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다녀오기 전후로 계속 바뻐서 한동안 새로운 일을 벌리지 않기도 했지만 사실 잡다한 생각이 너무 많아 게임을 그닥 하질 않았다. 이 게임도 커뮤니티서 얘기가 나오길래 이전에 받아두고 공항에서 Boarding 대기하다가 처음으로 실행해봤는데 왠걸 너무 재미있었다. 게다가 최근 UI가 대폭 변경됨으로 아이템 구입 등 다양한 메뉴가 더욱 직관적이고 쉽게 변화했다. 이전 상점의 Depth와 UI로는 분명 수익도 별로 없었을 것 같단 생각이 들 만큼 조잡하고 복잡했었다.

이전까지는 무얼 눌러야 시작할지 모를 정도로 복잡했는데 훨씬 깔끔해졌다

다양한 게임 모드를 지원하는데 처음 시작하면 단계별로 몇번씩 해야하는 횟수를 채워야 다른 모드를 진행할 수 있다. Timed나 Skull 같은 어려운 모드도 존재하는데 게임 하면서 스트레스 받기 싫으므로(?) Cupcake 모드를 주로 하는 편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위 화면에 Shop이니 뭐니 우겨넣어진 상태여서 참 북적북적한 화면이었는데 참 바람직하게 개선되었다.

여러가지 게임 모드가 있는데 Auto로 표시된 것은 과일을 내리자마자 자동으로 터진다.

위에서 과일을 던지면 색이 맞는 Blob에 놓아 터뜨려 진행하는 방식이다. 테트리스와 같이 칸을 가득 채워 버리면 게임이 끝나는 형태로 기둥에 눈금이 있어 반대방향이 높게 쌓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몇차례 하면 Wave가 증가하며 속도가 빨라지는 전형적인 블럭 퍼즐게임인데 속도가 빨라지는 게임에 특히 약한 내 경우에도 두어개 놓칠 뿐 할만한 속도까지만 빨라진다.

만약 과일과 Blob의 색이 다른 경우 처치 곤란이 될 때가 있는데 같은 과일을 3개 쌓으면 그것도 터진다. 횡으로는 안터지므로 옆으로 쌓는 일은 하지 말자. 그리고 이게 위로만 쌓는 형태라서 생각보다 콤보를 만들어내기 힘든데 (사실 콤보에 혜택은 전혀 없다. 하지만 콤보로 터뜨리면 뭔가 뿌듯해져…) 한칸 떨어진 Blob 사이에 같은 색 과일을 넣어 연결하는 식으로도 플레이 가능하다. 다양한 아이템도 있으니 아이템을 활용하면 더 화려한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모아서 한방에 터질 때 그 느낌은 스냅샷으로 담아지질 않는다!

게임 중에 사용할 수 있는 여러가지 아이템들이 있지만 내 경우에는 과일 내리는데 정신 없어서 아이템을 제대로 써본 적이 없다. 매일 지급하는 아이템도 있고 코인으로 구입할 수도 있다. 요즘은 흔해졌지만 일종의 퀘스트로 미션도 있어서 미션 수행하면 혜택을 준다.

SNS 등록해서 친구와 등록하고 이런 부분도 다 있긴 있다. Social Notification 노이로제에 걸린 사람들이 과연 이런 기능들을 활성화 하고 사용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근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이런 게임 알림을 본지 정말 오래된듯 싶다. 여튼 주변 사람들과의 경쟁도 좋지만 과거 오락실에 High Score처럼 명예의 전당도 좀 남겨줬으면 좋겠다.

플레이 시간에 비해 보상이 적다…

속도 제한이 있는 퍼즐 게임은 속도가 빨라지기도 하고 잘못 놓으면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라 잘 안하는 편이지만 그런 스트레스도 덜하고 Blob이 줄줄이 터지면 화려한 음향 효과와 함께 답답한 감정도 한방에 날리는 재미가 있다. 가끔 단판으로 해야지 붙여놓고 한번 더 한번 더 게임을 진행했다가 시간 워프할 수 있으므로 주의할 것. 편의를 위해 앱 링크를 남기는데… 이러니 진짜 광고같은 기분이 난다 -_-

Apple Appstore / Android Appstore

이전까지 다니던 회사에서는 데스크탑을 지원해줬는데 지금의 회사에서는 이동이 많은 관계로 데스크탑 대신 노트북을 지원해 줬었다. 입사 당시에는 회사에 있던 Acer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잦은 멈춤 현상으로 작업본을 몇번 날려먹자 회사 앞 Officeworks에 가 사용할 노트북을 구입했다. 에이서 모델을 제외하고 나니 해당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던 기종이 삼성 아니면 아수스 모델이었는데 이상하게 가장 괜찮은 사양이 삼성 모델이었다.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일이 급했던 관계로 삼성 노트북을 구입했고… 그게 재앙의 시작이었다.

