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덜컥 호주행 비행기를 타고 멜버른에 도착한 그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캐리어를 밀고 백팩커에 체크인 하던 나를 기억해보면 그 때의 나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렇게 호주 생활을 시작한지 만 4년이 조금 넘은 지금, 2016년 6월, 호주 영주권을 갖게 되었다.

겁 없이 올 수 있던 이유

당시에는 엄청 준비하고 나왔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봐서는 참 도전적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많이 안일하게 준비했다. 영어도 부족했고 현지 사정에도 밝지 않았다. 현지 취업 사이트에서 취업 공고 보고 내 이력서와 맞는 자리가 얼마나 있을지 알아본 정도였다. 그래서 4년이란 불안정한 기간동안 마음 고생도 심했었다. 즐길 수 있던 시간도 있었지만 그만큼 자기 관리가 필요했다. 타지에서 오래 지낸 경험이 없어 내게 쉬운 일은 아니였다. 감사하게도 여기에서 만난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지금은 탈조선에 성공한 것을 축하한다는 인사도 받긴 하지만 내가 나올 즈음인 4년 전까지만 해도 이토록 탈조선에 대한 담론이 많지 않았다. 게다가 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한국 경험의 시간은 4년 전을 기준으로 멈춰 있다. 간접적으로 듣는 경제 사정이나 청년 계층의 취업난은 실제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게 느껴진다. 나는 엄청난 의지로 꼭 탈출하고 말리라 정도로 생각하고 나온 것이 아니라서 요즘 해외로 취업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냐는 질문에 다소 다른 온도의 답변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다니던 대학 학비는 학기에 170만원 정도 하는 지방 국립대였고 집에서 살았기 때문에 자취를 할 일도 없었다. 군 전역 후에 1년 간 회사를 다니며 모은 적금을 정리하고 호주 올 준비를 한 다음에 300만원을 환전해서 호주로 넘어왔다. 부양 가족도, 갚아야 하는 학자금 대출도 없었다. 만약 학교 학비가 더 비쌌더라면 앞에 낸 비용이 아까워서라도 학교를 끝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도 든다. 워킹홀리데이는 그나마 가장 적은 밑천으로 시작할 수 있는 선택지다. 하지만 이런 말을 어디서 쉽게 하지 않았던 이유는 이런 내 배경으로 쉽게 느끼는 것은 아닌가 고민했기 때문이다. 다녀야 할 학교도 있고 학자금 대출까지 있다면 워홀 커뮤니티에서 흔히 하는 말처럼 경험, 영어, 돈 중 하나 내지 둘 챙기는 것 외에는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물론 돈이 더 있다면 더 좋은 선택지가 많겠지만 말이다.

지금 보면 참 어린 생각이지만 프로그래밍으로 취업할 수 있을거란 자신감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재미로 만들던 웹사이트인데 이 일로 돈을 번다는 것을 군 입대 전에야 알았다. 전역하고 나서는 지방 기업이지만 웹에이전시에서 개발팀장으로 근무하면서 한참 자신감이 충만해졌다. 같은 일을 한다면 전혀 두려울 것이 없을 정도로 알게 되니 겁이 없어졌다. 한국 이 촌구석에도 이렇게 일이 있는데 호주라고 없겠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오기 전에도, 오고 나서도 흔하지 않은 케이스였고 좋은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손에 꼽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지낼 수 있었던 점에 더 감사하게 된다.

호주에 도착해서

지인이 도와줘서 미리 만들어온 커버레터와 준비해온 이력서를 들고 지원할 수 있는 모든 포지션에 지원했다. 열린 포지션이라면 어디든지 지원 했지만 리쿠르터를 거치는 경우에는 아무래도 영어가 약해서 면접까지 가는 일이 쉽지 않았다. 이런 일은 예상했지만 실제로 경험을 하고 반복하다보면 기운빠지는 일이긴 하다. 그래도 주변에서는 리쿠르터가 아예 전화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그래서 전화 오고 인터뷰가 잡힌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했다. 많은 전화 덕분에 오히려 더 빠르게 전화에 익숙해질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그러던 중에 급한 프로젝트에 투입된 적도 있었다. 2주 정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좋은 레퍼런스를 얻을 수 있었다. 이 레퍼런스를 가지고 부지런히 자리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이때 만난 저스틴님께도 조언을 많이 들을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항상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리쿠르터를 통과하는 일이 아무래도 적다보니 콜드메일도 정말 많이 보냈다. 멜번 지역에 있는 회사를 구글 맵스에서 검색해서 일일이 웹사이트를 확인했다. 채용 페이지가 없을 때는 문의 이메일로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보내기도 했다. 인터뷰도 더 많이 잡을 수 있었고 그렇게 지금 회사에 다니게 되었다.

호주에 지내는 내내 호주에서 아무 일도 못해보고 한국을 돌아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은 늘 따라다녔다. 제주에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며 씨름하고 있었을까, 서울에서 계속 웹개발을 하고 있었을까.

비자 문제

해외 체류에 있어서 비자는 늘 문제다. 물론 학력이 좋거나 많은 연봉을 받는 사람이라면 비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모셔가야 하는 사람 발목은 안잡는다. 그 외의 경우는 내 자신이 왜 비자를 받아아 하는지 설득해야 한다. 작게 보면 회사의 상사에게 그래야 하고 크게 보면 호주 정부에게 내 비자의 타당성을 서류로 검증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은 쉽지만 체류하는 사람마다 비자와 관련한 에피소드는 다들 하나는 갖고 있을 정도다.

비자 발급 비용도 적지 않다. 나는 고맙게도 모든 비용을 회사에서 처리해줘 부담없이 잘 받을 수 있었다. 준비해야 할 서류가 크게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아 대리인을 고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호주 이민성에서 제공하는 체크리스트를 보며 준비 서류를 챙겼다. 그렇게 워킹홀리데이 비자에서 Subclass 457 비자로 전환 후 2년 반을 지내고 영주 비자인 ENS 비자를 신청했다.

비자를 신청하기 전에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 1차 관문이고 비자를 신청하고 처리되기까지 기다리는 일이 2차, 담당자가 배정되어 통과되는 일이 마지막 관문이다. 처리를 기다리는 기간이 기본적으로 5개월 이상인데 이 기간 동안 별 생각이 다 든다. 게다가 까탈스러운 담당자를 만난다면 정말 정신을 붙잡기가 쉽지 않다. 내 경우에도 꼼꼼한 담당자를 만나서 번거로운 일이 있었지만 다행히 큰 문제가 되진 않아 감사했던 기억이 난다.

영주권은 끝이 아니라 시작

마치 고등학생 때 수능 보고 대학만 가면 모든 일이 끝날 것 같지만 더 많은 선택지와 삶의 방향 앞에서 혼란을 겪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영주권을 받고 나서 기쁜 마음도 분명 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내 비자 상태를 탓하며 아무 일도 안하며 손놓고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괜스레 부담감도 생긴다. 그런 부담감도 있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 지 뚜렷하게 생각해보지 않고 당장 앞에 있는 일에만 바쁘게 지냈는데 막상 그 날이 와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할까. 그래도 기쁨과 감사함으로 앞으로 시간을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호주에서의 삶부터 지금까지 지내온 시간은 나에게 너무나도 새로운 경험이었고 평생 가지고 갈 내 인생의 밑천이 되었다. 호주에서 어떤 일이 있었든지 또 다시 다른 나라를 알아보고 도전해보지 않았을까.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털고 또 새롭게 시작해보겠냐 그러면 그럴꺼라 대답할 것이다. 그 인생의 충격은 또 다시 경험해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다행인지 삶은 여기에 끝이 아니라 도전의 연속이다. 영주권이 큰 고비라고 생각했지만 앞으로도 등정하고 싶은 산도, 올라야 하는 산도 많이 보인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내 자신에게서 부족한 부분을 많이 보게 된다.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결여를 부정하거나 괴로워하거나 덮어두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자연스럽게 받아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삶에서 갚아야 할 감사가 더 많아졌다. 부지런히 살고 열심히 지내서 도움 주신 모든 분들에게 보답하고 싶고 다른 사람에게 그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앞으로 어떤 삶을 마주하게 될 지 기대된다.


다음은 호주 생활과 관련해서 썼던 글이다.

호주에 온지 벌써 5년차에 접어들었다. 아직도 시내를 돌아다가 멜번 온 첫 날에 잠을 청했던 백팩커 숙소 앞을 지나면 그 날이 자연스럽게 생각난다. 받은 카드로 문을 열지 못해서 이걸 어떻게 말해야하나, 우물쭈물 한참을 고민하다가 카운터에 카드를 들고가서 “카드 이스 낫 워킹”을 외치니 “The card is broken, right? no worries mate” 이라고 답하던 그 호주 억양이 아직도 생생하다.

