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바다를 보고 왔다. 맛있는 커피 마시고 책도 읽고 장도 보고. 마스크 안쓰고서 운동하고 산책하는 사람이 참 많았다. 우리만 다른 세계서 온 것 같았다. 일상적인 일이 비일상적으로만 느껴졌다. 그래서 그런지 책방에서도 한참 고민하다 에세이를 집었다.

신입생 어드미션 결과가 나왔다. 지원자와 어드밋 비율을 보면 정말 바늘 구멍이다. 편입 결과는 다음 달에나 나오겠지만 숫자에 놀란 마음은 잘 가라앉지 않는다. 이런 소요에 휘둘리지 않고 할 일 집중하는 것, 요즘 거기에만 온 정신을 쏟는다. 메타고민까지 가기 전에 고민 열차를 멈추고 일상을 회복해야 한다.

<스몰 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작은 일과를 꾸준하게 완료하는 것, 목표보다 짧고 반복 가능한 일과를 만들 것, 비교하지 않을 것. 특히 최종 목표와 현재 수준을 비교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 것.

대선 결과는 참담했지만 누구 말씀대로 더 열심히 살아내야 한다는 것으로 스스로를 위로한다. 혐오의 목소리를 죽이고 살던 사람들이 다시 쏟아져 나와 말도 안되는 일을 시작하는 것 두렵지만. 더 연대하고 더 목소리 내자.

When they go low, we go high.

그동안 고민 많았던 편입 원서를 모두 끝냈다. 개운한 마음 보다는 줄 서서 기다리고 있던 다음 걱정들(이사라든지, 여러 돈 들어가는 일)이 머릿속에 쏟아지고 있다. 좋은 곳에 잘 정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2월이 지나가버렸다. 원서 끝내기가 목표였어서 별다른 일은 없었지만. 3월은 마음 정리하고 가볍게 일상에 충실하게 지내자 그랬다. 스크린 보고 있으면 괴로운 생각만 드니까 조금 더 멀리하고, 책도 보고 노트도 남기는 그런 일상에 충실하려고.

플리가 플레이리스트 줄임말이라니. 한국어 업데이트 시급하다 😭

더치브로스에서 커피 기다리면서 인생 챕터에 대해 얘기했다. 지금도 순간 순간은 어렵고 고민되는 일은 여전히 있지만 그건 삶의 일부로 당연한 것이고, 다만 이전 챕터와 다르게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나에게 큰 안정감을 주는지. 가정 구성원으로의 소속감과 책임, 그런 얘기를 하다보니 커피가 나왔다. 감사할 일이 이렇게나 많다.

100% 예측할 순 없더라도 경험에 따라서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가정에 계획도 세우고 실천도 하는 게 일상이었다. 판데믹 탓에 일반적인 것에 대한 감각이 많이 흐트러진 나머지 바로 앞에 일어나는 일에만 신경이 쓰인다. 올해 어디로 가는 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사는 계획에 있다보니 생각이 복잡하다.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는 일에 조바심 내는 것 아무 의미 없는데 또 고민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도파민 관리한다고 스크린에서 멀어지는 날이면 별 일 없는 하루처럼 느껴진다. 매일같이 지구가 망할 것처럼 떠드는 수많은 활자와 멀어지면 미래에 대한 고민도 가벼운 일상으로 느껴진다.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르게 사는 것일까. 결정되지 않은 일에서 불안보다 기대를 찾는 삶을 살고 싶은데. 여러 앱을 지우고 스크린을 안보면 그 날은 행복하다가도 엄습하는 FOMO에 서둘러 앱을 받아 로그인한다. 감정의 소용돌이로 곧장 걸어간다.

화분을 욕조에 놓고서 샤워기로 물을 잔뜩 준다. 겨울엔 난방 탓에 공기가 워낙 건조해져서 흙도 금방 마른다. 물꽂이 했던 애들도 뿌리가 많이 자랐다. 바람이 덜 부는 날에는 흙 잔뜩 섞어 화분에 옮겨 심어야지, 어떤 화분에 심어야 할까 같은 생각 하면 물 가는 일도 금방 끝난다. 볕이 가장 많이 드는 방이라 여름엔 금방 더워지는데 겨울에는 유일하게 식물이 잘 자라는 공간이다.