불편하고 능률 하락하고 아프고 1타 3피

삼성 노트북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키배치였다. 좁은 공간에 편의를 위해 넘버패드를 넣는 것까지는 좋은데 방향키와 엔터키, 넘버패드 0키와 우측 컨트롤, 시프트 키의 동선이 기존 키보드와는 맞지 않아 엄청난 불편함을 초래했다. 좁은 공간을 활용하는 입장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차라리 아래로 넓게 공간을 활용해 방향키를 뺐더라면 사용성을 더 살릴 수 있지 않았나 싶은데 이런 기형적인 키보드 구조[^p1569-1]로 인해 매 작업마다 위 나열한 키들이 멋대로 눌려 매번 스트레스를 야기했다. UX를 고려하지 않은 키보드 레이아웃이 작업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이번 기회를 통해 제대로 알게 되었다.

문제의 키보드 레이아웃. 보면 모른다. 눌러봐야 안다.

극단적인 불편함을 초래했던 키보드를 대체하기 위해 일반적인 레이아웃을 가진 키보드도 하나 구입해왔다. Logitech K120 모델로 맴브레인 키보드인데 노트북의 기형 레이아웃을 벗어나 정상적인 규격의 키보드를 사용하니 천국이 따로 없다. 이전 한국서는 아이락스 팬터그래프 키보드를 사용했었는데 팬터그래프라 그런지 손가락 끝이 미끌리는 기분도 들고 정확히 눌린다는 느낌이 덜했었다. 오랜만에 사용하는 맴브레인이라 그런지 눌리는 느낌도 정확하지만 팬타그래프에 비해 조금 더 손가락에 압력이 강하게 느껴지는듯 싶다. 물론 노트북 키보드에 당한걸 생각하면 뭐든 안좋은게 없겠지만 말이다.

노트북을 오랫동안 사용하면 자연스레 VDT 증후군에 노출되게 된다. 난 예외라고 생각했지만 당연히 예외일 수가 없었고 특히 12월부터는 어깨와 목, 손목 통증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프로젝트보다 내 몸이 먼저 상하겠구나” 생각이 들어 환경을 개선하고자 이리저리 알아봤다. 일단 모니터를 하나 더 구입해서 듀얼 모니터로 구성을 했다. 원래는 외장으로 쓰는 모니터가 하나 있었기 때문에 노트북 스탠드를 구입해보려 했으나 신기하게도 호주에서 판매하는 스탠드는 한결같이 금방이고 부서질 것 같은 녀석들만 엄청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기왕 사는 김에 고해상도 모니터를 구입해보자는 생각도 들어 델에서 판매하는 U2312MH를 구입하게 되었다. 원래는 집에서 사용하려고 구입했으나 그걸 못참고 사무실에서 개봉해 사무실에서 사용하고 있다.

작업환경. 진작부터 이랬으면 좋았을걸.

**“훌륭한 목수는 연장 탓하지 않는다”[^p1569-2]**를 조금 바꿔보면 “훌륭한 목수가 연장 탓을 안하면 VDT 증후군에 걸린다.” 가 되겠다. (뭐 내가 훌륭한 목수란건 아니지만.) 온전히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좋지 않은 개발 환경이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 되짚어 볼 수 있었다.


1) 이런 기형적 키보드 레이아웃은 삼성 뿐만 아니라 요즘 대다수의 노트북에서 사용되고 있는 “트랜드”라고 한다. 뭔가 슬픈 유행이다.
2) 사실 “훌륭한 목수는 연장 탓하지 않는다”의 본 뜻은 자신이 잘하고 못하는걸 연장의 잘못으로 돌리지 않는다는 말이지 좋은 연장을 쓰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주 들어가는 사이트인 KLDP에 다소 자극적으로 볼 수 있는 글이 올라왔다. 본 글 자체는 간단히 논의될 수 있는 글이지만 회원 중 한 분의 길다란 덧글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이와 같이 사이트의 방향성과 맞지 않다거나 흐려진다거나의 얘기를 많이 봐 왔었는데 그런 경우마다 실질적인 논의보다는 감정적 대립이 격해져 결국엔 여긴 누구의 개인 사이트이고 정책의 방향은 일개 회원이 논할 부분이 아니란 식으로 매듭이 지어지는 경우를 자주 봤다. 그 이후에 탈퇴나 분위기 침체는 말 할 것도 없고, 강경하게 아이디를 차단해버리는 경우도 봤었다. 여튼, 본 글은 익명성 게시글에 대한 발제였으나 덧글을 읽다보니 웹서비스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웹서비스의 정체성을 명확히 한다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이 위에 내용까지 쓰고서 2011년 연말에 Draft로 저장해둔 글이다. 익명성에 대한 논의는 인터넷 실명제 위헌과 맞물려 익명성 자체의 해악은 크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고 본다. 그건 둘째 치고 내가 이 글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누가 해당 웹서비스의 주인인가, 누가 그 서비스의 방향과 정체성을 정하고 꾸려나가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적고자 했던 것 같다.