6인실이었던 내 도미토리는 모두가 장기체류였고 그런 탓에 온갖 빨래며 물건들이 널려있었다. 그렇게 짐을 내려놓고 샤워하러 갔을 때 그 소독약 냄새도 아직도 기억 난다. 그때 바깥 네온사인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던 기억도, 무얼 어떻게 사먹어야할지, 환율을 매번 계산하면서(그땐 무려 1달러에 1200원 남짓) 한참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크고 작은 일들도 있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가 하면 오래 알던 사람을 떠나 보내기도 했다. 호주에 온 이후로 온라인을 통해 만난 사람들을 찾아가 직접 만나기도 했고 가족이 나를 보러 호주에 찾아오기도 했다. 여기서 일자리를 찾게 되어 자리를 잡고, 못할 것만 같던 이런 저런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고, 무엇보다 작년에 집을 렌트해서 혼자 살게 된 이후로는 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느낌이다.

타지 생활을 하면서 때로는 가족에게 걱정 끼칠까 쉽게 말할 수 없는 것도 있었고 주변 사람들 각자 자신의 삶에서 고군분투 하는데 짐을 더해주는 것은 아닐까 하고 선뜻 내 어려움을 토로할 수 없었다. 그래도 주변에서 심적으로나 물적으로,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도와준 많은 분들 덕분에 호주에 잘 정착해서 지금까지 지내올 수 있어서 너무나도 감사하다. 그 고마움을 보답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런 도움을 주변에 줄 수 있도록 더 성장하고 싶다.

여전히 영어도 쉽지 않고 미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올해에는 고민보다 행동이 우선되는 삶을 살자 다짐했던 것처럼, 고민을 하기 전에 먼저 작게 시작하는 것이 내 삶에 더 필요하다. 호주에 도착했던 그 날을 다시 생각하면서, 무모하게만 보였던 그 도전과 자신감을 오늘 다시 세워본다.

code.org 이후로 코딩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보게 된다. 한국에서도 공통 교과에 코딩을 포함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를 많이 접할 수 있었다. 기술 발전에 따라 기초 학문으로 가치가 높아지고 있고 수학과 같이 논리적 사고력을 배양할 수 있다는 의견부터 현장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 코딩 학원과 같은 사교육 열풍만 불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까지 다양했다.

코딩 교육이 옳은가, 옳지 않은가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실제로 교육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먼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현실이다. 앞서 예로 들었던 code.org에서는 프로그래밍을 통해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영국의 Code Club 프로그램에서는 만9-11세를 대상으로 스크래치부터 기본적인 웹개발(HTML, CSS), 파이썬 등을 학습하는 커리큘럼을 학교 현장에서 제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찬반을 하기엔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고 시행착오를 넘어 성숙하고 있는 단계로 느껴진다.

코딩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단체, Code.org와 Code Club

어릴 때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것이 정말 효율적인가에 대한 생각은 사실 미술과 음악, 작문과 같이 자기 생각과 관점을 표현하는 수단이라 생각하면 더 와 닿는다. 자신을 드러내는 또 다른 방법을 하나 더 배운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크게 잘못되거나 어렵고 힘든 일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내 또래 세대는 방과 후 프로그램에서 배운 HTML로 학급 웹사이트를 만들고 포켓몬 도감을 만드는 데 시간을 썼다. 한 학년을 마치며 그 기간을 기억하기 위해 학급 문집을 만들고 각자 기념할 만한 물건을 타임캡슐에 넣어 묻었던 일을, 지금 어린 세대는 오늘을 기억하려는 방법으로 스크래치로 만든 애니메이션을 함께 공유하고 마인크래프트에서 함께 지은 건물과 탐험했던 지역을 보며 회상한다. 지금 당장에도 이 세대가 컴퓨터를 통해 만들어내는 수많은 미디어를 Youtube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의 어린 세대를 가까이서 관찰할 기회가 많지 않아 일반화하기 어렵지만 저스틴님 댁에 놀러 가서 아이들과 이야기할 때마다, 초등학교 다니는 우리 집 막냇동생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들어갈 때마다 이 세대의 삶에서 컴퓨터를 어떻게 소화하고 활용하는지는 이미 내 상상 이상이다.

Scratch 웹사이트에 접속해보면 애니메이션, 그림 등 다양한 학생 작품을 접할 수 있다.

어릴 때 코딩을 배우는데 어렵게 느끼지는 않을까? 이미 추상화된 아이디어가 일반화된 세대에게는 Car, MyCar 클래스를 만들어 설명하기보다 “마인크래프트에서 블럭의 종류는 여럿이지만 블럭은 다 같은 크기고 가방에 넣을 수 있어.” 식으로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놀이터에서 그네와 시소를 타고 학교에서는 그 과학적 원리에 대해 배웠던 것과 같이 이런 환경에 일찍 노출된 세대라면 코딩을 배운다는 것 자체가 어색하지 않다. 우리의 사고와 접근으로는 어렵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마우스와 키보드 인터페이스보다 터치 스크린을 먼저 접한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훨씬 간단하고 익숙한 내용일지도 모른다.

내가 교육 현장의 일선에 있는 것도 아니고 아직 자녀가 있는 처지는 아니라서 이게 좋고 나쁨을 이야기하기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지금의 세대에겐 논쟁거리가 될 수 있어도 이후 세대에겐 당연하고 필수적인 생활 요소가 될지도 모른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지 않고 스마트폰만 만진다고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지금의 어린 세대에게는 그런 모습을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1 지금의 홈 오토메이션은 별 볼 일 없게 느껴지지만, 미래 세대는 훨씬 많은 모듈을 사용해 직접 로직을 구성하고 활용하게 될 것이고 이처럼 일상에서 프로그래밍적 사고가 필요한 일이 더욱 많아져 지극히 당연한 교육이 될지도 모른다. 그때쯤 되면 이런 논쟁이 있었다는 사실을 산업혁명 시기 러다이트 운동과 나란히 배울 수도 있다.

이런 이야기 이면에는, 영미권과 한국을 비교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좁은 언어권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한계를 느끼게 된다. 영국의 Code Club의 커리큘럼이 호주로도 들어와서 호주판 Code Club 네트워크를 순식간에 구축한 것과 같이 동일 언어권에서는 빠르게 확산하고 지식이 공유된다. 한국어 사용자에게 있어서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학습에서 영어를 직접 사용하거나, 생성자, 소멸자, 발생자와 같은 한문 조어를 통해 배우는 것도 부차적인 학습이 따라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뒤로 밀어둔다 하더라도, 귤화위지라는 말과 같이, 해외 사례를 모델로 삼아 번안된 교육안으로 적용하는 일은 단순하게 여겨질지 몰라도 옮겨 심는다고 모든 일이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환경도 필요하고 인력도 필요하다.

최근 BBC에서 영국의 7세 아동을 대상으로 제작 배포한 micro:bit. 웹사이트를 보면 없던 개발욕도 생길 것 같다.

나도 방과 후 교육으로 HTML을 배우고서 웹을 처음 알게 되었고 그 이후로도 웹 프로그래밍이나 컴퓨터에 계속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자연스러웠다. 나는 문과를 선택했고 대학도 지리교육을 전공했다. 코딩을 배운 경험 자체에 대해서는 전혀 불평할 여지가 없었다. ‘문제를 해결하는 논리적 접근 방식을 배웠다.’ 식으로 경험을 말하기에는 쉽게 드러나지 않아 판별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방식, 코딩을 배운 것이 내 삶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편이 더 이상하고 어색하다. 내 삶에 있어 도움이 되었다고 보고 있어서 이 교육이 필요하다고 마음으로 느끼고 있다.2 그래서 나에게는 더더욱 “코딩 교육이 필요하다, 필요하지 않다” 보다는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한가에 대해 더 관심이 간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필요 없다”고 말하기엔 이미 현실이다. 환경과 인력의 부족으로 포기하는 것보다 오히려 현업에 있는 사람들이 좀 더 제대로 된 커리큘럼과 프로그램을 가질 수 있도록 목소리를 더 내야 한다. 개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느껴질지 모르지만, 개인의 경험이 공공의 지식이 되는 과정 없이는 교육적 토대와 사회적 기틀이 생겨나기 어렵다. 나는 어떻게 배웠고 어떤 부분이 쉽고 어려웠다는 이야기를 공유해야 한다. 내가 아는 지식을 타인, 더 나아가 다음 세대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나눠야 한다. 그리고 이런 지식 데이터베이스를 교육에 어떻게 녹일 수 있는지 담론을 구성해야 한다. 그 역할이 우리 세대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 나중에 그 세대가 자라면 공공장소에서 홀로그램 켜서 통화하는 사람은 예의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 지금은 업계에 있어 설득이 덜하게 느껴지지만 5년 전만 해도 이렇게 웹개발을 할 것이란 생각을 전혀 못 했다. 
  • 이상한모임 주관으로 진행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나 참여할 수 있는 컨퍼런스, 이모콘 2016 S/S에 발표자로 참여했다. 이모콘은 누구든 자신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컨퍼런스다. 지난 1회에서는 스탭으로 참여했지만 2회에서는 스피커로 참여할 수 있었다.