일상적인 삶을 빨리 되찾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을 적고 실천하자. 할 일을 부지런히 끝내자. 식물 같이 단순한 삶의 목표를 갖고 사는 것이 요즘 목표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약을 먹어도 가라앉지 않는 두통에 하루종일 이마를 짚고 있었다. 그저께부터 유난스러운 바람이 불어댄 탓에 앞마당은 엉망이 되었다. 입술이 마를 정도로 건조한 방에 앉아 바깥 바람 소리를 듣고 있으니 기분도 점점 마른다. 모든 일이 다 잘 풀렸으면 좋겠다는 그런 막연한 바람에서 맴돌기만 할 뿐. 그냥 그런 날도 있지, 생각하고 넘길 수 있으면 좋겠는데 유독 스스로에게 모질게 대하는 날이 있다. 오늘이 그랬다.

1월 마지막 날이다. 학기가 끝나고 나서 허전함이 가득했다. 이 학교에서 마지막이라 그러기도 했지만 마지막까지 힘들었던 수업이 있던 탓이다. 그 여운이 이번 달까지도 달라 붙었는데 털어내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농담처럼 새해는 설날을 기준으로 해야지 했는데 설날이 다 되고 나서야 기분이 좀 정돈된 느낌이다.

올해는 꾸준히 독서하기로 M과 약속하고 책 목록을 만들었다. 1월에 끝낸 책은 아직 없지만 그래도 틈틈이 읽고 있다. 여행하는 동안에는 <Wintering>을 읽었는데 챕터마다 좀 다르게 읽히긴 하지만 흥미있게 보고 있다. <Creative Selection>는 자기 전에 읽어서 약간 몽롱하게만 기억되는데 조금이라도 노트를 남겨야 할 것 같다.

텍사스에 일주일 다녀왔다. 위에서는 여행이라고 했지만 여행이라기보다는 가족 방문이고 가서도 장보는 것 외에는 어디 다녀오지도 않았다. 오미크론에 대한 걱정도 큰데다 주마다 사람들 대응이 너무 달라서. 장보러 갔을 때 본 안내문도 인상적이다. "masks recommended but not required"라고 꼭 꼬리 길게 써야만 하는 그런 곳이니까. 답답한 상황에 가서 조금 아쉽긴 하지만 오랜만에 조카도 보고 즐거운 시간 보내고 왔다.

COVID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올라간 기름값은 내려올 생각 없고 장보러 나가도 모든 가격이 다 오르고 있다. 얼마 전에는 동네에 또 차량 절도가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오는 불안감을 떨치기 쉽지 않다. 그냥 기분이 그런 것이겠거니 하고 뒤로 넘겼던 일들인데. 이제는 집에서만 있으니까 그렇게 누르고 지나가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 난 집에 있는 것 좋아하는 사람인데도. 요즘 마주하는 모든 일에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 같아서, 스스로가 좀 밉다. 그래서 내적으로 외적으로 다 지쳐버리는 상황에서 어떻게 다시 다독여서 정신 차리게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편입 원서로 이제 다시 바빠질 예정이다. 지원하는 학교마다 제출해야 하는 에세이도 프롬프트가 너무 달라서 무슨 얘기를 어떻게 써야 할 지 고민이 많다. 고민 중독의 삶 끝내고 싶은데 왜 계속 고민이 생기는 것인가. 메타 고민 이제 그만하고 2월은 다시 부지런히 지내야지.

학기도 끝났겠다 트럼펫 연습을 부지런히 하고 있다. 신기한 점은 매일 할수록 더 느리게 느는 기분이 든다는 점이다. 부족한 부분 집중해서 연습하지 않은 날은 엉성한 톤으로 재미있게 보낼 순 있지만 다음 날 똑같이 부족한 나를 마주하는 곤욕을 치룬다. 음 하나씩 최소한의 호흡으로 길게 소리를 내는 지루한 루틴으로 시간을 보내면 당장 그날에도 확연하게 여유롭고 부드러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누가 옆에서 박자를 세주며 높거나 낮음을 지적해주지 않는 상황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유튜브를 선생님 삼아 스스로 녹음하고 듣는 과정으로 조금씩 다듬는다. 롱톤을 모든 스케일에 걸쳐 하는 일은 악기가 있다 뿐이지 운동에 가깝다.

필요한 일은 모두 고된 일이고 끝에 성취감은 있지만 시작이 늘 쉽지 않다. 쉬운 시작을 하고 싶다.

무엇이든 꾸준하게 하는 습관이 있으면 어떤 방식으로든 삶에 도움이 된다는걸 계속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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