이 글을 적기 시작했을 당시에 비해 지금 웹환경은 너무나도 달라졌다. 기존의 커뮤니티는 SNS라는 도구를 통해 개인 중심의 환경으로 급변했다. 여전히 한국형 커뮤니티인 포털형 카페는 건재하긴 하지만 확실히 개인 기준의 미디어가 더욱 강력해졌다. 아마 이 글을 쓸 때는 선장이 배가 어디로 갈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식의 글을 쓰려고 했던 것이지만 요즘 분위기로는 일단 사람부터 가득 태워보면 자연스레 방향은 알게 된다는 쪽이 더 무게가 실리는 듯 하다. 빅데이터 분석이니 하는 부분들 말이다. 기업이 운영하는 웹서비스 입장에선 정체성이니 뭐니 일단 사람만 모으면 시장이 생기고 알아서 굴러간다는 식이 되겠지만.

여튼 답은 없다. 구체적이기도 하고 추상적이기도 해야 하는 방향성과 정체성에 대해, 지금은 많이 옅어진 커뮤니티에 달린 고대의 덧글(?)을 통해 한번쯤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여담으론 저렇게 성토해줄 수 있는 회원이 있는 서비스는 감사해야 한다. 요즘처럼 서비스 범람의 시대에는 불편하면 안쓰면 그만인데. 아, 사람이 많이 쓰니 불편해도 그냥 군소리 없이 쓰는 경향도 있다. 그 군소리 마저도 빅데이터로 분석해서 업데이트에 반영한다니 세상 좋아졌다. 시대를 뛰어넘은 포스트라 뭔가 흐물흐물(?)하게 되었다.

하루하루 삶을 지내다보면 이것보다 잘 했으면 좋겠다든지 더 잘할 수 있었을텐데 하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다. 짧게나마 적어보면 좀 더 변화에 도움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포스트 해본다.

집중력

몰두하는 힘이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sns나 커뮤니티 활동에 지나치게 많은 분량을 할애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집중력이 많이 하락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하루종일 습관적으로 확인하는 시간이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는듯 하다. 조절해야지 하면서도 가장 조절되지 않는 부분. 나도 모르게 딴 생각을 할 때가 많아졌는데 이게 잦은 컨텍스트 스위칭이 불러온 후유증이라고만 보기엔 지나치게 습관화 되어 있다.

일단은 SNS의 사용을 줄이기로 했고, 쓰고 싶은 글이 있으면 줄글로 적어두었다가 블로그로 포스트하는 습관을 만들기로 했다. 회사에서는 딴짓을 줄이고 집에서는 미디어 소비를 줄이기로 했다. 돌아보니 미드나 영화를 소화하지 못할 만큼 많이 보고 있어 오히려 집중도 안되고 시간만 허비하는 느낌이다. 여튼 생활에서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요소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감정관리

감정의 기복이 심해졌다. 예전에 비해 사소한 일에 일희일비하는 폭이 상당히 커졌다. 감정이 안정적으로 관리되지 않을 때 일상이 싑게 전복될 수 있다. 다소 느슨해진 생활패턴도 감정 기복에 한몫 하는듯 하다.

호주에 온 이후로 부지런히 일기를 써서 그날그날 기분을 풀었는데 다시 일기를 부지런히 써야겠다. 일기쓰기는 생각을 정리하기에도, 감정을 정돈하기에도 좋은 습관이다.

지속성

인내심도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명확한 방향성이 없고 단발적인 계획이 일상에서 주를 이루기 시작해서 그런지 꾸준하게 하는 것에 겁을 먹고 아예 시작하지 않기도.

이건 그냥 게으른건가… 일단 시간관리와 함께 todo를 적극 활용해서 지속적으로 압박(?)해 목표에 나아갈 수 있도록 하자.

시간

흘려보내는 시간이 많다. 원래 시간은 잘 관리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지나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계획을 가득 밀어넣고서 일단 진행을 해야 하는데 근래들어 계획된 사항도 뒤로 자주 밀어두는 편. 요즘은 이만하면 됐다 식의 무책임한 생각도 빈번하게 한다. 계획을 단기, 중장기 잘 나눠 세워야 하는데 차분하게 앉아서 그런 생각을 해본지 참 오래된듯. 알지 못하는 이유로 조급함만 앞선다.