    주제 선정은 한참 고민했었지만 개인적인 일정에 생각보다 시간을 만들지 못해서 이전에 포스팅한 적이 있던 NodeJS의 제너레이터에 관한 내용을 선정했다. 더 미리 준비해서 시작했다면 다른 재미있는 내용을 했을텐데 좀 더 일찍 주제를 정했으면 하고 후회를 좀 했다. 그래도 이전에 작성한 포스트는 koa를 설명하기 보다는 generator와 spawn하는 함수를 작성하는데 너무 많은 분량을 할애해서 정작 koa 얘기가 너무 적었던 반면에 이번엔 koa를 더 설명해야지 하는 욕심이 있었다.

    라이브로 진행을 하고 싶었지만 긴장해서 진행에도 방해되고 발표도 신경쓰면 너무 정신 없을 것 같았고, 30분에 맞추기 위해 여러 차례 연습을 하는 것보다 단 편집을 고려해서 한 번 촬영 후 편집으로 30분에 맞추는게 낫겠다 판단해서 녹화를 했다. 슬라이드 준비에 1시간 반 정도 걸렸고 촬영에 45분, 편집에 2시간 반 정도 걸려서 총 4시간 40분 정도 시간을 사용했다. 결과적으로는 연습해서 그냥 하는 시간과 별 차이 없는 느낌이 들었지만 중간에 불필요한 설명을 자른다거나, 미리 넘어가버린 슬라이드를 보정한다거나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많이 편했다. 아무래도 이모콘 특성 상 녹화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겠지만 다음에는 라이브로 할 수 있도록 준비를 미리 해야겠다는 생각을 편집하는 내내 했다.

    영상 편집은 Screenflow 라는 도구를 사용했다. 예전에 번들로 구입한 적이 있었는데 한번도 사용해보지 않다가 처음으로 제대로 사용했다. 스크린/사용자 녹화, 편집기까지 간단한 기능은 모두 제공한다. 영상을 자르고 편집하는 단축키가 마스터링 도구(어도비 프리미어나 애플 파이널컷 같은)에 비해서 좀 모자란 편이라서 마우스로 일일이 한 탓에 편집 시간이 더 들긴 했지만 그래도 편집하는 도중에 멈춘다거나 하는 일 없이 끝까지 무사히 편집할 수 있었다.

    슬라이드는 이전 이상한모임 멜번 모임에서 사용했던 적이 있는 reveal.js를 사용했다. 사실 기본 테마나 설정도 있지만 영어에는 이뻐 보이는데 한글에서는 좀 다르게 느껴져서 인라인 스타일을 막 넣어 편집해서 사용했다. GIF 이미지는 Giphy라는 사이트에서 좋아하는 미드 장면들을 찾아서 넣었다. 슬라이드 작성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었는데 최근에 koa로 토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기도 했고, 이전에 작성한 적이 있던 내용이라서 크게 막히는 부분은 없었다. (매번 발표 때마다 그림만 기억나고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피드백을 자주 받아서 한편으론 기쁘면서도 슬프다. 다음엔 꼭 제대로 된 내용을…)

    발표를 보면서 고쳤으면 하는 점을 적었다.

    • 아, 음 같이 횡설수설하는 말과 반복해서 사용하는 미사여구를 줄일 것
    • 말이 상당히 여유로운데 조금 더 밀도있게 진행하면 좋지 않을까
    • 침묵 속에서 라이브코딩을 할 거라면 미리 작성한 코드를 설명하는 쪽을 택할 것
    • 주제의 기승전결이 좀 더 체계적인 느낌이 들도록 내용을 작성할 것
    • 연습, 연습, 연습

    특히 이번 이모콘에서 다르게 느꼈던 점은 스피커로 참여해서 느낄 수 있던 부분이였다. 각각 선정해서 발표한 내용도 너무 재미있었지만 그 외에 부수적인 부분도 많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발표를 보면서 어떤 방식으로 내용을 풀어가는지, 어떻게 내용을 설명하고 끊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진행하는지, 슬라이드나 영상 자료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그 내공을 엿보고 배울 수 있어서 좋았었다. (세상은 넓고 초고수는 많다!)

    이모콘 이름으로 좋은 기회 제공해주고 함께 참여 및 준비한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다음 이모콘에서도 스피커로 참여할 기회가 된다면 꼭 참여하고 싶고 그 시기를 위해 미리미리 준비해야겠다.

    발표자료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가장 꾸준하게 인기 있는 글은 단연 호주에서 일하는 이야기다. 이 글 덕분인지 이메일로 질문을 자주 받는 편인데 아무래도 질문에 공통점이 많은 편이다. 답장이 거의 비슷한데도 시간을 너무 많이 쓰게 되는 것 같아 이전에 보냈던 메일을 정리해서 올려본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거주하는 ***라고 합니다.

    먼저 갑작스레 메일 드려 죄송하고, 읽어보시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을 보내주실 수 있다면 매우 감사드리겠습니다.

    간략한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컴퓨터 전공으로 학사,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2009년부터 지금까지 모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영상처리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업무를 주로 진행하다가 최근 솔루션화를 위한 si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개발언어는 *\*고 **등의 라이브러리를 주로 이용합니다.

    제 꿈은 외국에서 살아보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호주, 유럽, 캐나다, 미국 등 여행과 삶을 접목시켜 각 대륙에서 직장을 구하고 여행을 하는, 허황될 수 있는 큰 꿈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 꿈을 이루고자 웹을 통해 제 목표와 가까이 계신 분들을 모니터링하고 어떻게 현재의 위치까지 도달하셨는지 조언을 구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조언을 구하는 이메일을 처음 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혹 무례하거나 잘못된 모습이 있더라고 넓게 이해하여 주시고 지적하여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인터넷에서 잘 구할 수 없는 궁금한 점을 질문드리고자 합니다.

    1. 블로그의 글을 읽어보니 워홀로 입국하셔서 직업을 구하셨던데, 이런 케이스를 웹에서 더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면 쉽지 않은 길인 것 같습니다. 워홀비자의 제약조건하에서도 개발자로 취업한 케이스가 종종 있는지 궁금합니다.

    1.1 만약 가능하다면 구인공고가 올라오는 홈페이지 등을 소개해주신다면 어느 분야가 수요가 많은지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2 저는 영상처리 관련 기술에 경험이 있지만, 이는 너무 한정된 분야에서 사용되므로 관련직종으로 직업을 구하기는 어려울듯 합니다만, 이런 상황에 조언해 주실 수 있는 내용이 있는지요?

    1. 보통 외국에서 일하시는 개발자분들은 본인의 이력서를 웹에 게시해두던데, 이렇게 항상 일자리를 구할만큼 고용이 불안정한가요?

    2. 한국과 비교해 근무환경, 업무강도, 일처리의 합리성 등의 면에서 (즉, 삶의 질에서) 향후에도 호주에서 계속 거주하실 생각이 있으신지요?

    저는 호주에서 개발자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무엇을 모르는지부터 알아가는 중입니다.

    짧은 답변 하나로도 충분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울에서, *** 드림


    안녕하세요. 김용균입니다.

    메일 잘 받았고 감사하게 잘 읽었습니다. 한국은 많이 덥다던데, 호주는 이제 완전한 겨울이라 많이 춥네요. ^^

    1. 사실 제 경우가 예로서 적합한 케이스는 솔직히 되질 못해서 좋은 답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학력도 전혀 관련 없는 학과(사회교육과 지리교육전공)에 졸업도 하지 않은 휴학생인데다가 겨우 3년 남짓한 경력이 전부였습니다. 포스트에서 보셨겠지만 영어 한마디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준비도 안된 상태였고, 사실 지금 생각하면 많이 무모하게 도전한 경우입니다. 저는 오기 전에 호주 취업 사이트(seek.com.au 등)에서 어떤 사람을 많이 찾는지 많이 검색해봤고, 한국서 커버레터와 이력서를 미리 준비해왔습니다.

    호주에 오기 전에 여러 커뮤니티에 가입해 이리저리 수소문도 해보고, 여기 와서 지낸 기간 동안에 알게 된 사람들 안에서는 워홀로 입국해 IT직종에 취업, 스폰서 비자를 받은 케이스는 주변에서는 저밖에 없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해당 비자의 취지에 맞게 오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사례가 좀 적지 않나 싶습니다.

