 풀스택 음식점 김밥천국에서 먹고 싶다.

2016년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다. 상투적이지만 어째 한해 한해 더 빠르게 지나가는 기분이다. 올해는 바쁘다는 핑계로 경험을 글로 정리하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저지른 일이 많다보니 한번에 풀어내기 쉽지 않은 탓도 있는 것 같다. 이상한모임에서도 올해 배운 것이라는 주제로 대림절 달력이 진행되고 있는데 달력에 매일 올라오는 글을 보면서 더 미루지 말고 조금이라도 정리해보자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올해 했던 일 중 하나가 도서 번역이었다. 이 글은 번역 과정에서 겪었던 경험과 생각을 정리한 포스트다. 번역을 하기 전에 막연하게 생각했던 부분도 실제 과정에서 겪기도 했고 생각과 전혀 달랐던 부분도 있었다. 출판이나 번역 쪽에 오래 계셨던 분이 읽기에는 너무 사소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막 시작하는 입장에서 겪고 생각했던 부분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진행 과정

올해 2월에 출판사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을 받았다. Practical Vim이라는 도서 번역 의뢰였다. 2015년 말에 올렸던 글이 널리 퍼진 일이 있었는데 그때 블로그를 보고 연락을 주셨다고 했다. 전문적으로 번역을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블로그에 작게나마 글을 번역해서 자주 올리고 있어서 제안이 너무 반가웠다. 특히 Vim은 늘 사용하지만 제대로 사용한다는 자신이 없었는데 이 책을 번역하면 그 가려움도 긁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 번역에 대한 질이나 속도를 정확하게 모르기도 했고 시간이 얼마나 걸리게 될지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또한 안해본 일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고 제대로 번역되지 않은 책에 대해서 뒷얘기도 많이 들었던 터라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블로그야 번역 글이 잘못되었다면 수정하거나 다듬거나 모든 일이 내 마음대로 되는데 책은 전혀 그러지 못하니 겁이 앞설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안하면 이런 기회가 언제 다시 올까 싶어서 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출판사에서도 계약 전에 일정 분량을 번역해서 보내달라고 했다. 번역 품질이나 속도를 가늠하기 위한, 일종의 면접이였다. 그렇게 여러 장 분량을 번역해서 며칠 후 메일로 발송했다. 몇 차례 추가적으로 다듬는 과정을 거친 후에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계약서를 작성하게 되었다.

초벌 번역은 6월에 끝났고 첫 교정은 9월에, 두 번째는 11월 초에 마무리했다. 초반에 번역했던 부분과 후반에 번역한 부분을 비교하면 확실히 후반부가 자연스러웠다. 진행하는 동안 문장력이 상승했는지 어쩐건지 모르겠지만 품질이 일관적이지 않았던 탓에 편집자님이 고생을 많이 하셨다.

어려웠던 부분과 배운 점

모든 과정이 도구와의 씨름이었다. 초벌 번역에서는 Vim을 사용해서 작성했지만 원문의 다양한 양식을 반영하는데 쉽지 않았다. 첫 교정에서는 구글독스를 쓰려고 했는데 페이지 분량이 조금만 많아도 속도가 너무 느려서 윈도 노트북을 장만하고 MS 오피스 워드로 전환했다. 워드도 분량이 많아지면 상당히 느려지고 굳을 때가 생각보다 많았다. 작업 과정 중 도구 때문에 고민 안했던 적이 없었는데 디자인으로 옮겨진 후에 PDF 상에서 교정을 볼 때 가장 편하게 느껴졌다.

용어 번역이 쉽지 않았다. 사전적 의미로 옮기는 방식은 가장 쉽지만 기능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지, 오히려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하는 용어는 아닌지 계속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두루 사용되는 용어로 번역해야 할 지, 아니면 음차로 표기를 할 지 단어 하나하나 넘어가기 쉽지 않았다. Vim에서만 사용되는 용어는 참고할 곳도 마땅치 않아서 어려웠다.