내 경우에 시간관리에 실패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이미 실패한 상황을 해결하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건 앞서 적은 지속성과도 연관이 있는듯. 실패하면 손을 놔버리는 못된 습관 덕분에 체계적으로 하는걸 잘 못하는 편이다. 해결 방법은 당연하게 실패에 대해 여유를 가지고 받아드리고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는 것인데 안다고 다 되는 세상이라면 모두가 시간 관리의 달인이 되었겠지요. 네. 유연하게 잘 관리 해보도록 하자.

열정

열정이 부족하다. 요즘 될대로 되란 식의 사고도 자주 하게 되는데 정말 책임감 없는 행동이다. 명확한 방향성을 쉽게 찾지 못하는 것이야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방향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살펴보고 알려고 노력하는 일이 더 중요한데 시큰둥 해진듯. 다시 열정을 가지고 부지런히 달려야지 싶다.

작은 일에 충실해야 큰 일도 해결할 수 있는 법이다. 더욱이 크고 작음을 떠나 앞에 놓여진 task에 대한 태도를 열정이라 하는데 작은 일에 불평하는건 열정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게으른걸 열정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게으르지 않으면 모든 일을 열정적으로 대할 수 있다.

적고나니 모든 일이 게으름으로 귀결되는 나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 작년에 시험 보고 나서 여유롭게 생활 하다 한국 들어갔다와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정말 안일한 생각이었다. 쉬면 더 쉬려고 하는 못된 습성이 스멀스멀 올라와서 방향성과 그 속도를 다시 찾는데 엄청나게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핑계에 가려 보지 못했다. 부지런해지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자기 관리에서 가장 무서운 부분은 하나를 양보하면 도미노처럼 모든 일이 쉽게 무너진다는 점은 불변의 진리인듯 하다.

내 스스로를 꾸준히 자극하고, 새로운 것 배우려 하며, 시간을 아껴 쓰려고 노력하는 것은 솔직히 자기 관리라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다. 그래도 꾸준히 노력하는 이유는 내 시간이 그저 내 즐거움으로만 쓰고 끝내길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시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언젠가는 혼자서 낼 수 없는 역량을 함께 만들어야 할 때 큰 힘이 되고 싶어서 부지런히 준비하는 것이다. 능력이나 기술을 갈고 닦는 것도 중요하지만 긍정적인 힘을 가진 사람이 더 되고 싶다. 물론 아직 그런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되기엔 한참 모자라지만 부지런히 노력하면 언젠가 될거란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 말은 멋있는데 아직 한참 멀었다.

이 글이 장황하게 작성된 이유는… 모종의 이유로 기차가 내릴 수 없는 선로 위에서 35분 동안 정차해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삶으로 돌아가 부지런히 지내보자!

처음으로 웹문서를 작성해 본 것이 초등학교 3학년 방과후 컴퓨터 수업에서였다. 몇가지 엘리먼트를 알려주고 하이퍼링크를 통해 두세개의 웹페이지를 연결한 것이 전부였지만 그게 내 첫 헬로월드였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별 것 아닌 페이지였지만 그 페이지가 나를 웹이라는 세계로 초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마침 ADSL이 보급되기 시작했던 시기와 맞아 이후로도 꾸준히 웹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그 이후로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유행해서 플래시도 열심히 공부했었고 (플래시3에서 4로 넘어가던 때였다) 중학교에 들어가니 때마침 홈페이지반이란 클럽이 생겨 거기서 만난 친구를 통해 php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당시엔 개발보다 웹디자인이 좋아 이것저것 늘 포토샵으로 만드는게 일상이었다. 그러던 중 중학교 재학중 정보올림피아드 지역 예선에 참가했었는데 베이직이고 뭐고 전혀 모르던 나는 당연히 떨어졌다. 그 이후 떨어진 학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래밍 교실에서 C를 배웠는데 내 일생 중 들었던 유일한 개발강의였고 너무너무 재미있었으며 그때 배운 것이 지금까지도 도움이 되고 있다. (C개발을 하고 있는건 아니지만…)

고등학교 진학을 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로 하려 했었지만 선생님이나 부모님 모두 반대하던 중에 이사장 비리까지 터져 결국 일반계 고교로 진학하게 되었다. 고등학교때야 이것저것 한 일이 많았기도 했지만 깨작깨작 디자인도 하고 웹사이트도 만들었다. 어디까지나 재미로, 취미로 해오던 부분이 돈이 된다는걸 대학교 2학년때 알아서 그때부터 실무에 뛰어들었고 일을 하다 군대에 가게 되었다. 군대의 통제된 네트워크에서도 개발이 계속 하고 싶어서 js로도 이것저것 만들기도 했고 java도 책 들고가서 부지런히 공부했다. 전역 후 일년 여 개발한 후 호주에 넘어올 결심을 하고 호주로 넘어와 현재도 개발을 하고 있다. 아무래도 php가 가진 한계점도 생각해서 다른 언어에 대해 공부를 하려고 부지런히 알아보는 중이다.