    호주는 이민국가이기 때문에 다른 서구권에 비해 해외 취업에 대해 상당히 개방된 편입니다. 여기서 만난 한국 개발자분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컴퓨터 전공에 몇 년 경력을 가지고 독립기술이민을 통해 온 분들이 절대적으로 많습니다. 워홀은 한 회사에서 6개월 이상 일 할 수 없는 조항도 있고 여러 까다로운 부분이 있어 특히 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반면 독립기술이민은 영주권 비자이고 또한 여기서의 생활에 대해 복지 지원(학비나 가족 수당, 실업급여)이 있는 등의 장점을 보시고 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참고로, 영주권 비자는 한국 국적과 동시에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1. 1 호주의 경우, 구인 공고는 대표적으로 seek.com.au 등이 있습니다. 한국에 비해서 리크루트 업체를 통해 중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2 영상 처리는 제가 어떤 분야인지 잘 모르겠네요. 제가 여기서 처음으로 일했던 곳이 ***이란 곳이었는데 혹시 이런 분야이신지. 전혀 없지는 않을겁니다만 좀 드물지도 모르겠습니다. 위 리쿠르트 사이트에서 한번 경력과 맞는 곳이 있는지 살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네요.

    3. 고용이 불안정하다기보다 고용-피고용의 관계가 상당히 유연합니다. 서구권의 직업관은 한국과 많이 달라서, 문화적인 차이에 의해 그런듯 합니다.

    4. 한국에 있을 때 제주 소재의 웹에이전시에서 웹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했었는데 근무환경, 업무강도, 일처리 합리성은 이곳이 훨씬 낫습니다. 월등한 대신 영어가 절대적으로 중요해집니다. 영어를 못하면 한국에서 가지던 포지션보다 낮은 자리에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제 경우에도 개발팀장으로 있었지만 discussion은 커녕 communication이 어렵다보니 이곳에서는 주니어 개발자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주니어라 하더라도 급여수준이나 환경은 훨씬 나은 편입니다.

    향후 호주 거주는… 일단 드문 기회를 얻은 상황이니 부지런히 지내고 있습니다. 아직 못한 공부도 더 하고 싶기도 한데 호주에서의 International student 학비는 1년에 3만~4만불 가량 되는데 영주권을 취득한 경우 1년에 4,000불 내외로 저렴하게 가능하기 때문에 영주권을 먼저 취득하고 대학교를 다니려고 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면 독립기술이민으로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오셔서 석사, 박사 과정 하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1. 서구권임에도 저렴한 조건으로 와서 공부할 수 있고 2) 비자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이 오신다고 합니다. 예전엔 환율 사정도 좋았다고 하는데 요즘 환율이 많이 올라 이 메리트는 없어진 것 같네요.

    정리하자면, **님은 저보다 훨씬, 훨씬 좋은 상황이라 무얼 하셔도 저보다 더 잘 될 것 같습니다. 학력도 경력도 있기 때문에 생각하신 것처럼 한국 외 어느 국가에서도 충분히 일할 수 있을겁니다. 중요한건 자신이 원하는 포지션에 걸맞는 영어실력입니다. 메일에서 느껴지는 인상으론 엄청 잘하실 것 같습니다만 영어 잘 준비하셔서 좋은 곳에서 일하시길 기대합니다. 호주에만 국한하지 않고 두루두루 살펴보시다보면 좋은 자리 찾으실 수 있을겁니다.

    아래는 해외 취업과 관련해 두루두루 참고할만한 글과 커뮤니티입니다.

    더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메일 주시기 바랍니다.

    김용균 드림.


    안녕하세요. **포럼에 질문을 올린 ***입니다.

    ***님하고는 메일로 간단히 몇가지를 물어봤는데요. 어학을 계획으로 오셨다가, 정착한 케이스라 다소 귀감이 되더라구요.

    제가 궁금한 것은 어떻게 일자리를 구하셨는지 인데요. www.seek.com.au 이곳에 CV를 올려서 구하셨는지, 아니면 다른 경로로 구하셨는지 알고 싶구요.

    그리고 멜버른하고 시드니가 아무래도 일자리가 많은 것 같은데, 멜번 쪽으로 가신이유가 혹시 따로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아, 영어는 필리핀등에서 2개월 정도 회화와 IELTS를 공부하고 갈까 생각중입니다.(현지로 바로가는 것은 아무래도 비용때문에…)

    아무래도 처음 가는 곳이라 불안함이 많다보니, 이런 질문들을 하게되네요~

    시간 되실때 천천히 답변 부탁드리며, 향후 호주로 가게되면 제가 맛있는 식사라도 한번 대접하도록 하겠습니다 🙂

    그럼, 즐거운 한주 되시기 바라며 겨울로 아는데, 건강 유의 하세요.


    안녕하세요. 김용균 입니다.

    저도 seek.com.au를 통해서 컨택 많이 해봤는데 일단 대부분 거기에 올라오는 곳이 리쿠르트에서 하는 부분이라 리쿠르트를 통해 면접을 보고 통과가 되면 회사에 면접보는 식이라 영어로 자기어필만 강하게 할 수 있으면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습니다.

    멜번보다는 시드니가 훨씬 자리 많은 편이라고 하더라구요. 제가 멜번을 선택한 이유는… 크게 이유는 없는데 멜번이 왠지 좋아서 선택했습니다.

    저는 아직 대졸도 아니고 경력도 얼마 안되는지라 독립기술이민을 진행하긴 어려워 여기서 스폰서 비자를 통해 계속 지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여기 일들이 6달, 12달 이런 프로젝트가 많은데 워홀 비자는 한 회사에서 6개월이란 제한 때문에 그런 프로젝트를 수행하기가 사실상 불가능이기도 하고… 여기도 영주권자 이상을 풀타임으로 많이 채용하는 편이라서 말입니다. 스폰서비자의 경우 사실상 해당 회사에 종속되어 급여가 오르거나 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흔히 노예비자라고도 합니다. 실직하면 28일 내에 해당 스폰이 가능한 회사를 찾아야 비자가 취소가 안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으니까요.

    일단은 워킹으로 오셔서 한번 보시면 어떤 상황인지 아실 수 있으실 겁니다. 영어만 잘 되시면 아무 문제없이 잘 일 하실 수 있을거에요.

    저는 영어가 많이 안되서 인터뷰만 두달동안 이곳저곳 보러 다녔거든요. 영어 많이 준비해오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 입니다.

    저는 퇴사후 호주 취업을 준비중인 게임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입니다. 어학원도 다니고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도 보내고 있지만, 답장도 너무 늦고(답장에 2주 정도 소요가 되네요.) 해서 직접 호주로 가서 구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호주쪽 게임 회사 실정도 모르고 워홀 비자로 어느 정도 일을 구할수 있는지, 또 어떻게 구할수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1. 워홀 비자로 직장을 구하는 사람을 잘 뽑는지
    2. 워홀로는 한 직장에 6개월이 한계라는데 그럼 매번 옮기거나 하는지
    3. 회자입장에서도 당장 호주에 거주중인(워홀 비자로라도) 사람에게 더 기회를 주는지
    4. 제가 국내에서 경력은 있지만 호주쪽 클라이언트 트랜드라던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기술을 준비하는 것이 좋은지.

    일단은 이렇게 4개이지만 조금 더 여쭤보고 싶은게 생길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용균입니다.

    저는 호주에서 웹개발자로 일하고 있어서 게임과는 다소 다른 영역이라 게임 산업 쪽 고용 시장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네요. 게임 클라이언트 쪽이면 MO나 MMO 일 것 같은데 호주에서 그런 쪽 개발하는 스튜디오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서 호주에 맞는 자리가 있을지는 잘 알아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게임코디 눈팅해온 걸로는 게임 개발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북미나 유럽에 가시는 편으로 알고 있어서요.

    1. 대부분 영주권자 이상을 선호하는 편인데 호주는 고용 유연성이 상당히 높아서 3개월, 6개월, 1년 계약직 같은 자리도 많습니다. 이런 자리의 경우는 비자랑 크게 상관 없이 뽑는 경우가 많은 편입니다. 직장을 구하시려면 1) 영어가 잘되거나 2) 기술적으로 뛰어나거나 둘 중 하나인데 (둘 다 되면 당연히 좋구요) 일반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걸 요구하는 편입니다. 적어도 기술적으로 뛰어난 걸 증명하려면 자신이 한 일을 말로 설명할 정도는 되야겠죠.