번역에 있어 일관성을 유지하는 일도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든다. 키워드는 동일한 용어로 번역해야 하는데 영어다보니 이게 키워드로 사용한 것인지 아니면 일반 표현으로 작성한 것인지 모호한 경우도 있었다. 번역을 진행하면서 용어 사전을 만드는게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책 자체가 팁이 나열된 방식이고 각 팁마다 연결된 팁이 언급되어 있어서 그때그때 키워드를 찾는 과정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교정에서 많이 후회했다. 생각보다 번역 기간은 길어졌고 그 기간동안 기억이 많이 희미해져서 오가며 찾아보는 과정에 시간을 많이 소비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긴 글을 번역해본 경험이 없어서 시간 배분이 쉽지 않았다. 각 장, 파트마다 “대략적인” 기간을 산정했는데 너무 안일했다. 시작하기 전에 분량과 내용의 난이도를 판단해서 일별로 작업량을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전업 번역가가 아니라면 이 과정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책에서 나눠진 팁 단위로 목표를 잡고 진행했는데 각 장이나 팁마다 분량이 각각이라 생각보다 목표에 맞춰 진행하기 어려웠다. 쪽으로 나눠서 하는게 훨씬 편했고 작업 분량 측정이나 목표 달성하는데 훨씬 쉬웠다.

번역에 신경썼던 점

블로그에 번역글을 올리는 것과는 확실히 무게감에서 차이가 있어서 교정에 노력을 많이 했다. 볼 때마다 말도 안되는 문장이 자꾸 보여서 겁이 날 지경이다. 번역과 교정에서 지키려고 노력한 몇 가지 규칙이 있었다. 사소한 부분이긴 하지만 내 스스로 역서를 읽을 때 불편하게 느꼈던 표현이라서 계속 염두하고 진행했다.

  • 피동/사동 표현은 최소로 사용하려고 했다. 피동이 아니면 정말 어색한 경우 외에는 전부 능동으로 적었다. “비주얼 모드에서 영역 선택 기능이 제공된다.” 보다는 “비주얼 모드에서 영역 선택 기능을 제공한다.” 처럼 작성했다.
  • 대명사는 좀 더 명확하게 하고 싶었다. It, this 같은 대명사가 반복되는데 “이 플러그인은”, “이 기능은” 식으로 옮겼다.
  • 복수형 표현에 주의했다. Some of Vim’s commands are 식은 “Vim의 명령들 중에는” 보다 “Vim의 명령 중에는” 처럼 작성했다.

번역 과정 중에 번역에 관한 책을 몇 권 알게 되서 읽어보려고 했는데 번역 사이사이 베타리딩, 이상한모임 행사, 회사일, 호주 체류 관련 업무 등등 수많은 일이 있어 도저히 읽을 여유가 없었다. 위시리스트에 있는 책은 다음과 같다. 각각 읽은 분들 후기를 보면 읽고 나서 번역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며 적어뒀다.

  •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번역의 탄생
  •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
  • 갈등하는 번역
  • 문장 기술

읽지도 않은 책 목록을 올리는게 이상한 기분이 들긴 하지만 혹시나 해서 넣었다. 연말 휴가 기간 동안에 마련할 수 있는 책은 찾아서 읽어볼 생각이다.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많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트위터에서 번역 질이 안좋은 책은 어떤 혹독한 대우를 받고 사는지 자주 봐서 이 책으로 불로장생을 실현하게 될까 걱정이 된다. 더군다나 책에 역자로 내 이름이 올라간다고 해서 나만의 책인 것이 아니라 교정부터 디자인, 출력 등 내가 알기도 모르기도 하는 수많은 손이 함께 한다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들어 밥이 넘어가지 않을 때가 있다. 이미 원고가 내 손을 떠나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그런 기분이 든다. 책을 실물로 보면 좀 홀가분해질지, 그때가 되어봐야 알 것 같다.

그리고 한편 뿌듯했던 부분은 블로그에 계속 올린 번역을 보고 연락을 받았다는 점이다. 기술적인 내용이나 유익한 글은 번역하며 꼼꼼하게 보고 더 오래 기억하고 싶기도 했고 같이 읽고 싶다는 생각에 계속 번역을 올렸었다. 이런 번역이 일종의 포트폴리오가 되리라고는 생각을 해보진 못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조금 더 꼼꼼하게 글을 올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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