문제가 많다고 하는 php를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만져왔기 때문에 그 관성이 있어서인지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이 쉽지 않다.(php의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는 이미 많은 글에서 까여왔으므로 생략하고…) 쉽지 않다는게 언어를 습득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기존에 해왔던 것으로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앞설 때가 요즘 좀 많아졌다. 뒤돌아보면 이렇게 고민했던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새로 배우는 것이 늘 즐거웠고 재미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급격하게 게을러진 내 모습이 낯설기까지 하다. 일을 하며 잘 못할 때에도 걱정하지 않았던 이유는 모르면 공부하면 되었기 때문이었는데 그런 자신감이 좀 덜해졌달까. 게을러지고 있달까.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들, IT쪽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비 종사자들이 물어보는 질문 중에도 평생 배워야 하는 직업인데 계속 배우면서 하는거 힘들지 않겠냐, 어렵지 않냐 하는 질문이다. 자고로 개발자는 학습에 대해 늘 즐거워 하는 자세로 대해야 하는 직업인 것은 맞다. 한국서는 관리자로의 커리어 패스가 일반화되어 몇년만 고생하고 관리자가 되면 된다는 식의 사람도 몇 보긴 했지만 평생 개발할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개발자는 사실 일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학자의 성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더 맞는 직업인지도 모르겠다.

여튼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에 대한 답은 이미 알고 있다. 즐겁게 받아드리고 재미있게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것, 헬로월드에 두려워하지 않고 늘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또 함께 꾸려나가는데 두려움이 없는 것이 진짜 개발자의 모습이란 점을. 헬로월드가 화면에 띄워지는 순간 얼굴에 웃음기가 돌고 모든 것을 배운듯한 기분이 들었던 그 시절을 상기해본다. 그리고 그 첫 마음을 다시 떠올리면서 새로운 마음으로 달려야겠다. 그래서 나도 물어보려고 한다. 당신의 헬로월드는 안녕하신가요? 하고.

오늘 점심에 따뜻한 국물이 있는 음식을 먹고 싶었는데 딱히 동네에 그런 곳이 없어 근처 중국인이 파는 샌드위치를 사왔다. 사무실 자리에 돌아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RSS를 보다 한국 구글 개발자 블로그의 글을 보게 되어 포스트를 워낙에 잘 읽고 있으니 이런 조공글(?)을 짤막하게라도 적어보자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Google Developers

구글 개발자 블로그 이미지는 아니지만;

아이패드나 넥서스4 등 실생활에서 모바일기기를 많이 사용하고 있음에도 사실 앱 개발엔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어서 구글 개발자 사이트의 포스트가 재미있어서 구독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맨 처음 이 블로그를 찾게 된 이유는 사실 구글에서 주최하는 각종 행사 후기 때문이었다. 한국에 있을 때에도 제주라는 다소 고립된(?) 지역에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행사를 직접 참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 행사의 분위기도 느껴보고 스스로 자극도 할겸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행사 후기는 꼭 꼼꼼하게 찾아 읽는 편이다. 그런 계기로 구글 개발자 블로그를 알게 되었다. 올라오는 행사 관련 이야기는 현장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편이라 재미있게 잘 보고 있다. (안드로이드 개발 관련 포스트도 물론 흥미있게 읽고 있다 :] )

http://googledevkr.blogspot.kr

근래에는 개발직군에 종사하는 대부분이 영어를 잘 하셔서 그런지 예전에 비해 양질의 한글 컨텐츠를 찾기 조금은 힘들어졌다. 아무래도 예전보다 발전의 속도가 빨라서 그런지 번역된 컨텐츠가 나오기 전에 더 새로운 녀석들이 쏟아지기 때문이란 생각도 든다. 그런 면에서 실무 최전선에 있는 기업들이 운영하는 블로그와 많은 개발자분들이 운영하시는 블로그는 나와 같은 개발자(영어 못하는;;)에겐 빛과도 같다.

위 언급한 구글 블로그와 더불어 KTH, 네이버, 다음에서 운영하는 개발자 블로그, 그리고 실무에 종사하시면서도 부지런히 포스트 해주시는 많은 개발자분들의 블로그를 통해 발행되는 양질의 컨텐츠들이 더욱 튼튼한 개발자 생태계를 만드는데 기여를 한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특히 꾸준하게 블로그를 운영한다는게 쉽지 않은 점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운영하시는 그분들께 너무나도 감사하며, 그 열정에 응원의 박수를 드린다.