    저는 영어를 잘 못하는 상태에서 와서 인터뷰는 많이 봤지만 결과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영어를 어느 정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은 저도 가지고 있었는데요. 한국어로 대화하는 걸 영어로 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저는 듣기는 대충 들렸는데 말하는데 겁도 나고 문법 틀릴까 우물우물 하는 상태를 벗어나는게 힘들었습니다.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문법적으로 완벽하게 말하는건 의미하는게 아니었습니다. 잘 못 알아들었으면 다시 말해달라고 얘기하고 이해가 되었다 안되었다 이 부분 의견은 동의한다 이 부분은 이렇게 생각한다 얘기할 수 있는게 중요합니다.

    1. 워킹홀리데이 비자로는 한 회사에서 6개월까지만 가능합니다. 제 경우는 6개월 때 스폰서 비자로 변경했습니다. 이 경우는 직장을 어떻게 구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부분이겠네요.

    2. 1번에서 답변드린 바와 같이 영주권자 이상만 뽑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도 포지션에 자신이 잘 맞는다 생각하면 지원해보는게 좋겠죠. 해당 회사서 정말 필요로 하면 비자를 지원해줄 겁니다.

    3. 저도 게임 산업 쪽에 관해서는 들어본 바가 없어 어떤 인재를 요구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기술 요구사항은 일반적으로 구인 공고에서 확인해볼 수 있는데요. seek.com.au 같은 사이트에서 해당 직종을 검색해보시고 어떤 포지션 디테일을 가지고 뽑는지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겁니다.

    만약 관련 대학 졸업하셨고 경력이 있는 상황이라면 워킹홀리데이보다 독립기술이민과 같은 영주권을 바로 받을 수 있는 비자를 신청해서 오시는게 낫습니다. 스폰서 비자는 회사에서 지원해줘야 하는 경우라서 쉽게 내주지 않는 경우도 많고 이걸 가지고 장난하는 회사도 많습니다. IT로 호주에 오시는 분들 대부분이 독립기술이민으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주권자 이상은 학비에 대한 혜택이 좋아서 여기와서 석사 받고 그 학력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맨 처음 워킹홀리데이로 와서 힘든 부분은 현지 경력이 없는 부분입니다. 여기는 레퍼런스 체크라는게 있는데 이 사람이 정말 괜찮은 사람인지 이전에 일한 사람에게 물어보는 문화가 있습니다. 제 경우는 호주 오자마자 한 2주짜리 단기 프로젝트를 한 경력이 있고 거기서 꽤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실제 취업 때 레퍼런스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기왕 나오기로 하셨으면 여러가지 옵션을 고민해보시고 그리고 궁금한 점이 있다면 immi.gov.au 같은 정부 사이트에서 자세한 내용을 꼭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인터넷에 있는 자료는 out of date인 경우가 많아서 그런 자료 믿다가 비자 취소되고 돌아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만약 북미쪽 취업이 궁금하시다면 포프님 북미취업가이드를 살펴보시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밖에 나오면 생각보다 힘든데 그래도 좋은게 많습니다. 그리고 나와서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드니 꼭 호주가 아니더라도 어느 영어권 국가라도 가서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네요. 심사숙고해서 어디로 갈 지 잘 결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더 궁금한 부분이 있다면 답장 남겨주시고요. 🙂

    김용균 드림.


    안녕하세요. 현재 HW/SW관련 개발을 공부하고있는 **대학교 4학년 ***라고합니다.

    호주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었고, 개발자로 살아가는데 해외취업을 목표를 두고있습니다. 제 주 전문분야는 web이 아닌 firware, Embedded, Linux 분야이고 현재 S사 소프트웨어멤버십 이라고 해서 S사에서 학생개발자들을 키워내는 프로그램에서 2년째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꿈은 해외에서 살아가는것입니다. 워킹홀리데이 생활을 하면서 꼭 해외에서 살고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궁금한점이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1. 해외 IT회사를 지원하게 된 계기
    2. 한국에서 일하는것과의 차이점/장단점
    3. 학사학위로도 해외취업에 가능한지. 영어실력은 영어로 면접 볼 정도의 실력에 조금 못미칩니다. 직접 영어를 쓰는 환경에서 일을 안해봐서 많이 부족합니다.

    답장 드립니다.

    저는 오랫동안 웹에 관심을 갖고 공부해왔었습니다. 호주에 오기 전엔 웹에이전시에서 개발팀장으로 근무해 웹사이트 구축에 필요한 실무적 역량을 많이 키울 수 있었습니다. 저는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에 오면서 한국서 하던 경력대로 일을 할 계획을 세워 영문 이력서 등을 준비해 호주로 넘어왔습니다.

    오기 전에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서 개발 직군에 취업한 후기를 많이 검색해봤지만 인터넷이든 워킹홀리데이 책이든 대부분 농장 가서 주천불 버는 얘기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몇 분 워홀로 와서 일하던 분도 알음알을 알게 되서 조언도 받아서 큰 문제는 없겠다 싶어 호주로 와서 여러 회사에 지원했고 현재 회사에 입사해 지금까지 지내고 있습니다.

    1. 해외 IT회사를 지원하게된 계기
    기회가 되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개발직군에서 일하면 누구나 생각해보는 일이기도 하고요. 또 영어는 개발 직군에서 일하면서 최신 트랜드를 보려면 필수적이니까요. 이건 지원한 계기라기보다 해외에 나온 계기가 될 것 같네요. 해외에서 사는 것 자체가 목표라면 돈 많이 벌어서 노년에 나와 사는게 편하고 좋지 않을까 합니다.</p> 
    
    1. 한국에서 일하는것과의 차이점. 장단점
    일하는 것은 큰 차이 없습니다만 인건비가 비싸서 야근을 거의 안시켜주는 편입니다. 업무 환경은 회사에 따라 다를테고 그 외 생활에서의 차이는 제 블로그 포스트를 읽어보는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1. 학사학위로도 해외취업에 가능한지. 영어실력은 영어로 면접볼정도의 실력에 조금 못미칩니다. 직접 영어를 쓰는 환경에서 일을 안해봐서 많이 부족합니다.

    저는 대학 휴학중이라 학사 학위로 취업을 물어보는건 어떻게 대답 드려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이미 쓰셨으면 호주 유학 후 영주권 취득이나 한국서 경력과 영어 점수를 만들어 영주권을 받아서 오는 두가지 방법이 있는데 여기에 학사 학위는 도움이 될겁니다. 이 이야기도 제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어를 잘해야 하는건 당연합니다. 저는 영어 준비를 잘 하고 오지 않아 정말 고생했고 지금도 한참 부족한 편입니다. 업무는 지금까지 해온 것도 있고 경험이 있고 개발쪽은 대부분의 키워드가 영어니 큰 문제가 없었지만 세세한 디테일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어도 중요합니다. 한국에서 하는 취업 수준에 한국어 수준으로 영어를 써야 한다고 말씀 드리면 감이 좀 올까요? 직군에 따라 많이 다르겠지만 영어는 잘할수록 좋습니다. 기술적으로 뛰어나도 본인이 얼마나 잘하는지는 영어로 어필해야 하기 때문이고요.

    저는 워홀로 오기도 했고 영어를 어짜피 못하니까 괜찮다는 생각도 좀 있었는데 영어를 잘했으면 더 좋은 포지션에서 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워홀로 올게 아니라 위 말한 다른 방법으로 오신다면 일반적인 의사소통에 지장 없을 정도로는 준비하셔야 합니다. 한국 벗어나면 외국인이고 대화 안되면 당연히 시장에서 배제됩니다. IELTS 점수도 필요할테니 공부하셔야 할테고요.

    영어로 일하는 업무 환경이 필요하시다면 github에서 컨트리뷰션할 오픈소스를 찾아 참여하시거나 메일링 리스트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유튜브 등으로 올라오는 컨퍼런스도 찾아보시고요. 펌웨어, 임베드면 요즘 IoT로 한창 핫한 오픈소스도 많을테니 참여할 곳도 많을 것 같네요.

    저도 많이 부족해서 이렇게 조언 드릴 입장이 아니라 이렇게 적는게 좀 부끄럽습니다. 목표와 계획 잘 세우셔서 좋은 결실 맺길 기대합니다.


    이전에 쓴 다른 글은 아래서 볼 수 있다.

    예전부터 장만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프린터였다. 급한 것은 사무실에서 출력하면 되긴 하지만 집에서 개인적인 용도로 쓰는 것과는 확실히 기분이 다르니까. 물론 부피가 있어 공간도 필요하고 자칫 먼지 수집기로 전락 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에 고민을 오래 했었다. 특히 무거운 프린터를 구입해서 어떻게 집에 들고 올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였다. 고민만 계속 하고 있었는데 지난 휴가에 차를 빌린 동안 이참에 장만하자는 생각이 들어 레이저 프린터를 구입했다.

    잉크젯 프린터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지만(캐논 프린터는 15불부터 시작한다.) 잉크 가격이나 헤더 막힘 등 여러 문제를 겪은 기억이 있어서 구입 목록에서 아예 제외했다. 레이저 프린터 중 69불에 wifi 되는 Brother HL-1210W 프린터가 괜찮아 보여 구입하려 했었는데 실물로 보니 안예뻐서 (프린터는 가전이니까 이뻐야) 한참을 망설였다. 그러던 중 Fuji Xerox가 동급 기능의 브라더 프린터에 비해 저렴하고 특히 토너도 저렴하길래 결국 Fuji Xerox DocuPrint P265DW 로 정하게 됐고 Officeworks 매장에서 98불에 구입했다.

    Fuji Xerox DocuPrint P265DW

    종이를 담을 수 있는 트레이가 있고 wifi 기능도 내장되어 있다. 디스플레이도 한 줄 짜리지만 있어서 간단하게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얼마나 쓸 지 모르지만 양면인쇄도 가능하다. 전원 넣고 wifi를 검색해 비밀번호를 넣으니 바로 AirPrint 네트워크 프린터로 잡혀서 사용할 수 있었다. 프린트를 위해 SCSI 케이블을 찾던 시절은 이미 지나간지 오래고 USB도 필요 없고 wifi로 내 네트워크에 접속해서 자동으로 프린터로 잡히니 내가 구석기인이 된 기분이 들었다.

    코드를 꼽아두면 전기를 많이 먹을 것 같아 사용할 때만 전원을 연결했는데 전원 연결하고 wifi까지 자동으로 연결된 후 wifi 버튼에 불이 켜지기 까지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슬립과 딥슬립의 차이는 뭐지

    스마트폰을 비롯해 디지털 기기가 일상화되고 그 위에 좋은 오피스 앱/서비스, 클라우드가 자리 잡은 덕분에 Paperless 환경을 쉽게 구축할 수 있지만 나에겐 아직도 손에 잡히고 펜으로 밑 줄 그을 수 있는 종이가 편하게 느껴진다. 요즘 세대가 저장 버튼에 있는 디스켓 아이콘의 맥락을 이해하기 힘든 것처럼 어릴 때부터 종이가 아닌 디바이스를 먼저 접한 세대라면 디바이스보다 종이가 편하다는 그 감각도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아이콘은 무슨 뜻이죠?” 처럼 “왜 종이에 출력한걸 보죠? 그냥 화면으로 보면 되는데.” 라고 반문할 날을 상상하게 된다. 그래도 종이는 오래가지 않을까 얘기하지만 그렇게 생각했던 코닥도, 아그파도 무너진 것을 보면 의외로 그 시대가 가까이 있는 것 같다.

    비너스 베이에서
    비너스 베이에서. 이렇게 장대한 백사장은 처음!

    2015년 12월 중순부터 2016년 1월 26일까지 한달 조금 넘는 시간동안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아버지는 일이 있으셔서 아쉽게도 함께 하지 못했지만 어머니와 동생들과 함께 멜번과 멜번 근교를 여행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휴가는 전체 기간 중 반절 정도 냈고 휴가가 아닌 기간엔 시내 구경을 하거나 버스투어로 근교 지역 여행을 다녀왔다.

    • 아이반호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 구경
    • 크리스마스 시내 구경, 시청 프로젝션 구경
    • 새해 불꽃놀이
    • IKEA
    •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
    • St Kilda 바닷가
    • 이안 포터 아트센터
    • NGV 상설전시, 특별전시(Ai Weiwei)
    • 보타닉 가든
    • Shrine of Remembrance
    • 빅토리아 마켓
    • 토키 에어비엔비
    • 질롱 시내 (양 박물관, 질롱 갤러리 / 도서관)
    • 웨레비 동물원
    • 호주 테니스 오픈 키즈데이
    • 마운틴 단데농
    • 비너스 베이
    • 모닝턴 페닌슐라
    • 필립아일랜드 투어(헤리티지 농장, 코알라센터, 남극체험 센터, 펭귄 퍼레이드)
    • 저스틴님댁 BBQ
    • 체드스톤

    차를 렌트해서 돌아다닌 기간에는 주로 외각 지역을 다녀왔고 그 외에는 대중교통을 주로 사용했다. 집에서 인근 마켓까지 걸어서 다닐 정도 거리가 돼서 가족끼리 걸어 장보러도 자주 다녀왔다. 다녀 온 모든 곳이 좋았고 기억에 남는다.

    공항에 마중 간 날부터 배웅하고 온 그 시간까지 함께 보내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많이 했다. 아직까지 함께 지내던 기억이 더 많아서 그런지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고 편한 기분이 들었다. 배웅하고서 집에 돌아가는 길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구나, 회사 일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잡다한 고민이 많이 들었지만 집 문에 들어서는 순간, 동생이 말했던 것처럼 참 허전했다.

    해외서 지내며 가장 어려운 일은 관계다. 물론 여기서도 새로운 관계를 알아가고 친해지고 같이 밥도 먹긴 하지만. 오랜 시간 함께한 친구가 힘들 때 기껏해야 문자 몇 자로 위로 해주는 정도고 가족은 힘든 일이 있더라도 “잘 지낸다”고만 얘기한다. 이런 시간은 빚이 되고 어떤 의미로든 갚아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런 부담감이 호주에서의 삶을 더 집중하고 부지런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한달 푹 쉬고 지냈고 올해 계획도 아직 정리하지 못했는데 벌써 해야 할 일도 여럿 생겼다. 남은 1월은 차분하게 계획을 세워 올해를 제대로 시작해야겠다.

    Ai Weiwei
    호주 생활에서, 아니 내 인생 통틀어 미용실서 자른 머리 중에 워스트 1위에 빛나는 스타일.

    2015년 목표를 다시 읽어보며 내년엔 무슨 계획으로 지낼까 고민하다가 먼저 올해는 무슨 일을 어떻게 했는지 기록을 남겨보기로 했다.

    2015년에도 자잘하게 많은 일이 있었다. 신상에 있어 가장 큰 변화는 혼자 나와서 살기 시작한 점이다. 혼자 살아본 경험이 전무해서 한동안은 정말 긴장 잔뜩한 상태로 지냈지만 이제 조금씩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출퇴근에 시간을 많이 썼었는데 개인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어서 한동안 이사 관련해 꽤 고생했지만 만족스러운 결정이었다. (호주 기준으로는 평범한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회사에서는 계속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계속 PHP로 개발하고 있고, 올해는 Magento로 개발하는 일이 많았다. 회사에서 진행한 몇 자체 프로젝트는 PSR에 따라 개발도 했고 그에 따른 사내 교육도 진행했다. 연초엔 그래도 한산했는데 7월 즈음 유지보수로 들어온 클라이언트로 인해 야근에, 주말에 일하는가 하면, 단기간에 해결 안되는 수많은 이슈로 일감 관리가 전혀 안됐던 탓에 일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시끄럽고 방해가 많은 사무실 환경까지 더하니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흥미가 떨어지는 일에 강한 압박 받으면서 퇴근할 때 오늘 한 일이 한 단어로 정리가 안되는 날이 몇 달 반복 되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그 기간동안 정말 좋은 오퍼도 많이 받았는데 비자 탓에 고사할 수 밖에 없어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그나마 지금은 진정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여전히 기억하기 싫다. 그 기간 경험에서 내년엔 내 커리어를 어떻게 갖고 가야하나 고민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지난 해를 대비해서 생각하면 한 달 이상 시간을 쓰는 일에는 그닥 열심히 노력하지 못했던 것 같다. 꾸준하기보다 회사 일이 지친다는 이유로 그때그때 흥미있는 일에만 몰두하다보니 자잘하게 공부하고 했던 일은 많은데 그렇다고 배운 것으로 무언가 만드는 일이 없었던 점이 가장 후회된다. 연중에 코세라와 eDx에 참여했는데 결국 초반 몇 강의만 듣고 더이상 진도를 내지 못했던 것도 아쉽다. 올해 가장 관심 많았던 부분은 함수형 프로그래밍이었다.(@devthewild님의 영향이 크다.) 아직도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내년에도 관련된 공부를 더 하고 싶다.