고등학교 때 누구나 다 그렇듯 나 또한 문학에 심취해 평생 소설 쓰며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글을 그닥 잘 쓰지는 못하지만 부지런히 쓰려고 노력했다. 당시 국어 선생님께서 현학적으로 쓰려고 노력하는 글은 감동을 주기 힘든 글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후에는 최대한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해왔다. 여전히 많이 어리숙하고 여물지 않은 거친 문장을 챙피한 것도 모르고 적어가는 수준이지만 내 스스로 반면하는 계기가 되고 싶어서 이런 무서운(?) 제목을 달고 글을 써본다.

나는 글을 빠르게 상당히 느리게 쓰는 편이다. 깊게 고민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다행인데 늘 생각에 맞게 적당한 문장이나 단어를 떠올리기가 힘들어 느린 속도로 적게 된다. 물론 이런 부분은 글을 일상에서 부지런히 쓰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속도가 붙는 것이 맞다. 그렇게 보면 아직 많이 안써서 그런듯 싶다.

주제로 돌아가서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이 써야 한다. 배움의 과정이 모두 그렇듯 양으로 접근해서 장난감처럼 다룰 수 있을 때부터 질적인 향상을 생각할 수 있다. 각각의 부품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 알아야 자동차를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모든 부품을 알 때까지 부품만 공부하면 사람으로 할 짓이 아니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도구만으로 습작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 각각의 이정표가 목적지까지 이끄는 것이다.

또한 많이 읽혀야 한다. 읽히지 않는 글은 발전 가능성이 없다. 읽히기 위한 글이라도 문단 몇개 적는다고 읽혀지지 않는다. 차분하게 글을 적고 집중해서 끝까지 퇴고를 해야 한다. 먼저 가까운 사람들에게 읽고 느낌을 말해달라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주제는 처음부터 무거운 이야기를 쓰는 것은 정말 어렵고 게다가 누구 읽어달라 부탁하기도 어렵다. 가볍고 일상적인 소재부터 차분하게 적어보자.

중고교때 어디서나 글쓰기를 해보려고 늘 전자기기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또 실제로 구매까지 이어져 부지런히 일기든 뭐든 썼다. 그렇게 셀빅도, 아이비도, 자우루스도 내 손을 거쳐갔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말도 안될 정도로 하찮은 성능의 기기들이었다. 그걸 생각하면 지금은 정말 어디서나 글을 쓸 수 있다. 더 나아가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은 인터넷으로 글을 발행할 수도 있으니 얼마나 대단한지. 가장 대단한건 위에서 이야기한 많이 쓰고 읽히는 두가지를 모두 이 손바닥 위에서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글도 쓸 수 있고 sns나 블로그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도 있다.

이제 실전편(?)에 들어가서 글을 잘 쓰는 방법은 일상에서의 조그마한 실천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다. 지금 이 글을 적는 나도 사실 잘 안지켜지는 부분이긴 하지만 이 참에 정리하면서 부지런히 지키려 노력해야겠다.

  • 초성체나 이모티콘을 사용하지 않는다. 간편한데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표현을 잃어가게 된다.
  • 문자를 짧게 쪼개서 보내지 않는다. 보낼 내용은 한번에 모아서 다시 읽어본 후 보낸다.
  • 트위터의 글자수 제한을 가득 채워서 글을 쓴다. 문자와 마찬가지로 쪼개서 올리지 않고 읽어본 후 트윗한다. 단문 위주로 쓰다보면 긴 글은 정말 쓰기 힘들어진다.
  • 페이스북은 좋아요를 누르고 나서 왜 좋아요를 눌렀는지에 대해 짧게라도 덧글을 남긴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 일기를 안쓴다면 일기를 쓴다. 일기를 이미 쓰고 있다면 잘하고 있다. 내 이야기를 쓰는건 내 문체를 찾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고등학교 선생님이 그러셨다. (근데 그걸 말해준 선생님이 국어 선생님은 아니셨지.)

나도 늘 잘쓰고 싶어하는 사람 중 한명이고 부지런히 노력하고 싶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을 적어봤다. 함께 부지런히 노력해서 좋은 글 많이 쓰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좋은 글을 보관해두고 읽기 위해 간단한 스크랩 도구를 만들어 사용해 왔는데 스크랩 하는 시간이 의외로 많이 들어서 그동안 스크랩 한 기록을 리뷰해 그 사이트를 모두 google reader에 등록을 했다. 맨 처음 rss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무엇을, 어디를 추가해야 할 지 막막한 편이라 잘 사용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 기회로 옮기며 그간 스크랩 한 블로그를 살펴보니 앞으로 어떤 블로그를 등록하면 될지 대략적인 원칙도 세울 수 있었다.

스크랩 도구를 만들기 전에 에버노트로 비슷하게 사용하는 분들이 많아 사용해보려 했는데 스크랩 하는 자체에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어 에버노트로는 내 상황에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에버노트 잘 활용하시는 분들 정말 부럽다. 나에겐 너무 복잡한듯.

스크랩 도구를 만들어 쓴 가장 큰 이유는 아이패드에서 오프라인 rss 리더로 사용할만한 앱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아이패드에 내장되어 있던 이메일은 오프라인에서도 읽을 수 있고 또한 그냥 흘려보내는 글이 아니라 메일함에 보관할 수 있어 다시 찾아보게 될 때 메일함을 검색하기만 하면 되었었다. 특히 gmail의 메일함 검색 기능은 환상적인 수준이다. 앞서 언급했던 소비되는 시간의 문제가 딱히 없었더라면 지금도 적극적으로 스크랩 도구를 사용하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필요에 따라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엔 꼭 구입 해서라도 찾는다는 심정으로 앱스토어와 각 리뷰를 돌아본 결과 feedler Pro로 선정, 구입해 사용하고 있었다. 장점은 온라인에서 싱크를 하면 rss의 이미지까지 저장해줘서 오프라인에서도 완벽하게 보여준다는 점이었다. 단점은 앱이 안이쁘다(?)는 점과 싱크하는 중 뭔가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 저장이 100건 이상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마 위에 올린 두가지 앱 Feedler Pro and Mobile RSS

다른건 그냥 그려려니 하겠는데 저장이 100건만 되는 부분은 좀 문제가 있다. 각 피드별로 100건씩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피드에서 최근 100건만 저장되기 때문에 뉴스같은 피드(내 경우는 techneedletechIT!)가 있으면 그 최근 100건의 절반 이상이 뉴스만 담겨 있고 정작 읽고 싶은 글은 싱크되지 않는 경우가 몇번 있었다. 글에는 꼭 읽어야 할 글이 있고 (작성자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읽지 않아도 무관한 글이 있는데 rss 는 무조건 시간순으로 정렬하기 때문에 그 무게감이 리더에서 반영되질 않는다. 특히 지금과 같이 정보가 범람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취향에 맞게 큐레이션 해주는 서비스가 필요한데 아직까지 그런 수준의 큐레이션 서비스는 없는 것 같아 아쉽다. 이건 다른 글에서 다시 적어보기로 하고.

레티나에 대응하…지만 기본 UI라서 쉽게 된건지도.

그러던 중 지인의 블로그에서 MobileRSS를 보게 되었고 때마침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어 내려받았는데 만족하는 편이다. 장점은 이쁘다. 아쉽게도 아직 레티나를 지원하지 않아 도트가 튀는 미려함(?)을 보여주고 있지만 차후에 개선 되지 않을까. 일단 앞서 언급했던 feedler의 가장 큰 문제였던 시간순 100건의 문제는 없었다. 각 피드별로 싱크가 되어 볼 수 있다는 장점.

이름은 없어보이는데 디자인은 있어보인다!

단점은 싱크가 덜 된 것인지 목록엔 나오는데 누르면 잠시 본문이 보였다가 렌더링 실패 문구가 나온다. 한두건이면 싱크가 잘못되었나 하겠는데 상당히 많은 편에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지 일말의 단서를 주지 않는다. 이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렌더링 실패 문구. 잠깐 정보가 떴다가 이렇게 화면이 나온다.

오프라인에서도 잘 되고 오래된 글도 읽을 수 있는, 게다가 좀 이쁜 Rss reader 앱이 분명 있을 것 같은데 영 찾질 못하고 있어서 아쉽다. (제목은 거창한데 내용은 실속이 없다;;)


2013/02/01 추가

Mobile RSS, 오프라인도 완벽하게 지원한다. 알고보니 내가 싱크하는 인터넷 환경이 불완전했었다. 현재 회사에서 쓰는 공유기의 버퍼가 용량이 작아 무선 기기가 많아지면 가끔 끊어지는데 그 끊어지는 순간 이미지를 다 내려받지 못했는데 다 받은 것으로 처리가 되서 위와 같은 렌더링 실패가 나는 것이었다.

또한 각 피드별로 100건씩 설정을 해놨더니 등록된 모든 블로그에서 100건을 처음 init하는데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걸리는거라 싱크가 완전히 종료될 때까지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던 것. 50건으로 줄이니 업데이트도 잘 되고 내용도 잘 나왔다.

잘 모르고 깐(?) Mobile RSS에게 심심한 사과를 드리며 강력하게 Mobile RSS를 추천해드립니다.