    영어는 엄청 나아졌다고 스스로 생각했지만 최근 IELTS를 본 결과로는 정말 근소하게 나아졌다. 그나마 시험 준비하는 기간에 공부를 조금 한게 전부였는데 좀 더 시간을 투자하지 않은게 아쉽다. 그래도 올해는 클라이언트랑 직접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일이 엄청 늘었는데 전화로 말하고 메일 쓰는 일이 엄청 늘어서 영어 실력은 늘지 않았어도 자신감은 조금 늘어난 것 같다. (물론 클라이언트랑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는건 그닥 좋은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 했던 일은 짧게라도 읽은 글이나 살펴본 내용은 블로그에 기록했다는 점이다. 직접 쓴 글보다 번역글이 더 많았지만 올해 총 76개 포스트를 남겼다. 연초 목표에 적어두진 않았어도 100개 정도를 목표로 잡았는데 한동안 미드 본다고, 그리고 이사 간다고 글을 뜸하게 썼던 기간이 있어서 달성하지 못했던 것 같다. 올해는 한참 전에 썼던 글이 갑자기 공유되어 평소같지 않았던 조회수도 경험해봤다. 연초 한국에서 작성한 IT 개발자, 호주에서 일하기를 비롯해서 라즈베리 파이 2를 구입한 이야기와 같은 글도 많이 읽히고 있고, 커밋 메시지에 관한 글어떻게 학술 논문을 읽어야 하는가 같은 번역글도 많이 공유되었고, 다양한 의견을 살펴볼 수 있던 기억이 난다. 내년에는 번역도 꾸준히 하지만 내 글도 더 많이 작성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상한모임 활동도 계속 참여했다. 시즌2를 조직하면서 커뮤니티를 위한 개발을 몇가지 할 예정이었지만 내 역할을 제대로 못해 특히 아쉽다. 그리고 올해에는 크고 작은 행사를 매번 꾸리는데 고생하는 분들께 미안한 감정이 늘 가득했다. 작년과 비교하면 그저 슬랙에서 웃고 떠드는 일, 리트윗 하는 일 외에는 없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실질적인 커뮤니티를 꾸리는데 온라인에서만 활동하는 것이 심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그닥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다. 내 욕심이 지나치게 많아서 그런 것인지 어쩐지 몰라도 내가 어떤 역할로 이 커뮤니티에 계속 참여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

    6월부터 제이펍 베타리더스에 참여하게 되었다. 올해 중반부터 한국어로 된 책을 부지런히 읽고 있고 지금까지 6권 참여했다. 어려워서 제대로 읽지 못한 책도 있었지만, 책을 읽고 오탈자를 찾고 어색한 내용에 메모하는 과정이 새롭고 재미있었다. 베타리더로서 남긴 후기가 책에 함께 들어간다는 것은 신선한 경험이었고 앞으로도 읽을 책이 많이 기대된다.

    올해도 건강관리를 그닥 열심히 하진 않았지만 이사한 이후로 아침, 점심, 저녁 음식을 직접 챙겨 먹다보니 식사량을 조절하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살을 많이 뺄 수 있었다. 직접적인 운동은 많이 하지 못했고, 자전거 출퇴근은 아직도 미루고 있다. 내년엔 둘 중 하나는 습관으로 만들어서 운동량을 늘려야겠다.


    2015년에는 제대로 이룬 것이 없는 기분이지만 그래도 완전 절망스러운 결과는 아니구나 생각이 든다. 내년엔 조금 더 세세한 계획을 갖고 더 부지런히 도전하며 지내야겠다.

    조은님과 강성진님의 포스트를 읽고 번역에 관한 회고를 간략하게나마 남긴다. 전문적으로 하는 번역은 아니였지만,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들인 일 중 하나였고, 그 결과로 올해 작성한 블로그 포스트 대부분이 번역글로 채워졌다. 원문의 길이도 다양했고 그 분야도 다양한 편이였는데 읽고 나서 유익하다 싶었던 글은 대부분 번역했던 것 같다.

    올해 번역을 유독 많이 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올해 초에 썼던 목표대로 경험을 공유한다는 생각으로 짧게라도 읽는 글을 정리한다는 느낌을 갖고 시작했다. 모국어로 사유를 확장할 수 있는 컨텐츠가 적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한국어 구사자는, 특히 개발자라면 최신 정보를 알기 위해 사소한 글이라도 영어를 읽어야만 하는 상황에 자연스레 놓이게 된다. 그래서 내가 사소하게 읽는 글이라도 간단하게 국문으로 옮겨두면 나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이 글이 필요한 다른 사람도 도움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한 호주에서 지내며 영어 공부한다는 핑계로, 그리고 한국어로 긴 글을 별로 쓸 일이 없어 문장이 많이 서툴어지고 있던 점도 있어서 겸사겸사 번역에 시간을 쓰게 되었다. 영어도, 한국어도 잘 못하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 없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시작했다.

    몇 번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짧은 글이였다. 처음엔 짧은 글도 번역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반복적으로 하다보니 비슷한 표현도 많이 나오고, 내용도 쉬운 글을 위주로 번역했기 때문에 점점 번역에 걸리는 시간이 줄어드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짧은 글은 지치지 않고 끝낼 수 있어 자연스럽게 성취감과 자신감도 따라왔다. 공유에 따라 피드백도 바로바로 받을 수 있어서 꾸준하게 할 수 있는 좋은 동력이 되었다.

    명세와 같이 중요한 문서나 깊은 통찰이 있는 글을 번역하는 일은 분명 멋진 작업이지만 별로 많이 하지 못했다. 아직 분량이 많아지면 겁이 나기도 하고 “공식적인” 느낌의 글을 옮기는 것은 묘하게 부담이 느껴진다. 그래도 짧은 글에서 점점 긴 글로, 더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는 글을 번역해 점점 근육을 키워가는 것을 목표로 했고, 예전에 비해 글을 번역해야지 하는데 고민이 많이 줄었다는 점 등 그 목표를 잘 따른 한 해라고 생각한다.

    좋은 번역이었나에 대해서는 답을 하기 어렵다. 시간을 들여 좋은 품질로 번역하는 것보다는 그냥 글을 읽는 것처럼 번역해 그 시간을 줄이는 것을 더 고려했었다. 또한 직역보다는 내가 이해하는 범위 내에서 의역을 많이 했다. 용어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지나친 초월 번역이 되지 않도록 노력했고 트위터나 슬랙을 통해서 물어봤고, 또 그런 과정에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내년엔 필요할 때만 물어서 용어를 찾는 것이 아니라 용어집을 만들어 정리하고 번역 원칙에 따르는 것도 꼭 해봐야겠다. 또한 번역하는 과정에서 영어나 한국어나 실력이 평범한 수준이라 아쉬웠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내년에는 번역의 질이 높아질 수 있도록 시간도 충분히 투자하고, 또한 영어, 한국어 수준이 높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가장 철저하게 따른 원칙은 저작권 준수다. 저작권이 명시되어 있다면 저작권에 따라 병기했고 따로 명시되지 않았다면 꼭 저자에게 메일로 문의해 명확한 허락을 받고 번역, 게시했다. 단 한 번도 이 원칙을 따르지 않은 경우가 없었는데 단 한 명도 안된다고 이야기 한 적이 없었으며 오히려 고맙다는 피드백도 받을 수 있었다. 메일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도 저자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고 콜드 메일을 보내는데 자신감도 생겼다.

    내가 맨 처음 번역글을 작성할 때 찾았던 초보 번역자들에게 보내는 몇 가지 조언은 매번 번역에 어려움이 있거나 지침이 필요할 때, 거친 얘기를 들어서(번역이 왜 이렇게 구리냐, 이런 유치한 것도 번역하냐 등등) 마음이 힘들 때마다 꺼내 읽는 글이다. 특히 비웃는 자를 비웃어 주라는 이야기가 특히 힘이 되었다. 😀

    누군가 이 글을 보고 새해 목표 목록에 번역하기를 추가한다면 참 기분 좋을 것 같다. 내년에도 좋은 글 많이 마주하고 번역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 읽을 거리

    어린 시절 일기를 꾸준히 써야 한다고 주입받은 사람이라면 어딘가에 삶을 기록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생긴다. (실제로 기록하고 있지 않더라도.) 난 공부는 못하더라도 선생님 말씀은 엄청나게 잘 듣는 타입의 학생이었기 때문에 기록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다. 일기도 매번 작심삼일이지만 꾸준하게 쓰려고 노력했다. 컴퓨터를 배우고서는 컴퓨터에도 일기를 썼었다. 그땐 그 글이 평생 가리라 생각하고 1GB 하드 드라이브, 3.5인치 플로피 디스켓에 저장했었다. 당연히 그때 쓴 글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글이 되었다. 그 하드는 죽어서 2GB로 교체했고 플로피 디스켓은 더는 읽을 수 없었다.

    인터넷을 맨 처음 만났을 땐 인터넷에 글을 쓴다면 더 오랫동안 글을 갖고 갈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그리고 이름도 기억 안 나게 망해버린 서비스에 글을 썼다.1 그렇게 글을 날려 가면서도 이곳저곳 글을 많이 작성했다. 서비스를 이용해서 글을 작성하면 기술적인 문제로 날려버리는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서비스가 망하지 않는 이상 평생토록 저장할 수 있다. 물론 당시 많은 서비스가 접혀서 여러 번 날렸다.