해가 많이 길어져서 충분히 늦은 시간에 퇴근하고 있는데도 트램에는 햇빛이 가득 든다. 가끔 마주하게 되는, 커다란 볼륨으로 주변 사람들 마저 몰취향의 음악을 같이 듣게 한다. 더욱이 잔잔한 음악도 아니고 강하고 빠른 비트의 음악이 트램 안에 울린다. 이 시간대에는 사람도 많이 타지 않는다. 사람이 가득 타 있기라도 한다면 하나 들리지 않고 내렸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했다.

12월의 여름은 정말 변덕스러웠다. 한증막 이상의 더위와 그 사이 사이를 남극의 추위가 매꾼다. 옷을 다 벗어도 더운 날이 있으면 그 다음 날은 겨울 외투를 꺼내 입어도 추울 정도다. 내 기분과 말과 행동이 이런 날씨처럼 변해가는 기분이 들어 걱정이 많이 되는 편이다. 온건한 이상을 늘 바라보지만 항상 날카롭다. 싫어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걸, 그런 심정으로 지낸지 벌써 반년을 넘었다. 내년엔 달라지겠지, 내년엔 달라지겠지. 매년 내 모습은 같았는데 스스로 느끼기에만 다른지도 모르겠다. 그런 고민들에 지난 한 해를 다 썼다. 그리고 2013년 첫 한달이 거의 다 흘러갔다.

기차에서, 트램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대화 한마디 하지 않지만 군중 속에서 고독도 느끼고 자극도 받으며 지내고 있다. 부지런히 살지 않을 때에는 이들처럼 부지런해야 하는구나 하고, 부지런히 지낼 때엔 적어도 다른 사람들 만큼은 부지런히 하고 있구나. 어쩌면 자기만족을 위해 대상을 찾고 끊임없이 비교하는 행동인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매일 출퇴근을 한다.

다행인건 늘 어려운 마음이 있으면서도 주어진 상황에 감사할 줄 안다는 사실이다. 현실적인 낙관론, 늘 이상적이라 여겨왔던 그 삶의 방식을 내 삶에서 조금씩 찾게 되었다. 가끔은 그런 삶이 지루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고 자신에 대한 고집이 있고 명확한 틀에 맞지 않으면 당장에라도 소리 지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부러울 때가 있다. 그래도 이 낙관적인 관념 또한 쉽지 않은 삶이라 위안을 삼는다.

트램이 좌우로 크게 흔들리며 달려간다. 나도 이처럼 흔들리고 있지만 결과적으론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거라고 다독인다.

호주에서 만나게 된 동생이 있다. 교회를 통해 만난,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에 온 동생인데 한참 일하다가 2주 전에 마지막 여행을 다녀와서 오늘 한국 들어간다고 어제 만나 점심을 같이 먹었다. 이렇게 이별의 순간을 맞이 할 때마다 언젠가는 또 만나겠지 어디선가 마주칠 일이 분명 있겠지 하고 마음을 추스리는 편이었는데 이번만큼은 그게 잘 안되더라. 타지 생활 하면서 마음도 많이 여려졌나 싶었다.

매년 호주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통해 영어 돈 여행 세가지 목표를 가지고 많은 청년들이 온다. 대부분 그 청년들은 호주에서 가장 힘들다고 하는 일들을 세가지 목표를 생각하며 꿋꿋하게 참는다. 누군가 말한 것처럼 어떤 비자를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카스트 제도와 같은 계급을 형성한다는 얘기가 그닥 우스개로만 들리지 않는 까닭은 실제로 임금도 제대로 못받고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면서 그 좋은 젊음을 여기에 모두 쏟아놓고 가는 사람이 한두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슬픈 얘기는 한국에서 오는 친구들 대다수가 스펙 쌓기의 연장선으로 호주에 오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스펙도 결국 투자 대비 결과물이라는 양적 측면이 강해졌다는 점이다. 자연스럽게 계층의 고착과 재생산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사회는 스펙이란 것을 요구하지만 스펙의 실체는 사실 계층 고착의 단면일 뿐이다. 결국 그 유리 천장을 넘어가기 위해 어학연수든 뭐든 필요한데 전 세대의 지원을 받기 힘든 젊음들이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워킹홀리데이만큼 매력적인 캐치 프레이즈가 없다. “호주의 아름다운 대자연에서 돈도 벌고 영어공부도 하세요.”

한국의 청년들이 호주에 와서 배웠으면 하는 것은 그런 스펙 경쟁보다 온전한 꿈과 일생의 목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것이었으면 한다. 이제야 20대의 중반을 넘어가는 수준이라 어쩌면 이런 생각 자체도 어려서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 먼 남국의 땅에 와야 그 사실을 알 수 있는, 잘못된 문화가 낳은 한국의 현실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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