    2000년 홈페이지 방명록 사진
    과거에도 관리 안한다고 욕먹었던 나란 사람

    여러번 서비스를 옮겨가면서 글을 썼지만, 문제는 나 자신에게도 있었다. 너무 유치하고 어린 이야기만 가득하다고 느껴 지워버린 일이 여러 번 있었다. 대부분 서비스는 몇 번 클릭으로 계정을 지우거나 글을 날려버릴 수 있었다. 되돌릴 방법 없이 쿨하게 모든 데이터를 지워버릴 수 있던 탓에 내가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지냈는지 들춰 볼 일기장이 없어지고 말았다.

    내 글을 누적하는데 내적/외적 문제가 늘 발생했지만 가장 오랫동안 폭파하지 않고 꾸준하게 사용한 곳은 바로 여기다. 아직도 과거의 글을 보면 오글거리고 유치해서 삭제 버튼에 손이 가는 편이지만, 아이러니하게 글을 올려둔 호스팅과 도메인을 유지하는 데 돈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내 글에 좀 더 애정이 생겼다. 그렇게 이 블로그가 가장 오랫동안 꾸준하게 글 쓰고 관리한 곳이 되었고 매일매일 그 꾸준함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왜 쓰고 왜 공유하나

    꾸준하게 쓰는 것이 앞서 말한 강박감에 의해 시작된 것이라면 무엇을 쓰고 공유할지에 대해서는 호주에 올 준비를 할 때 든 생각 때문이다.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에 오기 전에 책도 여러 권 읽어보고 후기도 매일같이 찾아서 읽어봤지만, 다들 농장에서, 공장에서, 또는 리조트나 호텔에서 일한 이야기만 있었지 호주 취업시장이 어떻고 어디서 무엇을 알아봐야 하는지에 대한 글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글로 검색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느 계절에 어느 지역 농장에서 체리를 따면 주천 불을 벌 수 있다더라, 성과제로 운영되는 농장에는 농사의 신이 존재해서 하루에 삼사백 불을 번다더라, 어느 리조트에 들어가는 건 까다롭지만 일 안 하는 날엔 리조트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더라. 이런 이야기 외에는 찾기 힘들었다.

    어디든 “IT로 취업하려고 하는데….”하고 물어보면 하나같이 “현지인도 어려운데 가능하겠냐”는 부정적인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그래도 흔하지 않을 뿐 누군가는 그렇게 하고 있겠지 하고 어떻게 만든 기회인데, 워킹 홀리데이로 와서 어떻게든 도전해보자고 생각하고 있었다. 호주로 출국하기 얼마 전에 활동하던 개발 커뮤니티에 이 이야기를 올렸는데 워킹 홀리데이로 시드니에서 웹 프로그래밍으로 일을 시작해 스폰서 비자로 전환했다는 분이 있었다. 몇 줄 안 되는 댓글이었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것이 아니란 말에 걱정을 좀 덜 수 있었다. 그런 과정을 겪고 나니 단순히 호주 이야기 외에도 내가 겪는 모든 일을 글로 남기면 누군가 나처럼 고민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바다에 편지 띄우는 심정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 이유로 글을 쓰긴 시작했지만, 남에게 도움이 되는 것보다 먼저 나 스스로 더 많은 도움이 되고 있었다.

    어떤 글로 시작할까

    요즘 쓰는 글을 크게 두 갈래로 나눠보면 하나는 정리해두고 잊기 위해 작성하고, 다른 하나는 경험이나 지식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작성하는 글이다.

    정리해두고 잊기 위한 글은 두 세 문단으로 쓸 수 있을 정도로 사소한 글로 큰 노력 없이 간단하게 작성할 수 있다. 예의를 차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 짧은 글이기 때문에 용건만 간단히 작성하고 나중에 다시 쓸 일이 있을 때 1분 이내로 읽어서 바로 사용할 수 있으면 된다. 이런 글을 작성할 때는 읽고 나서 더 찾아보고 싶은 경우를 위해서 링크나 키워드를 포함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주한 문제를 내가 표현하는 방식으로 정리해둔 글은 내가 다시 검색할 때 효용이 크다. 내 표현대로 작성했기 때문에 글을 작성하고 잊더라도 검색엔진에서 생각나는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소한 글은 색인 카드를 작성하는 느낌으로 쓸 수 있다. 이 과정을 겪게 된 이유, 이후엔 어떻게 되었는지 한 줄 덧붙이면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 글이 된다.

    다른 하나는 바둑에서 대국을 끝내고 복기하는 것과 같은 기분으로 과정을 정리하는 글을 작성한다. 경험에 대해 작성한다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렸고, 그 결정으로 인해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활자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경험을 객관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객관화된 경험은 비슷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는 데 활용하기 좋으며 명료하게 정리한 과정에서 내공으로 쌓이게 된다. 알게 된 지식에 대해 자신만의 표현으로 논리정연하게 정리하면 더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 이런 글을 작성하기 전에는 어떤 내용을 쓸지 짧게 정리한 후에 시작하면 도움된다. 다 작성하고 나서는 퇴고를 꼼꼼하게 한다. 이런 글에 시간을 얼마나 쓰는가는 이 글이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가에 따라 좌우한다.

    이 두 가지 글쓰기는 그 경계가 모호한 편이다. 사람들이 읽고 좋다고 많이 공유하는 글은 복기하는 식의 글이지만, 사소한 글을 평소에 많이 쓰지 않으면 긴 호흡의 글을 작성하기 쉽지 않다. 나도 긴 글을 작성하는 데 늘 어려움이 있어서 사소한 글을 많이 쓰는 편이지만 점점 호흡이 늘고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호흡은 둘째 치고 꾸준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작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꾸준해지고 싶다면 작게 시작해야 한다.

    꾸준함 그 이후는

    꾸준함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생각하면 의도적인 수련이 필요하다. 글을 쓰는 시간을 더 짧게 잡고 작성한다거나, 더 넓은 외연과 깊은 식견의 글을 작성한다거나, 연재 형식으로 글을 작성한다거나 말이다. 스스로 좋은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는 목표를 찾는 것이 좋은데 물론 그 전에 꾸준함을 먼저 챙기는 것이 좋겠다. 평소에 달리지도 않았던 사람이 내일 당장 마라톤을 뛰겠다고 결정하는 것만큼 황당한 일이다.

    꾸준함을 유지하면서 내가 지키려는 원칙도 있는데 그 원칙 중 0순위는 작성한 글을 삭제하지 않는 것이다. 얼마 전 엄청나게 공유된 오픈소스 쓰셨던데 그러고도 개발자입니까?도 내 블로그에서 조회 수에서 큰 지분을 가진 글인데 공유될 때마다 다시 읽어보면 그때 그 분노를 추스르지 못했던 내 상황이 자꾸 생각이 나서 삭제할까 고민을 가장 많이 하는 글 중 하나다. 그래도 다 내 경험이고 그때 일했던 시기를 다시 기억할 수 있는, 몇 남지 않은 통로다. 만약 과거에 이 글을 삭제를 했다면 이때 경험을 영영 상기할 수 없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참조가 없으므로 GC로 정리되서 말이다.

    잘 쓰기보다 꾸준함이 먼저

    멋진 통찰이 가득한 블로그를 보면 이 블로그를 쓰는 사람은 참 대단하다 생각하며 RSS에 구독하고 있고 나도 언젠가 그런 블로그처럼 멋진 글을 올려야지 생각한다. 누구를 닮아야지 하고 롤모델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종종 내 부족함에 대해서만 고민하게 되고 그 사람처럼 멋진 글을 못 쓰니까 글을 못 쓰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어떻게든 꾸준함이 습관이 되기 전까지는 철저하게 나를 중심으로 글을 써야 한다. 내가 공유하고 싶은 글, 내 생각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글을 써야 한다. 그러면 꾸준함의 궤도에 오르기 쉽고 그 이후로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항해할 수 있다. 꾸준하게 하지도 않는데 잘하길 먼저 고민하면 그건 너무 욕심이 아닐까 싶다.

    아직 나도 많이 부족하고 재미없고 말도 안 되는 글을 올리지만 오랜만에 내 블로그를 둘러보면서 든 생각을 두서 없이 정리해봤다. 자신 있게 블로그를 자랑할 수준은 안 되지만 예년보다 꾸준히 한 편이고 그 과정에서 배우고 느낀 점이 많았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꾸준하게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 그 서비스 중에 생각난 이름이 있어서 검색해봤는데, 세상에, 아직도 서비스하고 있었다. 12년 전에 쓴 추리소설이 아직도 존재한다.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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